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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19화 (31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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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준비해왔던 필승의 전략.

예은과 내가 포지션을 바꾼다.

아끼고 아꼈던 비장의 한수를 선보인다.

이번 여섯 번째 세트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무조건 따내야만 한다.

더 이상 물러날 곳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자신있는 전략을 꺼냈음에도 못내 불안했던 마음.

그런 외줄 타기같은 게임에서 가뭄의 단비가 쏟아졌다.

─퍼스트 블러드!

오늘 결승전에서 진행된 모든 게임에서 첫 번째 희생자는 항상 아군이었다.

특히 봇라인에서 킬을 많이 내주었다.

꿈도 희망도 없이 느껴졌던 퍼스트 블러드의 신호음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아군이 승전보를 울려왔다.

내가 갱킹을 가서 도움을 준 게 아님에도 혁혁한 공훈.

아군 미드라이너 카지트가 맥도날드의 카서트를 무려 솔킬내버렸다.

<봤냐?>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한 소리 떠든 예은이 나를 향해 미소지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온다.

미드라이너로서 이번이 첫 출전임에도 긴장을 하긴 커녕 성과를 만들었다.

자칫 지나칠 수 있었던 기회를 아주 잘 살려냈다.

'카서트가 물리 방어력 룬을 끼고 오지 않았던 게 결정적이었지.'

미드와 탑, 솔로 라인을 서는 라이너들은 대AD룬, 대AP룬 두 가지를 준비해둔다.

상대의 픽을 보고 라인전이 더 편한 룬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게 꼬여버렸다.

상대는 우리가 미드 끠들스톡을 할 거라 짐작했던 모양.

카서트는 방어력 룬이 아닌 마법 저항력 룬만을 착용했다.

이를 눈치챈 예은의 카지트가 2렙 솔킬을 아주 멋지게 노렸고 성공했다.

'이렇게 되면 나도 정글링에 치중할 수 있겠는데?'

생각 이상으로 수월히 풀렸다.

이렇게 미드라인이 웃어준다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정글 끠들스톡.

천천히 정글링만 돌아도 캐리가 가능한 부류의 챔피언이다.

'경험치 룬을 맞추고 온 LTE끠들의 사기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서포터가 아닌 이상 유틸 특성은 찍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끠들스톡만큼은 예외다.

유틸특성에 있는 경험치 획득량 증가+5%를 찍기 위함.

그리고 룬으로 6%를 더 올린다.

총 11%의 경험치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정글링은 느리지.'

끠들스톡의 정글링은 상당히 느리다고 평받는다.

그 이유는 끠들스톡의 주력 스킬인 빨대 때문.

채널링 스킬인 빨대는 쓰는 동안 평타를 칠 수 없다.

다른 정글러들처럼 평타와 스킬을 섞어 빠르게 정글몹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동기도 없어서 다음 정글 캠프를 가는데만 한 세월이 걸린다.

픽이 잘 되지 않는 데엔 당연 이유가 있는 법.

이러한 단점을 경험치 룬과 특성을 통해 메꾼다.

이전에도 몇 번 솔로랭크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검증된 카드다.

티링!

최소한의 커버만 신경쓰면서 정글링만 돈다.

어차피 상대팀의 정글러인 스캐너.

6레벨 이전까진 제대로 된 갱킹이 되지 않는 챔피언이다.

더욱이 아군 미드라이너가 퍼스터 블러드를 바탕으로 아주 잘 성장해 주고 있다.

그만큼 내 어깨에 걸린 부담도 조금은 줄어든다.

'이렇게 빨리 6레벨에 도달했을 거라곤 꿈에도 상상하기 힘들 걸?'

게임시간 6분대.

제아무리 정글링 속도가 빠른 챔피언이라고 한들 5레벨이 고작인 시간대다.

한없이 정글 캠프만 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정글몹이 리젠되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6레벨을 찍는 건 일반적으로 8분 전후다.

그런데 나는 벌써 찍었다.

티링!

늑대를 잔몹까지 깨끗하게 잡자 6레벨에 도달한다.

이대로 갱킹을 가기 좋은 라인은 미드와 봇.

나는 봇라인을 선택했다.

딱 갱킹을 성공시키기 좋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타앙!

타앙!

상대팀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

양 손에 들린 권총을 빵야빵야 쏴대며 봇라인을 압박하고 있다.

미스터 포텐 자체가 라인전도 강할 뿐더러 실력도 우위.

서포터로 붙은 쏘냐 또한 강력한 원거리 견제를 자랑한다.

아군 봇라인은 포탑에서 사리며 밀려오는 CS를 받아먹는 게 고작이다.

불리하기 짝이 없는 봇라인의 라인전은 내 갱킹에 의해 전화위복이 된다.

1.5초 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끠들스톡의 궁극기,  황천의 까마귀 떼가 적팀의 봇듀오를 사정없이 덮친다.

까악! 까악! 까아악!

공포를 타겟팅 하는 상대는 미스터 포텐이 아닌 쏘냐다.

어차피 뚜벅이에 지나지 않는 미포는 천천히 요리하면 그만.

루나가 던진 밤하늘의 검이 쏘냐를 옭아맨다.

연이어 점멸로 후려친 방패가 미스터 포텐을 기절 시킨다.

콰앙!

크레이브즈가 대쉬기와 점멸을 아끼지 않고 근접해서 쏴버린 산탄 세례가 적 봇듀오를 적신다.

내 갱킹만큼이나 깔끔한 갱호응.

적 봇듀오는 어떻게 반항도 못하고 그대로 사망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드진영의 벽에서 넘어오는 궁극기 갱킹은 상당히 까다롭다.

굳이 끠들스톡이 아니더라도 이동기를 가진 정글러들은 이 루트를 애용한다.

그 때문이라도 보통은 대비를 하기 마련.

조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솔랭에서는 바보같이 몇 번이고 당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는 TSL.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방금의 갱킹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타이밍을 예상할 수 있었을 리가 있나.'

상대팀의 정글러가 어떤 챔프인가에 따라 대처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끠들스톡은 6레벨 전까지 이동기가 없다.

적팀은 강 주변에 박은 와드 하나로 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 방심을 파고든 결과물.

일러도 너무 이르게 찍은 6레벨의 궁극기는 적팀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찰칵!

쭉 정글링만 돌던 내가 킬까지 먹었다.

상점에 귀환하니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를 살 골드가 모여있다.

끠들스톡이기에 가능한 선택지.

'정글템을 생략한다.'

끠들스톡은 시작 아이템부터가 두란 반지다.

다른 정글러들처럼 사냥꾼의 마테차를 가지 않는다.

어차피 채널링 스킬인 빨대를 사용하는 동안 평타를 칠 일이 없다는 게 그 이유.

그리고 정글 상위템인 망자의 혼령이 끠들스톡에게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빠르게 조냐의 물시계를 올리는 편이 맞다.

꾸엑! 꺅! 꺅! 꺅!

주문력이 80이나 오르자 까마귀 바람만으로 블루 골렘의 잡몹이 녹아난다.

퍼스트 블러드를 따낸 이후에 파밍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 미드라이너.

카지트에게 블루 버프를 건넨 나는 다시 정글링을 한다.

물론 무책임하게 정글만 돌진 않는다.

'한 쪽에 와드만 박아주면 미드는 갱당할 일이 없겠지.'

솔로랭크였다면 기동력의 신발을 신고 빠르게 공포 갱킹을 다녔으리라.

그러나 이곳은 대회무대.

어지간한 동선은 읽히고 만다.

설사 역갱에 당하지 않더라도 반대 쪽라인이 갱킹의 위험에 노출된다.

대회무대의 정글러는 움직임에 무게가 필요하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움직이며 그 외의 시간은 정글링에 할애한다.

어설픈 갱킹은 없으니만 못하다.

티링!

나 뿐만 아니라 한 번 풀려버린 봇라인도 와드를 깔아 시야를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적 정글의 동선을 상당히 제한시킬 수 있다.

탑쪽의 시야는 조금 어둡긴 하다.

하지만 우리 CLC의 탑라이너는 헤일커드.

수비적인 성향의 헤일커드는 라인전을 아주 잘 버티고 있는 와중이다.

혹시 모를 다이브만 봐준다면 이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슬슬 스캐너도 궁갱킹을 노릴 타이밍인데.'

스캐너의 궁극기 판정이 너프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점멸이 있는 헤일커드는 맞점멸과 말화이트의 궁극기를 통해 한 번은 적팀의 갱킹을 회피할 수 있을 터다.

더욱이 용 때문이라도 상대는 탑갱을 지양할 것이 분명하다.

'미드와 봇 둘 중 하나로 좁혀진다.'

일단 미드는 될 수 없다.

W스킬, 침뱉기를 선진화한 카지트.

도마뱀 장군의 혼령까지 맞추니 라인클리어가 미쳐 돌아간다.

생존기까지 좋은 카지트를 따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지트 또한 점멸이 있기에 스캐너가 점멸 궁을 써도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남는 라인은 봇라인.

방금 내 갱호응 때문에 점멸이 두 개나 빠진 아군 봇듀오가 위험하다.

아무리 와드를 깔아도 직선 갱킹은 사전에 알아채기가 힘들다.

'일단 블루 버프를 주고 움직일 속셈인가.'

적팀의 미드라이너 카서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블루 버프를 챙기러 갔다는 의미.

그렇게 추측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상대는 한술 더 떠 훼이크를 뒀다.

카서트가 꽤나 오래도록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블루에 있는 척 상대를 방심시키고 엇박자로 가는 봇라인 갱킹.

먼저 움직인 것은 적팀의 서포터 쏘냐였다.

쏘냐가 점멸센도로 아군 봇듀오를 아름답게 그었다.

타라랑~♬

기동력의 신발을 장비한 스캐너가 빠르게 달려온다.

점멸까지 써서 크레이브즈를 끌어버린다.

제아무리 생존기도 있고 몸도 단단한 크레이브즈라 할 지라도 죽음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콰아앙!

같이 파워센도의 스턴에 걸렸던 루나가 궁극기를 포함한 스킬쿨을 돌려 원호한다.

하지만 결과를 바꾸기엔 역부족.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한 것도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 아군 봇듀오가 처절하게 항전을 하고 있는 사이.

나 또한 궁극기 쿨타임이 아슬아슬 차올랐다.

황천의 까마귀 떼가 적을 덮친다.

까악! 까악! 까아악!

내 궁극기가 떨어진 위치는 봇라인이 아니다.

어차피 내가 봇에 도착했다 쳐도 크레이브즈의 죽음은 회피할 수 없었다.

아까 궁극기를 사용했던 위치에도 와드가 떡하니 박혀 있거니와 애초에 궁극기가 쿨타임이었다.

때문에 나는 봇이 아니라 미드에 대기했다.

혼자서 블루 골렘을 잡았을 카서트가 라인에 복귀하는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사르륵..!

쿠화악!

카서트는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점멸을 사용해 내뺐지만 공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스킬레벨이 4까지 올라 2.5초간 지속되는 공포.

아군 미드라이너 카지트가 공포에 걸린 카서트를 향해 뛰어든다.

궁극기의 이속증가와 날개뛰기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카지트가 세 갈래로 쏘아지는 산성액을 분사한다.

연이어 내리찍는 갈고리에 카서트의 체력은 이미 치명상.

나 또한 다가가서 까마귀 바람을 던지고 빨대로 쭈욱 흡수하니 더는 버틸 수 없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2.5초간 지속되는 공포에서 채 풀려나기도 전에 카서트는 목숨을 마감했다.

미드갱킹에 한정했을 때 세 손가락에 든다는 끠들스톡의 위엄.

점멸이 빠져버린 카서트는 이어지는 갱킹에 벌벌 떨어야 한다.

적팀의 정글러 스캐너 또한 미드를 봐주기 위해 동선이 크게 제한된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승기를 챙겨나간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들이닥친다.

스캐너의 갱킹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갔던 루나.

사망해버린 카서트가 떨어트린 종말곡에 의해 목숨을 다하고 만다.

귀환에 걸리는 8초의 시간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도할 수 있다.

전화위복이라 했는가, 용타이밍이 너무 쉽게 잡힌다.

부활한 아군 봇듀오, 그리고 카지트와 함께 용을 챙긴다.

아군은 나 혼자 궁극기가 없지만 적은 스캐너와 카서트가 모두 없다.

맞붙는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승리하리라.

용이 갉아먹는 체력이 성가시긴 해도 내가 받아주면 그만이다.

끠들스톡의 빨대는 적의 체력을 쭉쭉 빨아낸다.

내가 몸을 대고 있는 한 아군은 체력손실 없이 용을 잡는 게 가능하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천천히 글로벌 골드 차이를 벌려나간다.

큰 무리수없이 성장만 해도 괜찮다.

TSL의 카서트와 새까만 양날도끼가 완성된 미스터 포텐은 물론 위협적이지만 아군 또한 만만치 않다.

이윽고 한 마리의 벌레가 두 번째 특이점을 맞이했다.

꾸득!

꾸드드둑!

내가 먹을 정글몹까지 뺏어 먹으며 성장한 예은의 카지트.

11레벨에 도달함으로서 두 번째 스킬 진화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선택하는 건 당연 날개 진화.

킬이나 어시스턴트를 챙기면 스킬 쿨타임이 리셋되며 도약 거리가 크게 증가한다.

나 또한 뒤쳐져서야 쓸까.

찰칵!

무난한 정글링을 통해 조냐의 물시계 완성했다.

끠들스톡의 시작은 조냐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코어템이다.

슬슬 다가오고 있는 용의 리젠 시간.

이번 용한타는 카지트와 끠들스톡의 존재감을 증명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무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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