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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두 번째 세트에 연이어 세 번째 세트까지도.
굳건하기 그지없는 TSL이란 벽을 CLC는 넘지 못했다.
물론 CLC라고 대응을 안 한 게 아니다.
그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두 번째 세트에 비하자면 세 번째 세트는 치열했다.
그러나 픽에 약간의 변화를 준 정도로 결과를 달리 할 수 있을만큼 TSL은 만만한 성벽이 아니었다.
1:2의 스코어로 CLC가 한 세트 밀리는 가운데 시작하는 네 번째 세트의 밴픽.
그런데 CLC는 이번 밴픽싸움도 조금 말려버렸다.
<카서트를 밴한 건 좋습니다만.. 이렇게 되면 거미여왕이 살아버리죠. 이를 효율적으로 상대할만한 카드를 없을 텐데요..?>
몬테소리의 말끝이 무겁다.
7전 4선승의 다전제에서 승패를 주고 받는 건 긴장감을 보태는 요소인 건 맞다.
하지만 이대로 네 번째 세트까지 CLC가 패배한다면 흐름을 되돌리기가 힘들다.
때문에라도 이번 네 번째 세트에서 CLC는 역전의 계기를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 하는 CLC가 밴픽단계부터 트러블이 일어났다.
현 탑라인의 패왕 중 하나, 거미여왕이 살아버렸다.
심지어 TSL이 우선픽을 갖는 4세트에서.
당연하게도 TSL은 거미여왕을 꿀꺽 먹어버렸다.
<라인전을 버티는 능력이 탁월한 헤일커드 선수라면 그래도 희망적인 관측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제가 보기엔 라인전을 버틴다 해도 문제가 됩니다.>
도리아의 긍정적인 견해에 몬테소리는 고개를 저었다.
TSL의 탑라이너 대이리스 선수는 명실상부 세계 톱클래스의 탑라이너다.
즉, 헤일커드와는 기량 차이가 난다.
그런 상황에서 거미여왕이란 OP챔피언까지 가져가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설사 버틴다고 해도 다이브에 당할 공산이 크다.
거미여왕은 그 스킬구조가 다이브에 최적화된 챔피언이기 때문.
운좋게 CLC의 정글러 MyumMyum선수가 뒤를 봐준다고 해도 동선 낭비가 심각하다.
안 그래도 봇라인이 밀리는 CLC가 탑까지 신경쓰게 된다면 정글러의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워진다.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말씀대로 흘러간다면 MyumMyum선수가 미드라인을 풀어주기 힘들게 되겠는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바 그대로 입니다. Error선수가 자드 이상의 카드라도 꺼내지 않는 한 이번 경기는 고될 거라고 솔직하게 전망합니다.>
Unknown Error라면 기대해볼 만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하나만으로 어찌하기엔 TSL이란 벽은 너무도 두텁다.
더욱이 에이스 혼자선 한계가 명확하다는 사실은 이미 준결승전을 통해 증명이 된 마당.
다름아닌 TSL 대 CLOCK9 준결승전에서 말이다.
CLOCK9의 에이스, 미터스 선수는 경기내내 선전을 했음에도 승패를 뒤집지 못했다.
Unknown Error도 비슷한 과정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중계진들의 답답한 마음.
경기를 관중들과 시청자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오오! 설마 이걸 준비해온 건가요?>
<예상 자체가 당연히 불가능한 카드죠. 하지만 진심으로 경기에서 꺼낼 거라고는.. 아, 픽 박아버렸습니다.>
현 메타를 주도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CLC.
그런 CLC가 예상을 뒤엎는 픽을 꺼내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롤챔스에서 나올 만한 부류의 챔피언이 아니다.
정말 농담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사용할지, 저로서는 감히 예상을 할 수가 없네요. 몬테소리 해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하하, Unknown Error의 혜안을 어찌 감히 넘겨 짚겠습니까. 자포자기식 예능픽이 아니라면 좋겠습니다만..>
중계진들이 반응이 심상치 않을 만도 하다.
지금껏 롤챔스에 나온 적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나올 예정이 없는 챔피언.
차라리 산다라처럼 단점이 명확한 픽이라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하기라도 하겠다.
하다 못해 노텀처럼 정글 챔프가 미드로? 이런 경우라면 흥미를 끌만한 요소다.
그런데 CLC가 꺼낸 귤선장이란 챔피언은 아예 쓰이지를 않는다.
어느 라인을 가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미드가 아닌 탑이었다.
Unknown Error도 아닌 헤일커드 선수가 저 기상천외한 픽을 소화할 수 있을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과연 실화인지조차 의문이다.
<글쎄요.. 외람되지만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만약 CLC가 이기고 있었다면 팬서비스를 감안한 예능픽정도로 좋게 포장이 됐을 텐데요..>
해설위원인 몬테소리의 머리에서 물음표가 떠나가지 않고 있었다.
대체 어떤 의도로 준비를 해온 카드일지 추측이 불가능하다.
이길 수 없다면 재미라도 보여주자 식의 예능픽이 아닐까.
적어도 현 시점에선 그렇게밖에 상상이 가지 않는다.
<탑귤선장이 롤챔스 윈터시즌 결승전의 네 번째 세트에서 실제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미드도 조금 이상하죠?>
<어그로가 끌린 나머지 가장 중요한 Error선수를 깜빡했네요. 그런데 이게 뭐죠? 잇츠 리얼? 휘유우~!>
분위기를 반전시킬 속셈으로 몬테소리는 가벼운 말장난과 함께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편치 못했다.
탑도 그렇고 미드도 그렇고, 현재 CLC는 픽만 보자면 예능이 따로 없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예능픽일 가능성이 있다.
연이어 패배를 해버린 마당에 거미여왕도 뺏겨 버렸으니 재밌는 게임이라도 보여주자.
CLC에서 그렇게 담합했을 공산이 낮지 않았다.
어차피 말릴 수도 없으니만큼 예능틱한 부분을 부각시키며 즐거운 해설을 지향하자.
몬테소리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어지간한 상황을 상정하고 진행한다면 결승전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몬테소리의 생각과는 달리 게임은 의외로 팽팽했다.
<귤선장..? 현 탑패왕이라 부를 수 있는 거미여왕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딜교환이 나쁘지는 않네요? 어쩌면 CLC에서 거미여왕을 상대로 정말 준비해온 카드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예상치도 못한 카드의 등장에 TSL이 조금 당황했을 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대가 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예능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조합을 구축한 자가 만약 Unknown Error라면.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조합이라면 결코 버티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리란 기대.
누구보다 먼저 이변을 찾아내기 위해서 몬테소리는 부단하게 눈동자를 움직였다.
.
.
.
* * *
상대가 나를 지나칠 정도로 견제해온다.
그런 상황에서 아군은 썩 믿음직하지 못하다.
비슷한 고민을 이전에도 한 번 겪은 적이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LCL을 진행했을 때.
결승전에서 느낀 답답함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선수라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반복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이번 결승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현재 아군의 정글러, 예은만 하더라도 내 노력이 빚어낸 결정체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건 상대팀 또한 마찬가지.
아마추어 팀이 아닌 정규 프로팀이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봐도 손에 꼽는 수준인 TSL이다.
그런 TSL을 상대로 하나나 둘이 잘해서 비빈다니 어불성설.
아군 또한 최소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그렇기에 준비했다.
'적팀도 어처구니가 없겠지. 사실 연습시킨 나조차 결과가 믿어지지 않았을 정도니까.'
진행되고 있는 네 번째 세트.
현 탑라인의 2대 패왕 중 하나인 거미여왕을 폐급 탑솔러 귤선장이 상대하고 있다.
이 거미여왕을 살린 건 결코 실수가 아니다.
거미여왕을 역으로 가져가기 위함도 아니었다.
만약 우리팀이 우선픽이었다 손쳐도 헤일커드는 거미여왕을 할 줄 모른다.
수비적인 성향인 그는 거미여왕이 손에 맞지를 않는다.
애초부터 거미여왕을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거미여왕은 애꾸사자와 함께 현 탑라인의 OP챔피언.
아무리 헤일커드가 라인전을 버티는 능력이 수월할 지라도 위험하다.
하지만 카운터 픽을 준비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기에 가까운 거미여왕에게도 이론상의 천적이 존재한다.
선입견이 깊어 대회무대에서는 나온 적이 없었던 귤선장.
모든 챔피언을 다루는 내가 아니었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 상상치도 못했을 카운터다.
<오홍홍. 럼주 한 잔!>
아군 탑라이너 헤일커드가 신이 나서 떠든다.
그럴 만도 한다.
현재 헤일커드가 플레이하고 있는 귤선장은 플레이어를 들뜨게 만드니까.
나 또한 이전에 플레이했던 적이 있으니만큼 아주 잘 알고 있다.
딱콩!
현재 탑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라인전.
귤선장의 Q스킬, 총쏘기와 거미여왕의 독침이 교차한다.
거미여왕의 독침 견제는 악명이 높다.
쿨타임도 6초밖에 안되는 데다가 타겟팅.
가히 진절머리가 나는 견제기다.
그런 까다로운 견제기를 귤선장 또한 비슷하게 하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귤선장의 Q스킬 또한 타겟팅으로 박히는 데다 그 데미지가 부족하지 않다.
%데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탱커를 상대로는 애매하지만 거미여왕한텐 잘 박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얌얌쩝쩝!
서로 견제를 주고 받다보면 당연히 체력이 까진다.
하지만 W스킬, 귤얌얌을 선마스터한 귤선장은 말도 안되는 라인유지력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전혀 쓸모가 없는 트롤픽인 귤선장이 거미여왕을 완벽히 카운터치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 스킬구조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이뿐이라 생각하면 섭하지.'
겨우 라인전 버티려고 준비해온 귤선장이 아니다.
귤선장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나 더 있다.
그것을 보여주기에 앞서 집중해야 한다.
내 맞라이너인 맥도날드는 카서트가 아니더라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니까.
타악!
타악!
카서트가 밴되자 맥도날드는 매미비아를 꺼냈다.
매미비아 또한 카서트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부류의 파밍형 챔피언.
궁극기로 다른 라인에 지원은 할 수 없어도 수성과 한타가 꽤나 좋다.
게임을 굳히기에는 확실히 괜찮은 픽이다.
매미비아라는 챔프는 상대하기가 곤란한 감이 있다.
라인클리어가 워낙 좋아서 견제하는 게 쉽지가 않다.
내가 제우스같은 포킹 챔피언으로 미드를 압박한다 해도 잘 막아낼 테다.
암살자 챔피언을 한다고 해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매미비아는 패시브에 수호 악마가 달려있다.
한 마디로 죽여도 다시 부활한다.
나를 마크하기 위해서 TSL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는 픽이다.
그런 매미비아를 상대로 내가 꺼낸 챔피언.
포킹이라 부르기도 애매하고, 암살자는 더더욱 아니다.
현 메타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속 화력을 가진 포지션.
다름아닌 원딜러다.
헤일커드에게 귤선장이라는 특이한 픽을 연습시킨 이유, 그 두 번째가 바로 투원딜 조합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귤선장의 E스킬, 응원 사격은 아군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상승시켜 주니까.
원딜러에게 버프를 걸어준다면 범에 날개가 달린 격까지는 아니여도 갓베누를 신은 격까지는 될 수 있다.
파앗!
파앗!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원딜러는 이즈레알이다.
이즈레알은 한 가지 단점때문에 일반적으로 미드에 서지 못하는 픽이다.
그 단점이라 함은 바로 라인클리어.
이는 현재 존재하는 두 가지 아이템을 섞는다면 극복하는 게 가능하다.
그전에 상대 미드라이너를 찍어 누르는 게 먼저겠지만.
피융!
이즈레알의 Q스킬, 마법 화살이 미니언 사이를 지나쳐 매미비아에게 적중한다.
매미비아가 라인클리어가 좋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궁극기를 배운 이후.
즉, 6레벨 전까지는 이즈레알이 매미비아를 압박할 수 있다.
파지직!
매미비아가 스턴의 효과가 있는 얼음덩이를 던져 나에게 반격해온다.
이를 이즈레알의 E스킬, 점멸과 동급의 판정을 가진 비전 점프를 사용해 뛰어넘는다.
그리고 매미비아를 복날 개 패듯 패버린다.
피융!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는 매미비아에게 마법 화살을 한 대 더 맞힌 후에야 물러나 준다.
주요 스킬을 피한 덕에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었지만 미니언의 반격은 역시 만만치 않으니까.
조금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파앗!
파앗!
평타를 칠 때마다 차오르는 체력.
두란검에 더해 왕룬에 두 개의 피흡룬을 박은 덕분이다.
매미비아는 허겁지겁 체력 포션을 빨아대지만 나는 천천히 피흡을 하며 라인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다시 체력을 치우고 매미비아를 복날 개 패듯 패버린다.
제임스와 달리 온전한 사거리를 가진 원거리 챔피언의 견제력.
주요스킬을 비전 점프로 피해버리기까지 하자 매미비아의 입장에선 답이 없다.
지속적으로 디나이시켜 매미비아를 쫄쫄이 굶주리게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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