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35화 (3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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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한국 서버에서 첫 번째로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하는 이는 누가 될까?

유달리 경쟁심리가 강한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아직은 추측만이 무성할 뿐 정해지지는 않았다.

─'그 녀석' 없으니까 테이커가 1등 먹겠지?

하긴 '그 녀석' 올마스터한테도 진 3류잖아.

어차피 돌렸다 해도 나가떨어졌을 듯 ㅋ

└'그 녀석' 사라진 지가 언젠데ㅋㅋ

└그냥 게임 접은 거 아니야? 안 보인지 벌써 두 달째다.

└이대로 롤 접었으면 좋겠다ㅋㅋㅋ

솔로랭크의 절대자, 대리계의 큰손이라 불리던 도차가 모습을 감춘지도 어언 두 달이 넘었다.

게임을 접은 것으로 보이니만큼 조금은 말을 곱게 해도 될 일이지만 도차에 한해서는 그런 면죄부가 붙지 않는다.

활동 당시에 지은 죄가 너무나도 깊기에 두고두고 욕을 먹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프로게이머를 지망했던 도진기와는 사뭇 다른 대우기도 하다.

─도진기는 세탁 제대로 했네.

도씨 삼형제 드립치면서 형아우하던 도차는 아직도 욕먹고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진기가 평범한 신인 프로게이머인 줄 알고 있더라ㅋㅋ

└걔는 그래도 딱히 사고친 거 없잖아? 친구를 잘못 사귄 거지.

└도진기도 대리 했을 걸? 뭐, 증거는 없지만 빼박임.

└ㄷㄷ 증거도 없는데 잡아 떼는 클라스. 오늘도 잉벤은 평화롭습니다.

도진기는 지난 한국 롤챔스 윈터시즌에 아마추어 팀으로서 참가해 저조한 성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윈터시즌이 끝난 후 승강전에서 잔류를 확정지으면서 프로팀에 자진 흡수되었다.

기존 팀원들 중에 재조정이 있을 예정이라지만 도진기는 확실하게 해당 프로팀의 미드라이너.

거뒀던 성적은 조금 아쉬웠을지언정 정말로 정식 프로게이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과거를 까대는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특히 잉벤에서는 거하게 찍힌 상태.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인 건 맞지만서도 이전의 흑역사가 완전히 사라질 일은 없으리란 전망이다.

아무리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어도 깔끔하게 지우는 것은 역시나 불가능하다.

─테이커도 올해 스프링 시즌부터 데뷔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그동안 고딩이었다며?

고등학생인데 게임도 잘하나 보네.

급식충조차 그랜드 마스터 1위를 찍는데 왜 난..

└다시는 급식파워를 무시하지 마라.

└원래 어린 애들의 피지컬이 더 좋다고 하더이다.

└아줌마, 여기 급식뽕 한 사발 추가요..!

촉망을 받던 아마추어가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다니.

참으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장본인이 바빠진다는 소리기도 하다.

솔로랭크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질 정도로 말이다.

─프로들이 요즘 솔로랭크 거의 못 돌리고 있는 이유 알고는 있냐?

북미 쪽에서 아주 난리가 났다는 소문임.

새로운 메타가 쏟아져 들어와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연구 단계라고.

우리같은 일반유저들이야 프로들 하는 거 고대로 따라 쓰면 되지만 그 프로들은 매일매일 머리를 싸맨다고 하더라.

나는 돈주고 하라고 해도 못할 듯.

역시 게임은 게임으로 끝마쳐야 하는 법이지.

└나 북미리그 광팬인데 요번 윈터시즌 수준 정말 높았음.

└Unknown Error인가? 북미 신인인데 아주 쓸어담았어. 심지어 트리플리프트랑 같은 팀 소속이던데.

└그럼 중국계인가? 트리플리프트가 두 명이면 CLC 완전 무적된 거네..?

└옆에서 틱틱대는 여자애도 귀엽더라ㅋㅋ

북미에서 전파된 최신 메타.

그리고 주목할만한 챔피언들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무대가 동네PC방 대회나 아마추어 리그가 아니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아무리 롤드컵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원숭이도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격의 일이다.

북미와 유럽이 지금껏 쌓아왔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특히 윈터시즌의 북미리그를 봤던 팬들로서는, 북미가 현 로드 오브 로드의 최강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달기가 힘든 정도였다.

─이번 윈터시즌은 북미 원탑이었어 정말로.

CLC 1군팀이 휴식기간가져가지고 2군이 대신 출전했거든?

땜빵인 셈이니 당연히 못할 줄 알았는데 Unknown Error라는 CLC 신진 선수가 하드캐리를 해버림.

여담이지만 북미는 프로게이머들도 멋있더라.

대부분이 멸치 아니면 뚱보인 한국 선수들과 다르게 몸관리부터가 ㄷㄷ함.

그리고 여친인가? 엄청 예쁨.

└제대로 안 봤나 보네. 여친이 아니라 CLC의 새로운 정글러잖아.

글쓴이-자막도 없는 영어해설이잖아. 유튜부 동영상으로 휙휙 넘기듯 봤지.

└난 토익 100점이라 자막 없이도 본다ㅅㄱ

글쓴이-대단하다. 너 영어 진짜 잘하나 보네?

아무래도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인지라 모든 한국팬들이 본 건 아니었지만 관심있는 이들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이번 북미의 윈터시즌을 본 이들은 한 입 모아 말한다.

한국도 윈터시즌이 꽤나 흥행했지만 역시 북미만큼은 되지 않더라.

솔직하게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대단했다.

소문이 퍼짐에 따라 유튜부등을 통한 재시청도 활발히 이루어지며 북미의 수준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어쨌거나 프로게이머들은 새로운 메타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체적인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본래도 바쁜 스크림과 더불어 결과적으로 현재 솔로랭크에서 프로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아마추어들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사흘째에 돌입해버린 한국의 새로운 시즌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다.

새로운 신성들, 그리고 묻혔던 원석들이 재발굴되면서 하나하나의 행보가 기대된다.

어쩌면 그들 중 몇 명은 시즌3 한국의 로드 오브 로드계에 이름을 떨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건 조금 오바 아닌가..?

무기마스터는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클라스인데.

그 원딜하는 애는 살짝 핵도 의심되고 쨌든 너무 잘해.

└피지컬은 프로게이머 뺨을 후려갈길 수준인 게 맞지만 운영이 조금..

└내가 실버인데 판단력이 나보다 안 좋은 거 같더라.

└근데 피지컬이 너무 좋아서 어지간한 실수는 다 커버한다는 게 어메이징.

그들 외에도 눈이 가는 아마추어 플레이어가 한둘이 아니다.

이 기세라면 시즌3엔 한국이 로드 오브 로드를 접수해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허황된 생각까지 들 정도로 신진 아마추어들은 제법 눈요기가 되고 있다.

물론 상당부분 과장이 포함되어 있긴 하다.

아직까지는 설레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해낸 기행이 워낙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지는 이제 고작 사흘에 불과하다.

모든 새싹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고 보기엔 이른 시간대다.

그럼에도 한국의 팬들로서는 신진 고수들의 출연에 설레이는 감정을 지울 수 없다.

더 이상 북미와 유럽의 아래에만 있지 않겠다.

우후죽순 깨어난 잠룡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순간 갤럭시 크래프트때와 마찬가지로 전세는 뒤집어질 것이다.

그 잠룡들 사이에 미래의 한국을 빛낼 슈퍼스타들이 실재하길, 한국팬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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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그 윈터 시즌.

한국과 북미는 물론 이곳 유럽에서 또한 마찬가지로 치러졌다.

이미 그 결승전은 끝났고 우승팀은 모스코5로 확정되었다.

모스코5는 북미로 따지자면 CLC의 위치에 해당하는 팀.

당연 손에 꼽는 강팀이고 우승을 거머쥘만한 전력이 있는 팀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 또한 당연 존재하는 법이다.

특히 모스코5의 경쟁팀이라고 할 수 있는 강팀들은 눈에 불을 켰다.

"물건을 사는 것과 게임을 진행하는데에 불편이 없는 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사정을 지닌 유럽 로드 오브 로드의 강호 팀 중 하나인 팀AOA의 숙소 내부.

그곳에서 한 남자가 상당히 이국적인 언어로 중얼거린다.

적어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리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럽팀답게도 선수들의 국적이 제각각인 AOA에서 언어적 문제는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적응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공통적으로 알파벳을 사용하는만큼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영어를 배울 수 있다.

그런데 방금 중얼 거린 남자가 사용한 언어에는 알파벳이 사용되지 않았다.

톡톡 끊어지며 억양이 없는 듯한 무미건조한 느낌.

동방의 한 나라, 대한민국의 언어가 가지는 특색이었다.

"아아, 통역사를 통해서 잘 전해 듣고 있네. 그동안 보여준 성적도 있는데 두 달에 이 정도라면 만족할만한 발전이야."

한국어를 사용한 남자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AOA의 감독, 메리후드였다.

그는 남자의 입단 희망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언어적 문제가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이를 너그러이 수용했다.

유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AOA는 선수들의 입단 초기에 적응 문제가 생기곤 한다.

북미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 않으니만큼 필연적인 문제.

그렇기에 신입에게 언어교육을 시키는 일 또한 다반사다.

그럼에도 현재 자신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메리후드의 입장에서도 살짝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않았으니까.

이제 막 로드 오브 로드에 발을 들여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나라에서 입단 희망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더욱이 메리후드가 감독으로 있는 AOA는 포나틱이나 모스코5에 비해 해외 인지도가 낮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국제 대회인 롤드컵에 출전한 이력이 없기 때문.

그런데 한국 출신의 남자가 잘도 AOA를 알아내고 당돌하게 자신을 어필했다.

"포나틱과 모스코5에선 거절 당했습니다. 이전에도 말씀 드렸지만요."

"그랬었나?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조금 바빠서 말이지."

메리후드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기억을 되새겼다.

지금까지는 별 중요도가 없던 남자.

한국에서는 도차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다던 그는 본디 일개 연습생에 불과했다.

포나틱과 모스코5가 입단을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로 메리후드 또한 처음에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연습생으로 넣어 기량을 시험해보는 정도.

연습생의 페이는 크지 않은만큼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연습생은 실력을 증명할 무대가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눈에 띌 일은 원래라면 없어야 했다.

띈다고 해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도차는 새로이 열린 솔로랭크를 발판으로 자신의 실력을 가시적으로 입증해냈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부재 중이었다고는 해도 상당한 성과야. 아직 남은 과정은 있겠지만 주전 자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네."

"감사합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의 유럽서버.

프로들은 LCF의 준비가 바빠 새 시즌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도차는 그 빈틈을 치고 올라가 가장 빠르게 유럽 서버의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했다.

잠깐이긴 하지만 1위 자리에 발을 올렸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도차는 메리후드의 눈에 들게 됐다.

방금의 깍듯한 태도까지 포함해 메리후드는 도차를 마음에 쏙 들어했다.

언어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일.

혹시 솔랭에서만 잘하는 건 아닐까, 스크림에도 돌려봤지만 프로무대에서 충분 먹힐만해 보였다.

적어도 AOA의 감독, 메리후드의 안에서 도차에 대한 평은 그렇게 결론이 났다.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게나.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물론 긴장을 푸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메리후드가 도차를 마음에 들어하는 데엔 조금은 시꺼멓다고 할 수 있는 내심이 존재했다.

사실 AOA는 이적이 잦은 편이다.

흔히 말하는 연봉 협상 문제가 차질을 빚고 있다.

기껏 키워 놨는데 다른 팀으로 가서 새살림을 차리다니.

당연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일이고, AOA가 롤챔스에서 우승을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메리후드는 새 선수를 키우는데 신중을 기했다.

한 마디로 연습생 단계부터 AOA에 오래 남을 이를 선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 도차라는 아이는 어떠한가.

고분고분한 성격이라 다루기 쉬워 보인다.

더욱이 한국은 웃사람을 공경하며 정(情)이라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는 걸 메리후드는 들은 바가 있었다.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 마음 씀씀이.

메리후드는 도차에게 선의를 베풀어주고 거둬들일 속셈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과연 팽을 당하는 게 어느 쪽이 될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버튼이 바꼈음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KK게이밍->AOA로 팀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내용 상의 변경점은 없습니다.

내일.. 살짝 암이 걸릴 수 있는데요….

그 후에 진도가 정말로 나갈 거니까 조금만 감안해주세요.

답답하실 수 있는 독자님들은 내일 작품후기 보시면 차후 진행 약간 스포해 놓을게요.

스포이니만큼 선택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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