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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97화 (29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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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차후 미래에 테이커의 미드 발렐리아가 화제가 된다.

솔직히 당시에는 조금 예능픽인 감이 있었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경기에서 팬서비스 한다는 느낌.

아무리 프로판이라고 해도 서로가 가짜에어마냥 파밍만 해대면 보는 팬들은 뭐가 되겠는가.

로드 오브 로드 판에서는 솔직히 흔하지 않지만 다른 E-스포츠.

최초의 E-스포츠였던 갤럭시 크래프트에선 프로들의 센스있는 팬서비스 플레이가 종종 화제를 몰고왔다.

갤럭시 크래프트가 오래도록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이 또한 포함되지 않았을까.

하는 여담은 접어두고 내가 발렐리아를 한 건 딱히 팬서비스 뿐만이 아니다.

'이번 판에서 발렐리아만한 챔피언이 없었으니까.'

정말로 순수하게 발렐리아의 픽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골랐다.

나는 적팀의 2차 포탑 안까지 들어와 파이어뱃을 따냈지만 포위가 된 상태다.

나무카이가 나를 타겟팅으로 속박하고 모르피나는 쫓아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챔피언.

내가 알기론 발렐리아밖에 없다.

촤랏!

나는 나무카이의 속박이 풀리자마자 칼날질주로 미니언을 탔다.

그리고 재빠르게 도망간다.

속박이 상상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풀렸기에 가능했던 판단.

발렐리아의 패시브와 아테나의 신발이 가진 강인함 수치가 곱해진 덕분이다.

하지만 방심하긴 아직 이르다.

'이거 한두 명이 아니구만.'

현재 내 발렐리아의 강인한 수치는 6할을 상회한다.

주위에 있는 적의 수에 따라 강인함 수치가 오르는 발렐리아의 특성상 있을 수가 없는 일.

이말인 즉, 당장 시야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나무카이와 모르피나 외에도 적이 있다는 말이다.

타라랑~♬!

역시나였을까.

적팀의 서포터 쏘냐가 점멸로 벽을 넘어 궁극기를 날린다.

1.5초간의 광역 스턴 효과가 있는 파워센도가 나를 붙든다.

궁극기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걸까.

탈력까지 걸어 나무카이와 모르피나가 당도할 시간을 벌어냈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다.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는 거지.'

강빈 해설위원의 훌륭한 명언.

뼛속 깊이 새기고 있다.

그것을 실천할 때다.

철컹!

6할이 넘는 강인함으로 인해 스턴의 지속시간은 고작 0.5초 남짓이다.

그 탓에 다른 두 적의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지만 쏘냐 하나 만은 데려갈 수 있다.

치지직!

아무리 탈력이 걸려도 발화와같은 고정 데미지는 그대로 들어간다.

고정 데미지가 괜히 고정된 수치의 데미지가 아니니까.

여기에 더해 발렐리아의 W스킬, 파천살검류가 발동된 상태인 지라 야무지게 썰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쏘냐가 토막토막 한 근 단위로 썰려 나간다.

투웅!

뒤늦게 당도한 모르피나가 속박을 던지고 궁극기를 사용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크실드로 쏘냐를 보호해준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두 번 남은 궁극기로 쏘냐를 마무리한다.

챵!

챵!

총 네 번 칼날을 뿜어낼 수 있는 이기어검.

탈력이 풀리자마자 쏘아낸 발렐리아의 궁극기가 쏘냐를 훑고 지나간다.

그 효과로 내 체력은 회복되고 쏘냐는 죽는다.

─더블 킬!

CLC Erro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은 다구리에 장사없다.

이렇게 네 명이나 되는 적이 대놓고 나만 노리면 죽어야지 별 수 있나.

두 명이나 데려갔으니 여한이 없다.

내가 이렇게 악전고투하고 있는 사이에 아군 또한 놀고 있었던 게 아니다.

솔랭이 아닌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두 명 딴 것도 딴 거지만 정말 오래도 버텼다.

게다가 적팀의 궁극기를 무려 세 개나 뺀 상황이니 바론을 치는데에 무리가 없었다.

설사 알고 있었어도 못 막았겠지만 나한테 정신까지 팔린 적팀은 바론을 그대로 내주게 됐다.

이렇게 되면 미드 근접 챔피언을 선택한 단점이 완전히 사라졌다.

'단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시기도 아니지만.'

어째서 프로무대에서는 특이한 미드 챔프가 나오지 않을까?

라인전도 라인전이지만 바로 라인 클리어 때문이다.

몇몇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라인 클리어가 영 좋지 않은 근접 챔피언.

하지만 그 라인 클리어 메타가 되는 건 앞으로 반년 이상의 미래다.

즉, 지금 시점에서는 어지간한 챔피언으로도로 미드를 서는 게 가능하다.

내가 과감하게 미드 발렐리아를 꺼낼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적팀의 CC기가 엄청 많아 강인함 덕을 톡톡히 본다는 게 첫 번째 이유겠지만 말이다.

찰칵!

아이템이 쭉쭉 나온다.

나는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영락한 기사검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이로써 2코어가 갖춰져버린 발렐리아.

발렐리아의 스플릿은 이제 어지간해선 막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바론 버프를 두른 아군 네 명이 물밀듯 미드라인을 압박한다.

촤랏!

촤랏!

나만은 혼자 떨어져 탑라인을 민다.

이렇게 되면 적은 인원배분에서 차질이 생기게 된다.

적들 중 누가 와도 다이브 당해 죽을 테니까.

20분 타이밍에 2코어가 완성된 발렐리아는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렇게 내가 탑 2차 포탑을 밀어버리는 동안에 적팀의 고민은 심화된다.

미드에서 이니시를 거는 게 옳은 판단일지.

아니면 인원을 돌려 나를 막아야 할지.

선택이 늦어질수록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결국 적팀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시도했다.

꾸루룩!

미드라인에서 이루어지던 4:5의 대치의 상황.

눈치를 보던 나무카이가 점멸을 써서 파고든다.

동시에 파이어뱃의 불바다 미사일이 일직선으로 깔리며 도주를 늦춘다.

적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이니시.

하지만 이니시를 걸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만이 도출되는 건 아니다.

<하아!>

로크도그가 플레이하는 치비르가 궁극기를 발동한다.

치비르의 궁극기, 한타 개시는 주위 아군 챔피언들의 이동속도를 상승시켜준다.

쫓아오는 적을 떨쳐내기 쉬울 뿐만이 아니라 포지셔닝을 잡기에도 용이하다.

비록 한 명이 부족한 아군이지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가 많은 적팀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었다.

싸아앙..!

라인전에서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모르피나는 과감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점멸로 파고 들어 궁극기와 조냐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치비르의 스킬 실드가 빠지고 루나와 말화이트가 포박됐다.

모르피나가 뿜어낸 혼령의 쇠사슬은 톡톡한 효과를 보았다.

확실히 한타의 상황은 적팀에게 웃어주고 있다.

나를 빼놓고 얘기했을 때 말이지만.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2코어가 뽑힌 발렐리아는 타워 철거 속도를 우습게 본 결과다.

포탑뿐만이 아니다.

억제탑조차 버티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세 명 살아남았나.'

미드에서 대치를 하던 아군들은 전멸을 면치 못했지만 두 명을 데려갔다.

이 정도면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말이 4:2 교환이지 남은 자들은 온전치 못하니까.

내 스플릿을 방해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럼에도 무서운 줄 모르고 다가온다면 보여준다.

촤랏!

촤랏!

미니언이 많을수록 발렐리아의 움직임은 자유로워진다.

더군다나 플레이하는 사람이 나다.

상대는 나의 움직임을 감히 예측할 수 없다.

나는 탑라인의 미니언을 타고 들어가 파이어뱃에게 스턴을 걸었다.

철컹!

소수 대 소수의 교전에서 딜러부터 노리는 건 당연한 판단이다.

거기에 더해 파이어뱃은 까다로운 CC기까지 가지고 있으니 먼저 처치한다.

나머지 두 명의 적, 쏘냐와 미포가 나를 때려대지만 역부족이다.

챵!

챵!

발렐리아의 궁극기, 이기어검은 챔피언에게 가격했을 때의 회복량이 엄청나다.

두 명의 적을 한 번에 긁으면 회복탱커 부럽지 않게 차오른다.

미포의 타격은 꽤나 아프지만 나를 순식간에 녹이는 건 불가능하다.

칼날 질주로 파이어뱃을 마무리한 나는 곧바로 미포에게 달려들었다.

우두두두두!

하늘에서 총알비가 떨어지며 나를 둔화시킨다.

그러면서 미포는 점멸을 사용해 쌍둥이 포탑 안까지 도망갔다.

이쯤에서 빠지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미니언 웨이브가 나타났다.

열심히 카이팅 해대고 있던 미포에겐 안타까운 소식이다.

챵!

챵!

이기어검으로 긁어버리면 근거리 미니언이라 할 지라도 칼날 질주에 한 방이다.

쌍둥이 포탑 주변에 젠된 수많은 미니언들을 타고 미포의 앞까지 도달한다.

영락한 기사검의 액티브를 사용해 미포의 체력과 이동속도를 뺏어낸 나는 도려냈다.

발렐리아의 평타를 맞을 때마다 미포의 살점이 덜어진다.

─더블 킬!

아직 한 명이 남았다.

강빈 해설의 말마따나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는 것.

쌍둥이 포탑에게 엄청나게 두둘겨 맞아 체력이 바닥난 나지만 쏘냐를 요리하는 건 손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발렐리아다.

체력이 낮다고 꼭 불리한 게 아니다.

철컹!

평형의 판결은 자신보다 체력이 적은 적에게는 둔화, 그리고 많은 적에게는 스턴이다.

포탑에게 얻어 맞고 온 나보다 체력이 많은 쏘냐에게 걸리는 건 당연히 스턴.

2초간 지속되는 스턴의 지속시간동안 쏘냐는 갈가리 찢겨진다.

─트리플 킬!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스플릿이라는 운영방식.

그 전제 조건은 두 개 중 하나를 만족하면 된다.

첫 번째는 지금 내가 플레이하는 발렐리아처럼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억제탑을 파괴했을 때다.

억제탑을 파괴하면 일반 미니언들보다 훨씬 강대한 거대 미니언이 나온다.

이 거대미니언을 방치하면 포탑이 파괴되기 때문에 반드시 한 명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이 전부 성립된다면 어떨까?

'대회이니만큼 서렌까진 안 나오겠지만.'

사실상 승기는 굳혀졌다.

그리고 대회이니만큼 말도 안되는 실수가 나올 일도 없다.

연이어 가져가는 두 세트.

우리 CLC가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될 팀이라는 사실을 오늘의 경기로 증명해냈다.

당돌하게 이견을 붙일 수 있는 이가 과연 있을까.

.

.

.

* * *

챵!

챵!

챵!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쌍둥이 포탑 앞에서의 한타.

발렐리아의 궁극기에 미니언 웨이브와 팀 워터의 챔피언들이 갈려나간다.

포킹 챔피언에 준하는 딜량이다.

<새까만 양날도끼가 발렐리아와 궁합이 또 이렇게 맞을 줄은 몰랐네요!>

캐스터인 도리아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발렐리아가 세 번째로 맞춘 아이템.

최근 핫하다고 할 수 있는 AD챔피언들의 코어템, 새까만 양날도끼였다.

안 그래도 잘 큰 발렐리아의 포킹에 적팀은 체력과 방어력이 동시에 깎여나간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한타의 무게추가 더욱 무겁게 기울어졌다.

<하아!>

CLC의 원딜러, 치비르가 궁극기를 발동함과 동시에 한타가 열린다.

어떻게 해설할 껀덕지가 없다.

CLC가 팀 워터를 일방적으로 유린한다.

이번 세트를 내준다면 8강에서 탈락하게 되는 팀 워터로선 필사적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억제탑이 두 개나 나간 팀 워터.

최후의 버팀목이던 쌍둥이 포탑이 철거되며 승부에 종지부가 찍힌다.

CLC의 준결승 진출이 확정 지어졌다.

<팀 워터도 훌륭했지만 CLC가 모든 것이 한 수 위였습니다! 연이어 2세트 챙겨가면서 CLC가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도리아가 CLC의 승리를 산뜻하게 축하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의미가 과연 이 뿐만 일까?

그냥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

게임 도중에도 CLC에 대한, 특히 Error 선수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몬테소리는 경기가 끝났음에도 입가가 마르지 않았다.

<노텀과 발렐리아, 현 메타를 완벽히 카운터 치는 멋진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진행될 경기들이 더욱 흥미진진해 질 거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과 다름이 없죠!>

경기가 끝났으니만큼 아무래도 두루뭉실 넘어가지만 몬테소리의 말에 담긴 의미는 깊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 대해 견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생각할 내용이 아니다.

두란링 스타트로 인해 잠시 침체됐던 미드AD메타.

CLC의 Error선수에 의해 돌파구가 생겼다.

미드에서 쓸 수 있는 AD챔프가 비단 탤런, 제임스따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리고 잘만 사용하면 현 주류 챔피언을 카운터칠 수 있다는 것 또한 입증해냈다.

이를 따라올 수 있는 팀만이 앞으로의 로드 오브 로드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으리라.

아니, 그 이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윈터시즌의 리그에서 CLC를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증명할 수 있는 팀이 과연 있기나 할까?

매 경기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최신 메타를 이끌고 있는 CLC.

아직 자신들의 최선을 보여주지 않은 나머지 네 팀이 이를 부득 갈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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