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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팀 워터와의 첫 번째 세트.
정글러는 예은이 아니라 프릭이다.
프릭을 정글러로 기용한 데에는 당연 이유가 있다.
'딱히 악플때문에 사리고 있으라는 건 아니고.'
내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때 예은만큼 잘 맞춰주는 파트너.
없는 건 맞지만 지금 진행되는 게임에서 난 안정적인 파밍을 지향한다.
긁어 부스럼 만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6레벨만 찍으면 킬각인데 초반에 날뛸 이유가 없으니까.'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인 노텀.
미드 노텀은 확실히 어색한 픽이지만 효율성만큼은 증명돼 있다.
실제로 LCL에서 트와이스 페이크를 카운터치는데 사용했을 정도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트페보다 제우스를 훨씬 잘 잡는다.
'알아서 속박에 걸려주니 감사할 따름이지.'
패시브의 추가 방어력.
물론 단단하겠지만 스스로 움직임을 고정시켜서 평타 두 대 더 맞게 되는 게 훨씬 크다.
게다가 스턴은 무조건 무시.
심지어 라인전도 엄청나게 편하다.
쿠루룽!
제우스가 쏘아내는 번개 노도.
그 견제를 노텀은 한 번 무효화 시킬 수 있다.
치비르와 비슷한 스킬 실드가 있기 때문.
견제기라곤 Q스킬 하나 뿐인 제우스이기에 라인전은 여반장이다.
심지어 노텀은 패시브로 자기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키기까지 한다.
카락!
Q스킬, 그림자 갈퀴길을 흩뿌리고 패시브로 긁자 미니언이 깔끔히 마무리된다.
노텀의 패시브는 주위의 적을 한 번 훑고 체력을 회복하는 것.
그 데미지는 평타데미지에 2할이 추가된다.
크리스탈 유리병까지 있어 라인전은 정말로 편하다.
하지만 그 편하다는 것도 6레벨까지.
6레벨이 되면 신통치가 않아진다.
내가 아니라 제우스의 입장에서 말이지만.
쿠구구궁!
노텀하면 떠오르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마피아 게임.
이 게임을 즐기는 요소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한 가지다.
마피아는 밤에 사람을 죽인다.
밤이 지나면 시민 한 명은 무조건 죽는다.
그리고 현재 노텀의 궁극기, 밤의 심판자가 발동했다.
그 효과는 4초간 상대팀의 시야공유를 끊고 각 챔피언이 볼 수 있는 시야마저 극단적으로 좁혀버린다.
한 마디로 어두컴컴한 밤.
언제나 밝기만 했던 소환자의 전장에 어둠이 몰아닥친다.
꾸드득!
신의 심판을 사용한 탓에 움직임이 고정된 제우스는 반항도 하지 못한다.
Q스킬, 그림자 갈퀴길을 흩뿌리고 평타로 긁어대자 일방적이다.
그림자 갈퀴길을 뿌린 흔적 위에서 노텀은 공격력이 올라가기 때문.
더욱이 스펠 실드를 사용해 적의 스킬을 막아내기까지 한다면.
차락!
차락!
배가 되는 공격속도.
신의 심판을 사용한 대가로 1초간 자리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던 제우스는 뚜들겨 맞아야 한다.
설사 점멸을 사용해 도망간다고 한들 무사할 수 없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노텀의 W스킬, 스킬 실드에 의해 스턴이 씹힌 시점에서 제우스의 운명은 정해졌다.
그림자 갈퀴길을 흩뿌려 적을 적중시키면 노텀의 이동속도는 유령화에 준하게 상승한다.
안 그래도 근접 챔피언과 원거리 챔피언은 기본이속 차이가 극심.
제우스를 마무리 하는 건 손 쉬운 일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뒤늦게 커버를 온 적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
쿠! 챠앙!
깃창을 허용하기라도 한다면 포탑에 두 대는 맞을 상황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점멸을 사용했다.
때문에 이어지는 콤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버거킹!>
흙벽을 일으켜 세워 적을 가둬버리는 탈리반 3세의 궁극기가 발동했다.
레슬링장의 링에서 강제로 스파링 상대가 된 꼴이다.
평소였다면 질 리가 없겠지만 내 체력은 만반의 상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위험하다는 소리까진 아니지만.
구우웅..!
아군 정글러 쇈의 궁극기가 한 박자 늦게 발동했다.
그 효과는 나에게 두터운 보호막을 덧씌워주며 3초 후에 내가 있는 위치로 이동한다.
딱히 늦은 게 아니다.
굳이 빨리 쓸 이유가 없었던 거다.
'어차피 점멸과 궁극기를 교환하는 용도니까.'
졸지에 자기 자신을 가둔 꼬라지가 된 탈리반은 점멸을 사용해 흙벽의 안에서 도망갔다.
이대로 나를 때리다간 쇈의 도발을 맞고 역관광을 당할 테니 당연한 노릇.
제우스를 따냈다는 긍정적인 결과만이 남았다.
<탈리반 점멸 빠졌어.>
<오케이 탈리반이니까 5분이지.>
시즌3에 들어 각 특성별 구분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로 인해 적이 어떤 특성을 찍었는지 유추하기 쉽게 되었다.
정글러의 경우 끠들스톡같은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유틸특성을 찍지 않는다.
유틸특성에는 점멸 등의 소환자 스펠 쿨타임을 10% 감소시키는 특성이 위치한다.
이 점을 굳이 짚고 넘어가는 이유.
비슷한 시기에 점멸을 사용했다 해도 탈리반은 5분 후.
유틸특성을 찍었을 제우스는 4분 30초다.
굳이 프로수준까지 안 가도 천상계 솔로랭크에선 체크하고 넘어가는 사항이다.
그만큼이나 점멸의 유무는 로드 오브 로드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찰칵!
그리고 시즌이 바뀌면서 선택하는 아이템도 달라졌다.
시즌2 때였다면 묻지도 따지지 않고 미개한 방망이를 구입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미개한 방망이가 소폭 너프가 됐다.
어디까지나 소폭이긴 하지만 쓰던 아이템이 안 좋아지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지는 게 사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이유로 나는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구입했다.
영락한 기사검의 하위템인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어차피 작정하고 성장만 할 거니 이게 낫겠지.'
노텀의 라인유지력이 꽤나 좋은 편이라곤 하지만 피흡은 중요하다.
특히 더티파밍을 할 땐 다다익선이다.
노텀은 궁극기 쿨타임이 긴 편에 속하고.
아군 정글러인 프릭이 플레이하는 쇈 또한 엇비슷하다.
예은과 게임을 할 때처럼 맹공을 퍼붓지도 않을 테니 성장에 중점을 둔 선택이다.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구입한 나는 라인주도권을 바탕으로 정글을 싸그리 훑어먹었다.
이 또한 말을 맞춘 플레이.
'쇈은 정글링이 느리니까 대신 먹어주는 셈이랄까.'
몇몇 정글러들은 정글이 없어서 못 먹는다지만 쇈은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정글링 속도가 정말 느리다.
그래서 내가 대신 먹고 성장해 캐리한다.
안정적인 파밍을 바탕으로 궁극기가 찼을 때는 확실하게 킬을 노린다.
쿠구구궁!
어둠이 들이닥친다.
노리는 대상은 로밍을 가는 척 걸음을 옮기고 있던 봇라인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제우스를 노린다.
내가 봇라인으로 향하자 제우스 또한 뒤따라왔다.
내 로밍을 좌시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 노릇.
나는 적팀의 정글에 미리 와드를 박아놓았고 제우스가 고립되자마자 물어뜯었다.
꾸드득!
점멸이 없는 제우스다.
아까와 달리 도와줄 정글러도 없다.
나 또한 점멸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서로가 없다면 편한 건 내 쪽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추격자의 손목 보호대가 나와 나름 단단해진 제우스이지만 포탑 주변을 벗어났다는 건 치명적이다.
노텀의 E스킬, 형용할 수 없는 공포.
타겟팅으로 지정한 적을 2초 후에 공포상태로 만든다.
안 그래도 그림자 갈퀴길을 허용해 이속차이가 극심한 상태인데 하드CC기까지 걸렸으니 요리하는 건 손쉬운 일.
이 낚시가 다시 통하지는 않겠지만 충분하다.
만약 제우스가 따라오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로 봇라인을 노렸을 테니까.
설사 봇라인이 미리 뺀다고 해도 그에 준하는 CS손실을 입게 된다.
'쯔쯧, 그러게 제우스는 왜 뺏어와서.'
팀 워터가 가진 변화무쌍한 전략들.
미안하지만 전략이라면 내가 다섯 수는 앞서 있다.
내 앞에서 전략으로 승부한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호랑이 앞에서 모피 자랑하는 꼴이다.
찰칵!
두 번째 킬을 먹고 영락한 기사검이 나오자 눈치 볼 게 없어진다.
그냥 들어가서 뚜까 패면 1킬 완성이다.
다른 라인을 따는 법도 좋겠지만 제우스는 성장을 못할 수록 존재감이 사라지니까.
죽일 수 있을 때 몇 번이고 말려 놓는 것이 좋다.
쿠구구궁!
세 번째 마피아 게임이 시작된다.
로드 오브 로드는 관대한 편이라 죽어도 부활이 된다지만 그게 꼭 축복이기만 할까.
세 번째 죽음이 강제적으로 징수된다.
꾸드득!
내가 당도하자마자 제우스는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지만 얄짤없다.
그림자 갈퀴길로 인한 높은 이동속도.
더해서 영락한 기사검의 액티브를 사용한다.
그 효과는 적의 최대체력 15%만큼을 갈취하며 이동속도 또한 30% 빼앗는다.
즉, 나는 강대해지고 적은 약해진다.
솔킬에 이만큼 적합한 아이템이 또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포탑을 끼고 있던 제우스지만 독 안에 든 쥐다.
영락한 기사검이라는 코어템이 완성된 이상 제우스는 도시락에 불과하다.
궁극기 쿨타임마다 1킬씩 내줘야 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제우스를 따낸 나는 포탑을 파괴했다.
노텀의 패시브와 피흡템인 영락한 기사검 덕에 체력을 꾸준하게 관리된다.
상성 차와 더불어 실력의 차이.
미드라인을 완전히 터트렸다.
'이제 더 딸 필요도 없겠지.'
1차 포탑을 철거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로밍에 있어서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다.
내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 뿐더러 포탑이라는 안전지대가 사라졌으니까.
적의 행동 반경은 크게 제한된다.
눈덩이는 겉잡을 수 없이 굴러간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제우스가 파밍할 자리를 잡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이.
나는 라인을 밀어놓고 쇈과 용을 잡았다.
오브젝트 차이는 양팀의 기본체력, 글로벌 골드다.
글로벌 골드만큼 확 와 닿는 가시적인 차이가 없다.
결정적으로.
찰칵!
아직 네크로노미콘도 채 갖춰지지 않은 제우스와 달리 나는 두 번째 코어아이템이 완성됐다.
유령의 영혼검, 미개한 방망이의 상위 아이템이다.
최근에 들어 새까만 양날도끼가 각광을 받고 있다지만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노텀에게는 유령의 영혼검이 더 알맞다.
기세를 살려 몰아붙인다.
쿠구구궁!
노텀은 궁극기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돌진 사거리가 증가한다.
글로벌 궁극기에 준하던 밤의 심판자가 정말로 글로벌 궁극기 못지 않게 돼버린다.
적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거리에서 시야를 가리고 다가가 먹어치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밤의 심판자를 발동해 어두워진 주변.
알아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적팀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이 벌써 잡아먹혔다.
영락한 기사검과 유령의 영혼검, 두 코어 아이템의 액티브를 발동시키자 순식간이다.
그 옆에 있는 쏘냐라고 한들 무사할 수 없다.
타라랑~♬!
쏘냐가 쏘아낸 궁극기를 스펠 실드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막아냈다.
이렇게 적의 스킬을 막아내면 치비르는 마나가 차오른다.
하지만 노텀의 스펠 실드는 마나 대신 공격속도가 상승한다.
치이이..!
형용할 수 없는 공포의 가닥을 쏘냐에게 연결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는 거다.
이대로 2초가 흘러 공포에 걸리면 쏘냐는 반항도 못하고 물어뜯긴다.
안타깝게도 점멸을 사용해 내빼버렸지만.
<쏘냐 점멸 빠졌어. 4분 30초. 탈력은 3분 10초.>
"미포도 죽기 직전에 빠졌더라. 5분."
현재 미스터 포텐은 각광받는 원딜러다.
상향된 새까만 양날도끼 빨을 제대로 받는다는 게 그 이유.
하지만 아무리 본체가 강력해졌어도 결국은 생존기 없는 원딜러다.
생존기가 없는 원딜러는 암살자에게 있어 맛있는 한 끼 식사.
잘 큰 노텀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스노우볼은 가속화된다.
적팀의 입장에서는 정말 극후반을 노리는 것만이 방법이다.
제우스에게 조냐의 물시계가 나오고 미포에게 수호 악마가 갖춰지는 극후반.
안타깝게도 기다려줄 이유가 없다.
나 혼자였다면 소름끼치는 자살특공대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쇈이 보조한다.
쿠구구궁!
미드 2차타워를 끼고 수성을 하면 무사할 줄 알았나.
제우스가 아무리 수성에 좋다고는 해도 잘 성장하지 못한 지라 라인클리어가 썩 시원하지 못하다.
아주 잠깐의 틈만 있어도 후벼팔 수 있다.
소환자의 전장에 또다시 어둠이 들이닥친다.
구우웅..!
제우스와 탈리반의 상호작용은 확실히 기가 막힌다.
하지만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노텀과 쇈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프릭의 쉔이 나에게 궁극기를 사용한다.
나는 어둠이 끝나기 전에 미사일이 되어 쏘아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스킬을 쓴다던지 중간 과정을 채 확인할 틈도 없이 제우스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순간누킹.
물론 이렇게 적진에 파고든 이상 나 또한 성하기는 힘들다.
본래라면 한 명의 적을 따낸 후 집중포화에 노출돼 사망할 수밖에 없다.
AP챔프처럼 조냐를 사용해 시간을 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그러나 쇈이 궁극기를 타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미리 궁극기를 사용하고 돌진하면 보호막 덕에 적의 공격을 한 차례 버틸 수 있음은 물론.
내가 궁극기로 도달한 직후에 쇈이 갑툭튀해서 이니시까지 화끈하게 걸어버릴 수 있다.
노텀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쇈이 도발로 미스터 포텐을 그어버린다.
콰아앙!
한타의 시간이다.
루나의 궁극기가 떨어지며 바닥을 새까맣게 태운다.
크레이브즈 또한 폭약을 분사하며 제 할 일을 다해낸다.
헤일커드의 말화이트까지 들이박자 적팀은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다.
게임의 승패는 어찌할 방도가 없게 기울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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