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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베루타->베루가 챔피언 이름이 수정되었습니다.
봇라인의 포탑을 허물어뜨리고 용을 접수함으로서 라인전은 끝났다.
적팀도 귤선장의 엄호 포격에 휘둘리는 라인전을 더 이상 진행하고 싶지 않아 했기에 합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시작되는 미드라인에서의 미적지근한 대치 구도.
안타깝게도 이 상황이 보다 유리하게 적용되는 건 적팀이다.
파삭!
파삭!
얼음 장갑이 나온 이즈레알은 포킹 능력이 뛰어나다.
현재 아군은 글로벌 골드도, 레벨링도 앞서있다.
그럼에도 압박은 여의치 않다.
적팀의 미드라이너 매미비아의 라인클리어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
눈보라 폭풍으로 미니언을 휘감으며 얼음보숭이를 던지자 미니언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섣불리 이니시를 걸 수도 없다.
매미비아는 얼음벽의 형태를 한 지형지물을 생성해 상대의 진영을 가를 수 있는 전략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다.
라인클리어만 뛰어난 게 아니라 수성 자체에 최적화된 챔피언.
적팀은 이대로 시간을 끌어 서로의 성세가 비슷해지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아군으로서는 저 수성을 뚫기가 어렵다.
미드라인의 1차 포탑조차 미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더욱 괜찮은 방법이 존재한다.
샤라라라락!
거대한 반달 모양의 금빛 화살.
이즈레알의 궁극기, 정조준 사격은 맞히기 힘들다는 리스크에 반비례해 공격력이 꽤나 높게 설정돼 있다.
심지어 스킬 쿨타임이 80초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데다 마법 화살의 효과로 1초씩 쿨타임을 당길 수 있으니 정말 일반스킬처럼 낭비해도 된다.
물론 그런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상대를 꿰뚫고 지나갈 때마다 데미지가 조금씩 낮아진다.
결정적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피하는 게 어렵지 않다.
기껏 맞힌다 해도 랄라가 실드를 덧씌우면 피해가 최소화된다.
'당연히 포킹 용도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방금 전 내가 정조준 사격을 쏴버린 방향은 미드라인이 아니다.
바로 봇라인에 생긴 빅 미니언 웨이브.
정조준 사격이 크게 긁고 지나가며 다섯 마리의 미니언이 골드로 화한다.
두 마리의 미니언은 체력이 조금 남았지만 도마뱀 장군의 혼령에 의해 타오른다.
나는 미드라인에서 정조준 사격을 쏴서 봇라인의 미니언을 밀었다.
이것이 바로 이즈레알의 궁극기가 가진 진짜 가치.
바로 챔피언 뿐만 아니라 미니언에게까지 데미지를 가할 수 있는 글로벌 궁극기라는 점이다.
더욱이 봇라인만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섭하다.
샤라라라락!
블루 버프를 섭취한 나는 현재 쿨타임 감소가 맥스치를 기록했다.
현재 정조준 사격의 쿨타임은 48초.
그렇게 짧은 주제에 Q스킬인 마법화살을 맞히면 쿨타임이 1초씩 줄어든다.
일반스킬처럼 낭비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적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쌓이고 쌓인 탑라인의 미니언 웨이브가 1차 포탑을 부숴버렸다.
이미 철거가 돼버린 봇 1차 포탑과 달리 탑라인은 모든 포탑이 건재했다.
그런데 내가 미드라인의 대치상황에서 정조준 사격으로 탑 라인 미니언을 관리해버리니 균형이 무너진 것.
직접 탑라인을 가지 않았음에도 미니언이 대신해서 백도어를 해주는 기묘한 광경이 연출된다.
이 소소한 피해를 계속해서 누적시킨다.
그러다 보면 틈이 생긴다.
지나치게 쌓여버린 봇라인의 웨이브.
적팀은 어쩔 수 없이 한 명이 빠져서 봇라인을 관리하러 갔다.
포탑에 미니언 웨이브를 먹히는 것도 손실이지만 미니언이 너무 많으면 포탑 자체가 깨질 수 있다.
1차 포탑은 몰라도 2차 포탑은 치명적.
아주 잠깐만 자리를 비우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이니시를 칼같이 걸어버린다.
콰광! 쾅! 쾅!
맵 어디에도 즉발로 투하할 수 있는 귤선장의 궁극기.
엄호 포격이 적팀의 미드 1차 골목을 완전히 뒤덮는다.
연이어 떨어진 루나의 달빛 포격이 매미비아를 향해 떨어진다.
매미비아는 스턴이 걸리기 직전 점멸을 사용해 도망갔지만 이렇게 되면 내줄 수밖에 없다.
적팀의 미드 1차 포탑을 접수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포탑도 포탑이지만 매미비아의 점멸을 뺀 건 큰 소득이다.
적팀은 이제 라인 관리를 하러 가기 힘들어진다.
방금과 같은 궁극기 연계에 매미비아부터 물리고 시작한다면 수성이고 나발이고 안된다.
이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갉아먹는다.
지루할 틈도 없이 몰아붙인다.
찰칵!
블루 버프는 끝났지만 아이우에오의 신발이 완성됐다.
현재 내 아이템은 마나소드와 얼음 장갑, 그리고 도마뱀 장군의 혼령 3코어다.
가격대가 조금 저렴한 템들이지만 만만히 봐선 곤란하다.
마나소드가 마나바라기로 진화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아이템이 돼버리니까.
"이대로 미드 압박하면서 이니시는 걸리면 안돼. 알지?"
<우리 주장 나으리 원하는 것도 많고 미니언 욕심도 많네. 나도 미니언 먹고 싶어라~!>
깐죽거리는 로크도그의 불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조준 사격으로 다른 라인의 미니언을 관리한다는 사실은 까놓고 말해 3라인 파밍이다.
팀원이 먹을 골드와 경험치를 내가 독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성장의 불균형.
하지만 적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렇게 다섯 명이 몰려가 미드에서 대놓고 시위하면 적은 탑과 봇의 미니언을 건들 수조차 없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갉아 먹히는 거지.'
내가 자꾸 궁극기로 미니언 웨이브를 아군이 유리하게 만들어 버리니 다른 라인의 포탑까지 위험하다
굳이 한타를 유도할 필요없이 천천히 적팀을 사지로 몰아간다.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운영방식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휘둘리는 적팀.
분명 미드라인을 철저하게 막고 있는데도 탑과 봇이 깨져나간다.
'드디어 완성됐다..!'
효율은 조금 안 좋아도 3라인 파밍을 한 덕에 내 성장속도는 놀라울 지경이다.
우월한 레벨링과 골드는 승리의 밑바탕이 된다.
완성돼버린 마나바라기가 결정적이다.
이제 포킹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파삭!
적팀의 서포터 랄라에게 내 마법화살이 적중한다.
도저히 실드로 씹을 수 없는 막대한 데미지.
마나소드의 진화아이템, 마나바라기는 현재 마나의 3%를 깎아 그 두 배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가한다.
여기에 더해 내가 들고 있는 레드 버프.
보통 원딜러가 먹는 레드 버프지만 내가 먹었다.
로크도그가 깐죽거렸던 이유에는 레드를 뺏긴 원딜러의 상실감이 묻어있었다.
그 슬픈 진실은 뒤로 해두고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레드 버프의 막대한 고정 데미지가 랄라를 녹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대로 포킹만 해도 미드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연습 경기에서 한 번 보긴 했지만 정말 물건이란 말이야.>
말 그대로의 상황이다.
적팀의 접근을 불허하는 이즈레알의 포킹.
마법 화살은 적에게 피격되면 얼음 장갑의 효과가 터져 둔화 지대를 형성한다.
때문에 적은 나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
어떻게 이니시를 걸고 싶어도 비전 점프라는 우월한 이동기로 회피할 수 있다.
'이게 바로 파랑이즈지.'
코어템이 완성되기만 하면 만능의 챔피언으로 탈바꿈하는 파랑템을 가는 이즈레알.
얼음 장갑도, 도마뱀 장군의 혼령도, 마나바라기도.
하나하나는 효율성이 애매하지만 이렇게 모일 수만 있다면 서로의 단점을 보충하고 상승효과를 낳는다.
여제의 눈물방울이 가진 특유의 딜로스 때문에 성장이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하는 파랑이즈지만 멋지게 극복해냈다.
오히려 3라인 파밍을 통해 가장 압도적인 성장을 이뤄버렸다.
파삭!
파삭!
마법화살에 맞은 적팀들은 어떻게 반항을 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느려진 상태에서 다가 오기 전에 다음 마법 화살이 발사돼 지옥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사이에 봇라인의 2차 포탑을 미니언들이 철거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탑라인 또한 무사치 못하다.
포탑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
더욱이 미드라인의 상황까지 아군에게 웃어준다.
체력이 닳고 닳은 적팀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후퇴를 반복한다.
.
.
.
* * *
라인전이 끝난 이후로 계속해서 미드라인을 압박해 나가고 있는 CLC.
TSL은 훌륭하게 수성을 성공해내며 시간을 끌고 있지만 다른 라인의 손해가 누적된다.
이즈레알의 궁극기가 탑과 봇에 교대로 쏘아지며 미니언 웨이브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본디 정조준 사격의 라인 클리어 능력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다.
적을 꿰뚫을 때마다 가하는 데미지가 10%씩 낮아지기 때문.
그런데 정글 아이템인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맞추자 그 단점이 상쇄됐다.
<프리시즌에 들어서 이즈레알이 큰 너프를 당한 후 꺼려지는 추세인데, 아이템트리를 바꾸니 완전히 다른 챔피언이 돼버렸네요.>
해설을 진행하는 몬테소리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쏟아졌다.
이즈레알은 W스킬, 빛의 파동에 공격속도 감소 디버프가 사라진 이후로 픽률이 급감했다.
좋은 챔프만 골라 써도 부족한 프로무대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
Unknown Error는 사장이 될 뻔한 이즈레알로 혁신적인 템트리를 선보였다.
마나바라기, 얼음 장갑, 도마뱀 장군의 혼령.
그 어느 것도 원딜러가 갈 생각을 하지 않던 부류의 아이템들이지만, 올리고 보니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기가 막히다.
심지어 네 번째로 가버린 영락한 기사검까지 전부 파란색의 아이템.
<한 마디로 파랑이즈라 명명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삼종신기와 무극의 대검을 가는 이즈는 노랑이즈인가요? 조크입니다 조크, 하하.>
Unknown Error가 행한 이즈레알의 명명이 한순간에 정해졌다.
이보다 나은 작명 센스를 기대하는 것보다 이루어지는 한타에 이목을 기울이는 편이 나으리라.
지금껏 어쩔 수 없이 미드라인에 박혀서 수성을 하던 TSL이 큰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억제포탑까지 갉아 먹히느니 승부를 보겠다는 속셈.
선두에 선 건 듬직한 탱커 콜라곰이었다.
<이거 접근할 수나 있나요? 얼음 장판에 완전 농락 당하고 있습니다!>
<귤선장의 버프와 궁극기도 한몫 하네요. 귤선장의 픽, 의문을 표했던 걸 사죄드립니다. 이건 카이팅에 최적화된 조합입니다.>
귤선장의 E스킬, 응원 사격은 아군의 공격력을 20, 그리고 이동속도를 10% 증가시킨다.
글자 그대로 소소한 버프지만 궁극기를 무시할 수 없다.
달려오는 적팀의 진영 중간에 예쁘게 깔린 엄호 포격이 상당히 넓은 둔화지대를 형성한다.
투하되는 포탄들의 데미지도 성가시다.
<콜라곰이 점멸로 이즈레알을 물었는데..! 너무 쉽게 빠져나가는데요?>
<왜 최후의 숨결을 안 가나했는데 영락검으로 카이팅을 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콜라곰을 완전 바보로 만드네요.>
콜라곰이 점멸을 사용해 이즈레알을 넘긴 직후.
상대의 이속과 체력을 뺏아는 영락검의 액티브가 콜라곰에게 사용된다.
그러고선 비전 점프를 사용해 재위치.
TSL의 탑라이너 거미여왕도 점멸 실뭉치를 던지며 호응하지만 그걸 또 맞점멸로 피한다.
공간에서 공간을 넘나들며 적들을 희롱하는 이즈레알을 막을 자 아무도 없다.
<하는 게 없어 보여도 앞에서 맞을 거 다 맞아주고 있는 귤선장이거든요? 은근히 괜찮은 챔피언 같습니다?>
<귤선장도 얼음 장갑을 갔네요! 분명 안 좋은 챔프인데 이렇게 보니 또 좋아요. CLC는 정말 마법같은 팀입니다.>
버프와 궁극기를 제외하면 좋은 스킬이라곤 없는 귤선장이지만 나름대로 하는 일이 있다.
얼음 장갑의 효과와 열화판 레드버프가 달린 패시브 평타로 끈덕지게 적들은 방해한다.
TSL은 귤선장을 무시하고 다른 적들부터 처치하려 했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얼음보숭이의 스턴을 귤얌얌으로 풀어낸 귤선장이 매미비아의 발목을 잡았다.
루나의 연계가 들어가자 TSL의 마지막 희망 매미비아는 그대로 물려 목숨을 잃고 만다.
넥서스까지 일직선으로 밀리게 된다.
<원딜러가 두 명이라 포탑 철거하는 속도도 엄청 빠르네요. 귤선장도 귤을 계속해서 까먹으며 포탑의 공격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드립니다. 예능이 아니었어요. CLC! 언제나 그러하듯 이번 결승전에서도 존재감을 뚜렷하게 과시합니다.>
다음 다섯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면 TSL은 골머리를 싸매리라.
Unknown Error를 견제하는데만 밴카드가 세 개나 써야 한다.
세 개를 써도 그 이상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시작되는 다섯 번째 세트의 밴픽싸움은 TSL의 패색이 짙다.
그런데 어째서 일까?
밴싸움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CLC가 도박수를 던졌다.
미드 베루가라는 단점이 지나치게 명확한 챔프를 선픽으로 박았다.
<솔직히 쓴소리하고 싶지만 전례가 있으니 참겠습니다. 분명 CLC에서 의도가 있겠죠?>
<혹시 서폿으로 간다던가? 그러면 또 재밌을 수 있겠네요. CLC라면 뭘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귤선장과 미드 이즈레알에 대해 쪼았다가 험한 꼴을 당했던 중계진들은 말을 아꼈다.
CLC의 미드 베루가라는 의외의 픽에 TSL은 자신만만 모르피나를 픽박았다.
양 챔피언의 상성은 아무리 Unknown Error라 해도 뒤집기가 힘들다.
불안과 의문을 안고 시작되는 결승전 다섯 번째 경기.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인지.
중계진의 말마따나 베루가는 정말로 미드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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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