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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눈은 L.A보다 빠르다
마진 공격대 대 삼선 블루의 두 번째 세트.
이전 세트와 달리 라인전 구도는 지극히 안정적이다.
일반적인 솔랭의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평면적인 양상을 띄게 된데는 당연 이유가 있다.
마진 공격대는 정말 말 그대로 게임을 하고 싶었다.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묵직한 힘싸움.
정면 싸움이 된다면 절대 지지 않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진 공격대는 그냥 다 밴해버렸다.
말카림, 거미여왕, 싱나드.
변수를 없에기 위해 거슬리는 챔피언들을 싹 다 죽였다.
물론 이렇게 밴카드를 막 소비하다보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다.
마진 공격대는 현 최고의 OP챔피언인 트와이스 페이크를 삼선 블루에 내주게 됐다.
그런 선택조차 불가피할 정도로 마진 공격대는 궁지에 몰린 상태다.
"애들아, 지금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면 이긴다. 파이팅!"
"그래, 한타까지 반반만 가자. 그러면 무조건 이겨."
마진 공격대의 탑라이너 마크눔은 굴욕적인 기분이었다.
반반이라니, 공격적인 성향인 자신에게 본래라면 있을 수가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현실과 반드시 타협을 해야 할만큼 상황은 좋지가 않았다.
막말로 한 판 만 더 지면 준결승전이 이대로 끝이 난다.
고작 삼선 블루에게 2대 떡으로 발리게 된다.
용납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마크눔은 자존심을 죽이고 안정적인 쇈을 골랐다.
수비적인 탑챔피언의 정점에 서있는 쇈은 라인전만 따지면 완벽에 가깝다.
라인유지력은 당연하고 딜교환 또한 어지간하면 밀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플레이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
이기면 이겼지 밀릴 일은 결단코 없다.
조금 치사하긴 해도 최소 반반의 라인전을 가며 원딜러인 스프레이를 밀어준다.
스프레이에게 캐리를 맡긴다.
그렇게 안정적인 게임의 흐름을 타면 삼선 블루같은 되도 않는 신생팀에게 질 가능성은 제로.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견했다.
'아니, 이게 무슨 개같은..!'
다름아닌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딱히 갱킹이 온 것도 아니고, 이전 판처럼 해괴망측한 플레이를 하는 챔피언 때문도 아니었다
1렙부터 오버파밍을 해대는 싱나드같은 것만 아니면 라인전은 당연 자신의 압살.
정식으로 맞붙게 된다면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가온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크허어엉!
마크눔은 수풀 속에 튀어나온 애꾸사자에게 칼빵과 평타를 박아넣었다.
그리고 애꾸사자의 공격을 실드로 막았다.
이 간단한 딜교환만으로 본디 애꾸사자는 쇈을 이길 수 없다.
그래야만 했다.
'아니, 왜..!'
때려도 생각만큼 달지를 않는다.
게다가 체력을 계속해서 채워낸다.
한 번의 딜교환만 따지면 자신이 조금은 유리.
그런데 장기적으로 가니 가랑비에 옷 젖듯 피해가 쌓여간다.
그에 반해 애꾸사자는 체력이 유지가 된다.
설마 하지만 실력차이로 자신이 졌을 리는 없다.
애꾸사자를 상대로 한 딜교환은 완벽했고 흠잡을 데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마크눔은 아군 정글러의 도움을 받아 귀환타이밍을 잡으며 숨을 돌렸다.
이유가 무엇이지 천천히 생각을 하며 라인에 복귀했다.
다시 맞라인전을 서게 된 후.
애꾸사자가 사온 신박한 아이템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
.
.
* * *
라인스왑없이 정석적으로 치뤄지는 탑라인전 구도.
일반적인 흐름이라면 당연 마진 공격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마크눔.
시즌2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한국 최고의 탑솔러 바로 그 마크눔이다.
아무리 최근 씨지맥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들 투표를 한다면 최소 8할은 마크눔의 손을 들어주리라.
어흥!
하지만 게임의 상황은 정반대.
오히려 씨지맥이 마크눔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도 팀을 위해 자기 자신의 플레이를 포기하고 수비적인 게임을 하고 있는 마크눔을 말이다.
마크눔의 쇈이 속된 말로 쪽을 못 쓰고 있다.
<넘어지지 마라!>
씨지맥의 애꾸사자가 스킬쿨을 계속해서 돌리며 쇈을 견제한다.
당연히 쇈도 처음에는 반항을 해왔지만 이내 포기했다.
격차가 현저하기 때문.
쇈의 체력은 지속적으로 깎이고 있는데 반해, 애꾸사자의 체력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애꾸사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어.'
그것도 그냥 애꾸사자로는 턱도 없었다.
AD아이템을 올리는 암살자는 스킬구조상 쇈을 못 이긴다.
쇈은 도발을 사용해 적이 가하는 물리데미지를 반절이나 상쇄시키니까.
게다가 몸도 단단하고 맞딜 또한 만만치 않아 자칫 잘못하면 발화에 킬각이 나올 수 있다.
그 점을 착안해 씨지맥은 마법피해로 천천히 갉아냈다.
크허어엉!
수풀 속에서 쇈에기 뛰어든 애꾸사자가 연달아 크게 짖는다.
딜교환 방식만 보자면 일전의 패치로 사용할 수 없게 된 AP애꾸사자를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데미지.
주문력을 올리는 AP애꾸사자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즉, 순수한 AP애꾸사자는 아니다.
결정적인 차이점.
AP애꾸사자였다면 라인전을 이리 압도하는 게 불가능했다.
주문력 아이템을 올리는 애꾸사자는 지난 패치로 너프가 됐다.
게다가 쇈이 우겨 넣는 딜링에 취약하다.
도발이라도 한 번 잘못 그이면 그대로 사망.
물몸이기 때문에 갱킹을 고려해서 딜교환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AP애꾸사자로는 쇈을 못 이긴다.
그럴 텐데도 씨지맥의 애꾸사자가 방약무인 날 뛸 수 있는 이유.
'때려도 달지를 않을 걸?'
설사 도발을 맞아도 딜교환을 지지 않는다.
게다가 깎인 체력은 다시 회복한다.
딜교환을 하는 보람을 없게 만들었다.
쇈은 이미 딜교환을 포기한지 오래.
반항을 포기하고 미니언만 최대한 챙기고 있다.
'정말 잘도 생각해냈지.'
현재 씨지맥이 플레이하는 건 AP도, AD도 아닌 탱템을 가는 애꾸사자다.
때문에 데미지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그를 만회하고도 남을 유지력.
W스킬, 야성의 외침을 연달아 사용해 최대 체력의 15%를 회복한다.
그렇게 계속 스킬쿨을 돌려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자신은 회복하는 게 핵심이다.
이것이야말로 씨지맥이 쇈을 이길 수 있었던 딜교환 메커니즘이었다.
당연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플레이 방식이다.
씨지맥은 길고 긴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난 후에야.
그리고 올마스터의 조언이 보탬이 되고 나서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애꾸사자의 회복량은 사기가 맞아.'
애꾸사자는 자신만만, 여유가 넘치는 먹이사슬 최상위의 포식자다.
밀림의 왕 사자에게 날카로운 발톱이 존재하듯, 애꾸사자가 공격적인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씨지맥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암살자로 기획된 챔피언이라고 과연 딜템만 올려야 할까?
씨지맥이니까 할 수 있는 바보같고 순수한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딜러가 탱템을 가면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막말로 암살자인 끠즈가 탱템을 올린다고 생각해보자.
딜도 안되고 탱도 안되고 참 멍청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애꾸사자는 말이 됐다.
'탱애꾸사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애꾸사자는 지금껏 두 가지 방향으로 쓰였다.
공교롭게도 현재 씨지맥이 상대하고 있는 마진 공격대의 탑라이너, 마크눔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됐다.
암살자는 암살자지만 AP암살자.
죽음의 불타는 손길로 한 순간에 적을 녹여버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애꾸사자는 AD암살자로 기획된 챔피언.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지 않는 꼬라지를 두 눈뜨고 못 보는 게임사에 의해 너프가 되었다.
대신 AD챔프로 쓸 수 있게 상향을 해줬다.
그로 인해 AD애꾸사자가 OP가 되자 벨런스를 조정한다며 다시 너프.
병주고 약주고, 정말 애꾸사자에게 원한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기적이던 몇몇 버그까지 픽스가 되면서 애꾸사자는 아무도 쓰지 않게 됐다.
암살자인 주제에 AP로도, AD로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그 애꾸사자가 색다른 모습으로 씨지맥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어흥!
씨지맥은 이미 첫 번째 코어아이템을 완성했다.
정령힘의 향상.
마법저항력과 체력, 그리고 애꾸사자에게 중요한 스킬 쿨타임감소가 20%나 달려있는 꿀템이다.
안 그래도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던 딜교환.
코어템이 나오자 쇈은 아예 칼을 던져 견제하는 것조차 포기했다.
밀려오는 미니언을 받아먹는데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사리면 애꾸사자가 솔킬각을 노리는 건 불가능하다.
쇈이 딜교환을 해주면 모르되 아예 안 한다면 우겨 넣을 수 있는 데미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딜템이 아닌 탱템을 간 애꾸사자로서는 어쩔 수 없다.
특히나 W스킬, 보호막을 먼저 찍은 쇈은 라인전을 우직하게 잘 버틴다.
그렇다고 바보같이 파밍만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편이 활동하기엔 나아.'
씨지맥이 하기로 마음먹은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전에 말카림을 했던 것과 비슷하게 적정글을 빼먹는다.
그러면서 빼먹는 연기를 한다.
적팀의 와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씨지맥은 궁극기를 사용했다.
두근!
두근!
심장의 고동소리가 울리며 애꾸사자가 은신상태에 접어든다.
적팀의 미드라이너 제임스를 향해 씨지맥은 빠르게 달려나갔다.
휘리릭!
제임스에게 강화된 목줄이 내던져지며 속박시킨다.
연이어 박아넣는 풀콤보.
크허엉!
아무리 탱템을 간 애꾸사자라 한들 발화와 연계되는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애꾸사자 혼자가 아니다.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트페가 황금카드를 뽑은 채 달려온다.
띠이잉!
호응이 조금 늦었다.
그 탓에 속박이 풀리고 제임스는 포탑까지 점멸을 사용했다.
쇈이 제임스에게 궁극기를 사용하며 보호막이 덧씌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변할까.
황금카드의 스턴시간 동안에 제임스의 체력은 부단히 깎이고 있다.
더욱이 스턴이 풀리자마자 애꾸사자가 다시 한 번 목줄을 휘어감은 게 결정적이었다.
휘릭!
처음 목줄이 속박이었다면 이번에는 슬로우.
쇈이 뒤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제임스의 운명은 결정된 뒤였다.
느려진 제임스의 뒤를 따라간 트페와 애꾸사자가 포탑에 맞으면서까지 딜을 우겨넣은 결과.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당연 애꾸사자라고 무사할 수 없다.
쇈이 도발을 긋자 안 그래도 포탑에 얻어맞던 애꾸사자는 체력이 엄청나게 낮아진다.
그 위기의 순간에도 씨지맥의 표정은 여유만만.
죽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허엉!
정령힘의 향상덕에 빨라진 스킬쿨타임과 놀라운 회복량.
한 번 더 포탑에게 맞으면 죽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서 강화된 야성의 외침을 사용했다.
1할의 체력이 지체없이 차오르며 애꾸사자의 생명줄을 유지시킨다.
'정말 아슬아슬했어.'
본래라면 2할의 체력이 회복돼야 했다.
그런데 제임스와 쇈이 치유감소가 있는 발화를 걸은 탓에 그 절반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1할이다.
현재 애꾸사자의 체력은 근 2천, 200에 가까운 체력을 회복해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 간발의 차이가 만들어낼 스노우볼.
'결코 적지가 않다.'
쇈은 자기 라인의 CS를 포기하고 궁극기를 탔다.
미니언 손실이 있었음을 물론.
형성되고 있는 미니언 웨이브조차 씨지맥에게 웃어주고 있다.
이렇게 될 거란 사실까지 씨지맥은 전부 계산을 마치고 로밍을 선택했다.
찰칵!
다음으로 구입하는 코어템은 워울프의 심장.
이전 시즌부터 꾸준하게 OP성능을 자랑하는 훌륭한 탱커아이템이다.
체력을 1천 올려주고 매5초마다 최대체력의 1.5%를 회복시켜준다.
첫 번째로 맞춘 정령힘의 향상과도 시너지가 좋은 아이템.
'마진 공격대의 원딜캐리 조합을 무너뜨린다.'
원딜 중심의 조합은 시간이 갈수록 굳건해진다.
분명히 극후반에 간다면 마진 공격대의 원딜러, 스프레이의 피지컬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거다.
아군 원딜러 헬멧 또한 알아주는 실력을 자랑하는 원딜러지만 스프레이는 격이 다르니까.
현 프로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원딜이다.
이 말인즉,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원딜이란 소리다.
'막을 수 없는 스노우볼링, 그리고 죽지 않는 불사신.'
원딜러가 가진 두 가지 약점.
하나는 긴 성장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중반 타이밍까지 잘 큰 탱커를 잡을 딜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스프레이급라면 후자의 패널티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맞은만큼 회복해준다.'
그래봤자 어느 정도다.
정령힘의 향상과 워울프의 심장.
마지막으로 바늘 갑옷이 완성되는 순간 게임의 승패는 확정지어지리라.
씨지맥은 자신의 계획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정신을 빠릿하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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