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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95화 (29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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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변수가 하도 많은 솔로랭크와 달리 대회무대의 밴픽싸움은 중요도가 높다.

밴픽만으로 승패가 정해진다, 까지는 아니여도 정말 5할 정도는 영향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팀 워터는 단단히 실수했다.

첫 세트를 내주게 된 순간 완전히 비상이 걸렸다.

'역으로 한 방 크게 먹었어.'

팀 워터의 미드라이너이자 주장 보보에라는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이 발상을 짜낸 자 다름아닌 자신이었으니까.

물론 탓할 만한 부류도 아니거니와 실제로 원망하는 팀원들은 없다.

보보에라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까닭은 다른데 있었다.

"어쩔 거야, 주장. 쓸 거야?"

팀 원터는 첫 번째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이제 곧 두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그 사이에 끼인 작전 시간은 길지 않다.

정글러 루센트가 보보에라를 독촉했다.

미리 구상해두었던 전략을 사용할 거냐고.

현재 팀 워터의 입장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따질 것도 없는 정공법.

즉, 순수한 실력의 싸움이다.

자신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쉽사리 할 수 없는 선택인 것 또한 맞다.

첫 세트를 내준 이상 연달아 패배하게 된다면 팀 워터는 이대로 8강에서 탈락하고 만다.

첫 세트에서 패배는 조합을 역으로 카운터 맞았기 때문이 컸다.

그만큼이나 세웠던 전략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걸은 승부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다.

신생팀에게 쓸기엔 부조리해 아껴두고 있었던 한 수.

결정을 내린 보보에라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B플랜을 강행한다."

팀 워터가 첫 세트에서 보여준 전략이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고 볼 수 있다.

상대가 썼던 조합을 뺏어서 사용하는 것.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팀 워터의 일면을 보여준 정도였다.

궁지에 몰렸을 때나 사용하려고 했던 정말 잔인한 전략은 따로 있었다.

"그래, 뭘 망설이는 거야. 당장 이기는 게 급선문데."

"나도 루센트의 말에 동감이야. 조금 안면이 팔리더라도 지는 것보다야 낫지."

팀원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받았음에도 보보에라의 마음은 석연찮았다.

아무리 CLC라곤 하지만 1군의 멤버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2군이다.

사실상 신진팀이나 다름없는 팀을 상대로 극단적인 수를 써야 한다.

게다가 이기리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이 점이 엄청나게 마음에 걸렸다.

'설마지.. 다른 선수들도 Unknown Error만큼 골치 아플 리는 없어.'

팀 워터만의 특색과도 같은 필살전략.

바로 적팀의 구멍을 노리는 것이다.

보보에라를 포함한 팀의 사령부는 이미 CLC를 상대로 한 최선의 대책을 짜놓은지 오래다.

대체 어떻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CLC 2군은 스크림 상대를 구하기 힘들어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독나타스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입소문이 탔다지만 아무래도 꺼려진다.

어차피 조별 리그를 뚫을만한 팀을 아닐텐데, 하는 게 대부분 프로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으니까.

그러한 상황에서 팀 워터는 반쯤 선의로 스크림을 받아줬다.

딱히 악의적인 의도라기 보단 서로가 윈윈이다.

CLC는 스크림 상대를 구해서 좋고, 자신들은 그들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고.

팀 워터의 입장에서 이제는 그 수확을 거둘 시간이 왔다.

보보에라는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막상 쓰려고 하니 양심이 살짝 찔리는군.'

아무래도 당시 CLC가 급박하다보니 전력노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 덕에 선수들의 개인성향까지 확실하게 파악했다.

'탑은 너무 수비적이라 파고들 구석이 없어.'

그리고 미드는 다른 사람도 아닌 Unknown Error다.

스크림 당시에도 그만은 어지간한 일류 프로 이상의 기량을 자랑했다.

지금에 와서는 연달아 세 번이나 자신을 솔킬냈을 정도.

아무리 카운터를 제대로 맞았다지만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이다.

더욱이 정글 또한 골치가 아프다.

상황에 따라 정글러를 바꾸곤 하는데 이게 상대하는 입장에서 골치가 아프다.

스왑하는 두 정글러의 성향이 정반대인 건 둘째 치고 그를 호응하는 Unknown Error의 기량.

소문으로 독나타스에서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Unknown Error를 엄청나게 노리고 있다던데.

그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보보에라는 여실히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팀이라고 해도 구멍은 있는 법.

마지막 한 라인, 봇라인만큼은 틀림없는 구멍이라고 보보에라는 확신했다.

"그럼 시작한다. B플랜, 봇라인의 집중파괴 작전을."

한 차례의 큰 기합소리와 함께 팀 워터는 굳건히 뭉쳤다.

이미 시작돼버린 밴픽싸움에서의 승리.

이전 판처럼 뒷통수를 맞는 일따위 있어서는 안된다.

더욱 치밀해진 전략과 더불어 팀 워터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

.

.

* * *

어째선지 꺼림칙한 느낌이 나던 밴픽싸움.

그 약간의 찜찜함을 제외한다면 게임은 별 이변없이 시작됐다.

양 팀의 순수한 실력 싸움이 됐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처음 그 이변을 느낀 건 2레벨에 와버린 봇라인 갱킹.

리가 플레이하는 루나의 점멸이 빠져버린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꺼림칙한 감이 맞아버렸다.

상대는 틈만 나면 봇라인을 찌르며 다이브각까지 계속해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따이기까지 했다.

이대로 게임이 흘러간다면 분명 적팀의 페이스에 말려버린다.

<쟤네 봇 너무 오는 거 아니야?>

<크브 밴할 때부터 수상쩍긴 했는데. 진짜 집요하네..>

로크도그의 중얼거림에 나를 포함한 팀원 모두의 생각이 겹쳤다.

상대는 봇만을 집중해서 파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적이지만 훌륭한 노림수다.

차라리 탑을 팠으면 수비적인 성향의 헤일커드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버텨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봇은 다르다.

로크도그와 데이비드 리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성향.

특히 서포터인 리가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인 지라 집중적인 공세를 받으면 말려버리기 십상이다.

이는 솔직히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대를 따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을 각오 또한 해야 하니까.

공수교대가 원활하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리의 성향은 조금 치중돼 있다.

그만큼이나 공격적인 서포터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이건 어떻게 극복하기가 힘든 문제야.'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서도.

냉정하게 데이비드 리를 평가해보자면 1군에 올라가기 힘든 선수다.

현재 서포터계의 메타.

공격적인 서포터보다 수비적인 서포터가 선호된다.

이 뿐이면 다행이지만 리는 수비적인 서포터에 대한 재능이 아예 없다.

한 마디로 쏘냐나 한나같은 챔피언을 어떻게 다루지를 못한다.

이는 리의 실력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2군팀에 잔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하, 안타깝게도 나한텐 방법이 없네.'

딱 잘라 말해서 적이 봇만 파면 당해야 한다.

이럴 줄 알았다면 프릭이 아닌 공격적인 성향인 예은을 정글러로 스왑했을 텐데.

프릭은 저렇게 휘몰아치는 갱킹을 대응할 능력이 떨어진다.

확실히 나나 프릭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나나 프릭으로서는 말이다.

<나를 저격하다니. 팀 이름이 물이라 완전 물로 봤는데 보는 눈이 있나봐?>

이제는 팀에 완전히 녹아들게 된 로크도그가 히죽 웃으며 소리친다.

운영형 원딜러.

로크도그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정말 머리가 터지리라 고생했다.

나도 로크도그도 서포터인 데이비드 리도 함께 머리 싸매고 열띤 토론을 이뤘다.

그 피나는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을 때가 왔나 보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로크도그 본인이 가진 재능 또한 개화했다.

그 재능이라 함은 사실 얼토당토 않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나도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지.'

흔히 말하는 도시전설이다.

로크도그와 호흡을 맞췄던 서포터들.

어느새 손꼽히는 수준의 서포터로 탈바꿈하더라.

정말 우습게도 전세계 내로라하는 서포터들은 로크도그와 최소 한 번은 발맞춘 이력이 있다.

때문에 로크도그는 서폿 메이커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로크도그는 내가 알던 미래에서 찬밥 신세였던 원딜러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도시전설.

단순히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라 치부됐다.

그런데 그 우연이라는 게 한두세네 번을 벗어난다면 우연이라 생각해도 될만한 부류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웃어 넘길만한 이야기였다.

<봇라인에만 갱을 온다라. 그러면 우리가 꼭 붙어 있을 필요가 없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파트너?>

<그래, 파트너. 목표했던 돈도 모았고 슬슬 헤어질 시간이네.>

로크도그와 리는 상당히 친해졌다.

최근에는 조금 질투심이 느껴질 정도.

내 손을 떠난 비둘기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노릇이지만 잘된 일이다.

로크도그의 입장에서도, 리의 입장에서도 말이다.

'정말로 말이야.'

로크도그와 데이비드 리.

우리 CLC의 봇듀오는 지금껏 단조로운 게임을 했다.

라인전이 강력한 크레이브즈로 라인전을 어찌저찌 버틴다.

그리고 한타부터가 진짜.

크레이브즈는 방관템을 올려서 팀의 누킹력을 더해주고.

루나는 라인전을 버티가가 한타에서 활약한다.

어떻게 보면 잘 커도, 못 커도 승패에 별로 상관없는 딱 계륵같은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공격적인 성향 탓에 적팀이 대놓고 노리면 구멍까지 돼버리니 골치가 아프다.

원딜러인 로크도그는 피지컬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적팀의 정글러를 카이팅으로 역관광 친다던지, 그런 기행은 꿈도 꿀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맞지를 않는다.

그랬었던 봇라인.

서로가 멀어지자 역으로 상승효과를 낳는다.

타랑, 탕! 탕! 탕!

크레이브즈가 밴됐던 로크도그가 그 대신 선택한 챔피언은 치비르.

치비르는 라인 클리어에 일가견이 있다.

정말로 과장없이 마나 포션만 있다면 혼자서 적 둘보다 빠르게 라인을 민다.

게다가 생존기가 뛰어나 어지간하면 죽지도 않는다.

그렇게 치비르가 혼자 파밍하고 있는 사이에.

타앗!

아주 약간 귀환이 늦어졌다고 생각했을 데이비드 리의 루나.

탑라인 부쉬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칼을 던진다.

그 칼에 맞은 파이어뱃은 앉은 자리에서 속박된다.

대체 어느새 탑라인에 왔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 파이어뱃의 머리엔 물음표가 떠오를 터다.

바로 기동력의 신발을 구입한 덕분이다.

리가 목표라 말했던 돈은 다름 아닌 기동력의 신발 가격이다.

대부분의 서포터가 와드돌을 먼저 산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례적인 일.

덕분에 비전투상태에서의 빠른 기동력을 살려 몰래 탑부쉬에 침입할 수 있었다.

과감하게 투자한 기회비용이 결과를 만들어냈다.

데구르르.

헤일커드가 플레이하는 말화이트의 굴렁쇠가 파이어뱃에게 굴러간다.

당도하자 생각했던 이상의 데미지가 터진다.

루나의 패시브는 스킬로 타격했던 대상에게 아군이 피해를 입히면 추가데미지를 선사한다.

말화이트의 다소 부족한 데미지를 멋지게 보충해냈다.

그리고 연이어.

쿠와아앙!

파이어뱃에게 루나의 방패치기, 스턴이 박히자마자 연계된다.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박히는 것으로 파이어뱃의 목숨은 결정됐다.

파이어뱃은 어떻게 반항도 못해보고 그대로 목숨을 잃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렇게 루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치비르는 마나 포션을 쭉쭉 빨며 미니언을 받아 먹고 있다.

원래라면 서포터와 나눠먹어야 하는 경험치를 독차지하자 오히려 레벨링이 앞선다.

치비르가 6레벨에 도달함으로서 봇라인만을 노리던 적팀의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로밍메타의 게임.

시즌4쯤부터는 오히려 흔하게 되지만 현재 시점에선 당연히 아니다.

서포터의 공격적인 초반 로밍은 최소 시즌3 후반은 지나야 확립되는 메타다.

로밍을 가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

특히 대부분의 원딜러가 운영을 모르고 피지컬에 의존하는 지금은 더더욱이다.

서포터가 로밍을 갈 줄 안다 해도 원딜러 혼자 있다가 짤리기가 일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로크도그와 리는 베스트 파트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은.

'다 내가 잘난 덕 맞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로크도그가 서폿 메이커라 불리우면서도 정작 본인은 왜 저평가를 받았겠는가.

이 모든 게 다 내가 로크도그를 팀에 잘 적응시킨 덕분이 아니겠는가? 하는 농담은 이쯤 해두고.

나도 내 할 일을 할 때다.

'진심으로 가볼까.'

탑라인 로밍을 성공시켰다고는 해도 아직 승기가 넘어왔다고 보기엔 이르다.

확정타를 박아야 승기가 넘어온다.

그 확정타를 박는 것은 팀의 에이스.

바로 내 역할이다.

철컹!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다름아닌 발렐리아.

그것도 미드 발렐리아다.

미니언을 타서 모르피나의 속박을 피해낸 나는 그대로 평형의 판결을 때려박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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