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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북미에서는 한참 무르익고 있는 와중인 롤챔스 윈터시즌.
한국에선 이미 결승전까지 완전히 결론이 났다.
그렇다고 이야깃거리가 될 화제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결승전 솔직히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인정할 건 인정하자.
지금까지 본 롤챔스 결승전 중에 제일 재밌었다..!
└ㄴㄴ 솔직히 1,2,3세트는 뻔한 구도였어.
└근데 4,5세트가 역대급..
└인정합니다. 진짜 씨지맥 하아….
녹화방송 따위로 본 사람은 그 감동을 모른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포기하고 있었을 때.
불리한 상성과 여건, 팀원, 모든 것을 뒤집어 혼자서 오롯하게 이변을 만들어냈다.
시즌2가 끝나고 시즌3의 첫 대회.
롤챔스 윈터시즌이 만들어낸 슈퍼스타.
역대급의 탑라이너가 탄생했다.
─시즌2에 마크눔이 있었다면.
시즌3은 씨지맥.
계승하는 탑왕좌의 계보ㄷㄷ
└닥후아님? 마크눔은 캐리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결국 탑이라.
└게다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 못할 땐 오지게 못했지.
└그래도 아직은 봐야 한다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다.
세상엔 뽀록이라는 게 존재한다.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잘 나간 걸 수도 있다.
너무 지나치게 하이패스로 정상까지 올라가버린 씨지맥.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캐리력.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젓던 경기에서 정말로 단 혼자.
탑솔러 개인의 힘으로 팀게임을 뒤집어엎은 그 감동은 탑솔러라면 눈물을 흘릴 정도다.
지금껏 무시받고 천대받던 탑신병자.
탑솔러들에게 있어 씨지맥은 북극성과도 같았다.
오갈 길을 모르던 탑솔러들에게 북극성이라는 불변의 지표가 생겼다.
─제발 아 말카림충색기들.
님 롤챔스 안 봄?
이 소리 한 번만 더 들으면 백만번이다 으아아!!!!
└ㅋㅋㅋㅋㅋ 말카림 밴 안 했냐?ㅋㅋㅋ
└롤챔스 거품빨 오지게 받음ㅋㅋ
└ㄹㅇ 씨지맥이 아니면 하면 안되는 챔프다.
결승전에서 보여준 말카림의 임펙트가 너무나도 컸던 탓.
본디 비주류이던 말카림의 픽률이 급증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충들이 부지기수 늘어났다.
물론 말카림같은 안 좋은 케이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말카림은 솔찌 좀 아닌데..
거미여왕은 진짜 좋더라.
라인전만 따지면 거의 패왕급.
애꾸사자도 플레이하기 편하고 안정적이고 느낌 괜찮더라.
싱나드는.. 그냥 말카림이랑 같이 밴하자.
탑구역의 두 미친넘들이야..
└이게 제대로 된 분석이지.
└겜보는 눈 최소 다이아ㄷㄷ
└이번에 실버 올라왔는데요?
말카림은 라인전에서 힘든 부분이 너무 많다.
굳이 네네톤이라는 초 하드카운터까지 가지 않아도 다른 챔피언들도 어지간히 힘들다.
전기쥐나 파이어뱃같은 챔피언들이 지져대면 말카림은 혈압터진다.
그나마 씨지맥이니까.
정말로 씨지맥이니까 버티는 거였고 솔킬까지 따버릴 수 있는 거였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이렇듯 낮은 티어에선 트롤챔이라 무시받고 있는 싱나드는 오히려 높은 티어에서 주목받았다.
운영을 조금만 할 줄 알면 플레이 방식이 너무 편한 데다 성장기대치까지 높았기 때문.
유저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너프까지 예정됐을 정도다.
─최근 상단 공격로에서 싱나드의 파밍을 막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1레벨부터 라인을 넘어 파밍을 하는 싱나드의 플레이를 개발한 유저분들의 창의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는 한편 지나치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싱나드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싱나드가 탑라인의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다음 패치에서 밸런스 조정이 있을 예정입니다.
챔피언 싱나드.
E스킬 - 넘기기
아이스께기는 범죄야! : 싱나드의 E스킬, 넘기기의 구간 별 데미지와 스킬의 계수가 줄어듭니다.
R스킬 - 광란의 마약
마약도 범죄야! : 싱나드의 궁극기, 광란의 마약에 부여된 강인함 효과가 사라집니다.
싱나드라는 챔피언이 성장기대치가 높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
라인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근데 1렙부터 오버파밍을 해서 라인전을 아예 패스한 채 성장만 하니 이토록 좋을 수가 없더라.
더군다나 적팀은 포탑을 끼고 미니언을 받아먹어야 하니 게임이 말린다.
당연 형평성에 어긋난다.
심지어 너프사항은 한 가지가 아니다.
간접적인 너프가 끼어 있었다.
근본적인 너프기도 하다.
싱나드가 낮은 점수대에서는 트롤 취급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죽어줘서 적팀의 정글러 살찌워주는 애물단지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나 주술의 칼 스택을 채워주기까지 한다.
평범하게 게임하는 팀원들의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노릇.
하지만 운영의 요소가 가미되니 고티어대에서 싱나드는 트롤이 아니라 좋아서 필밴이 됐다.
그 이유.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하나로 추려진다.
잡으면 잡을 수록 돈을 주지 않기 때문.
그렇기에 긴급 패치가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로드 오브 로드 운영진입니다.
이번에 특별한 패치사항을 하나 들고 왔어요!
바로 현상금 제도입니다.
앞으로 킬을 많이 먹은 플레이어를 사냥하시게 되면 추가 골드를 받게 됩니다.
추가적으로 처형을 당해도 현상금이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게 변했습니다.
적팀의 한 유저가 지나치게 캐리력을 보여주고 있다구요?
그렇다면 팀원과 합심해서 캐리를 막아보세요^^
보상이 더욱 쏠쏠하답니다?
└적이 미쳐 날뛰는데 팀원과 어떻게 합심해? 커버갔다가 적 더블 킬! 전설의 출현! 어휴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네.
└ㄹㅇ 못하는 라인에 갱가면 안됨.
└모카차의 정글 십계명ㄷㄷ
확실히 필요했던 패치다.
지금까진 학살을 하는 캐리유저를 따내도 별 보람이 없었으니까.
캐리유저를 막는 것보다 만만한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게 맞았다.
망한 라인에 갱킹을 가지 말라는 명언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연속으로 킬을 많이 따낸 플레이어를 저지하면.
즉, 학살을 멈추면 추가 골드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유리한 팀입장에서 실수 한 번을 뼈아프게 만들었다.
불리한 팀입장에서는 역전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패치다.
많은 유저들이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의 명패치에 찬사를 보냈다.
솔직히 말해 한 번 망한 게임.
특히나 라인이 한 번 망해버리면 답이 없었으니까.
저렇게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요소를 넣으면 게임이 더욱 흥미진진해지기 마련이다.
지금껏 게임이 조금만 불리하면 쉽게 포기해버리던 유저들 입장에서 이어나갈 희망의 끈이 생겼다.
그러나 빼먹으면 안되는 한 가지 사실.
바로 처형에 관련된 부분이다.
─저거 패치되면 1렙 오버파밍 싱나드 못하는 겨?
처형해서 몸값 낮추는 거 개꿀이었는데.
└휴, 이제 싱나드충들 사라지려나..
└님들 근데 다이아구간에선 싱나드 개꿀이었음.. 난 얼마 못 빨았지만.
└솔직히 밸런스 파괴요소였음.
싱나드가 자의적으로 포탑에게 맞아 죽는다.
그것만으로도 싱나드가 주는 골드가 적어졌다.
한 다섯 번쯤 죽으면 대포 미니언보다 돈을 안 줄 지경.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껏 이 말도 안되는 행위를 실행한 유저는 없었다.
실행을 하려고 해도 할 이유가 없었다.
라인전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적 포탑까지가 처형을 당하겠는가?
더군다나 처형을 당하면서 어쩌다가 날라온 적 스킬에 한 대 스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킬 상납이다.
1렙부터 오버파밍이 가능한 싱나드라는 챔피언이 가진 이점.
씨지맥이 정말 게임 시스템의 틈을 잘 파고들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탓에 결국 막혀버렸다.
여기에 더해 싱나드가 시작아이템으로 선택하는 크리스탈 유리병.
충전형 포션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고 너프가 된 건 아니고 대신 두란검과 두란링이 조정되었다.
옵션이 조금 낮아진 대신 포션과 같이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변했다.
툭하면 하향만 시켜대는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사로서는 정말 이례적인 일.
어쨌든 간에 적다고는 할 수 없는 변화점이다.
당연하게도 이 많은 패치들은 북미의 롤챔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NA의 윈터시즌에 영향을 준다.
단 한 명이 해낼 수 있는 캐리력이 조금은 떨어지게 되었다.
반대로 5:5팀게임이라는 요소는 더욱 부각됐다.
조금은 달라진 로드 오브 로드.
이번의 패치가 과연 어떤 양상을 낳을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롤챔스에서 만나볼 수 있으리라.
그러한 파급력을 몰고 온 씨지맥이지만 한 가지.
옥에도 티가 있듯 씨지맥에게도 하나 까임 요소가 있다면.
바로 조금은 뜬금없던 결승전 승리를 장식하는 인터뷰였다.
─씨지맥 우승 인터뷰 또 보고 있는데ㅋㅋㅋ
아니 올마스터라는 단어만 정확히 17번 언급함.
무슨 누가 보면 올마스터가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ㅋㅋ
.
.
.
* * *
<저희 삼선 블루가 신생팀임에도 우승까지 달릴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기쁨은 함께 하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한국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씨지맥.
연습이 바빠 결승전을 실시간으로 챙겨보지 못했던 나는 녹화방송을 돌려보고 있다.
이미 경기는 대략적으로 훑어봤고 전략 또한 파악했다.
'역시, 기량이 뛰어나.'
이전 생에서도 씨지맥은 알아주는 탑솔러였다.
하지만 시기를 잘못 만난 시대의 비운아.
씨지맥의 전성기는 시즌3이었다.
하지만 프로게임단에 스카웃되게 된 건 시즌3이 다 끝나갈 무렵이었다.
본인의 결심이 늦은 건지.
아니면 여건이 안된 건지는 몰라도 자신의 기량이 뛰어날 때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게이머 인생을 끝마치는 선수들은 나는 셀 수 없이 보았다.
그랬던 씨지맥이.
'출세를 하는 건 좋은데.'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
지금이 멘트를 내 방에서 봐서 다행이지.
팀원들과 봤다면 차마 버텨내지 못했으리라.
<제가 LCL를 치룰 당시 속해 있던 '딸기맛 치킨' 팀의 주장, 올마스터야 말로 제 정신적인 지주이며….>
하는 망언을 정말 진지하게 내뱉고 있다.
장난스레 내뱉으며 그러려니 하겠는데 표정도 어투도 진심이 엿보인다.
롤챔스에서 우승을 이뤄낸 주역의 우승소감에 올마스터의 찬양이 들어가 있었다.
본인인 나조차 차마 듣기 거북할 지경.
인터뷰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낯빛에도 곤란함이 역력해 보인다.
"어차피 한국어 모르잖아? 내가 말하고 다니면 또 모르지만. 깔깔."
"진짜.. 진지하게 하지 마라…."
분명 방구석에 숨겨두었던 내 과자.
어떻게 찾아냈는지 몰라도 예은이 자연스럽게 까서 먹고 있다.
남의 방에서 남의 과자 까먹으면서 나를 놀리기 까지 한다.
마음 같아선 꿀밤을 쥐어박고 싶지만 힘이 빠진다.
롤챔스, 그것도 결승전 인터뷰에서 언급이 되다니.
한두 번이었다면 훈훈함을 넘어 자랑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정말 별 말 안 한 거 같은데 도움이 되었다면 기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과장없이 열 번은 넘게 언급한 것 같다.
"내가 세봤는데 16번? 아니, 17번 같아."
"....쓸데 없는 거 세지 말고 우리 팀 대전표 승패나 세라."
한국의 롤챔스는 이틀 전에 승자가 정해졌지만 북미는 이제 시작이다.
총 열네 팀이 참전해 일곱 팀씩 나줘진 조별 리그.
A조에 속한 우리 CLC는 1승 1패의 상태다.
최대한 카드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벼르고 벼른 전략을 자제했는데 그것이 조금 악수로 작용했다.
"그러게 감기는 왜 걸려서."
"누군들 걸리고 싶어서 걸렸냐?"
맞다.
내가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도 솔직히 패인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그게 다가 아니다.
상대는 TSL, 현존하는 북미 최강의 팀이였다.
어차피 조별 리그인만큼 치명적인 실수까진 아니겠지만.
"그러게 내가 나갔으면 다 잡았다니까 왜 못 나가게 해서."
"자신감 하나는 인정해줄 만하네."
밉살맞게 쪼아대는 예은이지만 저래 봬도 꽤나 걱정해줬다
단순히 입으로만 한마디 한 게 아니라 해열제도 사오고 꼴에 음식도 사오더라.
꼬리곰탕.
몸 아플 때 후루룩 마시면 그리 좋을 수가 없는데.
역시 밥순이라 그런지 음식 고르는 건 기똥차게 잘 한다.
'솔직히 살짝 짠했기도 하고.'
사람 아플 때 옆에서 간호해주는 거.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감동을 받게 되는 부분이다.
이 흉폭한 녀석한테도 이런 다정한 부분이 있었다니.
"빨리 나아야 너를 때리고 놀지. 요즘 단단해서 툭툭 칠 맛도 나고 좋았는데."
"..니가 그럼 그렇지."
뭘 기대했겠는가.
하지만 솔직히 이전에 엘리베이터 사건 때도 그렇고.
은근히 남 신경써주는 녀석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는 행동만 보면 딱 지만 아는 녀석인데 은근히 기특한 면도 존재한다.
어쨌거나 1승 1패를 한 이전의 전적은 어쩔 수 없다.
내일 진행될 경기만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
우리 CLC가 속한 A조에서 올라가는 팀은 오직 네 팀뿐.
3승까진 해둬야 안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내일은 내가 나갈 테니 걱정 뚝 붙들어 놓으라고?"
어느새 과자를 한 통를 다 비운 예은이 다음 과자통에서 막대과자를 꺼내 아작 깨물며 중얼거린다.
말해두지만 그 과자 두 개 다 내 껀데.
그 사소한 시비는 내일 있을 첫 번째 경기.
CLOCK 9과의 승부까지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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