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05화 (305/803)

305====================

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North America 윈터 시즌.

TSK 대 CLC의 준결승전 경기는 아직 한창이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네 번째 세트를 CLC가 챙겨간다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에러갓의 미역슨 참교육..

산다라 뺏어와서 털고.

다시 뺏어와서 또 털고.

산다라 장인 강제 반납행;

└에러갓 챔프폭이 미쳐날뛴다.

└근데 산다라가 좋나? 서로가 왜 못 가져가서 안달인지 난 솔직히 모르겠다.

└라인전이 세서 주목받는듯.. 산다라가 다른 건 몰라도 라인전은 확실히 세니까.

산다라는 두 번째 세트까지 양 팀에게 승리를 번갈아 안겨줬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세 번째 세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TSK는 산다라 대신 8강에서 선보였던 자드를 꺼냈지만 산다라를 상대로 속수무책이었다.

결과창에는 이미 2:1, CLC 쪽에 2라는 글자가 떡하니 박혀 있다.

─자드가 산다라한테 힘든 거 같은데.

왜 산다라를 주고 자드를 가져갔지..

TSK가 제 무덤을 스스로 팠네.

└미역슨이 자신의 기량을 너무 과신한 감이 있다.

└아직 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은 챔피언. 글고 탤런보다 딱히 좋은 거 없어 보임.

└탤런은 광역딜이라도 넣지 자드는 그냥 한 명 죽이고 땡임. 근데 방금 경기는 한 명도 제대로 못 죽였음ㅋㅋ

못 큰 자드의 말로는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8강에서야 워낙 성장도 잘했고 적팀에 노릴 만한 챔프가 많았지만 방금의 경기에선 달랐다.

산다라는 조냐의 물시계가 빠르게 나왔고 원딜러는 크레이브즈다.

일반적인 원딜러에 비해 훨씬 단단한 크레이브즈.

생존기가 있어 쉬이 물 수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인전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한 자드는 1인분조차 하지 못했다.

참혹한 결말이다.

─이대로 CLC의 승리로 끝나겠구나 GG~

이번 밴픽은 CLC가 블루팀이라 산다라 무조건 가져갈 수 있다.

그나마 산다라 밴하는 게 차선책인데 그러면 챔프폭 넓은 에러갓의 승리.

응 GG야.

└그렇게 흘러가면 너무 잔인하다..

└그래도 대회무대인데 결정타를 박는 게 낫지.

└그보다 더 잔인한 건 에러갓이 자드하고 미역슨이 산다라하는 거임 LOOOOL.

└그건 에바다. 에러갓이 무슨 롤의 신이냐? 모든 챔프를 다하게.

이미 잔인하디 잔인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Unknown Error다.

미역슨의 주력챔프인 산다라.

Unknown Error는 바로 다음 세트에서 여봐란듯 뺏어서 사용했고 경기를 멋지게 승리로 끝마치기까지 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의 챔프폭.

한 사람의 챔프폭이 이렇게나 넓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껏 별의 별 기행을 다 보여준 Unknown Error인 지라 뜨거운 감자까진 되지 못했다.

서비스로 매일 군만두 주던 중국집에서 짬뽕 국물 한 그릇 더 딸려왔다고 놀랄 일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

Unknown Error에 대한 역치가 너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솔찌 에러갓이 자드하는 것도 보고 싶긴 함.

에러갓이 근접 챔프 워낙 잘 다뤄서 자드도 잘할 거 같은데..

오늘은 무리더라도 결승전때 연습해서 오면 재밌을듯?

└CLC가 이미 이긴 것처럼 말하네. 기분 나쁘게.

└이번 경기 TSK가 따라 잡으면 또 모른다.

└응 아니야. CLC가 산다라 가져가면 거기서 끝나.

양 팀 팬들의 기싸움은 그렇다 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CLC의 승산이 높다.

TSK에서 산다라를 뚜렷하게 대처할 카드가 없다는 사실은 증명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더욱이 CLC가 블루팀인 탓에 밴픽싸움의 주도권 또한 가지고 있다.

변수가 있다면 Unknown Error의 팬서비스 하나 뿐이다.

지루한 경기를 지양하며 재밌는 경기를 선사해온 Unknown Error.

선수들 입장에서야 당연 경기를 확실하게 챙기는 편이 낫다는 걸 암에도 팬들은 억지를 부린다.

그러한 억지.

들어주는 선수야 말로 더욱 더 큰 인기를, 팬들의 환호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해볼 테면 해보라 이거죠. CLC의 미드라이너가 Error선수가 주도했음이 틀림없습니다! 결승전이 앞에둔 경기에서 이러한 패기를 보여줄 수 있는 그 말고 또 있을까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라고 할 만한 상황이 벌어져 버렸다.

현재 진행되고 TSK 대 CLC의 준결승전, 그 네 번째 세트.

흥분한 중계진들이 목청을 높이는 가운데 마침내 시작되고 만다.

양 팀의 나머지 네 선수들이 완벽한 조연으로 출연하는 게임.

사실상 스포트라이트는 미드라인에 집중된 자드 대 산다라의 라인전이다.

세 번째 세트 또한 자드 대 산다라였지만 이번에는 선수가 바꼈다.

이전 센트에선 미역슨이 자드를, Unknown Error가 산다라를 했다면 그 반대.

이번에는 Unknown Error가 자드를, 미역슨이 산다라를 가져갔다.

어쩌면 TSK에게 있어 마지막 찬스가 될 수 있는 네 번째 세트가 개시했음을 중계진이 목청껏 소리친다.

.

.

.

* * *

이전 세트에서 나는 산다라를 자드를 압도했다.

그렇다고 산다라로 자드가 쉽다는 소리는 아니다.

내 형편에만 웃어주는 이야기라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나는 1레벨에 완전히 딜교환을 포기한 채 사렸고.

그 판단 덕에 2레벨 이후의 라인전은 상당히 버틸 만하다.

그리고 현재 포탑을 낀 채 CS를 받아먹고 있다.

하나도 흘리지 않으며 야무지게 평타로 썰어낸다.

서걱!

서걱!

자드라는 챔피언은 참 신기하다.

미니언을 베는 손맛때문에라도 한 번 해버리면 끊을 수가 없는 챔피언.

더욱이 이 손맛은 괜한 느낌같은 게 아니다.

자드의 패시브.

체력이 반절 이하로 떨어진 적에게 평타를 치면 최대체력의 8%에 비례하는 마법피해를 준다.

효과는 한 번이지만 그 한 번만으로도 족하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미니언의 막타를 챙기는데 엄청난 도움을 주니까.

'이 패시브 덕분에 CS를 챙기기 좋아서 방관룬에 올인할 수 있는 것도 한몫 하지.'

라인전이 제법 풀린 듯이 말했어도 아직은 버티고 있는 수준이다.

산다라를 상대로 자드는 초반에 사리는 수밖에 없다.

아니, 자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챔피언이 산다라를 상대할 땐 조심해야 한다.

자드는 근접 챔피언이기에 더욱 심하겠지만 그래봐야 CS 몇 개 차이라고 보면 의외로 편하다.

이 아쉬운 CS 몇 개 차이를 방관룬이 보충해준다면 더더욱이다.

일반적으로 AD챔피언들은 공격력룬을 많이 든다.

초반 효율이 좋다는 것이 그 이유.

미니언을 챙기는데 도움을 주거니와 딜교환에도 이점이 많다.

하지만 자드는 방어구 관통력이 더 나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챔피언이다.

특히나 산다라를 상대로 할 땐 평타로 딜교환 할 일이 초반에 없다.

산다라의 억센 견제 속에서 버티려면 CS는 어차피 표창으로만 받아먹어야 한다.

타워에 몰려오는 미니언을 받아먹을 때 흘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자드는 패시브 덕에 CS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

이 방어구 관통력룬은 시간이 지날 수록 효율이 극대화된다.

즉, 성장형 룬이라고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초반의 CS 손실을 방어구 관통력룬을 낀 리스크라 퉁치면 나름대로 손해보는 계산은 아니다.

'언제까지 맞고만 있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3레벨까지는 얌전히 맞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맞고만 있어서야 가오가 살지 않는 법.

슬슬 반격의 시기다.

챠라락!

W스킬, 그림자 분신을 사용하고 표창을 날린다.

분신은 본체의 행동을 따라한다.

본체가 날리는 표창과 분신이 날리는 표창.

총 두 개의 표창이 산다라를 노린다.

너프가 되는 미래와 달리 현재 자드의 그림자는 즉발에 가깝다.

그림자의 위치를 보고 표창을 피하는 건 불가능한 신기다.

산다라는 최대한 몸을 비틀지만 하나의 표창이 산다라의 옷깃을 스친다.

'아주 조금씩.'

자드의 플레이 방식은 일반적인 미드라이너와 상식을 달리한다.

대부분의 챔피언들은 안정직으로 CS파밍을 놀리지만 자드는 킬을 노린다.

설사 킬까지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체력을 깎는 건 큰 수확이다.

기력 코스트인 자드는 시간만 있으면 회복이 된다.

그에 반해 산다라가 가진 마나는 유한하다.

장기전으로 이끌어 가 마나의 고갈을 노린다.

챠라락!

아군 정글러 탈리반이 미드를 봐주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그림자 견제다.

밴픽싸움에서 산다라를 내준 데에는 탈리반을 가져오려는 이유도 있었다.

리심은 몰라도 탈리반의 갱킹은 까다로우니까.

플레이어의 예은의 성깔과 비견될 정도다.

쿠! 챠앙!

간간히 깃창으로 미드를 가로 지르기만 해도 산다라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낀다.

산다라의 견제가 둔화되는만큼 나는 챙길 수 있는 CS량이 늘어난다.

적팀의 정글러 리심도 만만치 않게 방문하긴 하지만 충분하다.

목표치를 채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찰칵!

첫 아이템의 선택부터가 다르다.

스킬포식자가 아닌 빌지워터의 해군칼.

그 효과는 액티브 사용시 상대에게 약간의 마법피해를 주며 둔화시킨다.

물론 아이템을 이렇게 가버리면 라인전 안정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마법 저항력이 없기 때문에 일정 이상으로 체력이 낮아져 버리면 산다라에게 원콤각이 뜰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안도 운용법에 따라 극복하는 게 가능하다.

서걱!

서걱!

산다라와 스킬 견제를 주고 받으며 밀려오는 미니언을 평타로 받아먹는다.

빌지워터의 해군칼에는 피흡이 달려있다.

그 효과로 체력을 조금씩 회복한다.

스킬포식자가 몸을 단단하게 해준다면 빌지워터의 해군칼은 라인유지력을 높여준다.

양 팀의 정글러가 6레벨을 찍음으로서 산다라가 과격한 견제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크다.

나 또한 시도 때도 없이 그림자를 돌리 지는 못하게 됐지만, 무난하게 가면 웃어주는 건 내 쪽이다.

나는 체력 관리가 지속적으로 되는데 반해 산다라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

그렇게 야금야금 파먹히다 보면 조급해지기 마련.

조급함은 일을 그르친다는 말을 알고 잇는듯 산다라는 신중하다.

그 신중한 산다라 장인에게서 킬을 따내기 위해선 예상을 뛰어넘어야 한다.

검은 파동을 쏘아내고 쿨타임동안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산다라.

나는 점멸로 미니언을 뛰어넘어 산다라에게 궁극기를 가했다.

구오오..!

산다라는 곧장 스킬쿨을 돌려 반격해왔다.

하지만 즉발이 아닌 산다라의 스킬들.

그림자 분신으로 산다라의 뒤로 이동해 피해낸 나는 공격을 연이었다.

서걱!

자드의 E스킬, 회전베기와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맞아 심각하게 느려진 산다라에게 패시브 평타가 터진다.

최대체력의 8%에 비례하는 마법피해와 스킬들이 한순간에 박히자 산다라는 점멸을 사용해 도망간다.

그러면서 스킬쿨이 돌아온 검은 파동으로 나를 노린다.

여태껏 신중하게 라인전을 이끌어 오던 산다라.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챠라라락!

산다라가 검은 파동을 사용하는 모션을 보자마자 궁극기를 사용해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지금껏 아끼고 있던 표창을 점멸이 빠진 산다라를 향해 날려버린다.

그림자 분신과 궁극기의 분신, 그리고 나 자신이 던진 세 개의 표창.

그 중 두 개가 적중하며 산다라의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렇게 총공세를 퍼부었음에도 산다라의 체력은 아직 남아있다.

평타 한두 방 더 때리고 싶은 욕심이 일 수밖에 없는 딸피.

그럼에도 나는 무덤덤하다.

결정타는 이미 남겨 놓았으니까.

─적을 처치했습니다!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는 3초가 지난 후에야 효력을 발휘한다.

내가 지금껏 산다라에게 가했던 막대한 데미지.

그 2할이 터지며 산다라의 목숨을 확실하게 빼앗는다.

화면에 상당히 멋지게 비춰졌겠지만 이래 봬도 아슬아슬한 솔킬이었다.

'정말 간발이었어.'

산다라의 체력을 포킹으로 깎아내고 모든 스킬을 맞히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산다라의 주요스킬은 피해버렸다.

사리고 있던 산다라를 따내기 위해선 나 또한 위험을 동반해야만 했으니까.

만약 검은 구체를 맞았다면 러브샷이었을 테고.

검은 파동을 허용했다면 역관광이 났을 터다.

포탑 안까지 도망간 산다라에게 최후의 평타를 꽂아 넣고 나오느냐 제법 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것을 증명한다.

산다라로 미역슨의 자드를 압도했던 내가.

이번에는 자드로 미역슨의 산다라를 솔킬 따냈다.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 윈터시즌에서 기대받는 미드라이너는 두 명이 아니다.

오직 나만이 오롯한 존재라는 사실을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찰칵!

몰려있던 미니언 웨이브를 깔끔히 먹고 정글몹까지 흡입한 후에야 우물로 귀환한다.

피흡템인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갔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지만 위험부담이 있던 것 또한 사실.

그럼에도 굳이 정글몹까지 빼먹고 간 데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목표했던 자드의 필수 아이템, 영락한 기사검을 구입할 골드가 모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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