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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76화 (27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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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눈은 L.A보다 빠르다

세상 일이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곤 하지만 정도가 있다.

거미여왕이라니?

불밤의 탑라이너 빅불꽃맨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드는 연결되는 생각.

여과할 필요없이 내뱉었다.

"아직 아마추어티를 못 벗은 거 같은데.. 가뿐하게 밟아주자고?"

<하, 당연한 소리를. 다음 게임이나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보면 오만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당연하다.

결성 당시의 2군팀으로서의 모습은 잊은지 오래.

롤챔스의 강자로 뿌리내리게 된 불밤의 입장에선 삼선 블루는 동네땅꼬마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치르고 있는 경기보다 다음 상대인 가짜에어 독수리가 더욱 신경쓰일 정도.

그런데 게임의 흐름은 생각 외로 만만찮았다.

'어..?'

신챔프라는 게 으레 그렇다.

상대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까다롭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도 갈피를 못 잡는다.

아예 몰랐다면 반반으로 쳐줄 수도 있는 일이라지만 그렇지가 않다.

빅불꽃맨은 거미여왕이란 챔프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미여왕을 충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충 미달리와 비슷한 챔피언이었지?'

인간으로 변신했을 때는 원거리 챔피언.

거미로 변신했을 때는 근거리 챔피언.

빅불꽃맨이 보기에 상대하기에는 오히려 미달리보다 편했다.

기동력도 미달리보다 안 좋을 뿐더러 평타견제가 그다지 아프지 않다는 게 그 이유.

그것이 빅불꽃맨이 신규 챔피언인 거미여왕을 분석내린 결과였다.

분명 그렇게 결론을 내렸을 텐 데도 씨지맥의 거미여왕은 무언가 이상했다.

'대체 언제까지 견제를 해대는 거야?'

차라리 평타견제면 그나마 나았다.

시즌3에 들어 미니언의 반격이 강력해졌기 때문.

크게 변한 건 없지만 특성에 있는 미니언 데미지 감소가 사라졌다.

때문에 미달리 이하라면 충분 맞으면서 버틸만하다 여겼다.

더군다나 빅불꽃맨이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잭트.

6레벨이 되면 무쌍을 찍는다.

즉, 어찌저찌 버티기만 하면 결국은 이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믿고 있던 보험.

프리시즌에 새로 생긴 신규 아이템, 크리스탈 유리병은 라인유지력을 크게 올려준다.

당연히 초반 파밍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좀 적당히 뱉으라고!'

거미여왕이 끈덕지게 뱉어오는 독침.

쿨타임이 어찌나 짧은지  체감상으론 나이즈급이다.

그런데 한 방, 한 방의 데미지는 나이즈보다 더욱 강력하다.

심지어 요상한 견제까지 해온다.

콰흑!

거미로 변해 물어뜯기까지 한다.

하지만 거미 상태에서 사용하는 스킬은 근거리 판정.

근접 챔피언인 잭트를 플레이하고 있는 빅불꽃맨이 반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거미가 자신을 물어 뜯을 때 빅불꽃맨은 반사적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봉을 돌리며 상대의 평타를 막아냄과 동시에 스턴까지 걸 수 있는 반격기.

스턴을 거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단 1초다.

그런데 상대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휘익!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어떤 스킬인지 영상을 통해 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런 쓰임새가 있을 줄이야.

잭트를 물어뜯은 거미여왕은 불현듯 하늘로 솟구치더니 사라져버렸다.

타악!

그리고 2초 후에.

빅불꽃맨의 잭트의 반격기가 끝난 후에야 하늘에서 내려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니언을 먹는다.

일방적인 딜교환이란 수준이 아니다.

아예 그냥 지 멋대로다.

'분명히 단점이 있을 거다.'

빅불꽃맨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침착히 분석했다.

안 쓰이는 챔피언이 괜히 쓰이지 않는 게 아니니까.

이러한 상황은 의외로 솔로랭크를 하다보면 종종 생긴다.

비주류 챔피언들의 장인을 상대할 때.

절대 단점이 없지가 않다.

아직 캐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일 거라 생각한 빅불꽃맨은 찬찬히 거미여왕을 살폈다.

'일단.. 라인클리어가 느려.'

강력한 견제의 대가일까.

어쩌면 당연한 리턴이다.

라인클리어가 느린 편에 속해보이는 거미여왕.

이 말인즉 갱킹에 상당히 약하다는 소리와도 일맥상통하다.

주도권을 가지고 라인을 압박할 때.

자신이 조금만 프리징을 하면 위험한 라인에서 지체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아군 정글러가 갱킹을 올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플레이하는 잭트는.

'갱호응이 탁월하니까.'

즉, 갱으로 따내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체력을 보아하니 적다.

근접 챔피언보다 낮게 설정이 되는 건 게임의 벨런스상 당연한 이치.

심지어 이동기 또한 없다.

"빅태양맨, 탑라인 갱킹 와줘야 해. 필킬이다."

<역갱 분명히 올 텐데?>

빅불꽃맨은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갱에 대한 부분은 빅불꽃맨이 아닌 빅태양맨이 생각해야할 부분.

어려운 이야기도 아닐 터였다.

<어쨌든 뭐 맡겨두라고. 내가 무조건 먼저 갈 테니까.>

"오케이."

당연한 격차다.

시작은 미진했으되 끝은 창대하다.

현재 불밤은 명실상부한 강팀.

까놓고 말해 정글러의 클라스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역갱 자체를 아예 못 치게 하라.

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지만 틈을 노리는 건 다르다.

적팀이 도착하기 전에 한 발, 아니 두 발 이상 앞서 승부를 노린다.

뒤늦은 역갱따위 없으니만 못하다.

하앗!

아군의 정글러 빅태양맨의 리심.

와드를 타고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빅불꽃맨의 잭트 또한 봉을 돌리며 뛰어들었다.

.

.

.

* * *

씨지맥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다.

그리고 관전하고 있을 사람들의 숨을 턱! 하고 막히게 만드는 판단을 내렸다.

터억!

점멸을 사용해 잭트의 도약을 피했다.

도망을 가기 위함이다?

아니다.

오히려 리심을 향해 접근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꽂아넣는 풀콤보.

취익!

점멸과 동시에 던졌던 것은 실뭉치다.

리심을 스턴시키고 독침을 내뱉는다.

폭탄 거미를 던지고 변신한다.

퍼엉!

콰흑!

거미가 되어 물어뜯자 리심의 체력이 와장창 뜯겨져나간다.

거미여왕의 스킬콤보를 전부 맞으면 이 정도의 위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잠시 눈을 떼고 있던 잭트 또한 눈뜬 장님이 아니다.

파바밧!

봉을 돌리며 다가오던 잭트가 점멸을 사용해 씨지맥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그 의도는 자명하다.

잭트가 돌리고 있던 봉의 회전이 멈춰섰다.

쿵!

잭트는 봉의 회전을 멈춰 주위의 적들에게 1초간 지속되는 스턴을 걸 수 있다.

그렇게 상대가 기절한 사이에 공격을 하는 건 당연한 흐름.

6레벨이 아닌지라 3타 공격은 아니었지만 강력한 건 매한가지다.

잭트는 상대를 때릴 수록 공격속도가 올라간다.

푸욱!

더군다나 자신의 평타에 스킬을 실어 추가 데미지를 준다.

삽시간에 세 번의 평타와 발화를 건 잭트에 의해 거미여왕의 체력은 반절 가까이 깎였다.

이윽고 실뭉치에 맞아 기절해 있던 리심도 깨어났다.

터엉!

리심은 먼저 땅을 찍어 거미여왕을 둔화시켰다.

그리고 침착하게 맞힐 수 있는 순간을 노려 음파를 던졌다.

백이면 백 명중할 수밖에 없는 코앞인데다 점멸도 없으니 반드시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그건 거미여왕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오판이었다.

씨지맥이 미소지음과 동시에 리심의 음파는 헛스윙으로 빗나갔다.

휘익!

거미여왕의 E스킬, 거미줄의 효과.

길다란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 2초간 타겟팅 불가의, 사실상 무적상태가 된다.

이렇게 씨지맥이 벌어낸 잠깐의 시간.

어느새 삼선 블루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도착했다.

슈우웅!

점멸을 사용해 거리를 좁힌 나무카이가 리심을 포박한다.

리심은 당연 맞점멸로 도망가려 했지만 늦었다.

나무카이의 일그러진 전진은 지구 끝까지 상대를 쫓아간다.

더군다나.

타악!

거미여왕은 거미줄에서 내려올 때 적을 지정할 수 있다.

타겟만 있다면 점멸의 배가 넘는 거리도 좁히는 게 가능.

첫 번째 노림수는 당연 리심이었다.

콰흑!

거미여왕은 별달리 두드러지는 스킬이 없다.

미달리처럼 기동성이 유별난 것도 아니고

제임스처럼 화끈한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속딜.

쿨타임이 고작 6초에 지나지 않은 Q스킬은 시간만 잘 끌면 두 번이상 활용이 가능하다.

─퍼스트 블러드!

리심의 쌍버프가 거미여왕의 몸에 회수된다.

나무카이의 불가사의한 파동까지 맞아 느려진 잭트.

레드가 묻은 평타로 두들기기까지 하자 도망갈 구석이 없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씨지맥 혼자 대부분의 딜을 우겨넣었다.

더군다나 어그로의 역할 또한 충실했다.

나무카이는 그저 숟가락은 얹었을 뿐.

반박의 여지가 없는 씨지맥의 슈퍼플레이다.

삼선 블루 내 보이스 채팅.

불밤을 상대로한 생각지도 못한 선취점에 침 삼키는 소리가 생생하게 울린다.

그리고 연이어 탄성이 흘러나온다.

<크으...! 맥형만 믿고 가자!>

<형! 내가 탑삼거리에 와드도 박아줬어! 숟가락만 얹은 거 아니지?>

팀원들이 들떠있는 와중에도 씨지맥의 심장은 고요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강팀이 강팀일 수밖에 없는 이유.

불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기세가 있을 때 몰아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씨지맥이기에 할 수 있는 판단.

씨지맥이 아니라면 해서는 안될 판단.

팀의 주장인 씨지맥의 입을 통해 내려진 오더는 믿을 수가 없었다.

"명진아 땅굴파고 대기하고 있어."

거미여왕은 라인클리어가 다소 늦다는 단점이 있다.

그 때문에 킬을 따도 라인관리가 안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나무카이가 도와서 라인을 밀면 그만인 일이지만.

'이용한다.'

맛있는 먹잇감이 되어준다.

적팀은 무리하게라도 쌍버프를 회수하러 올 터.

그렇지 않고서야 탑의 균형은 무너져 내릴 테니까.

해볼 만한 도박수이기도 했지만 위험부담이 엄청나다.

<형 체력이 반밖에 안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어투.

나무카이를 플레이하는 명진이의 반응은 당연했다.

더블 킬을 먹은 골드로 아이템을 하나 사오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강팀을 이기기 위해선 그 상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로드 오브 로드.

정해진 규칙과 흐름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이변은, 전설은 만들 수 없다.

다시 라인에 복귀한 잭트가 미니언을 먹는다.

씨지맥은 라인을 채 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지 못한 척 연기를 한다.

그러면서 레드 평타와 독침으로 잭트의 체력을 갉아놓는다.

그렇게 단 10초.

잭트는 일부러 맞아줬다.

씨지맥은 그 사실을 잭트의 무빙만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리심이 도착한다.

리심 또한 잭트와 마찬가지로 탑라인을 향해 부단히 달려오고 있다.

바야흐로 추측은 현실이 되었다.

하앗!

리심은 기동성에 일가견이 있는 챔피언이다.

와드 방로로 접근함과 동시에 음파를 날린다.

도망가는 와중이었던 씨지맥은 잭트와 거리를 벌릴 수는 있었지만 리심의 음파는 허용해야 했다.

음파를 맞힌 리심은 여유 만만하게 돌격해왔다.

그 순간 교차한다.

터억!

리심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

이는 실뭉치를 10할의 확률로 맞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뭉치의 효과는 1.5초에 달하는 스턴.

연이은 콤보로 독침을 뱉자 리심의 체력이 현재체력에 비례해 콰득 깎인다.

하지만 제 아무리 거미여왕이라고 한들.

고작 1.5초 동안 리심을 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팀원이 있다면, 나무카이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슈우웅!

부쉬에서 튀어나온 나무카이.

대기하고 있던 땅굴이 빛을 발한다.

나무카이가 일그러진 전진으로 리심을 속박하고 한 번의 콤보를 우겨 넣는다.

리심의 체력이 낮아진 후에야 거미여왕은 물어뜯었다.

콰흑!

인간상태에서 내뱉는 독침이 현재 체력에 비례한다면.

거미상태에서 물어 뜯는 독어금니는 잃은 체력에 비례한다.

상대의 체력이 낮을수록 더욱 아프게 박힌다.

리심은 버티지 못하고 갈갈이 찢어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삼선 CGVMAXIM님이 학살 중입니다!

리심을 죽인 것으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미여왕만큼 다이브에 특화된 챔피언.

로드 오브 로드에 있는 백여 명의 영웅들 중에서도 거미여왕만한 챔프는 흔하지 않다.

씨지맥은 미니언을 몰고 잭트를 노렸다.

잭트는 포탑를 낀 채 버티고 있다.

이 이상 손해를 보면 게임이 터질 수도 있다는 판단일까.

물론 믿는 바도 있을 터다.

씨지맥은 아이템도 사오지 않은데다가, 저래 봬도 잭트는 다이브에 상당히 강하다.

어쩌면 역관광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

취익!

퍼엉!

씨지맥의 거미여왕이 독침을 내뱉고 폭탄거미를 터트린다.

그리고 거미로 변신해 독어금니를 내려찍는다.

삽시간에 뜯겨져 나가는 잭트의 체력.

그렇다고 방심은 할 수 없다.

파바밧!

잭트는 위기의 순간에서 재치를 발휘해 실뭉치를 피했다.

씨지맥의 입장에선 악보.

잭트의 입장에선 반격의 기회.

돌리고 있던 봉을 멈춰 스턴을 걸기만 하면 거미여왕을 따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꼭 원하는 대로만 흘러갈까.

휘익!

거미여왕의 거미줄을 사용해 사라진다.

그러자 포탑은 공격할 대상을 잃고 다시 미니언을 때린다.

이미 깎일 대로 깎여버린 잭트의 체력.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삼선 블루의 정글러, 나무카이를 앞에둔 잭트의 목숨은 풍전등화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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