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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내가 이전에 팀 워터를 상대로 실수를 유도했던 플레이.
노텀으로 봇라인 로밍을 가는 척하며 제우스를 노렸다.
하지만 이는 카서트를 상대로 통하지 않는다.
카서트는 굳이 로밍을 가지 않아도 궁극기를 통해 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궁극기인 종말곡은 미드에서 써도 소환자의 전장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카서트는 내 로밍과 전혀 상관없이 올곧게 파밍만을 해댄다.
더욱이 내가 지금 로밍을 가고 있는 봇라인.
상대 봇라인은 성장세가 좋다.
자칫 어긋난다면 역으로 갱승이 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한 번은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토록 불리한 게임을 역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는 자가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세상에 없다.
콰앙!
상대팀의 원딜러 크레이브즈.
여기에 서포터 랄라까지 가세한 봇조합은 강력하다.
한 번 라인주도권을 잡기 시작하면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그러한 크레이브즈가 현재 2킬.
VF소드와 채굴삽이 나온 크레이브즈는 평타도, 스킬데미지도 어마무시하다.
봇라인에서 교전이 열렸다.
탕!
탕!
앞대쉬를 한 크레이브즈가 쏘아내는 총알들.
로크도그의 치비르는 스킬실드로 산탄세례를 막아냈지만 그럼에도 딜교환이 밀린다.
템트리가 말려 공격속도의 신발에 두란검 두 개 들고 있는 치비르로서는 충분한 데미지를 뿜을 수 없다.
<커져라!>
루나가 풀콤보를 꼽아 붙잡았지만 크레이브즈는 건재하다.
랄라가 온갖 스킬들로 보조해주는 원딜러의 위엄.
크레이브즈가 대놓고 앞대쉬를 해도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아군이 버텨주고 있는 사이 내가 봇라인에 당도한다.
챠라락!
인사 대신 표창을 날려준다.
표창과 회전베기로 룰루와 크레이브즈를 동시에 긁었지만 빼지를 않는다.
뒷골이 쎄한 느낌.
애초에 크레이브즈가 앞대쉬를 했다는 시점에서 자명했다.
적팀의 정글러 예스틸러스가 부쉬에 숨어있었다.
쿵! 쿵! 쿵! 쿵!
예스틸러스가 나를 궁극기의 타겟으로 지명했다.
일단 발동만 되면 지옥 끝까지 상대를 추적하는 골치 아픈 효과.
상대는 그 궁극기가 터져 내가 기절하기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노림수대로 놀아줄 생각은 없다.
구오오..!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해 위치를 바꾸자 크레이브즈의 면전과 마주한다.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가 떨어진다.
일순간 맵에서 사라지는 효과로 인해 예스틸러스의 궁극기가 무효화된다.
하지만 아직이다.
그 하나로 만족하기엔 상대가 가진 스킬이 너무 많다.
쾅! 쾅! 쾅!
예스틸러스가 점멸을 사용해 나에게 닻을 내리친다.
상대를 1초간 속박시키는 패시브가 묻어있는 평타.
맞게 된다면 꼼짝도 못하고 샌드백이 돼버린다.
맞점멸을 사용해 피해내자 예스틸러스의 무거운 닻은 제 갈 길을 잃는다.
크레이브즈에게 달라 붙은 나는 평타를 쑤셔박았다.
콰아앙!
생존기가 빠진 크레이브즈가 할 수 있는 일은 반격뿐이다.
크레이브즈가 나를 향해 포탄을 쏴버린다.
광역딜의 성격을 지닌 궁극기로 나 하나만을 노리다니 영광스러울 지경.
나는 크레이브즈의 뒤로 이동해 가뿐히 피해냈다.
서걱!
궁극기의 그림자를 재사용한 효과다.
앞선 아군과의 교전으로 체력이 깎인 크레이브즈는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패시브 평타와 회전베기 그리고 발화를 때려박자 체력이 금새 낮아진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버티는 크레이브즈.
키워도 정말 어지간히 키웠다.
콰직!
궁극기와 발화의 마지막틱까지 받은 후에야 죽음을 받아들인다.
가장 잘 큰 크레이브즈를 따냈지만 시작은 이제부터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머리 위에 뜨는 한 줄기 표식.
카서트의 종말곡이 발동됐다는 신호다.
터엉!
아군 서포터 루나가 랄라에게 스턴을 때려박는다.
어떻게 호응을 하고 싶어도 먼 거리.
한 번 떨쳐냈던 예스틸러스 또한 부단하게 걸어와 나에게 다시 닻을 내려찍는다.
그것을 역이용한다.
화락!
예스틸러스를 회전베기로 긁는다.
그 효과로 그림자 분신의 쿨타임이 재차 돌아왔다.
속박이 묻어있는 예스틸러스의 평타를 피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하다.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해 랄라의 지척까지 이동했다.
서걱!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자드는 난전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다.
적 챔피언마다 한 번씩 패시브를 터트릴 수 있으니 당연한 이치.
표창까지 쏘아내자 랄라는 순식간에 토막난다.
퍼어엉!
머리 위에 떠있던 표식이 폭발하며 나를 포함한 전 아군에게 피해를 가한다.
말려버린 터라 주문력이 높지 않은 카서트임에도 아슬아슬했다.
크레이브즈가 버티며 쏴댄 평타와 자잘한 공격들은 내 체력을 상당히 깎아냈으니까.
랄라를 따내고 아찔한 게임이 터지지 않았다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피였다.
─더블 킬!
CLC Erro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닭 쫓던 개 꼴이 돼버린 예스틸러스가 닻을 던져왔고 이를 루나가 대신 맞아주었다.
숭고한 희생.
이렇게 봇라인에서 개판 싸움이 난 동안 탑에서도 교전이 있었다.
적팀의 탑라이너 잭트를 아군 말카림과 애꾸사자가 다이브해서 강제로 따내버렸다.
만족할만한 성과다.
'카서트의 성장이 걸리기는 하지만.'
라인전이 말렸던 카서트는 내가 라인을 비운 사이에 신나게 파밍해댔다.
귀환을 하면 필히 억겁의 스태프가 완성될 터.
게임을 뒤집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찰칵!
이전에는 새까만 양날도끼를 2코어로 갔었다.
네네톤이라는 하드탱커를 상대하기에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
하지만 이번 판에서 내가 스플릿을 할시 나를 마크하게 되는 건 십중팔구 잭트다.
탱커보단 딜러의 비중이 높은 잭트를 상대로 새까만 양날도끼는 효율이 떨어진다.
그 대신에 유령의 영혼검의 하위템을 선택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탑에서 잭트를 따낸 부수적인 효과로 아군이 포탑을 챙겨갔다.
이렇게 되면 굳이 미드라인으로 복귀할 이유가 없다.
아군 탑라이너 애꾸사자가 내려오는 대신에 내가 탑으로 올라간다.
서걱!
서걱!
탑과 봇에서 일어난 소규모 교전이 잘 풀린 덕에 상황은 제법 웃어준다.
나만 킬을 먹은 게 아니라 탑도 봇도 어느 정도 풀렸으니까.
더욱이 내가 탑스플릿을 하고 있음에도 적팀은 용을 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전의 상태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나 없이 4:4를 꽝 붙는다고 해도 카서트의 종말곡이 없으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적어도 카서트의 궁극기가 돌아올 때까진 용한타를 걸지 않으리라.
마음 푹 놓고 스플릿에 전념한다.
챠라락!
아직 삼종신기가 채 완성되지 않은 잭트.
맞붙는다면 컨트롤 차이로 이길 자신이 있지만 조급해서는 안된다.
적팀의 정글러 예스틸러스가 미니맵에 보이지 않는다.
<예스틸러스 탑 아니면 봇에 있을 것 같은데.>
<그야 그렇겠지. 함 지를까?>
화끈한 판단은 물론 필요하다.
탱템을 간 애꾸사자가 아무리 하이브리드라고는 해도 아군 조합은 올AD의 성격을 띄고 있다.
올AD는 시간만 끌면 이길 수 있다는 마법같은 단어.
각 챔프의 성장기대치가 나쁘지 않아 후반에 가도 아주 나쁠 건 없지만 조금 켕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끓을만큼 끓어야 밥이 되는 법.
생쌀을 재촉한다고 쌀밥이 덜렁 완성되는 게 아니다.
뜸을 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챠라락!
조금씩 잭트의 피를 깎아내자 예스틸러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카서트의 궁극기가 채 돌아오지 않은 시간대.
내가 예스틸러스와 잭트를 붙들고 있는 사이에 아군이 용을 챙긴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이득을 챙기는 것만이 스플릿의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내가 미끼가 되어 적을 불러들이고 아군이 이득을 챙기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말마따나 쉬운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해냈다.
이렇게 되면 가능하다.
'슬슬 발동을 걸어 볼까나.'
로드 오브 로드를 체스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
다름이 아니다.
적팀의 뚜렷한 목표를 없에고 인원배분을 통해 혼란을 야기한다.
그 목표라 함은 용.
사실 적팀이 이렇게 쉬이 내 손바닥 안에서 놀아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이 잘 풀렸다.
오더에 한 번 혼선이 빚어진 결과로 유추되지만 실수 또한 이용해줘야 하는 법.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찰칵!
잭트를 따내진 못했지만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두 번째 코어아이템이 완성됐다.
유령의 영혼검은 자드의 스플릿에 탄력을 더해준다.
아군을 봇으로 돌리고 나는 탑을 푸쉬한다.
서걱!
서걱!
나를 상대하는 잭트 또한 코어템을 맞춰왔다.
삼종신기에 더해 어쌔신의 신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아이템트리고 나라도 저리 맞췄을 거다.
그런 잭트와 나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컨트롤.
아무리 잘 컸다 해도 자드로 잭트를 따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능하다.
자드가 얼마나 성질머리 더러운 챔피언인지 모르는 잭트에게 일갈을 먹여준다.
화락!
챠라락!
미니언을 치고 있는 잭트에게 포킹을 가한다.
하지만 두란검을 두 개나 들고 있고 체력 포션을 빨아대는 잭트는 빠르게 체력을 수급한다.
조금 더 치명적인 공격을 가해야 한다.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한 나는 평타로 잭트를 가격했다.
이 찰나에 공격에 잭트는 반응해냈다.
휘리릭.
의외의 일격이었음에도 잭트의 반응은 매끄럽다.
내 평타가 박히는 속도보다 빠르게 들고 있던 봉을 회전시킨다.
2초간 모든 평타 공격을 막아내는 잭트의 상징과도 반격기.
그러면서 빠른 공격속도로 나를 두들긴다.
배인과 비슷하게 강력한 3타를 자랑하는 잭트는 평타만으로도 상대의 목숨을 취할 수 있다.
나는 글자 그대로 신속하게 도망갔다.
티링~!
영락검을 사용해 잭트의 이동속도를 빼앗고 유령의 영혼검을 켠다.
속도를 상승시켜 주는 액티브 두 개가 중첩되자 내 발걸음은 몰라보게 빨라진다.
이대로 도망가면 잭트는 고스란히 반격기만 빠지게 된다.
체력이라도 빼놓을 속셈인지 잭트가 도약해온다.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오오..!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
일순간 맵에서 사라지며 잭트의 스턴과 도약 데미지를 전부 피해낸다.
알고 있어도 대처하기 까다로운 궁극기인데 모르는 잭트는 오죽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할 수 없다.
맞딜에 있어서, 특히 미니언을 때려 패시브를 최대치까지 쌓은 잭트는 무시무시하다.
궁극기를 사용하면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까지 큰 폭으로 오르는 잭트다.
가히 암살자의 카운터와도 같은 챔피언.
그런 잭트를 자드로 이기기 위해선 농락해야만 한다.
잭트가 자신이 가진 기량을 백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공격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을 상쇄시킨다.
나는 잭트에게 달려들어 평타를 쑤셔박았다.
서걱!
이대로 서로를 때리면 더욱 강렬한 쪽은 잭트다.
3타는 둘째 치고 공격속도 자체가 차이난다.
영혼검의 액티브를 킨 상태임에도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적당한 시기에서 빠진다.
화락!
궁극기의 그림자와 위치를 바꾸고 회전베기를 사용한다.
회전베기를 맞고 느려진 잭트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나에게 달려들고 싶겠지만 도약이 쿨타임.
어쩔 수 없이 점멸을 사용해 딜링을 이으려 하지만 3초가 흘렀다.
콰직!
지금껏 내가 가한 피해량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
단단한 잭트는 버텨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다시 한 번 주고 받는 평타는 이전과 다르다.
서걱!
서걱!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잭트에게 자드의 패시브가 터진다.
묵직하게 박히는 최대체력의 8%에 달하는 추가피해.
잭트는 발화를 아끼지 않으면 최대한 딜링을 쑤셔 넣으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잭트를 잡자마자 미니언을 때려 체력을 회복한다.
피흡까지 적절하게 달려있는 영락검은 가히 만능 아이템이다.
방금 잭트와의 교전.
얼핏 아슬아슬하게 잡은 것도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발화도 아꼈고.. 점멸도 이제 돌아올 타이밍이지.'
잭트 혼자서는 나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상대는 나를 막기 위해서 더욱 강력한 말을 둬야 한다.
소환자의 전장에서 이루어지는 체스.
체크메이트가 이루어지기까지 앞으로 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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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