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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제임스가 내준 블루 버프에 연이어 원래 내 몫이었던 아군 정글의 블루까지.
그 덕에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를 구입했음에도 마나가 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은 블루로 어떻게 버텨도 결국 제우스는 마나회복 템이 필요하다.
'시즌2였으면 고민이 됐겠지.'
여제의 눈물방울을 가면 쿨타임 감소가 아쉽다.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을 가면 지금의 상황에선 계륵같은 마법 저항력이 붙어있다.
그렇기에 나는 신규 아이템 네크로노미콘을 선택했다.
'이만한 아이템이 또 없으니까.'
네크로노미콘은 프리시즌에 들어 새로 나온 아이템이다.
한 마디로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에서 거품을 쫙 빼낸 느낌.
대신 마법 저항력도 없고 마나 회복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도란링 두 개면 충분히 커버 가능해.'
최근에 있었던 긴급 패치.
두란링의 가격이 400골드, 두란검의 가격이 440골드로 조정되면서 시작아이템으로서 메리트가 올라갔다.
유저들이 너무 크리스탈 유리병만 선택하지 않도록 균형적인 패치를 한 것.
크리스탈 유리병이 라인전에서 너무 좋아 누구나 크리스탈 유리병만 갔다는 게 그 이유다.
하나의 선택만 잘 나가는 꼬라지를 두 눈 뜨고 못 보는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사로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패치.
하지만 이는 사실 시즌3 중반에나 예정돼 있던 패치 내용이다.
현재 시점보다 훨씬 미래의 일.
내가 알고 있던 미래보다 시기가 앞당겨져 버렸다.
'씨지맥 때문이지.'
씨지맥이 싱나드로 깽판을 한 번 쳐준 덕에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 외에 현상금 제도 라던지, 싱나드가 너프 됐다던지 전부 다 씨지맥 때문이다.
내가 만약 롤챔스에서 우승 못 해도 씨지맥 때문.
어쨌든 간에 네크로노미콘이라는 코어 아이템이 완성됨으로서 게임은 확실하게 굳혀졌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대로 계속 한타만 해서 이득을 가져오면 된다는 단순한 계산.
적팀은 1차 포탑을 끼고 수성을 하고 있다.
수성을 하는 쪽은 군사적 이점이 엄청나다같은 케케묵은 소리가 있지만 여기는 로드 오브 로드.
상황에 따라, 챔피언에 따라 때로는 상식이 비틀어지기도 한다.
쿠루룽!
W스킬 신의 심판.
시즈모드를 박고 쏘아대는 번개 노도는 한 방, 한 방이 괴랄한 위력을 뽐낸다.
단순히 아이템이 잘 나와서, 그 이유 하나만이 아니다.
'코어템을 하나 더 들고 있는 셈이니까.'
미드라이너가 순간적인 누킹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관통력이 필요 불가결이다.
한 쪽이 주문력만을 올리고 다른 한 쪽이 마법 저항력만을 올린다.
그러면 마법 저항력을 올린 쪽의 효율이 훨씬 좋다.
하지만 주문력을 올린 쪽이 마법 관통력 아이템.
이를 테면 관통의 지팡이를 같은 걸 갖추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관통의 지팡이는 빠르게 올려도 3코어라는 게 문제.
때문에 미드라이너가 제대로 된 파괴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딜러만큼 딜로스가 심한 건 아니지만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제우스에게는 그 중요한 마법 관통력이 패시브로 붙어있다.
그것도 관통의 지팡이를 상회하는 40%씩이나.
'신의 심판을 사용해야 하지만!'
시즈모드 상태에 한해서 제우스는 어마어마한 추가 사거리와 마법 관통력을 얻는다.
그 포킹 사거리는 미달리가 던져대는 창에 준할 정도.
적중률을 생각한다면 제우스가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운이 좋으면 두 명, 세 명까지 한 번에 꿰뚫을 수도 있다.
쿠루룽!
또 한 번 포킹을 쏘아낸 나는 빠르게 자리를 이동했다.
시즈모드를 박으면 근 1초 가량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그 대신 시즈모드가 풀리면 2초간 이동속도가 35% 증가한다.
갤럭시 크래프트의 탱크처럼 부자유스럽기만 한 게 아니다.
나는 그 이속버프를 활용해 계속해서 움직이며 포킹을 쏘아댔다.
위치가 노출된 저격수는 적팀의 표적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마치 잘 훈련받은 저격수처럼 계속해서 자리를 옮기면 적팀은 대처하기 힘들어진다.
보이지도 않는 저 멀리에서 쏘아대는 포킹의 적팀을 조금씩 갉아 먹는다.
이윽고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콰아앙!
내가 아니다.
아군 서포터 루나의 궁극기.
제우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사거리를 자랑한다.
그 효과는 정중앙에 맞은 적을 1.5초간 스턴.
적팀의 미드라이너 제임스에게 정확히 틀어박힌다.
뭐, 포탑을 끼고 있는만큼 이니시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콰릉!
콰릉!
콰르릉!
내 궁극기와 연계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제우스의 궁극기, 뇌전 폭격이 지체없이 삼연속으로 떨어진다.
이미 내 포킹에 한 번 긁혔던 제임스.
스킬 포식자가 터지며 데미지를 한 차례 흡수하긴 했지만 부족하다.
루나가 스킬을 맞힌 대상에게 아군이 호응하면 추가 데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
제임스는 어떻게 반항도 못하고 먼지가 돼버린다.
적팀의 미드라이너가 허무하게 사망했다.
<나이스샷! 제대로 꽂았지?>
<이거 완전 날로 먹는구만 크캬캬!>
라인클리어가 사라진 적은 1차 포탑을 내줄 수밖에.
파이어뱃이 궁극기를 쭉 깔아서 라인을 한 번 막아낸 탓에 2차 포탑까진 갈 수 없었지만 충분하다.
여기서 용만 챙겨도 보통 이득이 아니니까.
벌어지는 글로벌 골드의 격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9은 한타력이 그다지 빼어나지 못하다.
정글러 하나 믿고 가는 팀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라인전은 사실상 끝나 버렸으니 역전의 계기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악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쿠루룽!
브론즈에는 '미드 모여' 라는 고유의 전통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 미드 모여라는 오더.
확실히 대부분의 상황에선 옳은 판단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경우가 경우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면 의외로 괜찮은 판단이 된다.
쿠루룽!
계속해서 체력을 갉아 버린다.
물론 적팀의 대처도 만만히는 볼 수 없다.
제임스도 나름 포킹을 쏘아대는 데다 미터스의 리심이 룬방패를 완성했다.
주요딜러가 포킹을 맞기 직전, 방로를 사용해 실드를 덧씌워 피해를 최소화한다.
하지만 그러면 뭣하겠는가.
나와 제임스의 포킹 데미지 차이는 현저한데.
'한 마디로 시간 문제라는 거지.'
이대로 갉아 먹혀 포탑을 하나하나 내주던가.
아니면 화끈하게 한 번 붙어보던가.
적팀의 입장에선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의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명적이다.
내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겠지만.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2차 포탑을 무력하게 파괴했다.
적팀의 탑라이너, 파이어뱃의 궁극기가 채 돌아오기 전에 몰아붙인 결과다.
이대로 돌려깎아 승기를 굳히기로 마음먹었다.
'포탑이 주는 글로벌 골드는 정말로 쏠쏠하니까.'
3억제탑을 깨면 이변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억제탑 하나하나는 중요하다.
솔랭처럼 허무하게 짤려주고 그런 일이 잦지 않은 대회무대인만큼 더더욱이다.
운영적인 의미가 상당히 깊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부수기 힘든 게 억제탑.
외곽의 포탑을 하나하나 철거하면서 글로벌 골드의 격차를 벌리는 편이 안정적이다.
포탑 하나는 용에 준하는 수준의 글로벌 골드를 선사하니까.
아이템이 나올수록 파괴력이 배가 되는 제우스를 플레이할 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찰칵!
네크로노미콘 다음으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당연하다.
주문력을 30%나 증폭시켜 주는 라둔의 죽음투구를 빼먹을 수 없다.
그 효과로 제우스의 방어력까지 대폭 상승한다.
'책장을 조금만 더 넘기면 주문력이 500을 돌파하겠는데.'
테자이의 재능약탈자.
아까 제임스를 딴 것도 포함해 차곡차곡 스택을 쌓고 있다.
만약 20스택까지 쌓아버린다면 어마어마한 주문력과 함께 스킬쿨타임 감소효과까지 얻을 테지.
그 이전에 게임의 승패가 정해질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쿠루룽!
탑라인의 2차 포탑에서 또다시 지옥같은 대치가 시작됐다.
우리팀이 아닌 적팀의 입장에서 지옥.
정말 이도 저도 판단을 내리기가 머리털을 뽑을 지경일 터다.
어떻게 이니시를 걸려고 해도 포킹 한두 대 맞아버리면 싸워볼 전의가 싹 사라져버린다.
그나마 불바다 미사일로 확 그어버리는 게 유일한 희망이겠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내가 괜히 계속해서 자리를 이동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적팀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니시를 걸어왔다.
투두두두둑!
파이어뱃의 궁극기.
하늘에서 미사일들이 떨어지며 한타 개시의 신호를 알린다.
명중률이 아쉽지만 일단 사거리만큼은 긴 불바다 미사일은 이니시 용도로 활용할 만한 스킬이다.
하지만 물각이 나왔으면 진작에 물었겠지.
정말 마지못해 싸운다는 느낌이다.
싸우지 않으면 이대로 글로벌 골드는 만단위까지 차이가 벌어지게 되니까.
안타깝게도 이미 글로벌 골드 차이는 상당히 나고 있다.
얼핏 코어 아이템의 완성유무 격차가 보이는 상황.
적팀이 깜짝 놀랄 슈퍼플레이라도 해버리지 않는 한 승산은 없다.
불바다 미사일이 나를 노려 떨어지긴 했지만 고작해야 스친 정도.
더욱이 신의 심판을 사용한 직후인지라 이동속도 버프가 걸려있어 다시 자리를 잡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라알드리의 호통도 나오지 않은 파이어뱃의 궁극기따위, 치명적이지 않다.
여유가 넘치는 한타 와중.
나를 물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이가 눈에 뗬다.
하앗!
아군 서포터 루나에게 음파를 맞힌 리심이 돌격해온다.
내가 잡은 포지셔닝을 감안한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엔 설마라는 게 있고 그 설마는 사람을 정말 잘 잡는다.
아니나 다를까.
돌격해오던 리심이 와드 방로로 한 번 미끌어지더니.
이~쿠우!
점멸까지 사용해 나를 차냈다.
정말이지 큰일 날 뻔했다.
맞점멸로 반응을 하지 않았더라면 배달이 될 뻔했다.
쿠루룽!
이동기를 세 개나 연속해서 사용해 나를 노린 리심의 한 수는 정말로 훌륭했다.
아마 성공했다면 래딧 사이트에 올라가 수십만을 넘어 수백만의 조횟수를 자랑하게 됐을 지도 모른다.
물론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고 안타깝게도 실패했으니 물건너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슈퍼플레이란 건 그만큼이나 리스크를 짊어진 행동이다.
이동기가 다 빠져버린 리심은 뚜벅이나 다름없다.
나는 능멸의 대가를 던지고 번개 노도를 정확히 쏘아내 기절시켰다.
능멸의 대가는 스턴도 스턴이지만 주문력 계수가 놀라우리만큼 높다.
아군의 연계까지 더해지자 리심은 목숨을 다하고 만다.
리심을 잡고 책장을 넘기자 주문력은 500을 돌파해버렸다.
더욱이 패시브에 의해서 내 방어력은 150을 넘어섰다.
만약 내가 리심과 1:1을 했다 쳐도 어떻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이대로 게임을 마무리한다.
잘 성장한 제우스가 무서운 이유.
어떻게 노리기 힘든 먼 거리에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스킬을 쏘아내는 것 뿐만이 아니다.
아군 CC기와의 호응이 기가 막히다.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줄 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바로 지금 진행 중인 한타.
리심이 나를 어떻게든 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사이.
우리 탈리반의 궁극기가 적팀을 세 명이나 가둬냈다.
거기에 아군 원딜러 크레이브즈의 앞대쉬.
세 갈래로 쏘아지는 산탄 세례와 궁극기가 적팀을 야무지게 양념한다.
3.5초간 지속되는 원형의 흙벽.
끝나기 전에 나는 다발로 쏘아냈다.
콰릉!
콰릉!
주문력이 500에 달하는 제우스의 포킹이다.
킬과 어시를 먹어 책장을 넘기자 더욱 더 강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우스의 주문력은 성장하고 있다.
─트리플 킬!
CLC Error님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나마 분전하고 있는 적팀의 원딜러 이즈레알.
이즈레알의 생존기가 빠지는 순간을 나는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콰르릉!
쿠루룽!
마지막 뇌전 폭격 한 발과 번개 노도가 동시에 떨어진다.
이즈레알은 체력을 꽤나 보존하고 있었지만 무의미하다.
앉은 자리에서 삭제가 돼버린다.
─쿼드라 킬!
CLC Erro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마지막까지 도망가던 적팀의 서포터 한나가 마무리 되면서 게임은 끝을 달린다.
이대로 넥서스까지 미는 건 무리겠지만 사실상 승패는 결정이 났다.
솔로랭크였다면 백이면 백 서렌이 터져 나왔으리라.
이대로 몰아붙여 CLOKC 9과의 단판 승부에 종지부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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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드디어 표지 완성됐습니다.
저는 정말 마음에 드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