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31화 (3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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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시즌 초의 솔로랭크가 여느 때와 상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팀운이다.

배치고사를 운빨로 끝내주게 잘 본 후 그 후에도 행운을 타고 올라온 이들이 제법 된다.

실력이 떨어지니만큼 금방 고향 찾아가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각팀에 운전수라는 게 존재한다.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모는 사람 따로 있고 타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시즌 초의 솔로랭크다.

승객이 어지간히 던지지 않고서야 강제로 버스를 태워내는 실력있는 운전수들.

그 중 하나가 바로 나와 예은의 듀오다.

"장난까냐?!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빨랑 안 올라와!?"

내 옆자리의 이쁘장한 아가씨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에서 암이 걸리신 탓.

아무리 실력있는 운전수라고 한들 테러리스트가 손님으로 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임 시간이 10분이 안됐는데 탑과 봇이 합 7데스를 기록했다.

화가 나는 것도 다분 이해가 가는 바이지만 욕설은 너무 심했다.

이 녀석 늙으면 욕쟁이 할머니가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도 채팅으로 치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지.'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육두문자들의 반에 반 정도만 쳐져도 래딧이 발칵 뒤집어 질 거다.

내가 몇 번이나 말린 끝에 입으로만 말하는 걸로 합의점을 보았다.

최근에 많이 둥그스름 누그러지긴 했어도 역시 본성이 어디 가지 않는 예은이다.

저래서야 과연 시집이나 갈련지.

"어떤 바보가 데려가 주겠지.. 헛소리 말고 게임이나 집중하셔. 서포터 올라오고 있으니까."

누가 될지는 몰라도 고생 깨나 하겠네.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하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안 그래도 멘탈이 깨진 상태에서 아옹다옹하다간 더욱 심화된다.

아니, 그것만이면 양반이지, 나까지 멘탈이 터지면 게임을 그르치고 만다.

그리고 저래 봬도 투덜투덜 하면서 게임은 잘 하고 있다.

조금 과격하게 감정을 푸는 것이 예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풀이 방식.

지내온 세월이 하루이틀이 아니니만큼 이해는 해준다.

오히려 집중을 해야 하는 건 내가 되었다.

쿠! 챠앙!

상대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가 갱킹을 왔다.

어떻게 무빙을 잘해서 깃창을 피해내긴 했지만 분명 궁극기를 사용할 게 뻔하다.

맞라이너인 아링 또한 갱호응을 노리며 달려온다.

설상가상, 방금 전 예은의 말마따나 적팀의 서포터 또한 올라오고 있는 와중이다.

하다못해 발렐리아였다면 둘 중 한 명이라도 따고 죽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발렐리아를 봉인 당했다.

발렐리아 뿐만이 아니라 내가 자주 다루는 챔피언들 위주로 전부 밴됐다.

꽤나 점수대가 올라와 만났던 이들만 자주 만나게 되다보니 저격밴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감안을 하고 있던 사항.

더욱이 위기라는 건 때때로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역전의 계기로 변할 수도 있다.

구룽!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알칼리다.

알칼리는 W스킬, 안개지대로 8초간 원형의 안개구름 안에서 은신을 하는 게 가능하다.

미리 아이템창을 봐서 확인한 사항이지만 탈리반 3세도, 아링도 핑크와드가 없다.

즉, 나는 8초 간은 무사할 것이다.

'문제는 서포터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안개지대 안에서 시간을 끌고 있음에도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적팀의 서포터 풀리츠크랭커는 분명 핑크와드를 가지고 있었다.

무빙을 틀며 적팀의 스킬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고달픈데 참 엎친 데 덮친 격.

이미 안개지대 주위에는 탈리반 3세와 아링이 텐트를 폈다.

탈리반은 뒤쪽에, 아링은 앞쪽에 아주 나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났다.

없는 기회를 만들어야 내지 못한다면 이대로 당하고 만다.

퀴릭!

콰락!

안개 바깥으로 빼꼼히 나간 나는 들고 있던 낫을 아링에게 던졌다.

그리고 E스킬 보름달 베기로 터트린 후 안개지대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 일련의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0.2초 남짓,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본디 공격 직후 재은신엔 0.5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개지대 끄트머리에서 공격을 하고 다시 안개 안으로 들어간다면 곧바로 은신이 된다.

알칼리의 장인들만이 하는 은신캔슬이란 응용법이다.

'원래는 평타를 쳐야 하지만.'

알칼리의 Q스킬, 낫 던지기는 맞은 상대에게 표식을 남긴다.

이를 근거리 공격으로 터트리면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차후 너프가 되어 평타로만 표식을 터트릴 수 있게 되지만, 현재는 E스킬 보름달 베기로도 가능하다.

덕분에 나는 아주 빠르게 평타칠 필요 없이 재은신을 할 수 있었고 그 바람에 적팀은 캐치가 늦었다.

슈웅~!

나의 공격에 체력이 한 움큼 빠진 아링이 뒤늦게 반응한다.

내가 사라졌던 자리에 유혹을 던졌다.

이로써 없던 기회가 만들어졌다.

아링이 무심코 던져버린 유혹은 명백한 실수.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타항!

알칼리의 궁극기 그림자 박치기는 타겟팅 돌진기다.

시간을 기다려야만 쌓이는 스택이 최대 세 번까지 돌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미 스택은 만땅인 상태.

아무리 삼단 대쉬를 자랑하는 아링이라지만 나 또한 뒤지지 않는다.

샤락!

아링은 물리자마자 빠르게 궁극기를 사용해 뒤로 빠졌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미혹의 물방울을 날려온다.

나는 그 물방울을 가볍게 피해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근거리였다면 피할 수 없었을 터.

박치기를 한 후에 곧바로 빠져버린 결과다.

아직 성장을 충분히 마치치 못한 알칼리는 아링을 순삭내기 힘들다.

공격을 유도해 스킬을 빼내기 위한 페이크 공격이였다.

나를 부단히 따라오고 있는 탈리반 3세를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버거킹!>

탈리반 3세가 흙벽을 일으키는 궁극기를 사용해 나를 가둔다.

안개지대가 없는 나는 탈리반의 공격에 속수무책 노출된다.

적팀의 서포터 풀리츠크랭커 또한 당도하기 직전.

하지만 그 전에 예은의 리심이 진입 타이밍을 잡았다.

이~쿠우!

적 정글의 유령 벽너머에서 음파를 던져 아링을 맞혔다.

두 번째 황천질주로 도망가는 아링을 점멸 궁극기로 호쾌하게 까버렸다.

까여진 아링은 정확히 내 궁극기 사거리 내에 있다.

나는 곧바로 돌진해 아링을 마무리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최대 세 번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그림자 박치기.

벌써 두 번을 사용하고 말았다.

내 체력 또한 반 정도가 까인 상태다.

적팀의 서포터 풀리츠크랭커 또한 도착했지만 그럼에도 전세는 웃어준다.

하아!

예은의 리심이 방로를 사용해 나에게 실드를 덧씌워준다.

그 방로와 풀리츠크랭커의 그랩이 교차했다.

나를 노리려던 그랩을 리심이 대신해서 맞았다.

빠르게 판단을 마친 나는 탈리반을 무시하고 풀리츠크랭커를 향해 쏘아졌다.

타항!

돌진하자마자 낫을 던지고 평타로 터트려 데미지를 가한다.

그 데미지만 해도 상당하지만 알칼리의 패시브를 빼놓으면 섭하다.

알칼리는 매평타에 추가 마법 피해가 묻어난다.

그리고 공격력에 비례한 약간의 주문흡혈을 가진다.

주문흡혈은 자신이 가한 스킬 피해의 일부만큼 체력을 회복시키는 효과.

풀리츠크랭커를 패면서 내 체력은 회복시킨다.

리심의 땅치기에 의해 느려진 풀리츠크랭커는 점멸을 사용해 벽을 넘지만 발버둥에 불과하다.

두 번을 사용했던 그림자 박치기.

숨겨진 효과가 하나 더 존재한다.

킬이나 어시스턴트를 먹으면 스택이 하나 차올라 다시 한 번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방금 아링을 따냈었다.

─더블 킬!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탑과 봇이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꿀맛같은 더블 킬.

방금의 여파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라인전을 말렸다고 게임을 포기할만큼 낮은 티어대가 아니다.

풀리츠크랭커가 자신의 라인을 포기하고 로밍을 온 대가를 지불할 차례가 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팀의 원딜러 헤이클린을 아군 봇듀오가 합심해서 따냈다.

각각 2데스씩 했을 정도로 성장을 못한 아군 봇듀오였지만 수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헤이클린을 처치할 수 있었다.

아까의 교전 한 번으로 게임이 꽤나 풀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잘한 거 맞지?"

"솔직히 유혹 뺀 게 큰 건 인정해라?"

불과 1분 전까지 욕지거리를 내뱉던 예은이 배시시 웃어온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던데.

참 표정 변화가 극과 극을 달린다.

"내가 풀렸으니 이 게임 충분히 할만해."

"짜샤, 내가 잘한 거라니까?"

칭찬을 안 해주자 토라진 예은을 무시하고 나는 상점으로 귀환했다.

구입하는 아이템은 빌지워터의 해군칼과 흡수하는 총.

약칭 흡총이라 불리우는 흡수하는 총은 주문력과 주문흡혈 효과가 달려 있다.

알칼리는 이 주문흡혈의 효율이 썩 좋은 챔피언이다.

다시 라인에 도착하자 미니언 웨이브가 몰려오고 있다.

나보다 먼저 라인에 도착한 아링이 라인을 밀어버린 탓.

포탑을 끼고 미니언을 받아먹는 나에게 아링이 미혹의 물방울을 던져온다.

후웅!

어지간하면 피하겠지만 미니언을 먹는 순간만은 타격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밖에 없다.

미혹의 물방울이 나를 크게 긁고 지나간다.

지금까진 상당히 성가셨던 견제지만 더 이상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퀴릭!

챠캉!

미니언에게 낫을 던지고 보름달 베기로 터트리자 체력이 순식간에 회복된다.

안 그래도 패시브가 주문흡혈인 알칼리에게 흡총이 더해지자 어마어마한 회복력을 보인다.

그렇게 미니언을 처리하자마자 나는 점멸을 사용해 돌진했다.

타항!

대체 뭘 믿고 앞에 나와 있는진 모르겠지만 솔랭에선 의외로 흔하게 있는 실수다.

흔히 말하는 '이걸 점멸까지 사용해서 걸어오네' 라는 상황.

안타깝지만 그것 또한 킬각이고 대비하지 못한 사람이 잘못한 거다.

슈웅~!

아링은 유혹을 던지고 맞점멸을 사용해 내빼지만 이미 늦었다.

나에게 물려버린 순간에 죽음은 정해졌다.

발동된 빌지워터 해군칼의 액티브가 아링의 발목을 잡는다.

타항!

정비를 하고 오는 동안 궁극기는 두 개의 스택이 채워졌다.

그리고 풀리츠크랭커를 잡았을 때 하나 더.

아링은 피를 철철 흘리며 포탑 안까지 도망갈 수 있었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손아귀에서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 그림자 박치기를 사용해 추적한 나는 쿨타임이 돌아온 낫을 던지고 평타를 때려 박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링을 잡자 궁극기의 스택이 다시금 차오른다.

그 스택을 활용해 미니언을 타고 빠져나온다.

한 번 흥하기 시작하면 말릴 수가 없는 알칼리.

알칼리 또한 발렐리아와 비슷하게 양학에 최적화된 챔피언 중 하나다.

[전체]탈리반 3세-대체 챔프폭이 몇 개세요? 알칼리도 할 줄 아시네;

[전체]잭트-LOLOLOL 이 판은 잘 되나 싶었는데 역시 터진 겨?

[전체]아링-알칼리한테 더블 킬을 먹이면 라인전을 어케 하라고.. 아, 짜증난다.

아링이 초반 라인전에서 나를 일방적으로 견제하자 조금 우쭐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얌전했던 이유는 알칼리라는 챔프의 특성 때문이다.

라인전이 약한 데다 궁극기 스택이 모이기 전까지 딜교환을 걸 수조차 없다.

더군다나 풀리츠크랭커가 계속해서 미드를 노리고 있어 움직이기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렇게 고통받은 만큼이나 이제는 수확을 거둘 시간이다.

라인전이 약하다는 패널티를 무사히 넘길 수만 있다면 알칼리의 캐리력은 폭발한다.

아무리 탑 봇이 트롤을 해대고 있어도 충분 캐리 해낼 자신이 있다.

'롤챔스 분명히 봤을텐데 이거 왜 이러시나.'

발렐리아, 자드, 탤런 세 개 밴한 정도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대회에서처럼 굳이 조합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더더욱이다.

캐리력이 막강한 챔피언만을 꺼내 그냥 다 때려 부순다.

찰칵!

아링을 따냄으로서 건블레이드가 만들어진다.

발렐리아가 삼종신기로 완성된다면 알칼리는 건블레이드에 의해 무쌍을 찍는다.

캐리력만 따지면 발렐리아보다도 한참은 우위에 서는 게 바로 알칼리.

그 알칼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은 다름아닌 개판 싸움이다.

'한바탕 벌여볼까.'

한 번 풀리기는 했다지만 여전히 밀리고 있는 아군의 봇라인.

그곳에서 어느 쪽이 더욱 막장인지 자웅을 겨루러 간다.

알칼리는 양 팀의 공세가 치열해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챔피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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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3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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