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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82화 (28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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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눈은 L.A보다 빠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프로무대인, 롤챔스에서 이런 트롤링을 하다니.

하지만 현재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은 역으로 감탄해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딱히 혼자 킬을 싹 다 쓸어담으면서 학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데스로만 따지면 거의 미드를 달리는 수준.

그럼에도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절로 터져 나온 데에는 당연 이유가 있었다.

<또! 또! 살아나갔어요.>

<심지어 노텀은 궁극기도 빠졌거든요. 이러면 또 다른 라인이 풀리죠!>

싱나드 하나를 막지 못해서 마진 공격대는 난리가 났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한 번도 말리지 못한 건 아니다.

말려도 말려도 계속해서 미쳐 날뛰고 있을 뿐이지.

<현재 싱나드가 5데스 입니다. 이러면 죽여도 돈, 안줍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의 부연설명이 요점을 제대로 꿰고 있다.

5데스를 한 싱나드는 이제 대포 미니언의 값어치밖에 되지 않는다.

마진 공격대의 입장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싶을 따름.

그런데 바퀴벌레처럼 기어들어가 오버파밍을 해대니 무시하고 있기는 곤란하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오버파밍을 하는 것만으로도 당연스레 만들어지는 수확.

포탑을 끼고 미니언을 먹어야 하는 전기쥐로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줘야 하는 포탑.

그나마 싱나드가 죽었을 때 용이라도 챙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텔레포트를 괜히 든 게 아니거든요? 싱나드가 합류하면 한타의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

<정말 기가 막힌 전략입니다. 선템으로 아테나의 신발 간 것부터가 기가 막혀요!>

전범준 캐스터와 김은준 해설이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

그 만큼이나 현재 싱나드의 플레이는 보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싱나드가 궁극기를 키고 도망가면 마진 공격대는 잡아낼 엄두를 못 냈기 때문.

전기쥐도, 녹턴도, 트와이스페이크도.

CC기라면 최소 하나 씩은 가지고 있다.

그것도 어중간한 둔화가 아닌 스턴들을.

그런데 싱나드가 아테나의 신발을 맞추자 금새금새 풀려져 나간다.

<프리시즌 패치로 생긴 강인함 특성과 아테나의 신발, 그리고 싱나드의 궁극기가 더해졌습니다. 이거 흔히 말하는 입롤인데요?>

김은준 해설위원의 입에서 자연스레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현재 마진 공격대가 가진 강력한 CC기인 스턴들.

아테나의 신발을 올리면 35% 지속시간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3초인 스턴이 2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턴이란 CC기가 안 좋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적을 잠깐만 붙들어도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차고 넘치니까.

게다가 적으로 하여금 가성비가 높은 어쌔신의 신발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크나 큰 메리트다.

아무리 그렇다 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저렇게 CC기를 맞자마자 풀어버리면 이야기가 다르죠! 트페의 황금카드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건 롤챔스 해설을 하면서 처음 보는 일입니다.>

<다른 팀들은 앞다투어 밴하는 트페를 살린 이유가 있었군요!>

김은준 해설의 말을 받아친 강빈 해설의 말은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하는 일이다.

마진 공격대가 거미여왕과 말카림을 저격하기 위해 밴카드를 소비했고 그 바람에 트페가 우연찮게 살아났을 뿐이니까.

어쨌던 간에 현재 싱나드는 그야말로 막을 수 없는 폭주기관차.

CC기를 맞아도 걸리적 거리지를 않고 있는 수준이다.

그 폭죽기관차를 한 번이라도 말리기 위해서 마진 공격대는 막대한 희생이 필요하다.

심지어 이제는 코어이이템까지 완성되어 데미지도 무시할 수가 없다.

<억겁의 스태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싱나드는 탑으로 향하고 있어요.. 마진 공격대 진짜 큰일 났습니다.>

삼선 블루의 봇듀오가 자신들의 고향 봇으로 귀환했다.

역으로 싱나드는 탑으로 향했다.

이것이 과연 뭐가 문제길래 김은준 해설이 호들갑을 떤 걸까?

그 이유는 싱나드의 스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삼선 블루가 마진 공격대를 상대로 용을 대놓고 치고 있습니다. 마진 공격대,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글로벌 골드를 크게 뒤쳐지지 않고 있는 게 마진 공격대에게 있어 웃어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 둘 용을 내주게 되면 밑도 끝도 없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

지금껏 싱나드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준 마진 공격대였지만 이래 봬도 저력이 있는 팀이다.

유유부단하지 않았다.

<들어가야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니시 걸어야 합니다!>

이니시를 걸 챔피언은 차고 넘친다.

트와이스 페이크도, 전기쥐도, 노텀도 이니시에는 일가견이 있다.

마진 공격대는 역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과감히 움직였다.

타라락!

트페의 궁극기가 펼쳐지며 삼선 블루의 위치가 환히 밝혀진다.

삼선 블루는 안쪽에 핑크와드를 깔고 이미 용을 치고 있었다.

이니시를 걸기에는 지금이 적기.

쿠구구궁!

연이어 노텀의 궁극기가 발동했다.

소환자의 전장에 어둠이 몰아닥치고 천둥까지 터져댄다.

노텀이 쏘아짐과 동시에 전기쥐 또한 백만볼트를 발동하며 들어간다.

가히 우승후보다운 한타능력.

분위기만 보자면 질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잊어서야 안된다.

사람이 너무 흥분하면 중요한 사실을 지나치고 말아버리니까.

더욱이 삼선 블루 또한 눈뜬 장님이 아니다.

<헤이클린을 플레이하는 헬멧 선수! 포지셔닝이 기가 막힙니다. 헤이클린이란 챔피언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어요.>

헤이클린은 다른 원딜 챔피언들에 비하면 조금 약하다.

대신에 사거리가 길고 지속딜에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선 블루의 원딜러, 헬멧은 헤이클린이란 챔피언을 백분 활용하고 있었다.

물론 부족하다.

지속딜을 넣으려면 시간이 필요불가결.

선수 개인의 피지컬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팀원이, 앞라인의 탱커가 존재하는 법이다.

치이이이잉...!!

아무도 막을 엄두를 못내는 폭주기관차.

싱나드가 어느새 텔레포트를 타고 도착했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달려나간다.

<싱나드가 유령화를 키고 돌격합니다! 이즈레알! 이즈레알!>

생존기 좋기로 소문난 이즈레알을 향해 싱나드가 돌진한다.

마법화살들이 뿅뿅 날아옴에도 개무시 닥돌.

보다 못한 트와이스 페이크가 점멸 황금카드를 박아 넣었다.

띵!

원래라면 띠잉! 느낌으로 스턴이 지속돼야 하는 황금카드.

채 0.5초가 안되어 풀려버린다.

강인함 수치가 6할에 근접하는 궁극기를 킨 싱나드의 위엄이었다.

<비전으로 점멸로 도망을 가는데 그걸! 기어코!>

전범준 캐스터의 입에서 절로 터져나오는 탄성.

유령화의 빠른 이동속도로 이즈레알을 따라잡은 싱나드가 뒤로 넘겼다.

그리고 끈끈이를 깔은 다음 진득하게 독을 묻힌다.

억겁의 스태프가 나온 싱나드가 선사하는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를 끈덕지게.

트페가 황금카드를 던져대고 쏘냐가 파워센도를 쏘아대도 말릴 수가 없다.

분명 CC기를 맞았는데도 클린즈를 사용한 것마냥 금새 떨쳐낸다.

그 피지컬 귀신같기로 유명한 스프레이의 이즈레알조차 어떻게 떼어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즈레알은 사망하고 만다.

<이즈레알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 죽는다는 거죠!>

강빈 해설이 당연한 소리를 읊어대도 경기장의 분위기는 흥이 난다.

그 만큼이나 잘 큰 싱나드가 원딜러를 강제로 사망시키는 장면은 임펙트가 강렬했다.

이렇게 흥미진진 흘러가는 게임에는 환호가 빠지면 섭하기 마련.

관중석의 분위기는 달아오르다 못해 데여버릴 지경이다.

─트리플 킬!

삼선 HELMET 선수가 학살 중입니다..!

싱나드가 적팀 세명을 붙드는 사이.

무난하게 딜을 넣은 헤이클린에 의해 적팀은 하나하나 정리된다.

킬을 먹은 것만 보자면 헤이클린이 캐리한 것만 같은 상황.

하지만 모를 수가 없다.

해설진들이 하나하나 부연설명을 붙여주지도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번 게임의 MVP는 다름아닌 씨지맥의 싱나드라는 사실을 말이다.

.

.

.

* * *

"그래서 설명할 수 있겠어?"

간만의 기분전환을 하기위해 찾아온 DVD방.

나와 예은은 약속대로 한국 롤챔스의 녹화방송을 돌려보고 있다.

아무래도 대회게임은 큰 화면으로 보는 게 제맛인 법이니까.

그런데 이 녀석.

자기가 힐링이다 뭐다 외출하자고 한 주제에 뻣뻣하다.

볼까지 부풀리고 있는 게 지금 이 상황에 불만이 있는 듯하다.

'쯔쯧, 그러게 복장 좀 편하게 입고 나오지.'

평소에 잘 입지도 않는 치마를 왜 또 입고 나와서.

모르긴 몰라도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일 터다.

옷이 불편하면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나마 나니까 그런 사소한 언짢음도 이해해 주는 거지.

나는 예은을 배려해주기 위해 최대한 사근사근한 어조로 물었다.

지금 진행되는 경기의 상황을 알겠느냐고.

"..몰라, 멍청아."

"하아, 이거 참 안타깝네. 그럼 한 번만 설명해 줄테니 잘 들으라고?"

이해심 많고 친절한 내가 참아준다.

솔직히 말해 쓴소리해서 아쉬운 쪽은 나이기도 하다.

지금 나와 예은은 자그마한 방 안에 둘만이 있게 됐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큰일나지.'

이렇게 남녀가 밀실에 있으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해가 생기면 곤란한 건 내 쪽이다.

이 조그마한 방구석엔 안타깝게도 도망갈 구석이 없다.

"그러니까 안 때린다고.. 짜샤아!"

"소리지르는 거 보소. 어휴, 살 떨려."

답답한 상황이 생겨도 말로 해결하길 잘했다.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예은을 향해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 마진 공격대는 조금 더 성장을 해야 했어. 그를 위한 트페와 노텀이었단 말야. 글로벌 궁극기 알지?"

"아, 예에~~!"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턱을 괴고 듣는 척 마는 척.

종종 태도가 안 좋은 일은 있어도 내 말을 무시하는 일은 없는 예은이다.

나는 설명을 이었다.

"결국 마진 공격대는 싱나드 하나에 완전히 휘둘려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전혀 못해버린 거지. 알간 모르간?"

"..알간. 그래서 다음은?"

아무리 플레이하는 사람이 차이가 있어도 똑같이 성장하면 좋을 게 없는 글로벌 궁극기 챔피언, 트페다.

게다가 노텀은 싱나드를 보느냐 헤이클린의 성장을 방치했다.

덕분에 헤이클린은 챔피언의 특색을 살려 이즈레알을 상대로 조금 더 많은 CS를 챙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싱나드가 날뛰어준 덕분.

"솔직히 명강의 아니냐?"

"..선생녀석만 제대로 된 놈이었으면."

삼선 블루가 첫 용한타를 대승한 이후로 게임은 스무스했다.

포탑철거에 특화된 헤이클린 덕에 스노우볼을 굴리기도 편했다.

여차하면 유령화를 킨 싱나드가 다이브까지 하니 과연 손쉬웠다.

여기까지가 1세트의 포인트.

"그리고 2세트는 삼선 블루가 애꾸사자를 활용해…."

"잠깐만."

다음 2세트의 포인트를 연이어 진행하려던 도중.

예은이 세상 모든 일을 달관하기라도 한듯한 표정으로 한 마디 뱉어온다.

내 말을 끊고서라도 해야 할 말이 있는 걸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흐름이지만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

"기껏 이런 곳에 왔는데.. 조금만 쉬고 하는 건 어때..?"

평소와는 다른 소근소근한 목소리.

예은의 의도를 나는 단박에 눈치챘다.

아무래도 바깥까지 소리가 새어나가면 곤란할 수 있으니 자그마하게 속삭인 모양이다.

충분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제 겨우 한 시간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딴 생각이라니.

나는 예은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선고했다.

어쩌면 잔인할 수도 있는 한 마디.

예은의 착각을 바로 잡아주기로 했다.

"예은아, 여기 한국이 아니라 DVD방에는 자장면 배달이 안돼."

"......."

밥순이에게는 해서는 안될 소리라 어지간하면 말을 안 꺼내려고 했는데.

그래서 일부러 강의를 계속해서 잇다 배고파질 때쯤 나가려고 했는데.

어찌나 안타까우셨는지 대답이 없으시다.

미안하지만 자장면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 배달이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두 발로 서있는 나라는 미국이니까.

당연하게도 한국처럼 아무 데나 배달을 해주지 않는다.

안 그래도 배달이 되는 가게가 별로 없는데 집도 아니고 DVD방에 해줄 턱이 없다.

혹시 몰라서 미리 조사까지 끝마치고 온 나다.

"그러니까 한 시간만 더 하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걸로 퉁, 오케이?"

"노케이 시...! 후우.. 어느 쪽이든 빨리 진도나 빼자.."

부풀렸던 예은의 볼따구가 줄어들며 말꼬리를 내려온다.

드디어 체념을 한 듯하다.

이렇게 쉽게 포기해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다음 경기.

한국 롤챔스의 준결승전, 두 번째 세트 씨지맥이 애꾸사자를 플레이했던 경기의 녹화방송을 화면에 띄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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