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21화 (32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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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첫 번째와 네번째 세트, 그리고 여섯 번째 세트를 CLC가 따냈다.

TSL은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세트를 가져갔다.

현재까지 진행된 결승전의 스코어는 3:3, 박빙이다.

<몬테소리 해설은 CLC가 이렇게까지 선전할 거라 솔직히 예상하셨습니까?>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에러갓과 뮴뮴 선수의 팬분들이 저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장난스런 대화를 주고 받는 도리아와 몬테소리.

마지막 일곱 번째 세트가 진행되기 전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다.

결승전의 끝을 장식하는 경기인만큼 곧바로 진행되진 않기 때문이다.

약간의 뜸 들이는 시간, 엄밀히 따지자면 휴식과 작전 타임을 겸한 공백 시간대가 존재한다.

이미 그 15분이 경과해 중계진들은 자리에 복귀했지만 선수들은 조금 늦장을 부리고 있다.

관중들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중계진들은 부단히 입을 움직였다.

<솔직히 저는 Error선수를 제외한 CLC의 다른 선수들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섣불리 넘겨짚으면 안되는 법이더군요. 선수들의 성장을 절대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 정말 크게 배웠습니다.>

사과하듯 말하긴 했지만 몬테소리의 의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생각이다.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들에선 당연하게도 결승전의 승자가 어느 팀일지 예측이 오갔다.

팬심과 감정론을 배제한다면 TSL이 우승하리라.

하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헤일커드 선수도, 리 선수도, 장미같은 뮴뮴 선수도 조커 카드를 야무지게 준비해 왔습니다. 물론 로크도그 선수도 특이한 픽을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활약을 해주었죠.>

CLC가 꺼내온 수많은 조커 카드들.

Unknown Error 본인이라면 새삼 놀랄 것이 없지만, TSL에서도 분명 이를 맞상대할 카드들 준비했을 테지만.

CLC의 다른 선수들이 각자의 무기들을 하나하나 보임으로서 결승전은 흥미진진 해졌다.

TSL에서도 CLC에서 선보인 다양한 전략에 곤욕스러워 하는 모습이 경기를 통해 나타났다.

<이번 결승전은 현CLC는 더 이상 2군이 아니다, Error선수 원맨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마지막으로 진행될 일곱 번째 세트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견이 달릴 수 없을 거에요.>

<몬테소리 해설위원 말씀 감사합니다. 관중석의 수많은 팬들도, 저희 중계진들도 목을 빼고 기다리던 마지막 세트가 드디어 준비되었습니다! 참고로 밴픽은 없습니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결승전은 이제 마지막 세트, 코스요리로 따지면 디저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달콤하디 달콤한 디저트.

다채로운 식재가 제한없이 사용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메리트다.

<정확히는 밴이 없다는 거겠죠.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되는 일곱 번째 세트. 참으로 흥미 돋지 않습니까?>

<예, 이번 결승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특별룰이죠.>

블라인드 픽은 로드 오브 로드의 일반게임을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편하다.

한 마디로 밴이 없다.

양 팀이 고르고 싶은 챔피언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데다가 상대의 픽을 확인할 수 없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가 않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대로 볼거리가 하나 나오겠습니다. 이를 상대하는 TSL에서는 머리를 쥐어 뜯을 정도로 고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상대가 어떤 챔피언을 꺼낼지는 커녕 어떤 조합을 들고 올지조차 알 수 없다.

잘못 골랐다간 라인전에서 하드 카운터를 당해버린다.

그 뿐이면 다행이리라.

조합 자체가 아예 게임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최악 중의 최악이다.

그러한 불편.

이 또한 볼거리고 각 팀에서 필히 연구해야 할 과제다.

상대가 이러한 픽을 꺼내올 것이니 이렇게 받아치자.

마지막 세트 진행 전에 주어진 작전 타임은 이를 위한 것이었다.

<블라인드 픽 자체는 이견이 없기는 커녕 훌륭한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이제 슬슬 퇴근하고 싶어지는 시간대 아닙니까?>

<그것 또한 특별룰의 골치 아픈 점이죠. 정말 고달프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만. 이렇게 신나는 밤이 처음인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시각은 로스앤젤레스 시간은 늦은 저녁 9시.

결승전이 시작된지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식지 않는 경기장의 열기.

수만 관중들 중 누구 하나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이나 경기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진행된다는 말.

오히려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정도다.

그렇게 시작하는 일곱 번째 세트.

TSL과 CLC 중 과연 어느 팀이 마지막까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을까.

우승팀을 결정하는 최후의 한판이다.

메인디쉬까지 충분히 기대치를 만족하고도 넘어선 결승전이었지만 디저트가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

제한없이 다채로운 식재료들이 뒤섞여 어떠한 결과가 만들어질지는 뚜껑을 열어보아야만 알 수 있다.

근 3주에 걸쳐 진행된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North America 윈터 시즌도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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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드디어 마지막이다.

이번 경기를 끝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거나 보상을 받거나 둘 중 하나로 정해진다.

나에게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는 결승전.

당연하게도 져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구나..>

살짝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헤일커드.

그도 그럴 게 여섯 번이나 경기를 치렀다.

솔랭에서라면 별거 아닌 횟수일 수 있지만 여기는 대회무대, 그것도 결승전이다.

수만 관중의 시선을 받으며 한 판, 한 판 눈이 뚫어져라 모니터만을 쳐다봐야 한다.

한눈을 팔았다는 변명이 용납되는 장소가 아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경기를 무려 여섯 번 반복해왔다.

헤일커드가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슬슬 한계일지도.'

하지만 내색할 수는 없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예은.

애써 강한 척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나한테는 보인다.

저래 봬도 일단은 여자니까.

남자보다는 육체적으로 연약할 수밖에 없다.

연약이라니, 내가 생각하고도 예은과는 정말 안 맞는 단어지만서도.

녀석이 기특하게도 애써주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라도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Welcome to Summoner's field.

이번 마지막 세트 아군의 조합은 이상적이다.

탑이 애꾸사자.

원딜러가 크레이브즈.

서포터가 루나.

정글러가 탈리반 3세.

그리고 내가 자드.

구성을 보자면 일단 돌진 조합의 구색을 갖췄다.

어디까지나 일단이지만.

'자드로 끝을 낸다.'

자신이 있다.

상대가 어떠한 조합을 가져와도 넘어설 자신이.

결승전을 끝마치기엔 이보다 더 괜찮은 카드가 없다.

마지막 한올까지 체력을 짜내서라도 기필코 이루어내고 만다.

챠라락!

나를 상대하는 맥도날드 선수가 꺼낸 챔피언은 카서트다.

지금껏 카서트를 꺼낸 경기를 두 세트 내줬음에도 마지막 픽으로 결정했다는 건, 자신의 인생을 묻는 챔피언이라는 뜻이다.

물러날 곳이 없는 절체절명의 마지막 세트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

그것이 맥도날드 선수에겐 카서트고, 나에게는 자드다.

챠락!

계속해서 표창을 날리며 카서트를 견제한다.

1세트에서 보여줬던 자드보다 더욱 격렬하다.

그러면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는다.

실수했다, 다음에 잘하겠다, 같은 변명이 통용되는 무대가 아니다.

속물적이지만 그만큼 가시적인 동기.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빠릿하게 집중한다.

'내가 자드를 꺼낼 거란 사실은 반쯤만 예상했나 본데.'

카서트는 혹시 몰라 탈력을 들고 온 모양이지만 서포터는 아니었다.

라인전을 강력하게 가져가기 위해 선택하는 발화.

1세트 이외에선 대부분 발화를 들었던 상대팀 서포터다.

이번 마지막 경기에서도 발화를 들었다.

이렇게 되면 한타에서 훨씬 수월해진다

'그전에 스노우볼을 확실하게 굴릴 테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의 양상은 이러하다.

탑은 현 2대 탑패왕이라 할 수 있는 애꾸사자와 거미여왕의 숨막히는 라인전.

봇은 CS차이가 조금 나지만 킬은 내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미드는 핫플레이스.

내가 그림자 분신을 사용하면서까지 라인을 압박하자 당연스레 적팀의 정글러가 미드를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아군 정글러 또한 미드를 주시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전쟁터다.

그 위험도만큼이나 기회도 굴러다닌다.

'과연 어떤 방식을 취해오려나.'

천갑에 5포션을 사온 카서트는 라인전을 꽤나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갱킹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우겨넣은 견제.

나는 카서트의 포션을 전부 빼놓았다.

이렇게 되면 적의 대응은 두 가지 중 하나로 갈린다.

하나는 정글러가 귀환 타이밍을 잡아주거나.

다른 한 가지는 갱킹을 노리거나.

마지막 세트이니만큼 안정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상대는 과감한 선택을 해왔다.

구루룽!

지금까지는 밴을 한 바람에 만나보지 못했던 오드아이의 나무카이.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세트에서 드디어 해방됐다.

나무카이의 가장 까다로운 갱킹 방식은 아무래도 점멸과 함께 사용되는 일그러진 전진이다.

타겟팅으로 들어가는 일그러진 전진은 일단 지정이 되면 지옥 끝까지 따라간다.

차후 리메이크를 통해 돌진 거리가 너프 먹지만 현재는 제법 길다.

그런 까다로운 갱킹을 자랑하는 나무카이가 점멸까지 써서 나를 노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조금 전에 그림자 분신을 사용한 탓에 나는 생존기가 없다.

물론 맞점멸로 도망가면 아군 탈리반 3세가 도착할 때까지 충분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역으로 기회를 잡는다.'

현재 나무카이는 일그러진 전진의 돌진 거리가 긴 편이지만 그 대신 단점이 존재한다.

아주 약간의 시전시간이 필요하다.

즉, 완전한 즉발 스킬이 아니다.

나무카이가 일그러진 전진을 쓰는 모션이 보이자마자 나는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해 넘어갔다.

챠라락!

화락!

갱호응을 하기 위해 부단히 달려오던 카서트.

스킬쿨과 함께 평타를 때려박자 체력이 한 움큼 깎인다.

사기적인 판정을 자랑하는 일그러진 전진이 나에게 도달하기 전에 궁극기를 연계했다.

구오오..!

제아무리 일그러진 전진이라고 해도 맵에서 일순간 사라지는 효과를 가진 자드의 궁극기보다는 판정이 아래다.

무효화되는 속박의 효과.

하지만 끝이 아니다.

내가 궁극기를 사용하자 카서트는 여봐란 듯이 탈력으로 받아쳤다.

암살자의 카운터와도 같은 탈력이 걸린 이상 카서트를 잡아내는 것은 무리.

나는 점멸을 사용해서 빠져나갔다.

상대는 이를 뒤쫓고 싶겠지만 나무카이는 점멸과 스킬이 다 빠진 상황이다.

카서트는 통곡의 벽을 깔만한 마나도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나를 놓아줘야만 한다.

그렇게 방심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락!

분명히 시야 바깥으로 도망가고 있던 내 자드가 다시금 되돌아왔다.

궁극기의 그림자를 재사용한 효과.

그 지척에 있던 카서트는 회전베기에 맞아 다시 한 번 둔화되고 내 평타를 허용했다.

2.5초가 지나 탈력의 효과가 빠져 온전하게 박히는 데미지.

발화까지 들어가자 카서트는 버틸 수 없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카서트를 따내기는 했지만 이제는 내가 위험하다.

갱킹을 실패했다고 생각해 등을 돌렸던 나무카이가 재차 따라온다.

아직 일그러진 전진의 쿨타임이 찰 시간이 아니지만 문제는 카서트.

죽은 카서트가 패시브로 7초간 부활해 스킬을 쏟아냈다.

마나가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통곡의 벽을 기다랗게 깔고 딱콩을 터트려댄다.

통곡의 벽에 의해 느려진 상황에서 직선으로 도망가다간 딱콩을 전부 허용하고 만다.

무빙으로 딱콩을 피하기엔 나무카이가 걸린다.

그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아군의 정글러 탈리반 3세가 드디어 도착했다.

쿠! 챠앙!

나무카이를 한순간 붙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활로가 열린다.

탈리반 3세가 벌어준 2초의 시간.

딱콩을 피해낸 보람이 빛을 발한다.

나는 쿨타임이 돌아온 그림자 분신을 사용해 탈출에 성공했다.

<슈퍼세이브, 맞지?>

"그래, 나이스 플레이다."

카서트는 무조건 따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나 또한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결과적으로 무사히 성공했고 이는 열쇠가 된다.

길고 길었던 윈터시즌의 우승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세트.

캐리의 원천이 되는 열쇠가 내 손에 쥐어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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