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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우리 CLC와 상대팀인 TSL 모두 목표치까지 힘을 축적했다.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두 번째 용 앞에서 곧 한타가 벌어진다.
서로가 빠듯하게 준비했던만큼 물러나는 일따위 벌어지지 않는다.
이번 한타에서 어느 쪽이 되든 승기를 가져오리라.
그렇게 성사된 용 앞 대치 구도에서 스킬을 주고 받는다.
흔히 말하는 간보기.
이러한 대치 국면에서 이득을 보는 건 포킹 스킬이 있는 쪽이다.
그리고 아군에겐 아주 좋은 스킬이 하나 존재한다.
츄루룩!
하나가 아닌 세 갈래로 뿜어지는 산성액.
카지트가 W스킬 침뱉기를 진화하면 생기는 변화점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카지트가 가하는 데미지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카지트의 침뱉기 진화가 차후 사기라 평받게 되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
바로 패시브가 묻어난다는 부분이다.
치이..!
카지트가 뱉은 산성액이 적팀의 정글러 스캐너에게 명중한다.
본디 순수한 물리데미지인 산성액은 카지트의 패시브가 묻어 마법피해가 추가된다.
그것으로 끝날 리가 있을까.
도마뱀 장군의 혼령 효과로 스캐너는 3초간 타오르며 고정데미지까지 입는다.
물리피해, 마법피해, 고정피해가 삼중으로 복합된 카지트의 포킹은 탱커에게조차 유효타를 먹인다.
츄루룩!
쿨타임 감소 아이템을 맞추자 5초에 한 번씩 산성액이 분사된다.
효과 범위도 세 갈래라 피하기도 힘든 카지트의 포킹이 적들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우리는 굳이 이니시를 하지 않아도 적팀을 몰아낼 수 있는 상황.
느리더라도 천천히 용 한타의 주도권을 굳히면 된다.
그에 반해 적팀은 초조하다.
계속해서 체력을 깎이다 보면 한타조차 하지 못하고 용을 내주게 된다.
적팀은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린다.
선봉에 서는 건 다름아닌 카서트였다.
두웅!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기로 삼는 맥도날드가 앞점멸로 통곡의 벽을 깐다.
5초간 유지되며 통과하는 적을 둔화시키는 통곡의 벽은 본디 수비적인 성향의 스킬.
하지만 점멸과 함께 공격적으로 활용하면 상대하는 입장에서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다.
설사 무리한 카서트를 따낸다 해도 패시브로 부활해 다시금 공격하기 때문이다.
말마따나 쉬운 플레이는 아니라지만 맥도날드는 이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맥도날드 하면 앞점멸 이니시가 떠오를 정도.
그렇게 강제적인 한타가 걸렸다.
쿠와아아앙!
아군에서는 헤일커드의 말화이트가 앞장섰다.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카서트와 쏘냐를 동시에 띄운다.
이를 루나와 크레이브즈가 보조하며 양 팀의 앞라인이 부딪힌다.
썩 좋다고는 볼 수 없는 한타 양상.
'카서트가 꽤 오래 버티는데.'
두 번이나 죽어 말렸다고는 해도 카서트다.
억겁의 스태프를 딜방템을 가는 카서트는 물몸이 아니다.
집중적으로 공격을 쏟아내 카서트를 잡기는 했지만 골치가 아프다.
패시브로 부활한 카서트가 장판으로 아군을 녹인다.
딱콩까지 터트리며 종국에는 종말곡의 신호를 울린다.
3초 후에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아군에게 타겟팅으로 박히는 위력적인 궁극기.
카서트가 괜히 한타 최적화 챔프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말화이트의 궁극기에서 정신을 차린 스캐너가 점멸을 사용했다.
점멸 궁극기로 아군 원딜러 크레이브즈를 무는데 성공했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패색이 짙어지는 한타.
변수가 떨어져야 한다.
내 끠들스톡의 궁극기 황천의 까마귀 떼가 드디어 정신집중을 끝마쳤다.
까악! 까악! 까아악!
한타 하면 카서트라고 했나.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끠들스톡 또한 여건만 받혀준다면 한타에서 카서트 못지 않다.
아니,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으레 그러하다.
마치 믹서기와 같은 위력으로 적들을 갈아버리는 까마귀 떼가 적 진영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바랄 수 있는 최상의 한타다.
꾸엑! 꺅! 꺅! 꺅!
끠들스톡의 E스킬, 까마귀 바람이 적팀의 탑라이너 네네톤을 향해 날아간다.
까마귀 바람은 한 방, 한 방의 데미지는 약해도 최대 네 번까지 튕기는 스킬.
더욱이 피격된 대상을 1.5초 동안 침묵시킨다.
한타에서 이만한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은 많지가 않다.
그런 데다가 믹서기.
점멸을 사용해 적 진영의 후방을 덮친다.
원딜러 미스터 포텐과 쏘냐의 체력바가 갈려버린다.
로드 오브 로드의 모든 장판기 중에 가장 압도적인 데미지를 자랑하는 끠들스톡의 위엄.
띠이잉..!
끠들스톡은 막강한 데미지에 반비례해 종잇장같은 몸을 가졌다.
그 단점을 보완해주는 아이템이 바로 조냐의 물시계.
2.5초 간 황금상이 되어 모든 피해를 차단한다.
방금 전 떨어진 카서트의 종말곡 데미지 또한 마찬가지로 무효화된다.
조냐의 물시계를 사용한 자신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끠들스톡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이미 발동된 궁극기, 황천의 까마귀 떼는 5초 동안 끠들스톡의 주위를 돌며 적들을 먹어치운다.
난폭한 까마귀 떼가 쏘냐의 살점을 훑어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는 것.
강빈 해설위원의 명언따나 순식간에 녹아났다.
혼자서 점멸을 사용해 뒤로 뺀 미스터 포텐이 다시 다가와 총질을 하지만 아직 하나 남았다.
끠들스톡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Q스킬.
공포가 3초 동안 미스터 포텐의 자유의지를 상실시킨다.
그리고 빨대를 꽂아 체력을 흡수한다.
꾸드득!
적 네네톤이 점멸 스턴으로 나를 기절시켰다.
그러지 않았다면 미스터 포텐은 죽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스치듯 맞았다 해도 까마귀 떼가 적지 않은 데미지를 선사한 상테니까.
슈퍼세이브에 준하는 네네톤의 플레이는 훌륭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 하나만 붙들고 있으면 안될 텐데.
후방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한 마리의 벌레가 드디어 날아오른다.
푸드드득!
카지트를 저지할 수 있는 적팀의 모든 스킬들.
스캐너의 궁극기.
쏘냐의 파워센도.
네네톤의 확정스턴.
이 세 가지가 전부 빠진 상황이다.
체력이 위험한 수치까지 낮아진 미스터 포텐을 향해 카지트가 산성액을 분사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체력을 밑바닥까지 깎아낸 미스터 포텐이 카지트의 산성액을 맞고 사망했다.
나는 네네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이 정도면 숭고한 희생.
그렇게 첫 번째 죽음을 들이마신 카지트가 미쳐 날뛴다.
쿠직!
주위에 아군이 없는 고독 상태에 처한 네네톤.
카지트의 갈고리가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쿨감템을 맞춰 2초마다 긁어지는 갈고리가 네네톤의 체력을 빠르게 뜯어낸다.
네네톤은 도망가려 하지만 기동력에서 차이가 극명하다.
푸드득!
날아올라 다시 내려 찍는다.
그리고 분사한다.
한 번의 은신을 걸쳐 패시브를 충전한 카서트가 내뱉은 산성액엔 패시브가 묻어있다.
적을 느리게 만드는 마법피해가 네네톤의 발을 붙든다.
재차 다가가서 갈고리를 내려 찍자 마무리되는 네네톤.
─더블 킬!
CLC MyumMyum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다.
다시금 죽음을 들이마신 카지트가 날개짓 한다.
아직까지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마지막 먹잇감을 향해 발톱을 세운다.
─트리플 킬!
CLC MyumMyum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마무리..!
아군에도 손해가 없는 건 아니다.
나도 그렇지만 크레이브즈 또한 사망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적팀은 전멸.
새롭게 젠된 용까지 챙기자 글로벌 골드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여섯 번째 세트의 승기가 절반 정도는 넘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찰칵!
양 팀이 주요 궁극기가 빠져 한타를 원하고 있지 않은 휴전상태.
부랴부랴 정글을 돌며 부족한 골드를 수급한다.
이윽고 목표했던 심홍의 완드를 완성시킬 돈이 모였다.
조냐의 물시계 다음으로 맞추는 아이템은 심홍의 완드다.
주위 적들의 마법 저항력을 20가량 깎아내는 효과가 있다.
내가 굳이 관통의 지팡이가 아니라 심홍의 완드를 선택한 이유.
바로 끠들스톡의 패시브와 상승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끠들스톡의 패시브는 주위 적의 마법 저항력을 10 깎는다.
심홍의 완드와 더해지면 총 30을 깎는다.
그리고 마법 저항력 아이템을 사지 않은 원거리 챔프의 기본 마저는 30.
내가 룬으로 든 마법 관통력룬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트루데미지를 선사한다.
토옹!
토옹!
글로벌 골드차이가 상당한 상황.
정면에서 꽝 맞붙는다면 상대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스캐너가 점멸궁으로 누구 하나 끊어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용한타에서 점멸을 사용했다.
어쩔 수 없이 포탑을 끼고 사리고 있는 적팀.
하지만 그 포탑 다이브에 최적화된 챔피언이 바로 끠들스톡이다.
물론 다이브각을 쉽게 내주지는 않겠지만 주도권은 우리 쪽에 있다.
카지트가 전면에서 일방적인 포킹으로 상대를 갉아먹고 있는데다 말화이트가 눈치를 준다.
너무 앞에 튀어나와 있으면 이니시를 걸어버릴 수도 있다고.
그렇게 사리다 보면 아주 잠시라도 틈이 생긴다.
1.5초 간의 정신집중을 끝마친 나는 떨어졌다.
까악! 까악! 까아악!
더욱 더 강렬해진 황천의 까마귀 떼.
미드 2차 포탑을 지키고 있는 적 진영의 한 가운데에서 깽판을 부린다.
내 주위에 있는 적들은 각각 마법 저항력이 30씩 낮아진다.
그렇게 시선을 끌고 사용하는 조냐의 모래시계.
아군의 호응이 이어진다.
쿠와아아앙!
말화이트가 점멸궁을 사용해 미스터 포텐과 카서트를 동시에 띄운다.
불타는 망토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탱템만 두른 말화이트.
의아하게도 묵직하게 박히는 피해량은 탱커의 것이 아니다.
챔피언들의 마법 저항력이 30씩이나 낮아진 결과다.
광역 궁극기를 두 개나 때려박고 시작한 한타는 질 수가 없다.
용한타에서 점멸을 과도하게 낭비한 상대는 도망갈 구석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 마리의 벌레가 날뛰는 걸 아무도 막지 못한다.
푸드드득!
미드의 라인전이 심각하게 말린 여파로 조냐의 물시계를 뽑지 못한 카서트.
가장 먼저 카서트의 목을 베어버린 벌레가 다시금 날아올라 지면에 안착한다.
그리고 몸을 숨긴다.
사르륵..!
궁극기, 아공간 암습을 사용해 패시브를 충전시킨 카지트가 세 갈래의 침을 내뿜는다.
판정도 좋아 미스터 포텐과 네네톤, 스캐너에게 동시에 적중한다.
이미 체력이 깎일 대로 깎인 미포는 명을 달리한다.
그러자 카지트의 날개가 재차 퍼덕인다.
콰흑!
쿠직!
갈고리 진화를 하지 않아 약해야 할 대인딜.
그래야 할 텐데도 카지트는 네네톤의 체력을 금새 뜯어낸다.
비단 성장을 잘해 아이템이 잘 나왔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마나소드의 진화 아이템인 마나바라기의 권능이다.
용한타에선 채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왔다.
현재 마나의 3%를 깎아 그 두 배의 데미지를 가하는 효과가 갈고리와 평타에 묻어나온다.
스캐너와 함께 도망가고 있는 네네톤은 고독상태가 아님에도 버티지 못한다.
─트리플 킬!
CLC MyumMyum님은 전설적입니다!
난장판이 돼버린 한타에서 킬을 줏어먹기 최적화된 챔피언인 카지트.
그리고 그 난장판을 만들어버린 장본인은 바로 나다.
내가 깽판을 치고 예은이 마무리한다.
나머지 팀원들도 훌륭했지만 이번 한타의 주인공은 우리 둘이다.
─쿼드라 킬!
전설의 출현!
궁극기가 있는 스캐너는 채 따라가지 못했지만 쏘냐만큼은 놓아주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킬양보.
이미 끝나버린 게임에서 굳이 킬욕심을 낼 필요는 없으니 건네줬다.
펜타 킬이 터지지 않았다는 게 예은의 입장에선 아쉬울 테지만, 게임의 내용은 충분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다.
살짝 소름이 끼치는 가학적인 미소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드 2차 포탑에 연이어 억제포탑까지 파괴한다.
적팀의 리젠 시간은 30초가 넘게 남았다.
이대로 넥서스까지 밀어버리기에 얼추 시간이 된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멈추지 않고 몰려오는 아군을 막기 위해 적팀의 마지막 생존자.
스캐너가 쌍둥이 포탑 앞에서 아군을 맞이한다.
그리고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내 끠들스톡의 공포가 스캐너를 3초간 바보로 만들자 아군이 점사해서 순식간에 해체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쌍둥이 포탑을 파괴된 직후.
가장 먼저 죽은 카서트와 미스터 포텐이 의병대를 신고 부랴부랴 달려나오지만 이미 늦었다.
아무리 방해해도 멈추는 사람 하나 없다.
이번 여섯 번째 세트의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쐐기가, 승리의 깃발이 넥서스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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