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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11화 (31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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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결승전은 이전까지의 경기들과 궤를 달리한다.

더욱이 결승전의 라인업이 TSL 대 CLC다.

전통을 자랑하는 TSL과 근본부터 리모델링을 해버린 CLC.

이전부터 쭈욱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오던 두 팀이 새로운 시즌의 북미 최강을 논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롤챔스 윈터시즌에 추가된 특별룰 몇 가지는 주목할 만하다.

지금껏 5전 3선승제로 운영돼 오던 롤챔스.

7전 4선승제로 바꼈다.

그리고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마지막 세트가 블라인드 픽으로서 시범적인 운영된다.

특별룰이 추가된 까닭이야 몇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미.

결승전이 지나치게 허무한 느낌으로 끝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딱 그 꼬라지.

그러한 경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경기수를 늘렸다.

물론 경기수가 많아지면 중계진을 포함한 개최측의 부담이 늘어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게 없다.

만약 이번 롤챔스가 성공적으로 치뤄진다면 이는 LCF까지 영향이 간다.

유럽 롤챔스 또한 비슷하게 시범운영을 하고 있고 현지의 반응에 따라 갈리게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결승전이 특별할 수 있는 요소가 한 가지 더.

팬들로 하여금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게 만들어주며, 결승전의 기대치를 더해주는 마법의 향신료다.

미리 보는 결승전의 사이다라고도 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서 흑역사가 될 수도 있는 결승전의 사전 인터뷰가 경기장의 메인 화면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TSL의 미드라이너 맥도날드가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오만해 보이긴 하지만 자만심을 가져도 될만한 스펙을 자랑하는 TSL이다.

더욱이 TSL은 조별 리그에서 CLC를 격파한 전력이 있었다.

아무리 조별 리그가 몸풀기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우쭐대도 될만한 요소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맥도날드의 도발에 CLC의 미드라이너, Unknown Error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맥도날드? 그거 햄버거집 이름 아닙니까? 사업 확장을 야무지게 했나 본데 슬슬 본업으로 돌아가게 만들어드리죠.>

감정이 묻어나는 듯한 빈정거림.

Unknown Error의 띠꺼움은 한 술 더 떴다.

조금 과한 감이 있긴 해도 결승전 사전 인터뷰라는 게 원래 이런 느낌이다.

혹시 오해가 생기면 어떡할까 걱정이 되는 부분이지만 당연히 뒷사정이 존재한다.

합의 하에 진행될 뿐더러 분위기를 띄우는 요소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기에 서로에게 앙심을 갖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적어도 이를 보는 팬들에게 있어선 의미가 있다.

상대를 깔본 주제에 정작 게임 들어가서는 져버린다면?

완전히 꼴불견이 따로 없다.

실제로 결승전이 끝난 후에 커뮤니티 게시판에 캡쳐 장면을 올리며 놀려대는 유저들이 상당하다.

뭐, 선수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는 있다.

대회측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으니까.

그러니만큼 일단 지르고 보는 재미가 있는 사전 인터뷰다.

미드라이너들의 차례가 끝나고 이윽고 양 팀의 정글러가 입으로 맞붙는다.

TSL의 정글러 오드아이가 아픈 구석을 찔러온다.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 Unknown Error를 필두로 이번 윈터시즌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CLC.

그런 CLC가 Unknown Error 원맨팀이 아니냐고 오드아이는 지적했다.

실제로 래딧을 포함한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들에선 종종 이야기가 오가는 부분이다.

솔직히 Unknown Error가 빠진다면 굴러가지 않는 팀이라는 것은 이견을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대꾸할 말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없으면 지어내서라도 우길 만한 강인한 처자가 여기에 있다.

<오드아이? 그거 참 이쁜 닉네임이네요. 눈깔을 확..! 아니, 좋은 승부 해봐요?>

서로를 놀리는 느낌의 이벤트라는 걸 알면서도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듯한 CLC의 정글러 MyumMyum 선수.

인터뷰 중간에 살짝 본래 성깔이 새어 나왔지만 다행스럽게도 방송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리따운 외모 덕분일까, 형편 좋게도 위트있는 농담이라 치부되었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니는 로드 오브 로드 최초의, 그리고 최강의 여성 선수.

그 외모가 상당히 출중한 MyumMyum 선수는 팬층이 꽤나 두텁다.

그녀의 방송 성격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얕보이지 않으려는 하나의 컨셉일 것이다.

이미 롤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는 그렇게 결론이 내려졌다.

여기에 대해 이견이 달리면 그녀의 팬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고.

어쨌든 TSL과 CLC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서로 도발을 주고 받았다.

미드라이너와 정글러에 연이어 원딜러와 서포터, 마지막으로 탑라이너까지.

사전 인터뷰는 그 목적대로 경기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드디어 메인 이벤트, 본선의 첫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양 팀 선수들의 기세가 흉흉합니다! 툭히 뮴뮴 선수는 상대를 아주 갈아먹을 기세던데요?>

<저도 그 뮴뮴 선수에게 한 번 데인 적이 있었죠. 아름다운 야생장미와도 같은 선수입니다….>

해설위원 몬테소리가 말끝을 조심히 흐린다.

그는 이전에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다.

감기 걸린 Unknown Error가 슈퍼세이브를 해주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가시에 찔리는 것은 사양이다.

야생장미란 단어 사용에는 뼈가 있었다.

그렇게 중계진들이 고조된 경기장의 열기를 부채질하는 사이.

선수들은 셋팅을 마치고 경기 준비가 완료됐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결승전을 고대하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선수들 또한 결판을 내고 싶다.

양 팀 모두 이번 롤챔스 윈터시즌을 위해 투자했던 노력이 적지가 않다.

관중석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결승전의 첫 번째 세트는 빠르게 시작했다.

<역시 산다라. TSL은 산다라를 첫 번째로 잘랐습니다. 상당한 위협이 된다. 팀 내에서 이야기가 오간 거겠죠.>

예상대로의 결과일까.

준결승전에서 100%의 픽률을 선보였던 산다라가 밴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CLC에서도 반격을 가한다.

준결승전 첫 번째 세트의 MVP, 오드아이의 나무카이가 봉인되었다.

<하나씩 주고 받았지만 CLC에서 약간 손해본 감이 있네요.>

<꼭 그런 건 아니지 않을까요? Error선수처럼 챔프폭이 넓은 선수에게 밴 한두 개는 발목도 잡지 못하죠. 그런 에러갓이 이번 결승전에서 준비한 카드들도 분명 기대가 됩니다.>

그렇게 양 팀이 서로의 주요픽들을 봉쇄하며 치열한 밴싸움을 마쳤다.

Unknown Error 원맨팀이 아니냐는 사전 인터뷰가 우습게도 MyumMyum 선수의 탈리반 또한 밴이 됐다.

딱히 Unknown Error하나만을 집중 견제하는 모습없이 일단은 서로의 수를 떠보겠다는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 CLC에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TSL에서 카서트를 가져갔네요.>

<말씀하신 대로 입니다. 맥도날드 선수가 지금까지 카서트 잡고 진 판이 손에 꼽거든요? 이것은 확실하게 CLC의 실수가 맞습니다.>

카서트는 TSL의 미드라이너 맥도날드의 주력 챔피언이다.

공격적인 성향의 카서트.

조금 어폐가 있어 보이지만 그가 플레이할 때를 한해선 그렇지가 않다.

라인전에서부터 딱콩 견제를 쉴 새 없이 날려댐은 물론이고 한타 또한 출중하다.

카서트의 패시브.

죽어도 7초동안 그 자리에 남아 적을 공격하는 패시브를 아주 기가 막히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으며 과감하게 이니시를 건다.

그렇게 되면 적팀은 카서트를 죽이기도, 도망가기도 애매하다.

정말 카서트 하나는 북미에서 첫 손에 꼽는 맥도날드.

그런 맥도날드에게 카서트가 쥐어졌다.

<탈리반이라도 살았으면 미드라인 갱킹을 어떻게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요.>

물론 밴싸움 좀 좋게 가져갔다고 끝이 아니다.

밴싸움은 물론 중요하지만 픽싸움은 그 이상으로 중요도가 높으니까.

현재 탑라이너의 두 절대자라 할 수 있는 거미여왕과 애꾸사자 중에 후자가 살았다.

양 팀 미드라이너들이 선호하지 않는 탓에 무시되고는 있지만 트와이스 페이크 또한 건재하다.

밴싸움에서 살아남은 OP챔피언들을 토대로 조합을 구축하고 상대의 조합을 카운터쳐야 한다.

진행되는 결승전 첫 세트의 밴픽싸움.

중계를 맡은 캐스터와 해설자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혹시 Error 선수라면 카서트를 뺏어오지 않을까. 저만 기대했나요?>

<충분히 생각해볼 만하죠. 근데 아무리 Error 선수라도 성향이 완전히 다른 챔피언을 빠른 시일 내에 다루는 건.. 약간 힘들다고 보는데요.>

지난 준결승전에서 상대 미드라이너 미역슨을 보여준 패기스러운 모습.

워낙 강열하다 보니 맥도날드를 상대로도 혹시 장난을 치진 않을까.

설마 하면서도 일단 기대를 해보는 게 사람 마음이다.

대회 진행위원임과 동시에 로드 오브 로드의 팬이기도 한 중계진들의 마음은 시청자들과 일맥상통하다.

그 기대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 한 사람.

Unknown Error가 자신이 고를 미드 챔피언에 마우스 커서를 올렸다.

<하지만 그 Unknown Error입니다. 카서트는 그렇다 쳐도 의외의 픽을 준비해왔을 가능성, 충분히 있죠.>

<어쩌면 자드를 한 번 더 보여주는 것도.. 설마!>

서둘러 카서트를 가져간 TSL과 다르게 CLC는 마지막 차례까지 미드픽을 아껴두었다.

그리고 가져갔다.

준결승전 마지막 세트에서 맹활약을 펼쳤전 자드를 말이다.

맥도날드 선수의 카서트 대 Unknown Error의 자드.

첫 세트부터 손에 땀을 쥐는 빅매치가 성사됐다.

하지만 그래도 TSL이다.

자드를 풀었다는 의미는 결코 방심이 아니다.

이를 카운터치는 카드 또한 준비해왔다는 의미.

TSL에서 자드를 상대로 한 해법은 다름아닌 스펠이었다.

<카서트가 탈력을 들었습니다! 이 탈력이라는 스펠. 암살자들에게 상당히 까다로울 텐데요?>

<참고로 이 탈력은 스턴에 걸려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CLC가 먼저 이니시를 건다고 해도 자드에게 분명 탈력이 걸릴 겁니다.>

2.5초간 이동속도, 공격소도, 가하는 피해량 이 세 개를 30%나 낮추는 대 암살자 전용 스펠.

그런 탈력을 든 챔피언이 두 명이다.

TSL의 미드라이너와 서포터 양쪽 다 탈력을 들었다.

자드라는 챔피언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있었다는 뜻이다.

<최근에 랭크게임에서 불이 붙고 있긴 하지만 자드는 장단점이 명확한 챔프입니다. 탈력에 조금 많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거든요.>

현시점에서 자드에 대해 가장 깊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를 두 명 꼽자면 Unknown Error와 미역슨이다.

다른 한 쪽인 미역슨이 한솥밥을 먹는 같은 팀의 선배들.

TSL을 도와 자드의 약점을 분석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었다.

그리고 TSL은 자신들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줬다.

밴픽싸움의 구도는 TSL쪽으로 조금 기울어졌다.

<밴픽싸움만 보자면 TSL의 손을 들어주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경기에 들어가지 않으면 또 모르지 않겠습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Error 선수의 자드는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로도 유명하죠. 탈력이 과연 그의 발목을 붙들 수 있을지. 첫 번째 세트, 시작합니다!>

밴픽싸움은 음식으로 따진다면 향이다.

간혹 냄새만 좋을 뿐 맛없는 음식도 존재한다.

그와 반대로 냄새는 별로여도 면발이 톡톡 끊어지는 꿀맛같은 음식도 있는 법이다.

모름지기 음식의 맛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법이니까.

밴픽싸움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귀찮게 게임을 치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TSL 대 CLC의 첫 번째 세트.

과연 어느 쪽이 길고 어느 쪽이 짧은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승부가 열렸다.

그리고 하나 더.

하나의 세트가 하나의 음식이라면 결승전은 코스요리다.

경기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애피타이저의 맛은 어떠할지.

코스요리의 첫 번째가 흥미롭게 시선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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