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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그림자 분신과 점멸로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버리는 자드의 암살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반에 반박자 느리게 사용한 죽음의 선고가 빛을 발한다.
콰직!
자드가 궁극기를 발동해 적에게 도달하는데 걸리는 그 찰나의 시간동안.
상대가 이동기로 도망가 버리면 그 도망간 위치까지 자드는 따라간다.
마스터 오브 이의 알파 슬래쉬와 비슷한 판정이다.
그렇게 따라가 스킬쿨을 가볍게 한 번 돌리자 고르키는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2레벨에 도달한 자드의 자비없는 궁극기 데미지.
적팀의 주요 딜러 한 명을 살해하는 것은 여반장이다.
타라랑~♬
고르키의 죽음을 확인하고 등을 돌린 나에게 쏘냐의 파워센도가 떨어진다.
파워센도의 효과는 1.5초간 기절.
산다라가 딜링을 연계한다면 나 또한 고르키를 따라가게 된다.
궁극기도 그림자 분신도 다 빠진 나에게 존재하는 한 가지 탈출구.
나는 아직 궁극기를 재사용하지 않았다.
화락!
두말해서야 입 아픈 소리지만 자드의 궁극기는 단순한 암살기가 아니다.
암살기임과 동시에 돌진기, 그리고 훌륭한 생존기다.
자드가 궁극기를 사용한 자리엔 그림자가 하나 남고 재사용시 궁극기를 사용했던 위치로 되돌아온다.
쏘냐의 파워센도를 가뿐하게 피해냈음은 물론이다.
=쏘냐의 입장에선 귀신이 곡할 노릇이겠지만 이것이야 말로 자드다.
자드는 스킬 하나하나가 까다로운 챔피언.
그 응용법은 가지각색,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위험도가 천차만별인 암살자다.
더욱이 AD챔피언인 자드는 스킬쿨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먼저 진입했던 탈리반과 말화이트를 돕는다.
탈리반과 말화이트는 산다라를 궁지로 몰아넣었지만 결정타를 넣지 못했으니까.
진입하는데 궁극기를 전부 사용했으니만큼 후속딜이 부족하다.
결착을 짓는 건 아무래도 주인공의 몫이다.
서걱!
서걱!
푸딩처럼 녹아버린 고르키에 비하자면 리심은 단단하다.
하지만 기껏해봐야 순두부와 찌개용 두부 정도의 차이.
이 정도로 성장 잘한 자드를 막기에는 어림없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도 손해가 없지는 않다.
워모그의 갑옷에 바늘 갑옷을 비롯한 방어 아이템을 둘둘 두른 네네톤.
확실히 중반 타이밍의 네네톤은 정말 말릴 래야 말릴 수가 없는 하드 탱커다.
그런 네네톤이 바늘 갑옷까지 갔으니 루나와 크레이브즈 둘이 곤욕을 치른 것도 이해가 간다.
<무슨 바늘 갑옷이 벌써 나왔냐..>
<네네톤이 완전 괴물됐는데 저거 잡을 수 있으려나.>
결과적으로 아군은 두 명의 손실.
적팀은 네네톤만이 크레이브즈를 살해한 채 유유히 살아나갔다.
손해가 없진 않았어도 승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용이라는 오브젝트를 챙김으로서 글로벌 골드의 차이는 더욱 더 벌려진다.
그리고 방금의 용한타로 세 번째 코어템이 완성돼 버렸다.
네네톤이 괴물이라고 했었나.
영화도 그렇고 만화도 그렇고 괴물을 잡아내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그 두터운 갑주를 뚫어내기 위한 최종 병기, 최후의 숨결이 나왔다.
서걱!
서걱!
아군들이 미드를 밀도록 오더한 나는 봇라인을 푸쉬하고 있다.
속이 빤히 보이는 스플릿 푸쉬지만 그러면 어찌 할텐가.
의도를 안다고 해도 수단이 없으면 당해야 한다.
잘 큰 자드의 스플릿은 대놓고 해도 위협적이다.
화락!
내 스플릿을 막으러 온 상대는 역시나 네네톤.
안 그래도 우월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네네톤이 사슬 갑옷을 하나 더 껴입자 정말 박히지를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
이제 네네톤 또한 다른 챔피언들과 별 다를 바가 없어졌다.
챠라락!
나와 그림자 분신이 쏘아낸 두 개의 표창이 네네톤에게 적중한다.
두 개 맞혔다고 데미지가 두 배인 건 아니지만 1.5배는 된다.
여기에 더해 새까만 양날도끼.
회전베기와 표창 두 개를 맞은 네네톤은 방어력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정확히 2초 후에 결정타를 꽂아 넣는다.
쿠러렁!
네네톤이 라인클리어를 위해 천참만륙을 사용한 직후.
오직 나에게만 실낱같은 킬각이 보인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구오오..!
내가 궁극기를 사용하자마자 생존기로 포탑 안 쪽까지 내뺸 네네톤은 스턴을 건다.
W스킬, 참혹한 난도질의 확정 스턴.
하지만 안타깝게도 야성이 모여 있지 않다.
야성이 모여있지 않은 네네톤의 스턴시간은 고작 0.75초.
죽음의 선고를 피할 수 없다.
화락!
자드의 E스킬, 회전베기는 그림자와 함께 맞힌다고 데미지가 증가하진 않지만 둔화량은 증가한다.
땅을 기는 수준으로 느려진 네네톤이 내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어떻게든 포탑과 함께 내 공격을 버티려고 한다.
내가 허락할 수 있는 건 오직 안락한 죽음 뿐이지만.
서걱!
서걱!
아무리 두터운 방어력을 자랑하는 네네톤이라고 해도 새까만 양날도끼의 효과로 방어력이 깎였다.
여기에 더해 최후의 숨결은 또 35%의 방어력을 무시한다.
자체 방어구 관통력까지 더해지자 네네톤은 체력만 많은 물렁살에 불과하다.
두부처럼은 아니여도 사과처럼 사각사각 깎여버린다.
네네톤은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려 하지만 나 또한 그림자 분신의 쿨타임이 돌아왔다.
회전베기로 적을 가격하면 재사용 대기시간이 감소.
스킬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두 번만 맞춰도 다시 그림자 분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뿌직!
궁극기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데미지도 두 배에 가깝게 상승했다.
지금껏 자신이 받아낸 모든 데미지의 절반 가량이 레넥톤에게 확실한 죽음을 선고한다.
자드의 궁극기는 그 이름따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탱커는 탱커일까.
끈질긴 네네톤을 위해 선물한 발화가 아니었다면 살짝 애매했다.
궁극기의 그림자를 재사용해 다시금 억제 포탑으로 온 나는 빠르게 철거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억제 포탑에 연이어 억제탑까지 부숴버린다.
억제탑을 파괴하면 거대 미니언이 생성되며 스플릿 푸쉬에 탄력이 붙는다.
그것을 막기 위해 적팀의 서포터 쏘냐가 나를 막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온다.
의병대를 샀는지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오고 있다.
그 수고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챠라락!
강빈 해설위원의 명언.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고 했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쏘냐에게 풀콤보를 박아넣는다.
그림자 분신과 내가 쏘아내는 두 개의 표창을 제대로 맞은 쏘냐는 그대로 끔살 당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내가 네네톤과 포탑에게 어지간히 맞은 터라 만만히 보고 달려들었겠지만 오산이다.
잘 큰 자드는 굳이 궁극기가 없더라도 물몸 챔프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쪼개버릴 수 있다.
그리고 오산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천천히 굴러가던 눈덩이가 급경사를 만났다.
도저히 멈출 엄두가 나지 않는 속도로 서서히 몸집을 불린다.
경기의 승패는, 준결승전의 결과는 이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서걱!
서걱!
한타를 할 이유도, 바론을 칠 이유도 없다.
봇라인은 거대 미니언이, 미드 라인은 아군 네 명이 압박하고 있다.
나는 그저 아까와 마찬가지로 탑라인을 푸쉬하면 된다.
이번에는 방해꾼이 바뀌어버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파아앙!
네네톤을 대신해 산다라가 왔다.
아이템창을 보아하니 조냐의 물시계를 포함한 3코어.
라둔의 죽음투구가 아닌 관통의 지팡이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위협적이다.
풀콤보를 맞으면 아무리 자드라 할 지라도 죽을 수 있다.
그에 반해 나는 저 조냐의 물시계 때문에 산다라를 노리기가 힘들다.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구오오..!
처음 솔킬을 땄을 때와 마찬가지로 점멸궁을 사용해 산다라를 노린다.
연이어 묵직한 평타를 박아 넣는다.
깜짝 놀란 산다라는 점멸로 도망가지만 나 또한 그림자 분신으로 따라간다.
띠이잉..!
조냐의 물시계로 궁극기 데미지를 무효화시키더라도 시간을 벌 뿐이다.
무식하게 성장한 자드는 강제로 킬각을 잡는 게 가능하다.
나는 포탑에게 얻어맞으며 조냐가 풀리는 순간 만을 기다리고 있다.
파아앙!
산다라는 황금상 상태에서 벗어나자마자 쿨타임이 돌아온 스턴을 쏘아냈다.
하지만 나 또한 뒤지지 않는 산다라 유저.
생각은 뻔히 읽고 있었고 궁극기 그림자를 사용해 피해냈다.
그리고 되돌려준다.
그림자 분신과 궁극기 그림자.
그리고 내가 던지는 세 개의 표창이 산다라를 향해 날아간다.
네네톤을 사과 썰듯 깎아낸 나에게 있어 조냐의 물시계에 있는 약간의 방어력은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트루 데미지로 박히는 표창이 산다라의 목숨을 끊어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미드라인에서도 한타가 시작됐다.
4:4 교전의 양상은 얼핏 적팀에게 웃어주는 것 같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까는 탈리반과 말화이트 둘 다 이니시를 하느냐 크레이브즈를 지켜주지 못했을 뿐이니까.
탈리반의 창찌르기는 새까만 양날도끼와 비슷하게 적의 방어력을 깎는다.
더군다나 크레이브즈는 최후의 숨결이 나왔다.
심지어 워울프의 심장이라도 가려는지 거한의 허리끈을 장비해 단단하기까지 한 크레이브즈다.
아까처럼 쉽사리 당해주지 않는다.
결국 안되겠다 생각한 적팀은 도주했고 탑라인의 억제탑을 파괴했다는 결과만이 남았다.
이렇게 되면 바론이 공짜.
서렌을 안 쳤을 뿐 게임의 승패는 이미 이변따위 있을 수 없는 수준임을 모를 수 없다.
그럼에도 더욱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바론을 챙긴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적팀의 기나긴 고통을 덜어주는 것 뿐.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게 된 게임을 계속해서 질질 끄는 것은 괴로울 뿐이다.
스플릿은 여기까지.
미드라인에 합류해서 적팀의 숨통을 조여나간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은 미드 라인을 포기한 채 쌍둥이 포탑에서 마지막 싸움을 기다리고 있다.
어차피 미드 억제탑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니까.
세 개의 억제탑이 모두 부숴짐으로서 게임이 끝났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탑, 미드, 봇 총 세 개가 존재하는 억제탑은 각각을 부수면 각 라인에서 하나의 거대 미니언이 생성된다.
그런데 이렇게 억제탑이 세 개가 모두 부숴지면 거대 미니언이 각 라인에서 두 마리씩 튀어나온다.
이 거대 미니언은 스킬을 못 쓸 뿐이지 어지간한 탱커에 준하는 체력과 방어력을 자랑한다.
상대가 버티고 있는 쌍둥이 포탑.
그 최후의 보루를 거대 미니언들이 갉아먹는 걸 구경하며 야비하게 끝을 내는 방법도 있다.
만약 프로로서 승리에 집착한다면 그 편이 옳은 판단이고, 대부분의 프로팀에선 코치와 감독들이 그러도록 지시하리라.
그렇다고 나까지 그래서야 아니된다.
'그건 내가 지향하는 스타의 길이 아니니까.'
롤챔스에서 우승한 팀은 많다.
하지만 오래도록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모두의 가슴 속에 기억되는 스타는 손에 꼽을 수준이다.
그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단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바로 재미다.
재미없는 선수는 아무리 놀라운 성과를 거뒀어도 잊혀지게 된다.
모두의 가슴 속에서 언젠가 사라진다.
다시금 프로무대를 회상할 때 그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1세대 E-스포츠, 갤럭시 크래프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황제라 불렸던 남자가 내뿜는 빛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선수는 많았지만 그 이상으로 빛나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프로게이머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 자신이 재미없는 게임을 팬들에게 보여줘선 안된다.
구오오..!
화끈하게 들어가 고르키를 따내고 산화한다.
설사 내가 죽더라도 팬들은 보고 싶었을 테니까.
준결승전의 마지막이 될 한타가 채 벌어지지도 않고 게임이 종료되는 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게임.
알고 있음에도 나를 포함한 모두가 다이브해서 적팀을 유린한다.
그 결과는 4:5.
아군은 네 명이 죽었고 적팀은 몰살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탈리반 3세가 넥서스를 허물어뜨린다.
'북미의 테이커라.'
부숴지는 넥서스를 보고 있자니 문뜩 생각이 떠오른다.
북미의 테이커 미역슨.
조금 미안한 소리지만 테이커를 상대했을 때 나는 이 이상을 무언가를 느꼈다.
물론 미역슨도 테이커도 아직은 성장 중이다.
어쩌면 다가올 LCF에서 이 이상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여기서 끝이다.
탈리반의 내려친 창질에 의해 기나 길었던 준결승전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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