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독나타스 대 TSL의 2군, TSK와의 경기.
경기의 흐름은 사실상 굳혀졌다.
프로무대인 데다 강팀의 자존심이 있어 서렌을 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 독나타스가 TSL의 2군을 상대로 맥을 못추고 있다.
초중반에 변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미역슨의 실력은 진짜라는 사실.
"쟤가 너보다 잘하는 거 아냐? 키킥."
같이 경기를 보고 있던 예은이 옆에서 얄밉게 이죽댄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면 나도 화내겠지만서도, 확실히 인정해줄 만한 실력이다.
그도 그럴 게 미역슨.
나는 미역슨이라는 세 글자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미역슨.. 설마 벌써부터 만나게 되다니.'
미역슨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북미의 테이커.
북미와 테이커의 아마추어 시절 아이디인 주전파의 합성어로 북전파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 그는 TSL에 몸담기 전까지 유럽에서 프로게이머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북미로 건너와서 한 순간에 슈퍼스타.
그 수준에 걸맞는 팀원들을 만나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면서 북미의 테이커라는 이명을 얻게 됐다.
그런 그가 어째서 벌써 이 자리에?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추측정도는 가능하다.
바로 그의 나이 때문일 것이다
'데뷔한 시기의 나이가 정말 애매했어.'
프로게이머는 공식적으로 성인부터 데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룰이 꼭 어느 나라나 똑같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
성인을 따지는 나이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게 그 이유.
보수적인 유럽리그는 정확히 열아홉으로 제한한다.
그에 비해 미국은 꽤나 널널한 편이다.
제한 기준이 열일곱 살로 비교적 낮다.
실제로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이를 만으로 따진다.
그리고 법에 따라 기준을 나눌 때 이를 정확하게 적용한다.
즉,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인정해주지를 않는다.
그런데 유럽에서 프로로 스카웃된 미역슨이 이 나이제한에 아슬아슬하게 걸려버렸다.
결국 팀은 미역슨을 대신한 다른 선수와 리그를 진행해야 했다.
그 결과 조별리그에서 무참하게 연패행진, 단 한 번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어떻게 뒤집을래야 뒤집을 없을 정도 엉만진창 박살이 난 상황에서 미역슨의 생일이, 금제가 풀렸다.
'괜히 테이커랑 비교가 되는 선수가 아니야.'
기적같은 연승가도.
2부리그의 강등이 확정된 거나 다름없던 자신의 팀을 끌어올려 조별리그의 승자에 속하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우승이라거나 이렇다 할 결과까지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사실상 낙오자나 다름없던 자신의 팀원들을 데리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가 벌써부터.
'북미에 오다니.'
대체 어떠한 심정의 변화가 있어서 선택이 갈리게 됐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중도에 탈락하지 않는 한 그를 만나게 된다.
진땀을 빼게 만들만한 팀이 또 하나 늘어버렸다.
.
.
.
* * *
바야흐로 시즌3.
아직 프리시즌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솔로랭크의 야기다.
새로워진 특성과 그리고 아이템.
대략적인 패치는 이미 끝났고 꿀빨만한 거리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최근의 패치에 더욱 민감하기 마련.
한국의 롤챔스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신규패치는 그 내용은 적었으나 하나하나가 의미 깊었다.
그리고 그 패치와 더불어 다른 두 명.
현 미드메타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새까만 양날도끼 좀 상향됐다고 AD챔프 하는 건 겜알못.
롤챔스 좀 보고 살아라~
두란링 패치 업고 마법사 챔피언들이 아주 날아다닌다.
시작아이템으로 두란링 사니까 마나관리도 되고 초반 주문력도 높다.
AD챔프들이 새까만 양날도끼 갖추기 전에 라인전 터짐.
└본방사수 좀 했나 보네.
└에러갓이랑 미역무침? 그 둘이 현존 투탑인 듯하다.
└미역슨이잖아; 팬이면 기억 좀 해라.
일반 유저들이 꿀챔프와 아이템트리를 가장 많이 참고 하는 곳이 어디겠는가.
당연하게도 롤챔스다.
이곳 북미 최대 규모의 로드 오브 로드 팬사이트, 래딧에서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롤챔스 윈터시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성황리다.
한 마디로 현재 롤챔스는 평소 이상으로 흥하고 있다.
이미 기대하고 있던 슈퍼스타.
에러갓과 함께 한 명 더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신인이라 함은 다름아닌 미역슨.
이번에 TSL에서 새로 영입했다는 인재다.
그는 TSL의 2군, TSK를 2부 리그에서 롤챔스로 승격시킨 일등공신이다.
이는 당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 프로팀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해온 TSL은 2군팀을 롤챔스에 올린 이력이 꽤나 잦다.
명문팀에서는 2군들의 실력조차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올려놓는 것과 유지를 하는 것.
그리고 1군팀들을 때려패고 다니는 기행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현재 TSK의 모습이 그러하다.
2군팀인 TSK가 B조에서 쟁쟁한 1군팀들을 다 때려잡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그런 미역슨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잘 다루는 챔피언이 두 가지 있다.
르풀랑, 그리고 산다라.
원래부터 잘 했기도 하거니와 이번 두란링 패치 덕을 톡톡히 봤다.
─에러갓도 그렇고 미역슨도 그렇고 다 AP챔프만 하네.
프로들이 하는데엔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보면 강팀들은 거의 AP챔피언 위주로 하긴 했어.
└에러갓 탤런 했었는데?
└그건 패치 이전이기도 하고 솔직히 양학용으로 꺼낸 듯한 느낌이..
└팀 투르칸이 양학당했습니다..T.T
└투르칸은 그렇다 쳐도 C9상대할 때 제우스 꺼낸 것 보면 확실히 주력은 마법사 챔피언 같아.
미역슨과 에러갓의 주챔프들은 그렇다 치고.
확실히 두란링 패치는 마법사 챔피언들에게 영향이 깊었다.
가격이 400골드로 싸지면서 체력포션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크다.
두란링을 시작템으로 가면 초반 마나 관리가 상당히 용이해진다.
게다가 주문력과 체력까지 붙어있어 라인전이 강해진다.
이는 크리스탈 유리병으로 라인전을 버텨내는 상대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말.
실제로 솔로랭크에선 탤런이나 파사딘처럼 라인전을 버티는 류의 챔프들의 승률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향후 대회에서도 제임스처럼 라인전이 강력한 AD챔피언을 제외하면 마법사 챔피언 위주로 픽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짙은데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롤챔스도 그러한 흐름을 타고 있다.
사실상 거스르기 힘들어진 큰 물줄기.
이렇듯 갑작스런 신규패치로 인해 반짝 빛났던 AD챔프들의 향연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뭐, 새까만 양날도끼는 아직도 좋긴 하지만 대세를 따르는 편이 맞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
어지간한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고정이 될 거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화룡점정으로 Unknown Error가 꺼낸 제우스라는 챔피언이 결정적이었다.
그나마 AD챔피언의 가보를 잇고 있는 제임스조차 쪽을 못 쓴다.
불이 마그마를 이길 수 없듯 완전한 상하관계에 놓여 있었다.
향후 시즌3 메타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한 관심은 조금 식어버린 가운데.
곧 다가오는 롤챔스 8강 무대.
선수들의 경기력이 참으로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보여준 조별리그.
어차피 손풀이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로드 오브 로드의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진짜는 8강부터다.
8강을 시작으로 각 팀이 숨겨두고 있던 진심전력이 드러난다.
선수들이 감추고 있던 본연의 실력부터 시작해서.
이번 시즌 메타를 카운터 칠 예상 외의 카드라던지.
현 강팀들이 새로운 시즌에 들어 가지고 있는 시각.
그리고 이번 시즌 패치로 인해 흥하게 되는 팀은 어디고 쇠퇴하는 팀은 어디인지
두고 두고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꿀잼 요소가 가득하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에러갓과 그에 준하는 미연슨이라는 예정된 슈퍼스타가 두 명이나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두 마리 치킨각.
하지만 잊고 있기엔 영 찜찜하다.
이 에러갓이라는 남자가 어째서 북미에 이변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파동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그 하나로 인해 어째서 솔로랭크가 난장판이 되어버렸는지.
Unknown Error가 몰고 왔던 이변은 어지간하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너무나도 설레게 만들었다.
.
.
.
*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North America 윈터 시즌.
그 조별 리그가 끝난 지도 벌써 이틀이다.
그리고 어제 8강 첫 번째 경기가 치뤄졌다.
이어서 오늘은 두 번째 경기.
팀 워터와 CLC가 제대로 한판 붙는다.
지금껏 CLC가 상대했던 팀들.
팀 투르칸은 라인전 능력이 강력한 팀이었다.
CLOCK 9은 정글러의 기량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팀이었다.
그렇다면 팀 워터는 과연 어떠한 성향을 가진 팀일까?
워터, 즉 액체라는 사실을 연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액체는 담긴 용기에 따라 모양이 가지각색으로 변한다.
이렇듯 팀 워터는 변화무쌍함을 팀명에서부터 드러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팀 워터 대 CLC의 밴픽.
팀 워터는 자신들 팀이 가진 융통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밴픽싸움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관중들은 물론 중계진들조차 아쉬움과 감탄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몬테소리와 함께 중계를 맡고 있는 캐스터, 도리아의 입에서 자연스레 탄식이 흘러내렸다.
그럴 만도 하다.
밴픽싸움부터 승패가 정해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그만큼이나 팀 워터의 판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들기 충분했다.
팀 워터는 최근 조명받고 있는 챔피언인 제임스를 가져갔다.
지난번 제우스에게 카운터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제임스가 좋은 챔프라는 사실은 이견의 여지가 없으니까.
만약 CLC가 제우스로 카운터칠 낌새가 보이면 팀 워터 입장에선 탑으로 돌리는 수가 있다.
물론 CLC의 대처 또한 만만치 않았다.
CLC는 미드픽을 미루기 위해 먼저 원딜과 서폿 챔프, 루나와 크레이브즈를 픽박았다.
여기까지는 서로가 주고 받은 셈.
그런데 팀 워터가 뜬금없이 제우스와 탈리반을 선택해버렸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 CLC의 Error 선수가 보여줬던 제우스를 뺏어옴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가 좋은 탈리반까지.
이는 CLC가 일전에 보여줬던 조합의 특성을 완벽히 분석해냈다는 뜻이다.
아니, 분석을 넘어 자신들의 무기로 뺏어왔다.
그리고 이미 가져갔던 제임스는 탑으로 돌리며 자연스럽게 포킹조합을 이뤘다.
CLC가 제우스라는 카드를 선보인지 이제 고작 3일이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짜낸 전략의 수준이 아니다.
과연 팀 워터가 어째서 물과같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밴픽싸움부터 증명해버렸다.
<팀 워터에서도 제우스를 연습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면 CLC의 조합이 크게 말릴 텐데요.>
몬테소리의 우려대로다.
아예 처음부터 제우스를 뺏겼거나 밴이 됐다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다른 조합을 선택하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조합이 완성되는 중간에 카운터를 맞아버리면 치명적이다.
팀 워터가 카운터 펀치를 제대로 먹였다.
<아, 일단은 노텀 가져가네요. 노텀도 차선책으로는 나쁘지 않은 카드입니다.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만.>
탈리반을 뺏겨버린 CLC는 노텀을 선택했다.
노텀 또한 제우스를 노리기에는 괜찮은 챔피언.
그러나 차선책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다.
시즌3에 들어 주류 정글러가 돼버린 탈리반보다 못한 점이 너무 많다.
제우스는 강제 이니시에 엄청나게 약하다.
그렇기에 쓰이지 않았던 챔피언이기도 하다.
노텀같은 챔피언에게 물려버리면 정말 쪽도 못 쓴다.
하지만 노텀이 갱킹다운 갱킹을 가려면 적어도 6레벨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궁극기의 쿨타임도 길거니와 6레벨 이전에는 이렇다 할 갱킹을 성공시키기 힘들다.
만약 탈리반이었다면 제우스를 초반부터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몬테소리의 말마따나 아쉬움이 남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밴픽싸움만으로 승패가 정해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Unknown Error 다운 슈퍼플레이가 터진다면 충분히 뒤집는 게 가능하다.
그렇게 마지막 밴픽이 완료되고 시작하는 게임.
그 CLC의 마지막 픽을 본 도리아의 입에서 얕게 의문이 흘러나왔다.
<어..? CLC가 챔피언을 잘못 선택한 감이 있는데요?>
밴픽싸움을 져버린 CLC의 선수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실수를 범해버렸다.
실제로 프로무대에서 왕왕 있는 일이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Error 선수는 정글러와의 스왑을 위해 노텀을 잡았었다.
그런데 정글러인 프릭 선수가 마지막 픽을 또 정글러로 가져가 버렸다.
빠르게 조정을 부탁한다면 한 번의 경고로 마지막 픽만을 정정할 수 있다.
분명 CLC 쪽에서 자신들의 미스를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오리라.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CLC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켜보는 중계진과 관중들의 걱정 속에서 CLC 대 팀 워터의 첫 세트는 그대로 시작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심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닌 게 쪼금 아쉬움이 남지만 날씨가 추운 것보다는 낫겠지요.
행복한 성탄절 되시길 기원합니다.
크리스마스 기념 연참은…. 오늘분과 내일분이 2화씩 이어서 봐야 하는 화라서 애매하네요..
이번 달 내에 꼭 3연참을 약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