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한국의 첫눈은 L.A보다 빠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미 씨지맥의 풀콤보를 맞고 걸레가 됐던 잭트.
나무카이에 의해 무난하게 마무리 됐다.
이로써 씨지맥의 머릿속 구상은 완벽하게 실현됐다.
'현실이 된다.'
신생팀에 불과한 삼선 블루.
자신들이 우승을 노린다는 것은 세간에선 비웃으리라.
사실 코치 또한 별 말을 안 했을 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하지만 씨지맥으로선 꽤나 진지한 한 마디였다.
'이제 겨우 첫 걸음이다.'
적 탑라이너와 정글의 듀오를 두 번이나 카운터 쳤다.
사실상 반 이상 넘어온 승기.
그럼에도 이조차 첫 걸음에 불과하다.
아직 이겼다고 보기는 뭣하다.
거미여왕이라는 챔피언의 약점.
말화이트처럼 화끈한 이니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파이어뱃처럼 어마어마한 광역딜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한 명을 때려패는데 특화된 스킬셋.
그만큼이나 한계가 명확하다.
초반 라인전이 흥했으니만큼 딜템을 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쎄지지가 않지.'
거미여왕의 주공격기인 독침과 독어금니는 마법피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문력을 올려도 별로 강력해지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탱템만 두르기엔 이도 저도 아닌 챔피언이 돼버린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씨지맥이 다다른 결론은 다름아닌 마법 관통력이었다.
찰칵!
프리시즌에 들어 상향이 된 아이템.
파이어뱃을 주류 챔피언으로 올려준 아이템이기도 한 라알드리의 호통.
거미여왕과도 썩 알맞았다.
아직 완성템이 나올 시간대는 아니지만 하위템인 괴이한 가면과도 상성이 좋다.
'여기에 마법관통력의 신발까지.'
탤런을 포함한 몇몇 AD챔피언들.
순수하게 공격력을 올리기보단 방어구 관통력을 올려 스킬데미지를 추구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AD챔피언들의 이야기다.
AP챔피언의 경우 라둔의 죽음투구라는 주문력 증폭 아이템이 있기에 상황이 다르다.
그런 이유가 있어 일반적으로 관통력 아이템의 우선순위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었고 그 예외는 다름아닌 거미여왕이었다.
'거미여왕에겐 마법관통력만한 게 없어.'
수차례 실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더욱이 마법 관통력 아이템은 가격이 싸다.
그런 아이템들과 효율이 좋다는 사실은 스노우볼을 굴리기에 최적화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익!
지금껏 견제의 용도로 사용됐던 독침.
어디까지나 견제였던만큼 한 방, 한 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괴이한 가면과 마관신에 의해 마법관통력은 30이나 올라갔다.
룬과 특성까지 감안한다면.
'트루 데미지!'
잭트의 체력바가 한 움큼 넘게 뜯겨져 나간다.
그 한 방에 미니언을 먹을 생각조차 포기한 잭트.
하지만 과연 사린다고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씨지맥은 지옥 끝까지 몰아붙였다.
취익!
포션을 부단히 빨아 체력을 회복한 잭트에게도 얄짤이 없었다.
타워를 끼고 경험치만 받아먹으려 하는 잭트에게 씨지맥이 독침을 뱉었다.
연이어 풀어놓은 폭탄거미.
실뭉치는 맞히지도 않고 거미로 변신한 씨지맥이 물어뜯는다.
콰흑!
잭트의 반격기로 피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평타에 한정된다.
광역피해를 1/4 줄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독침과 독어금니는 단일 타겟팅 스킬.
고정데미지에 가까운 마법피해가 잭트의 체력을 뜯어낸다.
그나마 스턴을 거는 것만이 잭트로선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휘익!
씨지맥은 거미줄을 타서 자연스레 피해냈다.
잭트의 반격기는 즉발 스턴이 아니다.
1초라는 대기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거미줄을 사용해 유유히 피할 수 있었다.
다시 하늘에서 떨어진 거미여왕이 평타를 갉는다.
'거미여왕은 평타도 강력해.'
일반적으로 AP챔피언들은 당연 평타가 약하다.
헤일이나 티몽같은 예외도 있다지만 스킬딜 위주의 챔피언들의 평타는 솜방망이.
벨런스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노릇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거미여왕은 평타조차 뒤지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삼선 CGVMAXIM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거미여왕은 거미로 변신하면 매평타에 추가 마법피해를 준다.
더욱이 인간상태에서 폭탄거미를 풀어놓는 W스킬은 공격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액티브로 변한다.
카락!
카각!
그 뿐이 아니다.
거미로 변하는 것만으로도 새끼거미가 튀어나와 본체의 공격을 보조한다.
순간누킹뿐만 아니라 지속딜까지 강력한 거미여왕.
성장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이제 와서 말리려 한다고 한들.
씨지맥이 내리는 탑라인의 폭정은 안하무인이다.
터억!
그러니까 이제 탑라인에 오는 것만으로도 자살행위랑 똑같다는 뜻이다.
사망한 잭트를 대신해 탑커버를 온 리심.
오자마자 거미여왕의 실뭉치를 맞고 꽁꽁 묶인다.
1.5초간 지속되는 스턴.
그 사이에 거미여왕의 풀콤보가 박힌다.
이~쿠우!
리심은 스턴이 풀리자마자 곧바로 거미여왕을 차내고 도망갔다.
그러나 씨지맥의 입장에서 리심은 독 안에 든 쥐.
거미줄에 갇힌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타악!
이전까지는 생존기로 활용했던 거미줄.
공격적으로 활용한다면 점멸의 두 배를 훌쩍 넘는 말도 안되는 접근기다.
아군의 미니언에게 방로를 타 도망가고 있던 리심.
씨지맥의 거미여왕 또한 미니언에게 따라붙은 후 다시 한 번 내려찍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삼선 CGVMAXIM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거미여왕은 궁극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은 화끈한 한 방은 없다는 소리.
하지만 잡캐와 만능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는 말카림 뿐만 아니라 거미여왕 또한 마찬가지다.
씨지맥의 슈퍼플레이가 거미여왕을 탑라인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이거.. 게임 끝난 거 아니야?>
<큰 실수만 안 하고 한타 가면 진짜 굳힐 수 있어.>
게임시간 10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거미여왕이 5킬을 먹었다.
그 여파는 단순 탑라인의 승패로 끝나지 않는다.
삼선 블루 대 불밤의 경기.
미드도 봇라인도 상대적으로 불밤의 기량이 높다.
그렇다고 백이면 백, 불밤이 라인전을 이길까?
어디까지나 확률론이다.
그리고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
<봇라인도 꽤 할만 해. 아니, 솔직히 이기고 있는데?>
<6레벨 찍으면 킬각 한 번 잡을 수 있겠다.>
한 라인이 너무 지나치게 터져버리면 다른 라인 또한 영향을 받는다.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 치더라도 팀게임에서 사기란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더욱이 정글러.
불밤의 정글러인 리심이 말려버림으로서 다른 라인은 딜교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리심은 잔뜩 말린데다 탑라인을 신경써 줘야 하는데 반해, 삼선 블루의 나무카이는 마음껏 활개치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당연한 노릇.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다름아닌 탑라인이다.
'게임의 중심은 확실하게 탑으로 옮겨왔다.'
나지막한 씨지맥의 중얼거림은 흘려들을 내용이 아니다.
누가 원딜 오브 로드라고 했었나.
게임의 승패는 미드와 정글차이만으로 결정된다고 했었나.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삼선 블루 대 불밤의 경기는 명실상부 탑차이로 승패가 정해지고 있다.
즉, 씨지맥을 말리지 못하면 이번 게임.
불밤은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그런데 탑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거미여왕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게임의 승기는 급속도로 굳혀지고 있었다.
.
.
.
* * *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불밤의 탑과 정글이 씨지맥 하나를 못 막아서 난리가 났다.
화면을 통해 이를 보고 있는 관중들의 환호성.
몇몇 불밤 팬들의 탄식 또한 내뱉어졌지만 경기의 내용 자체는 재미가 찰졌다.
중계진들까지 시끌벅적 난리가 났음은 물론.
특히 평소에 말없기로 유명한 강빈 해설조차 들떠있었다.
<거미여왕이 이렇게나 킬을 먹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템이 잘 나오기 때문이죠!>
강조냐라는 별명이 거짓말처럼 강빈 해설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구리스 기름이라도 바른듯 입술 사이가 매끄럽다.
해설의 내용은 여느때처럼 뜬금없긴 하지만 관중석의 분위기는 썩 괜찮았다.
<불타는 망토까지 나와버려서 단단해요. 한타에 들어가면 거미여왕 잡는데만 한 세월이 걸립니다.>
김은준 해설 또한 설명을 뒷받침 하면서 경기는 바야흐로 한타 페이스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용한타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깡패급으로 커버린 거미여왕.
저 거미여왕은 한타에서 최소 한 명을 죽이고 두 명을 붙들고 있을 터다.
더군다나 플레이하는 선수가 씨지맥이다.
라인전에서부터 믿기지 않는 판단력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킬찬스를 만들어냈던 씨지맥.
그런 씨지맥이 한타에서 대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불밤의 입장에선 오직 수성만이 답이었다.
하지만 수성이라고 한들 쉬운 길일까.
퍼엉!
거미여왕이 풀어놓은 폭탄 거미가 수성을 하고 있는 적팀에게 다가가 터진다.
폭탄 거미는 주위에 있는 적에게 접근해서 터지는 습성이 있다.
그나마 앞라인에서 버티던 리심이 방로를 사용해 보호막으로 맞아주긴 했지만.
<라알드리의 호통 때문에 체력이 쭉쭉 깎입니다. 리심은 아직 룬방패도 안 나왔어요.>
<삼선 블루의 포킹을 불밤이 버티는 게 힘들어보이는데요. 이대로 가면 포탑을 내줘야 합니다.>
프리시즌에 들어 새롭게 나온 아이템인 라알드리의 호통.
스킬피해를 가하면 현재체력에 비례한 도트데미지를 가한다.
더군다나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럭키 또한 부단히 빛구슬을 던져대고 있는 상황이다.
불밤은 미드 1차 포탑을 내주며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삼선 블루는 멈추지 않았다.
아예 고속도로라도 뚫은 요량인지 계속해서 진격해 나간다.
불밤은 체력을 채우고 돌아왔기에 조금은 할 만해진 상황.
어느 팀도 해볼만한 한타의 무대가 갖춰졌다.
<삼선 블루도 계속해서 압박만 하다간 큰 걸 잃을 수 있을 텐데요.>
<승기를 잡은 건 좋겠지만 조급해서야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죠. 아, 순간!>
어차피 한 번 정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삼선 블루가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라인클리어 겸 날린 황금빛 광선.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럭키의 궁극기가 엄한 곳에 맞았다.
하필 불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빅캡틴맨의 미스터 포텐에게 말이다.
그래도 서로가 공격의향이 없는 상황인데 별 일이야 있을까.
모든 챔피언들이 뒷걸음치고 있는 가운데 오직 씨지맥만이 움직였다.
점멸 배 이상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줄타기를 사용해 미스터 포텐의 뒤를 잡았다.
콰흑!
어마어마하게 잘 큰 씨지맥의 거미여왕.
이 시간대 원딜러들의 마법저항력을 감안한다면 거미여왕의 일격을 버틸 수가 없다.
더불어 걸리는 발화가 미포의 생명을 확실하게 빼앗는다.
얼핏 보인 킬각을 놓치지 않는 순간적인 판단력.
강빈 해설의 입에서 탄사가 터져나왔다.
<체력이 없을 때 거미여왕한테 맞으면 죽거든요! 게다가 거미여왕은 다이브를 할 수 있어요!>
불밤의 유일한 희망인 빅캡틴맨이 사망.
나머지 네 명의 팀원이 포탑과 함께 거미여왕을 두들기려 하지만 너무 단단하다.
게다가 오히려 자신들의 체력이 깎여나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
아니, 기분 탓이 아니었다.
<불타는 망토와 라알드리의 효과가 제대롭니다! 거미여왕을 잡는다 쳐도 최소 억제탑이 예약됐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마따나 거미여왕은 주위의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달라붙은 리심과 잭트를 향해 터진 폭탄거미.
더욱이 불타는 망토는 단순한 탱템이 아니다.
근처의 적을 지속적으로 태워댄다.
그렇게 거미여왕이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돌격해온 삼선 블루의 팀원들이 불밤을 정리한다.
심지어 씨지맥의 거미여왕은 불사신마냥 죽지도 않았다.
터억!
점멸을 재치있게 활용해 위험지대에서 빠져나간 거미여왕.
쫓아오는 리심에게 실뭉치를 발사한다.
그리고 어느새 스킬쿨타임이 돌아온 독어금니로 물어뜯자 한 입거리.
정확히는 거미로 변한 거미여왕과 새끼거미들의 영양진 식사가 되고 말았다.
─전설의 출현!
삼선 CGVMAXIM님은 전설적입니다..!
<이건 게임 끝난 분위기죠! 넥서스가 밀려도 이상하지 않아요!>
<경기 이대로 마무리되어 가는 듯 합니다. 지옥의 조라 불리던 B조에서 역대급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해설자들의 설명대로 삼선블루는 시간을 질질 끌 이유가 없다.
2차포탑에서 억제탑으로.
억제탑에서 쌍둥이 포탑으로.
씨지맥을 필두로 진격해 오는 삼선 블루의 다섯 팀원들을 불밤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심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