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
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포탑 내부 깊숙이 따라간 끝에 르풀랑과 고르키를 끝장낼 수 있었지만 말카림은 그 목숨을 다했다.
하지만 2:3의 교환이다.
충분히 남는 장사고 나이스 플레이였다.
<나 잘했지?>
"그래, 화끈했다 아주."
자랑스러운 듯 우쭐대오는 예은이 가끔 보면 귀엽게도 느껴진다.
이 녀석 은근히 칭찬받는 거 좋아한다.
그래, 이대로 쭉 잘하면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마.
경기는 아직 끝나려면 멀었고 아주 나중의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신발부터 올리고 미드 위주로 동선 짜봐. 압박 갈 거니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니 걱정 붙들어 매셔.>
르풀랑도 1킬을 챙기긴 했지만 나는 더블 킬이다.
미드라인의 승기를 굳혀 게임을 점한다.
파아앙!
마법 관통력의 신발 다음으로 가는 아이템은 당연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스킬쿨을 자주 돌리는 산다라에게 마나회복템은 필수다.
아직 채 완성되지 않아 하위템인 조화의 술잔만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하다.
계속해서 스킬쿨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르풀랑은 CS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
르풀랑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바로 CS를 챙기기 힘들다는 거니까.
'게다가 템트리도 꼬였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첫 코어템으로 가는 르풀랑은 첫 귀환 아이템이 중요하다.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가 첫 빠르게 나오면 르풀랑의 성장은 가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골드가 부족해 잡템만 사게 된다면 템트리가 많이 꼬인다.
현재 잡다한 하위템들만 있는 르풀랑의 템창은 눈뜨기 보기 민망한 지경.
그런 주제에 아까 나한테 블루까지 뺏겨 기본적인 마나관리조차 힘들어 보인다.
로드 오브 로드는 굳이 가시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도 상대를 말리는 게 가능하다.
라인주도권을 바탕으로 귀환 타이밍을 내가 원하는 순간에만 골라 잡았다.
그 탓에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를 살 수 없었던 르풀랑은 봇라인에서 한 번 죽기까지 했다.
라인전을 계속 진행하는 것조차 르풀랑에겐 지옥같을 것이다.
그런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파앗!
르풀랑이 앞으로 돌진해 사슬과 침묵의 표식을 던져온다.
빠르게 검은 파동으로 기절시켜 후속타를 막기는 했지만 위험하다.
사리고 있어도 모자를 르풀랑이 공격을 해온다는 의미는 손님이 찾아왔다는 거니까.
타앙!
음파를 맞히고 날라온 리심이 땅을 찍어 나를 둔화시킨다.
오는 도중에 와드방로는 쓴 모양이지만 선택지가 적다.
스턴기는 빠졌고 점멸도 쿨이다.
이대로라면 뒤로 까여서 배달 당할 수도 있다.
그 전에 우리 쪽 말광량이가 먼저 도착해서 다행이다.
띠리리리링~!
예은의 말카림이 먹고 있던 유령을 버려둔 채 돌진해온다.
밥순이가 밥그릇 내려놓고 의리를 지키러 오는 훈훈한 광경.
노릴 대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한 사이니까 말이다.
파바바밧!
주위에 검은 구체가 네 개밖에 없어 데미지가 다소 부족한 궁극기를 쑤셔박는다.
대상은 당연히 르풀랑.
궁극기가 있는 리심보다는 르풀랑을 노리는 게 알맞은 수순이다.
이미 생존기가 빠져버린 르풀랑을 노리는 건 여반장이다.
꽈드득!
부랴부랴 날조를 재사용해 도망가는 르풀랑에게 말발굽이 내려찍힌다.
언월도 돌리기까지 더해진 막대한 데미지에 르풀랑은 분신과 본체로 갈라진다.
말카림은 망설임없이 궁극기를 꼴아박는다.
그것도 역주행으로.
쿠워어어어어!
말카림의 궁극기는 도달지점의 동그란 범위에 닿는 적에게만 공포라는 CC기를 선사한다.
하지만 지나치는 적들 또한 데미지는 똑같이 입는다.
그렇기에 예은은 궁극기 데미지만으로 르풀랑을 마무리하고 리심에게 돌진해 공포를 걸었다.
어떻게 지적할 껀덕지가 없는 완벽한 플레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제는 리심이다.
리심은 말카림을 차내고 도망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쪽은 사지다.
기동력의 신발 맞춘 리의 루나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콰아앙!
리심이 와드 방로로 도망간 자리에 꽂혀버리는 루나의 궁극기, 달빛 포격의 효과로 리심은 크게 둔화된다.
조금 빗맞아버려 기절은 피했지만 결과는 매한가지.
루나가 던진 밤하늘의 검과 방패치기에 리심은 그대로 고정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미역슨은 이전 판에서 산다라로 나를 곤욕스럽게 견제했다.
서로가 킬을 먹지 않은 상황이라 할 지라도 산다라는 위협적인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의 내 산다라는 킬까지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곤욕스러운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좋은 느낌으로 가져오고 있는 승기를 확실하게 굳혀나간다.
확실하면서도 매섭게 몰아붙인다.
찰칵!
첫 번째 코어 아이템, 아테나의 부패할 술잔이 완성됨으로서 스노우볼은 가속화된다.
조금 미루고 있던 블루까지 취하면 쿨감이 무려 40%.
소싯적 굴렸던 볼링공의 매운맛을 보여줄 시간이다.
.
.
.
* * *
포킹을 빗맞히는 쪽이 못하는 걸까?
아니면 피하는 쪽이 잘하는 걸까?
닭과 달걀의 관계와도 같은 뫼비우스의 띠는 합의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많이 던지면 그만큼 더 맞는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헛소리가 아니게 할 수 있는 챔피언이 바로 산다라다.
파아아앙!
산다라가 잡고 있던 구체를 투척함과 동시에 하나 더 검은 구체를 소환한다.
검은 파동의 효과로 쏘아지는 두 구체는 마치 볼링공이다.
그런데 한 번에 두 개를 굴리니 피하는 입장에서 드는 노고가 두 배다.
물론 이도류라고 일도류보다 무조건 세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
적팀 다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운데 공을 두 개나 굴리면 하나는 맞기 마련이었다.
<스트라이크! TSK를 아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네요. Error선수가 학창시절에 공 좀 굴려봣나 봅니다?>
<이건 볼링이라기 보단 당구죠. 저도 큐대 좀 튕겨봤는데 Error선수도 만만찮은 것 같은데요?>
중계진의 위트있는 해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이 급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 게 접근을 못한다.
대놓고 용을 치고 있는 CLC에게 TSK는 감히 다가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탱커는 잡아 뜯기는 정도로 끝나지만 딜러가 잘못 스턴에 맞으면 그대로 사망이니까.
20분 타이밍에 라바둔의 죽음투구가 나온 산다라의 위력은 과연 괴랄하다.
그냥 대놓고 궁극기만 써도 원딜러가 삭제되지 않을까.
현재 경기를 보는 이라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의문이 현실이 되어 재생된다.
Unknown Error의 팬서비스 능력은 과연 기가 막히다.
<이니시가 화끈하게 열렸습니다!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이건 당구라고.>
<공의 수는 조금 부족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일방적입니다!>
지금껏 견제만 하고 있던 Error 선수의 산다라가 갑자기 점멸을 써서 고르키에게 궁극기를 박아 넣는다.
고르키는 보호막 스펠을 사용해 버텨보려 하지만 발화까지 들어갔다.
마법 저항력템이라곤 천쪼가리 하나 없는 고르키는 그대로 폭침.
그 여파로 인해 여섯 개의 검은 구체가 덩그러니 남았고 산다라는 이를 쏘아냈다.
조준점따위 없이 아무렇게나 굴린 듯한 검은 구체들.
어디로 튈지는 사용자조차 예측할 수 없지만 수에 장사없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명의 적이 스턴에 걸림으로서 한타가 시작됐다.
<아뇨, 이런 흥분은 환영입니다! 로드 오브 로드의 팬들이라면 이런 화끈한 경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누가 반박할 수 있겠습니까?>
이니시를 열은 대가로 산다라는 미역슨의 르풀랑에게 죽고 만다.
하지만 돌진기를 써버린 르풀랑 또한 무사하기 힘들다.
유령화를 켠 말카림이 황소처럼 달려들어 들이박는다.
르풀랑을 교통사고 내버린 말카림은 그대로 달려나갔다.
앞으로 쭈욱.
기동력을 살려 적팀의 퇴로를 원천봉쇄하고 단 한 명의 생존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전장을 지배하는 폭군이다.
<이대로 바론을 가도 TSK는 막을 수단이 딱히 없네요. 부활한 후에 미드 1차라도 미는 게 최선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중립의 입장에 있어야 할 중계진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성세가 기울었다.
그렇다고 경기장의 흥분이 가라앉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서 볼 만한 요소가 늘어버렸다.
첫 번째 세트를 TSK가 가졌다.
두 번재 세트는 CLC가 가져갔다.
이 두 세트의 공통점에 모두가 주목한다.
<산다라! 사실 솔로랭크에서는 티몽만큼이나 보기 힘든챔피언이거든요. 아, 죄송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티몽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그저 팀으로 만나기 싫을 뿐이죠.>
중계진들의 농담따나 산다라는 극히 비주류에 속하는 챔피언이다.
티몽은 트롤할 때라도 꺼내지는 산다라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정말 어쩌다가 장인이 한두 명 있는 정도.
그런데 그 장인 중 하나가 바로 미역슨이다.
심지어 Unknown Error까지 산다라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이거 혹시 숨겨진 꿀챔이 아닐까?
중계진은 물론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이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곧 진행되는 세 번째 세트.
산다라를 가져갈 주인이 누구인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산다라가 필승카드나 다름없어 졌는데요? 세 번째 세트에서 산다라를 가져가는 건 어느 팀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입니다.>
<그 전에 이번 경기의 승자를 확실하게 결정할 마지막 한타가 드디어!>
바론 버프를 두른 CLC가 봇라인의 빅웨이브를 타고 TSK를 압박한다.
미드라이너가 르풀랑인 탓에 라인클리어가 다소 아쉬운 TSK는 대위기.
고르키가 열심히 폭탄을 던지며 분전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원딜러까지 잘 성장한 CLC는 순식간에 포탑의 체력을 거덜 내버린다.
결정의 시간이다.
음파를 맞힌 리신이 반드시 한 건 해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담고 돌진한다.
그 각오를 무색하게만드는 한 방.
파바바바바밧!
미리 준비해둔 여섯 개의 구슬이 리심에게 틀어박히자 얄짤이 없다.
스킬포식자에 아테나의 신발로 마법 저항력이 제법 두터웠던 리심이었건만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난다.
산다라가 가진 단일 타겟팅의 궁극기 위력이 새삼 놀랍다.
적팀의 앞라인부터 대놓고 허물어뜨리는 CLC의 진격은 멈출 수가 없어졌다.
파아앙!
궁극기가 빠졌다고 다가 아니다.
산다라의 세 일반 스킬.
검은 구체와 구체 투척과 검은 파동.
동시에 박히자 메인 탱커인 네네톤의 체력이 묵직하게 뜯겨나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LC에서 성장을 잘한 챔프는 산다라만이 아니다.
유령화를 켜고 닥돌하는 말카림은 정글 주제에 삼종신기가 나왔다.
솔로랭크에서 말카림들은 대부분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얼음 장갑, 불타는 망토등으로 단단하게 간다.
어지간히 흔한 상황에서 삼종신기는 잘 선택하지 않는데 신기한 노릇이다.
그 덕분인지 어마어마한 괴력을 뽐내고 있는 말카림이 고르키를 어찌할 방도가 없게 물어버린다.
아무리 뛰어난 생존기를 자랑하는 고르키라지만 저 미친 망아지에게서 도망갈 수단까진 없었다.
<혼자 남은 미역슨 선수가 분전은 하고 있지만.. 설사 CLC가 물러간다 해도 미니언에 마무리가 될 분위기네요.>
픽밴의 순서만 따지자면 세 번째 세트에서 산다라를 가져가는 건 TSK다.
하지만 산다라를 선픽박는다는 것은 당연 위험부담이 크다.
CLC의 myummyum 선수.
아리따운 외모와는 상반적이게도 첫 등장부터 몬테소리에게 독설을 서슴치 않은 막가파다.
인게임에서도 서포터는 커녕 정글러.
아모모는 커녕 울퉁불퉁한 근육질 챔피언만 골라서 하는 당찬 여성이다.
그런 그녀의 톡톡 튀는 개성을 좋아하는 팬들이 부지기수 쌓여가고 있다는 건 일단은 덮어둬야 하는 이야기.
지금 중요한 건 TSK와 CLC의 숨막히는 밴픽싸움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화끈한 승부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세 번째 세트에서는 과연 산다라 여신이 어느 팀을 향해 미소를 지어줄지, 양 팀의 불꽃 튀는 밴픽이 시작됩니다!>
============================ 작품 후기 ============================
추천 버튼이 바꼈음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신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은근슬쩍 300화가 넘었네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성실연재 약속 하겠습니다.
부족한 작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