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12화 (31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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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첫 세트부터 자드를 선보인다.

내 비장의 카드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자드를 어째서 이른 타이밍에 꺼냈을까.

큰 이유가 하나, 그리고 작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큰 이유라 함은 한 마디로 무조건 이기기 위함이다.

'승점을 따낼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챙겨 놔야 해.'

TSL은 조금도 얕볼 수가 없는 팀이다.

북미 2대 강호 중 하나인만큼 두 말하면 입 아픈 소리.

절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자드라는 챔프의 장점을 백분 활용해 게임을 따내야 한다.

경기의 흐름은 결코 아군을 향해 웃어주지 않고 있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한지 5분이 되지 않은 시점.

아군 봇라인에서 퍼스트 블러드가 터졌다.

로크도그의 치비르가 적팀의 봇듀오에게 제대로 물렸다.

스킬실드로 막아야 할 스킬을 실수했던 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미안하다 물려버렸다..>

<아니야, 내 실수도 있고 적이 너무 잘했어 이건.>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은 조급했다.

조별 리그에서 TSL을 한 번 상대했었을 때는 그렇다 치고.

스크림 게임 등을 통해 TSL이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가진 팀인지 알면 알수록 바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금의 킬도 아군의 실수를 자연스럽게 유도해냈다.

한 마디로 로크도그와 데이비드 리의 듀오가 못했다기 보단 TSL의 봇듀오가 막강하다.

한 번 트여버린 물결을 쉽게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솔로랭크였다면 간단하다.

아군이 죽는 속도 이상으로 적을 죽이면 그만이다.

조금 생뚱맞은 얼토당토한 대답같아도 정말이다.

아군이 죽던 말던 신경 끄고 내 플레이에 집중해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면 된다.

바보같지만 이 이상의 해결책은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진다.

머리를 굴리거나 타자를 칠 바엔 움직이는 편이 낫다.

하지만 대회 게임.

그것도 북미 최강의 TSL을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 그런 자질구레한 방법이 먹힐까.

어떻게 실력 차이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회 게임이기에 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솔로랭크에선 저런 우직한 해결법이 최선이지만 대회 게임은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바로 체스다.

약한 말과 강한 말을 구분해, 그리고 상성까지 고려해서 배분한다.

물론 그냥 되진 않는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 전제조건을 성립시키기 가장 좋은 챔피언이 바로 자드.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에서 내가 굳이 자드를 선택한 이유다.

서걱!

서걱!

카서트를 상대로 한 라인전은 어렵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솔킬을 따는 것.

저 카서트를 뭉개지 않으면 이 게임을 이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을 성립시킬 수 없다.

더군다나 카서트의 성장은 골치가 아프다.

'성장을 내버려두면 궁극기만으로 떼몰살이다.'

챔프의 존재 이유 자체가 한타 최적화.

종말곡이라는 카서트의 궁극기는 모든 적에게 타겟팅으로 박히는데다 데미지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런 주제에 궁극기를 제외하고도 까다로운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카서트는 라인전을 버티는 능력까지 탁월하다.

더티파밍을 하는 속도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나 성장을 방관하면 괴물이 돼버린다.

여기에 더해 탈력까지 들고 있으니 혼자서는 어떻게 해보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더욱 해내야 한다.'

오늘의 결승전을 대비해 준비해온 전략은 많다.

하지만 서로의 기본기를 보는 첫 세트를 무난하게 내준다면 기세를 꺾이고 시작한다.

굳건한 경력이 뒷받침되는 TSL과 달리 우리 CLC는 초짜.

첫 판부터 꺾여버린다면 재기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첫 세트는 어떻게 해서든 따내야 한다.

불가능하더라도, 힘들더라도 이루어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자드픽이다.

챠라락!

가장 노릴만한 수는 역시 상대의 방심일까.

안타깝게도 그 방심을 해주지 않는다.

TSL의 미드라이너 맥도날드는 시작템으로 천옷을 사와 라인전의 안정감을 지향하고 있다.

어떻게 표창을 맞혀 체력을 깎아내도 포션을 빨아 회복해대니 견제의 보람이 없다.

자드라는 챔피언을 분석한 결과라면 훌륭하다.

아무리 미역슨이 도와줬다고 해도 대비할 시간이 길지 않았을 텐데.

과연 명문팀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노련한 대처능력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조금은 무리수가 필요하다.

"미드 와서 카서트 피 좀 빼줄 수 있겠어?"

<한 대 패주고 가라 이거지?>

예은 누님이 화끈하게 대답한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듣는 내가 불안해지는데.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아군 정글러 예은의 말카림이 갱킹을 왔다.

유령화까지 사용해서 카서트를 들이박는다.

파아악!

카서트의 체력이 정확히 반피까지 내려간다.

흔히 딜갱이라 불리우는 상대의 체력을 까주는 갱킹.

하지만 적팀의 정글러 예스틸러스라고 놀고 있진 않는다.

쾅! 쾅! 쾅!

내가 말카림의 호응에 그림자 분신이 빠진 걸 확인한 예스틸러스가 반대 쪽 부쉬에서 점멸로 튀어 나온다.

그러더니 닻을 던지고 콤보를 때려 넣어온다.

흔히 초식 정글러로 분류되는 예스틸러스지만 일방적으로 때릴 때는 그 데미지를 무시할 수 없다.

레드 버프의 고정데미지까지 더해져 내 체력 또한 반피 아래로 떨어진다.

양 팀의 미드라이너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간 미드 갱킹.

이렇게 서로의 체력만 까지게 되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드에겐 아니다.

자드는 상대 라이너의 체력이 낮을수록 라인전을 이끌어나가기 쉬워진다.

카서트가 포션으로 체력을 회복하기 전에 딜교환을 걸어버린다.

서걱!

자드의 패시브는 최대체력의 8%에 비례하는 마법피해를 입힌다.

방금의 딜갱 덕에 체력이 반절 이하여야만 한다는 조건이 성립됐다.

방어력이 든든한 카서트겠지만 마법피해는 여과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카서트 쪽에서도 반격이 있다.

토옹!

토옹!

시작템으로 천옷을 사온 리스크.

마나가 부족한 카서트는 이동속도를 둔화시키는 통곡의 벽을 깔지 못한다.

그 대신에 땅바닥을 터트리는 딱콩으로 나를 쉴 새 없이 견제한다.

딱콩은 비교적 피하기 쉬운 스킬이지만 평타는 그렇지 않다.

스킬딜 위주인 카서트로도 평타를 잊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숙련도가 높다.

카서트의 견제에 내 체력은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성급한 플레이어였다면 점멸로 따라왔을 것이다.

'솔랭이었다면 점멸 탈력으로 킬각을 노렸을 수도 있겠지.'

대회무대이니만큼, 그리고 상대가 나이니만큼 절제하고 있을 터.

그 판단은 옳다.

만약 카서트가 그렇게 나왔다면 나는 제대로 카운터 킬각을 잡았을 테니까.

하지만 나까지 수비적으로 나갈 이유는 없다.

역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나는 과감해야 한다.

그림자 분신을 깔아 표창을 쏴버린다.

챠라락!

체력이 낮아진만큼 예민해졌다는 걸까.

아니면 표창의 움직임에 익숙해졌다는 걸까.

앞무빙을 통해 내 표창을 피한 카서트가 역으로 견제를 쏟아낸다.

생존기가 빠진 나를 만만히 보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건 악수다.

조금 전 표창은 의도적으로 뒤쪽을 향해 던졌다.

카서트의 앞무빙을 유도했다.

상대의 위치를 조정해 킬각을 잡아내기 위함이다.

서걱!

화락!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해 위치를 바꾼다.

카서트와 내 사이는 고작 2센티 남짓.

지체없이 점멸을 사용한 나는 평타와 함께 회전베기로 카서트를 잡아뜯었다.

자드는 10초가 지나면 같은 상대에게 재차 패시브를 터트릴 수 있다.

깜짝 놀란 카서트는 탈력을 걸고 딱콩을 쏘아대지만 늦었다.

아무리 탈력을 걸었다 해도 이미 깎여버린 체력은 되돌릴 수 없다.

결정적으로 고정데미지인 발화는 탈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말카림의 딜갱에 힘입어 카서트를 솔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무사하기는 힘들다.

패시브로 부활한 카서트.

마나소모없이 스킬쿨을 돌려 나를 공격해온다.

아까와 달리 통곡의 벽을 부담없이 깔은 카서트가 딱콩을 터트렸다.

토옹!

토옹!

7초동안 무제한으로 쏘아대는 딱콩.

이를 어떻게든 피해내야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판에 갉아먹히는 데미지도 만만치 않다.

한 번이라도 딱콩을 허용한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다.

'위아래, 위위아래.'

리듬을 타며 무빙을 튼다.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와도 같은 스릴감.

내 죽음이 첫 세트의 패배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서커스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토옹!

마지막 딱콩 한 방.

긴장의 끈을 놓고 그대로 도망갔다면 자칫 허용할 뻔했다.

방금의 뒷무빙으로 인해 한 번 더 딱콩을 피해야 하긴 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빠릿하다.

무사히 카서트의 사정거리 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서 만약 예스틸러스가 덮쳐온다면 끔찍하겠는데..'

불안한 예감은 꼭 틀리지를 않더라.

위쪽 수풀에서 적팀의 정글러, 예스틸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향해 닻을 던져온다.

이것까지 피해내지 못한다면 지금껏 해낸 기행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쿠웅!

예스틸러스가 내 도착지점을 예측해서 던진 닻.

나는 앞으로 가던 무빙을 일순간 끊어 아슬아슬 닻을 피해낼 수 있었다.

그 슈퍼플레이로 인해 상황은 역전됐다.

파아악!

멸망의 질주로 이동속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말카림이 예스틸러스를 들이박는다.

그것도 나에게 배달하는 듯한 느낌으로.

예스틸러스에게 점멸이 있었다면 내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

당연히 없다는 걸 알고 했겠지만 정말 과격하기 그지없는 누님이다.

<죽여! 이 색히 죽여!>

"그러다 누구처럼 보이스 채팅 새어나간다.."

말카림의 딜만으로 예스틸러스를 따내기엔 무리가 있다.

협공해야만 하지만 내 체력을 정말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상대의 스킬을 먼저 빼야만 한다.

나는 쿨타임이 돌아온 그림자 분신을 깔고 회전베기를 사용했다.

그 효과로 예스틸러스는 느려진다.

쾅! 쾅! 쾅!

땅을 내려쳐 주위의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예스틸러스의 E스킬.

내가 곧바로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해 넘어올 거라 예상한 예스틸러스가 반격을 가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일부러 시간차를 두고 이동했다.

이러한 심리전까지 포함해서 자드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챔피언.

그 자드의 최고 장인이 나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챠라락!

서걱!

두 개의 표창과 함께 평타로 예스틸러스의 목줄을 잡아뜯는다.

말카림에 의해 이미 체력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예스틸러스.

자드의 패시브가 터지면 현재체력의 8%에 비례한 마법피해가 추가된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내가 카서트의 딱콩과 예스틸러스의 닻줄을 모두 피해냈기에 이룰 수 있던 결과물이다.

상당한 소득임에도 만족하고 있기엔 어깨가 무겁다.

아군의 봇라인은 그 사이에 한 번 더 킬을 허용한 데다 탑라인 또한 CS를 밀리고 있다.

이번 첫 세트.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찰칵!

빌지워터의 해군칼과 단도 두 자루.

카서트와 나는 레벨 차이까지 나게 됐다.

예스틸러스를 따냄으로서 6레벨에 도달한 나는 라인에 도착하자마자 디나이를 시작한다.

챠락!

내가 미니언 웨이브 앞에서 대놓고 서성여도 카서트는 감히 다가오지 못한다.

아이템 차이도 차이거니와 궁극기.

탈력도 없는 상황에서 죽음의 선고를 잘못 맞으면 킬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카서트는 최대 사거리에서 딱콩을 쏘아대며 반항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다섯 번을 쏴도 한 번 맞을까 말까다.

어쩌다 한 대 맞아도 미니언을 때려 피흡하면 그만.

디나이를 통해 카서트의 성장을 최대한 저지한다.

서걱!

서걱!

미니언을 웨이브를 포탑에 박아버린 후엔 더티파밍.

나는 점멸이 없지만 카서트는 점멸이 있다.

지나치게 견제에 치중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무난한 파밍을 통해 영락한 기사검을 완성시킨 후에 킬각을 잡아도 늦지 않다.

이윽고 목표했던 골드가 모였다.

찰칵!

라인주도권을 꽉 잡고 있는 덕에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귀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신발같은 잡템을 사지 않은 덕에 영락한 기사검이 이른 타이밍에 나왔다.

자드는 영락검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챔피언.

그 사실을 증명할만한 무대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카서트도 꽤나 단단해진 데다 탈력도 돌아왔겠지.'

체력과 마나를 올려주는 수호자의 유리수정이 나온 카서트.

천갑옷의 방어력까지 생각한다면 카서트를 따내는 건 쉽지 않다.

더욱이 저 수호자의 유리수정은 라인유지력 또한 귀찮으리만큼 올려준다.

더 이상 아까와 같은 실수를 해주진 않을 터다.

하지만 나에게는 라인주도권이 있다.

그리고 라인주도권이 있는 사람은 선택을 하는 게 가능하다.

내 선택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첫 번째 세트.

나는 격렬한 교전이 일어나고 있는 봇라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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