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27화 (327/803)

327====================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 화는 패러디 요소가 조금 있습니다. 내용 이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그냥 읽으셔도 무방해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은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에게 있어 대박 찬스로도 다가온다.

어정쩡한 점수대를 유지하던 유저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어떻게 한 번 뽀록이 터진다면 점수를 왕창 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젖과 꿀이 흐르는 시즌 초.

평범하디 평범한 롤 유저 바니 칼스는 목표를 세웠다.

바니 칼스는 지난 시즌 2까지 단 한 번도 마스터 티어에조차 가본 적 없는 만년 다이아다.

그러한 칼스에게 하나의 소망이 있었다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해보는 것이었다.

다이아에서 마스터도 안 거치고 수직 상승을 노리다니?

누가 듣는다면 얼토당토한 꿈같은 소리라 비웃겠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시즌이 리셋되는 순간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의 경계선은 허물어진다.

그랜드 마스터는 단 200명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시스템상 존재하고 있는 하나의 허점.

새 시즌이 시작되면 당연 최고티어인 그랜드 마스터는 텅텅 빈다.

만약 빠르게 마스터 티어를 찍을 수 있다면 24시간 후에 곧바로 그랜드 마스터로 승격한다.

당연하게도 이 인원수가 채워지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서버가 열리자마자 죽자고 게임을 돌린다면 칼스에게도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

운도 따라줘야 하는 일이지만 노려볼만한 것도 사실이다.

이 기회가 지난다면 다시는 쳐다도 보지 못할 꿈만 같은 점수대.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하자마자 내려가더라도 한 번은 찍어보고 싶은 욕망이 바니 칼스에게는 있었다.

"오늘은 중요한 배치고사야, 프리맨?"

정말 1년에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기회다.

칼스는 오늘의 배치고사를 위해서 아주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솔로랭크라고 꼭 혼자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으니까.

자신의 친구 중 유일한 마스터 티어인 프리맨을 꼬셔 함께 랭크 큐를 돌리기로 했다.

물론 쌍방 합의, 의존적인 관계가 아니다.

솔랭점수는 프리맨이 조금 더 높지만 플레이가 잘 맞아 종종 듀오를 하곤 한다.

칼스와 프리맨은 둘이서 진지하게 그랜드 마스터를 노리고 있다.

패치가 끝나고 솔로랭크가 열리기까지 이제 1분 남짓.

이윽고 서버가 열리자 칼스와 프리맨은 누구보다 빠르게 게임에 접속했다.

빠르게 접속한다고 당장 게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는 열 명이서 하는 팀 게임이기에 비슷한 점수대에 큐를 돌리는 다른 유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즌이 되면서 모든 유저들의 랭크 점수가 초기화됐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완전히 동등한 선에서 출발하는 건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나마 비슷해진다.

전 시즌에 다이아 상위티어였다면 그랜드 마스터를 팀원으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부디 버스를 태워줄 수 있는 팀원을 만나길 바라며, 칼스는 조마조마 떨리는 마음으로 큐가 걸리기를 기다렸다.

쿠웅!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했던 배치고사의 첫 번째 큐가 잡혔다.

칼스는 큐가 잡히자마자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다이아1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던 자신이 5픽이다.

그리고 전 시즌에 마스터 티어였던 프리맨이 4픽.

칼스도 프리맨도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사이트에 가면 떵떵 거릴 수 있는 고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4,5픽이라니 본래라면 있을 수가 없는 일.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짙다.

한 마디로 걸릴 수 있는 최고의 하이큐가 걸렸다.

-와, 전시즌 다이아 있다.

-세상에 살아생전에 다이아랑 솔랭에서 만나는 일이 생긴다니. 아, 놀리는 거 아닙니다.

오만한 발언이다.

하지만 칼스는 화를 내기는 커녕 내심 웃고 있었다.

2,3픽의 전시즌 점수를 확인해 보니 마스터 상위권 유저와 그랜드 마스터 유저.

심지어 1픽은 유명하진 않아도 프로게이머였다.

"모든 게 제대로 되어가는군."

예상했던 대로, 아니 예상했던 그 이상의 이상이었다.

흡족한 미소를 지은 칼스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포터를 지망했다.

프리맨 또한 버티기만 해도 1인분 할 수 있는 탑탱커를 하기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상대팀이 밴이 무언가 이상하다.

-아링? 알칼리? 설마 마지막은 아모모밴이야?

-큐 잘못 걸려서 닷지하려는 모양인데? 만에 하나 시작된다면 꽁승판이겠지만.

상대팀의 1픽이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세 개의 챔피언을 밴했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그렇게나 중요도가 높은 밴카드를 함부로 쓰다니.

이렇게 되면 칼스를 포함한 아군은 하고 싶은 챔피언을 제한없이 할 수 있다.

정말아지 첫 판부터 웃어준다.

배치고사에서 걸린 하이큐를 승리한다면 MMR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평소 랭크게임에서 다섯 번 이겨도 올릴 수 없는 점수를 한 번에 올려버린다.

부디 닷지되지 않기를 칼스는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하기까지 겨우 10초 남은 상황.

이 10초가 무난히 흘러가길 바라던 칼스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스쳐가는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라 함은 래딧에서 보았던 웃지 못할 소문.

정확히는 알파벳 순서대로 가장 위에 있는 챔피언부터 밴을 한다고 하던가.

밴카드를 낭비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광오함.

과연 Unknown Error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상대팀을 얼마나 무시하면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밌는 컨셉이라 웃어 넘긴다.

오히려 칼스는 자신도 실력이 있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선망하는 마음까지 있었다.

그래도 설마 Unknown Error 본인일라고.

고심하던 칼스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설마가 사람잡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 한 번만 물러서자.

하이큐라는 것은 상대 또한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로 상대팀의 1픽이 Unknown Error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전긍긍하는 칼스의 모습에 프리맨은 그럴 리가 없다, 너무 과한 걱정이다 하며 타일렀다.

확실히 프리맨의 말은 일반론이고 옳은 소리지만 걱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칼스는 결국 마우스에 손을 올리고 로드 오브 로드의 접속을 종료했다.

"안되잖아?"

마우스로 로드 오브 로드의 종료창을 분명히 눌렀다.

그런데 버튼이 눌러진 버튼인 채 떼지지를 않는다.

일순간 렉이 걸려버린 탓이다.

"어? 다, 닷지가 안 돼. 닷지시킬 수가 없어, 안돼!"

프리맨의 말을 듣고 고심하느냐 지체했던 1초의 차이로 게임은 시작하고 말았다.

로딩창에 상대 챔피언 뜨기 전까지의 그 찰나의 시간.

설마가 부디 사람을 잡지 않기를 칼스는 빌고 또 빌었다.

그 설마는 기어코 사람을 잡고 말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하지만 프리맨이 내 말을 듣지 않았어."

상대팀의 1픽 아이디 위에 떡하니 박혀있는 Unknown Error 글자.

평생을 걸려도 만날 일이 없는 유명인을 만나게 되는 건 참으로 영광스런 일이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중요하디 중요한 배치고사의 첫 판부터 지게 생겼다.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임을 암에도 칼스는 프리맨을 책망했다.

분명 자신은 닷지를 하자고 했는데 말린 건 프리맨이었으니까.

그렇게 둘은 로딩이 되는 시간동안 아옹다옹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무리 이번 롤챔스 우승의 주역, Unknown Error라 해도 실수를 할 때가 있겠지.

솔랭이니만큼 조금은 대충 할 수도 있겠지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게임에 들어갔다.

게임의 흐름은 역시나였지만 말이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드 라인에서 들려오는 적신호.

하필이면 Unknown Error는 주라인인 미드에 섰다.

롤챔스에서나 보았던 미드 발렐리아가 아군의 르풀랑을 찢어 죽였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드만이면 다행일까.

분명 전시즌이 그랜드 마스터 티어였던 아군의 2픽이 카정을 당해 죽어버렸다.

한이라도 들린듯 매섭기 짝이 없는 리심의 공세에 속수무책.

아군 정글러 나무카이는 리심이 무서워서 제대로 정글링도 돌지 못하고 있었다.

Unknown Error라는 거물 때문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상대팀의 리심 또한 프로게이머.

그것도 여성 프로게이머로 이름이 드높은 MyumMyum 선수였다.

칼스 또한 팬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정말 불리하게 짝이 없는 스타트를 끊어버린 게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봇라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서포터인 칼스는 원딜러와 함께 더블 킬을 따는데 성공했다.

칼스가 보조하는 원딜러는 1픽이었던 프로게이머다.

역시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빼어난 피지컬을 자랑했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미친 듯한 카이팅을 보여주는 아군의 배인.

고작해야 점멸 정도 빼겠지 했던 상황에서 환상적으로 벽꿍을 꽂아 넣더니 킬로 연결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과를 거뒀다 생각했지만 배인은 이해하기 힘든 다이브 핑을 찍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식의 호응을 했더니 알아서 벽꿍을 꽂고 따버렸다.

상대팀의 봇듀오 또한 마스터일 텐데 역시 프로는 프로.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피지컬이 뛰어났다.

더욱이 아군 탑라인에서도 승전보가 울려왔다.

프리맨의 트린다조아가 말화이트를 솔킬내버린 것.

치명타가 연속해서 터졌다며 보이스 채팅으로 신나라 떠들어왔다.

하지만 긴장을 빼기엔 한참은 일렀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MyumMyum님이 학살 중입니다!

미드 라인에서의 2:2 싸움.

아군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어설프게 역갱을 치다 터져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더블 킬을 먹은 건 리심이었다.

킬양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점멸까지 써서 막타를 뺏어 먹은 탓이다.

내분인지 장난인지는 몰라도 칼스의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노릇.

리심은 킬을 잘 먹어도 유통기한이 있는 챔피언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만 당했습니다!

MyumMyum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유통기한이 오기 전에 게임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싸한 분위기.

더블 킬을 먹지 못했음에도 Unknown Error는 또다시 미드에서 솔킬을 내버렸다.

그리고 리심 또한 카정을 가서 나무카이를 따냈다.

결국 미드 정글의 차이는 탑까지 여파가 미쳤고 트린다조아 또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이제 남은 버팀목이라곤 칼스가 있는 봇라인 뿐.

챵!

챵!

챵!

미드 발렐리아라니,기발한 픽을 롤챔스에서 꺼낸다고 내심 감탄했던 칼스다.

하지만 그래도 솔랭에서 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품평했던 발렐리아가 칼스 자신을 노려오고 있었다.

발렐리아 뿐만이 아니라 리심까지 봇라인을 사정없이 덮쳤다.

"하이구 맙소사, 우린 인제 죽었어!"

칼스와 배인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강제 다이브를 당했고 결과는 더블 킬.

적 봇듀오가 호응을 제대로 못했음에도 깔끔하기 그지없는 다이브였다.

뒤늦게 온 나무카이가 체력이 얼마 없는 발렐리아를 노리려다 평형의 판결에 스턴이 걸리고 역으로 사망하기까지 했다.

"난 정말 모르겠어. 이 게임에 과연 승산이 있을까?"

정확히 20분까지만 해보자.

어차피 서렌을 친다 해도 20분 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칼스와 프리맨은 터진 멘탈을 부여잡은 채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다.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는 일도, 기적이 일어나는 일도 없었지만 말이다.

"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저런 괴물들을 전에 본 적이 있나?"

칼스를 포함한 팀원들은 포탑을 끼고 사리며 나름대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했다.

그런데 상대는 그냥 강제로 뚫고 와서 싹 다 죽이고 간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롤챔스에서나 나올 법한 압도적인 피지컬.

실제로 그들은 롤챔스에 나왔던, 아니 우승까지 했던 CLC의 일원들이다.

동네 조기 축구회에 몸 좀 풀러 갔더니 호날드와 배컴이 상대팀으로 나와버린 상황!

현재 소환자의 전장엔 10명의 플레이어가 있지만 게임의 승패를 정하는 건 오직 두 사람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게임을 포기하겠어."

이대로 게임을 진행하다간 멘탈이 폭삭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20분까지는 5분이나 남았다.

눈물을 머금고 소극적으로 게임을 진행했지만 상대는 없는 틈을 비집고 쳐들어왔다.

이를 막아낼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볼 여지도 없이 게임을 내준 칼스와 프리맨은 한 판 더 솔로랭크를 돌렸다.

이번에는 부디 Unknown Error의 아군으로 함께 하길 바라며 말이다.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상대팀은 Unknown Error가 없는 듯했다.

정상적인 밴픽을 본 칼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정작 로딩창으로 가보니.

"으아아아아아아아~!"

불운하게도 칼스는 한 번 더 Unknown Error의 듀오를 만나고 말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에는 1픽이 아니었던 모양.

결국 두 판 연속 배치고사를 패배한 칼스는 멘탈이 완전히 빻여서 콩가루가 됐다.

시즌 초에 한 번이라도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 또한 당연하게도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추천 버튼이 바꼈음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