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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현재진행형으로 흘러가는 롤챔스 윈터시즌.
A조와 B조로 나눠지는 조별 리그는 각각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당연 한 팀만 이틀 연속 경기를 치루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래서 첫날은 A조의 경기, 그리고 둘쨋날은 B조의 경기.
오늘은 한 차례 돌아와서 다시 A조, 우리 CLC가 경기를 치르는 날이다.
그리고 이미 선수석에 도착해 셋팅을 하고 있다.
평소 쓰고 있는 익숙한 마우스와 키보드를 연결한다.
선수 개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최상의 환경을 가능한 형성하는 것은 경기력에 분명 영향이 있다.
그 외에 시시콜콜한 게임내 설정까지 포함하는 세팅작업은 이래 봬도 상당히 중요하다.
"..몸은, 괜찮냐?"
"덕분에."
그렇게 셋팅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예은이 걱정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어조로 넌지시 물어온다.
셋팅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대충 대답하긴 했지만 정말로 괜찮다.
어제 따듯한 음식 먹고 푹 잠들었더니 열도 없고 몸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미 숙소를 나오기 전에 확인을 마친 부분이지만 예은이 저렇게 한 마디 더 던져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지금 감기에 걸렸던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하나 이유가 있기 때문.
당연히 감기기운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까닭이다.
'오히려 얼굴을 가릴 명분이 생긴 셈쳐버려야지.'
여기가 무슨 프로레슬링판도 아니고.
호랑이 마스크~ 이러면서 얼굴을 가리는 건 팬들 입장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감기라는 이유.
더군다나 몬테소리의 애드립 또한 터졌다.
신비주의 컨셉인 Unknown Error.
그런 그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건 당연한 흐름아니냐?
그 외에 감기 바이러스라는 에러에 걸린 건 아니냐는 농담은 둘째 치고.
덕분에 마스크를 쭉 써도 될 명분이 생겼다.
앞으로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도 하나의 컨셉이라 치부될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올마스터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
북미 사람들은 올마스터가 누군지 당연히 모른다.
아무리 흥행했다고 한들 한국의 아마추어 대회 준우승자에 관심 있을 리가 있을까.
알고 있는 이가 있다고 해도 소수다.
올마스터라고 밝혀서 유명세가 더욱 커지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굳이 신경 쓰는 이유.
나라는 플레이어에 대한 분석 때문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챔프폭이고 이를 분석 당하는 건 크다.
즉, 알려져서 적어도 좋을 건 없었는데 일이 잘 풀린 셈이다.
고작 마스크따위로 가려지다니.
지금껏 준비했던 노력이 다소 아쉽게도 느껴지지만.
'나름 외모관리에 엄청나게 신경썼는데 아쉽게 됐구만.'
헤어스타일과 옷도 신경쓰긴 했지만 운동.
꾸준한 근육 트레이닝으로 제법 남자답게 변했다고 자부한다.
솔직히 노력도 할만큼 했거니와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최근 스스로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을 정도다.
"헛짓 그만하고 어떻게 할 거야 주장씨?"
예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오늘은 출전을 시켜달라는 의미겠지.
그저께 있었던 두 경기 모두 예은은 출전을 하지 못했다.
바로 내가 뜯어 말렸기 때문에.
'이래 봬도.. 신경 써준 거라고 멍청아.'
몬테소리가 하도 예은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너무 높여버린 탓이다.
더욱이 예은이 한 성깔 내비치기까지 해 더욱 고조됐다.
게이머로서 기대받고 관심받는 건 좋은 거 아니냐?
아니다.
첫 출전부터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받는 건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니다.
물론 일반론이고 이 녀석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또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세상엔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만약 예은이 첫 출전을 한 경기에서 실수를 했다.
그렇게 되면 여자라는 이유로 심각하게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휘둘릴 수 있다.
실제로 갤럭시 크래프트에서 활약했던 여성 프로게이머들.
그들이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기억한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예은이 아무 탈없이 데뷔할 수 있도록 시기를 조금 늦쳤을 뿐이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첫 경기 상대는 C9이니 네가 가는 게 낫겠지. 라이로와도 이미 이야기 끝났어."
"정글 가는 거야 가는 건데.. 왜 C9이라서야?"
각 팀별로 어떤 대응을 할지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부분이다.
당연 코치인 라이로 뿐만 아니라 선수들끼리도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예은은 그런 부분까지 신경쓰기에는 조금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시시콜콜 쪼아대며 바쁘게 만들었으니까.
더군다나 C9과는 스크림 경기 또한 가졌던 적이 없으니 예은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C9은, 정글이 정말 센 팀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각 프로팀들마다 자신들만의 특색이 있다.
이는 약점임과 동시에 강점.
CLOCK 9, 약칭 C9이라는 팀은 정글러의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략 비교를 해본다면 우리 CLC의 핫숏님과 비견이 될 정도.
현재 북미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정글러를 투표한다면 C9의 정글러, 미터스는 1,2위를 다툴 터다.
그렇다고 뭐, 강팀이란 소리는 아니지만.
'미터스 입장에선 많이 답답한 노릇이지.'
C9은 정글러가 강하지만 다른 라이너들이 상대적으로 못 받쳐준다.
막말로 정글러가 게임을 못 풀면 그대로 게임을 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이기는 경우도 잦다.
즉, 정글러의 실력이 상당히 빼어나다는 소리.
제대로 된 팀을 만난다면 만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미터스는.
그렇다고 프릭이 못 미더워서 예은으로 교체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선 프릭이 나은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예은이 프릭보다 확실하게 낫다고 설명이 가능하다.
솔직히 말해서 미터스의 변칙적이고 공격적인 갱킹에 프릭은 대응하기 힘들다.
프릭은 수비적인 성향의 정글러.
그만큼이나 정석적인 움직임을 보이기에 읽히기가 쉽다.
공격적인 정글러에게 동선을 읽히는 건 치명적이다.
때문에 이번 판에서는 예은과 바톤을 터치했고, 이는 본인인 프릭과도 이야기가 오고 간 부분이다.
"오늘은 1패도 허용할 수 없으니까. 다들 빡집중해서 연습대로만 하자."
"짜샤, 너만 정신 차리면 돼. 너만."
예은의 태클에 팀원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그도 그럴 게 그저께 조금 컨디션 난조로 실수를 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만회하기 위해서는 오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곧 진행되는 C9과의 경기.
북미에서 손에 꼽는다는 정글러인 미터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준비한 카드.
딱히 유별난 건 없다.
순수한 실력만으로 충분 압도해낼 자신이 있다.
그를 위한 피나는 연습과 훈련이었으니까.
특히 정글로서의 예은은 몰라 보게 달라졌다.
그 성과를 증명하기에 C9은 더없이 알맞은 상대다.
.
.
.
* * *
내가 예은을 중점적으로 연습시킨 부분.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글로서의 순수한 실력
다른 하나는 바로 챔프폭이다.
챔프폭이라는 건 아마추어 대회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적팀은 나 하나 밴해서 막아낼 생각이 충만했기도 하거니와.
예은도 씨지맥도 실력이 엇비슷하게 출중해 어느 한쪽만 막을 생각을 하는 팀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프로무대는 다르다.
'골치가 아프지.'
프로무대쯤 되면 흔하게 쓰이는 전략.
적팀 한 명을 아예 허수아비로 만든다.
예를 들어 트와이스 페이크/나이즈/카서트 이 세 개만 잘하고 다른 건 못하는 선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챔프폭이 세 개면 충분하고 문제될 거 없다.
그런데 만약 적팀이 저 세 개만 밴한다면?
밴이 된 해당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자기 자신만 말리면 모르되 팀의 발목을 잡게 된다.
그 팀의 다른 선수들 또한 평소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걸 해도 될까?
하는 수준의 잔인한 전략이지만 의외로 흔하다.
프로게이머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어느 한 곳이 모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나는 예은의 챔프폭을 늘렸다.
이번 대회에서 예은은 나와 함께 주목받게 될 거다.
당연 견제 또한 받는다.
그렇기에 미리 대비했다.
쿠! 챵!
예은이 새롭게 연습한 챔피언, 그 하나.
탈리반 3세가 탑라인에 갱킹을 가고 있다.
흔히 스킬 구조가 단순해 어렵지 않은 챔피언이라 착각받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 탈리반 3세만큼 정글러의 기본기.
그리고 응용 능력을 파악하기에 알맞은 정글러가 없다.
탈리반 3세로 해야 하는 플레이를 정확히 할 수 있나.
이것만으로도 그 유저가 가진 기량을 파악할 수 있다.
<3초 후에 들어간다?>
<오케이, 누님. 호응은 맡겨두라고.>
방금 전 예은은 깃창을 사용해 바론벽을 넘었다.
바론벽을 넘어서 탑 삼거리에 도착했다.
탈리반 3세가 가진 우월한 이동기.
백분 활용해 동선을 꼬았다.
적이 탑에 박아놓은 하나의 와드.
걸어서 갔다면 당연 들키고 만다.
때문에 예은은 바론벽을 넘었고 갱킹은 성공하기 직전이다.
터엉!
적팀의 탑라이너 파이어뱃이 느려진다.
탈리반 3세의 W스킬, 순금의 방벽은 주위의 적을 2초간 둔화시킨다.
당연 깃창의 에어본처럼 화끈한 효과는 없지만 충분하다.
휘릭!
헤일커드의 애꾸사자가 목줄을 던져온다.
그 효과로 다시 둔화되는 파이어뱃.
파이어뱃의 선택지는 없다.
점멸을 쓰면 깃창에 당하고.
안 쓰면 애꾸사자가 다가와 스택을 쌓은 후 강화된 목줄을 휘감는다.
만약 처음부터 깃창을 사용해 접근했다면 파이어뱃은 점멸을 사용해 내뺐을 터.
탈리반 3세는 깃창사용에 조급해 해서는 안된다.
시기에 따라서는 아예 안 쓰는 게 더욱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적팀이라고 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빨랐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파이어뱃보다 먼저 당해버린 건 아군의 봇라인.
적팀의 정글러 리심에게 데이비드 리의 루나가 당했다.
리가 플레이하는 루나는 CC기도 좋고 몸도 단단하고.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서포터지만 한 가지.
갱킹에 엄청나게 약하다.
생존기가 없는 서포터는 흔하다지만 이유가 있다.
근거리 챔피언인 루나는 라인전에서 원거리 서포터에게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루나로 라인전이 밀리지 않으려면 적에게 위협을 줘서 견제를 소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너한테 밤하늘의 검을 날려서 킬각을 노릴 수도 있다구?
공격모션을 취하면서 적의 견제를 소극적으로 만들어야 그만큼 견제가 덜 들어온다.
하지만 공격모션을 취한다는 소리는 돌출돼 있다는 말.
이는 갱킹각으로 연결될 수가 있는 부분이다.
솔직히 리가 아군 정글러의 위치를 보고 조금 사렸다면 좋았겠지만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실수에 더해 적팀의 정글러 미터스의 날카로운 갱킹.
거의 떠먹여주듯 루나를 요리했다.
'리심이 참 혼자 날뛰기엔 좋은 챔피언이지.'
미터스가 플레이하는 리심.
리심은 현재 솔로랭크에서도 각광받는 정글러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지만 초반이 상당히 강력하다.
어찌저찌 잘 풀리면 혼자 라이너를 이길 수도 있을 정도다.
피지컬빨을 극한으로 타는 챔피언인 리심은 사용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누구는 아웃섹킥하고, 누구는 포킹리심하고, 누구는 콤보 중간중간에 욕도 섞어넣고.
탈리반이 정글러의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챔피언이라면.
리심은 정글러의 센스를 보여주는 챔피언이다.
그리고 미터스의 피지컬과 개인 센스는 역시나 탁월하다.
일평생을 연마한 무술가의 움직처럼 물흐르는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요를 꿰고 있다.
움직임에서 실수가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콤보를 섞어 넣는다.
리심이란 챔피언은 스킬 하나하나가 두 개로 분리돼 있다.
예를 들어 Q스킬은 날리는 음파와 돌격하는 발차기.
나머지 W와 E스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나코스트가 아닌 기력코스트인 리심은 이를 적절히,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알아서 잘 활용해야 한다.
난이도가 확실하게 높은 챔피언.
자신의 몸 다루듯 리심을 플레이하는 미터스의 기량은 인정해줄 만하다.
물론.
'경기를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롤챔스의 첫날.
첫 경기에서 내가 탤런으로 한바탕 날뛴 이후로 탤런은 거의 필밴이 됐다.
TSL을 상대했을 때도, 그리고 오늘도.
더군다나 상대 미드라이너는 최근에 그렇게나 뜨고 있다는 제임스.
마나바라기와 새까만 양날도끼의 변화 이후로 제임스는 주목받고 있다.
물론 제임스는 갱킹에 약하다.
그 사실을 적팀이 모를 리 없다.
자신의 팀 정글러, 미터스의 리심을 신뢰한 선택일 터다.
2:2 싸움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제임스를 상대하는 것은 당연 쉽지가 않다.
그러나 나는 올마스터.
우월한 챔프폭은 가진 바 밑천이자 바탕이다.
살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쿠루룽!
소환자의 전장에 울리는 소름끼치는 천둥소리.
전깃불이 튀기는 한 줄기 섬전이 미니언과 함께 제임스를 꿰뚫는다.
그 어마어마한 사거리를 본다면 자칫 궁극기라 오해할 수 있지만.
'궁극기는 따로 있는데 말이지.'
제우스의 Q스킬, 번개 노도.
흔히 시즈모드라 불리우는 신의 심판으로 인해 사거리가 배에 가깝게 늘어났다.
챔피언의 특색이 묻어나는 압도적인 사거리, 그리고 리메이크 이전에만 가지고 있던 다른 한 가지.
제임스를 농락하기에 제우스만큼 좋은 챔피언은 없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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