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37화 (33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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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알기 위해서는 친목도모.

당연 필요하겠지만 게임으로 맞춰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사실엔 이견이 달리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일단 돌리고 보는 첫 번째 게임.

스크림은 아니고 팀랭으로 가벼운 몸풀이부터 시작한다.

당연히 낮은 구간에서 스타트를 끊는다면 섭한 노릇이기에.

CLC 전용의 계정, 그것도 그랜드 마스터에 위치한 팀랭을 하고 있다.

과연 1군이니만큼 시작 위치부터가 남다르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다.

'인원수가 딱 맞기도 하고 오히려 보는 편이 낫겠지.'

CLC의 1군에서 핫숏디디가 빠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예은이 대신해서 들어갔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다섯 명.

즉, 내가 낄 자리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식스맨 포지션이다.

상황을 보고 해당 라인의 선수와 교체해 팀의 색깔을 변화시킨다.

다름아닌 나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전략.

나 말고는 감히 시도할 수조차 없는 고난이도의 전술이다.

'마냥 쉬운 길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말이야.'

처음 CLC에 들어 왔을 때도 상당히 고생했던 부분이 있다.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

당시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건 아니니만큼 아주 어렵지는 않겠지만 쉽다고도 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게 CLC, 윈터시즌에 참가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이다.

방금 있었던 연습실에서의 초대면.

분위기는 훈훈했으나 그것만이 본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내가 세상 헛 살지는 않았다.

은근한 부심이 어려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한 위치에 서있다.

롤챔스 우승이라고 했나.

CLC는 이미 두 번이나 롤챔스에서 우승한 전력이 존재한다.

그 뿐일까?

지난 시즌의 LCF의 우승팀이 바로 CLC다.

내가 곧 치르게 되는, 그리고 북미에서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LCF의 우승을 그들은 이미 해냈다.

선배의 위치에 있는 자로서 조금은 우쭐하는 태도.

그들에겐 그럴만한 실력도, 자격 또한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꿇린다는 소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은.

'예은도 나와 마찬가지의 생각이겠지.'

핫숏을 대신해 게임을 진행하는 예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자신만만하다.

이렇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인정받는 자리.

그러한 스릴을 꽤나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다 이 녀석.

현재 진행되는 게임의 상대팀 수준은 솔로랭크 기준으로 마스터티어 상위권들이다.

솔랭만 잘하는 게 아니라도 팀랭에서도 제법 손발을 맞춰왔다.

만만하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의 상대.

하지만 CLC라는 태산에 비교하기엔 턱도 없이 모자르다.

그래도 아예 균형이 무너질 수준의 게임은 아니니만큼 상대는 쉽사리 항복해 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 정도의 밸런스라면 나름 관찰이 가능하다.

CLC 팀원들 각자가 가진 대략적으로 색깔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게임의 양상은 무난하다.

특별하게 무너진 라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게추를 얹는 포지션은 당연 정글러.

먼저 움직여 성과를 만들어낸 쪽은 예은 누님이었다.

─퍼스트 블러드!

역시나라면 역시나 일까.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CLC에서 선취점을 가져갈 수 있었다.

예은의 리심이 탑라인 갱킹을 거의 어거지로 성공시켰다.

생다이브까지 하면서 말이다.

"오우, 누님 화끈한데? 그걸 들어갈 줄이야."

"아모모가 늑대 먹고 있을 타이밍인데 저렇게 뻐팅기면 쳐들어가서 죽여버려야지!"

게이머는 역시 게임으로 의기투합.

서로의 호흡이 만족스러웠는 듯 예은과 바이바이가 하이파이브를 한다.

미니언도 없는 상태에서 따라가서 다이브라니.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 되었다.

'나름 계산을 한 것 같으니 한 소리 할 건 아니지만.'

솔랭에서 잘하는 정글러와 프로 정글러가 가지는 명백한 차이점.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면 안 해야 한다.

평소 습관으로 길들여야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아마추어 정글러들이 프로로 데뷔해서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무리수와 킬각을 구분해내는 능력.

이는 당연 쉬운 게 아니지만 다름아닌 내가 차근차근 교육시켰다.

예은은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냈고, 탑라인 근처에 없다는 확신이 떨어지자마자 다이브를 시도했다.

점멸을 사용하긴 했지만 블러디체리를 따낼 수 있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예은의 활약으로 선취점을 훌륭하게 가져오긴 했지만 게임의 흐름이 마냥 일방적이지만은 않았다.

CLC의 미드라이너 빅풋.

다소 무리한 킬각을 노리다 역으로 당해버렸다.

정작 노리던 상대는 점멸로 도망쳤지만, 빅풋의 트와이스 페이크는 붙어버린 발화와 미니언들의 공격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미안미안, 컨디션 회복이 다 되지 않았나 보네. 역시 트페로는 얌전히 파밍만 해야 하는데 말이야."

너스레 웃으며 넘기지만 느낌이 안 좋다.

단순히 감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시즌1부터 활동해오던 프로게이머인 빅풋은 현재 기량이 떨어진 상태라는 사실을 말이다.

'시즌2 중후반까지만 해도 날아다녔지만.. 그 이후로 완전히 죽을 쒔던 걸로 기억해.'

현 로드 오브 로드의 최강국인 북미와 유럽에서 따져도 손꼽히는 강호라 할 수 있는 CLC.

그러한 CLC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캐리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당연 트리플리프트다.

괜히 세계 최고의 원딜러라 찬사받는 선수가 아닌 것.

하지만 그런 트리플리프트에 비견되는 이가 바로 빅풋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 까지는 그러했다.

찬란한 과거를 자랑했던 빅풋이 어쩌다가 속된 말로 퇴물이 되었을까.

나는 그 사정을 대강이나마 기억한다.

시즌2 중반 이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더티파밍.

그리고 로밍까지 어우러지면서 게임의 흐름이 빨라지자 기존의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건 어려워졌다.

한 마디로 빅풋은 메타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 떨어졌다.

다행스럽게도 CLC는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 그 하나의 실수가 팀의 발목을 붙잡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타 적응의 문제는 대두되었고 결국 그는 은퇴의 길을 걷게 된다.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선 늘상 있는 일.

오히려 장수하는 이들이 특이 케이스다.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겠는데….'

일단은 다른 팀원들의 플레이를 천천히 관전하기로 했다.

그들 또한 어떤 성격을 지닌 게이머인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눈을 직접 보고 판단과 분석을 해야 한다.

"어때? 우리 에러갓님의 눈에 좀 차시나?"

핫숏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내 귀에 조그맣게 속삭여온다.

남자의 귓속말이라니 소름이 끼칠 지경.

물론 예은이 한다 해도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간에 귀 근처에서 떨어져 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뭐…. 봐바야 알겠죠."

"흐흐, CLC를 판단하겠다니, 전세계를 통틀어봐도 그만한 배짱을 가진 이는 별로 없을 걸? 사실 나도 알고는 있지만."

핫숏이 계속해서 귓속말로 속삭여온다.

조금 짜증이 나긴 하지만 이렇게 조그맣게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것 만도 같다.

불언장단(不言長短), 검은 소와 누렁 소 이야기로 대표되는 사자성어다.

남 말을 할 때엔 그 의도가 어찌 됐던 입조심을 해야 하는 게 맞다.

흉이라 생각될 수 있는 이야기는 더더욱이다.

"빅풋의 상태가 솔직히 예전 같지가 않아. 너를 스카웃한 뒷사정이기도 하지."

지금에 와서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핫숏은 나를 키워서 빅풋을 대신하려 했던 모양이다.

시즌1 당시에 북미 최고 수준의 폼을 자랑했던 빅풋은 시즌2에 들어 새로운 메타를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 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번 프리시즌 이후로는 더더욱 적응력이 떨어져 보직 변경 등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대외적으로는 강팀이라 평받는 CLC지만 그 속사정은 마냥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어때? 특히 트리플리프트는 너도 알겠지만 우리 CLC가 자랑하는 원딜러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귀에서 입 좀 떼고 말해주겠어요? 소름 돋는다니까요 진짜로.."

핫숏의 말마따나 확실히 트리플리프트는 명불허전, 이름값을 한다.

가벼운 느낌으로 몸을 푸는 것 같은데도 과연 군계일학이다.

딱히 킬을 노리지 않고 있음에도 상대와의 CS차이를 벌려가면서 조금씩 딜교환의 이득을 가져간다.

전형적인 봇라인의 캐리 공식.

잡은 챔피언이 배인이니만큼 조급해 하지 않고 성장만 해도 이득이다.

이대로 한타 페이스에 들어가면 그 유명한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서포터는 무난해. 아니, 트리플리프트에 가려져 있을 뿐인가.'

CLC의 서포터 카우스터.

그의 역할은 메인 딜러인 트리플리프트를 철저하게 보조하는 것이다.

특출나게 뛰어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나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트리플리프트의 기량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과신한 나머지 무리한 플레이를 자주 해버린다.

이러한 부분은 간혹 대회에서도 해설자의 입을 통해 지목될 정도.

그만큼 결과를 가지고 오는 일도 많으니 단점이라기 보단 선수의 특색이다.

여기서 생기는 기회비용을 카우스터가 상당 부분 메꿔주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라인전만 봐도 상대가 틈을 보이면 앞구르기로 한 대 친 후 빠져 나온다.

당연하게도 이는 상대에게 역공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행위.

이를 카우스터의 쏘냐가 훌륭히 커버친다.

배인과 같은 타이밍에 앞포지션을 잡아 반격의 기회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바로 옆에서 듣고 있기에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딱히 오더가 오가지는 않았다.

찰나의 틈을 노리는 플레이기에 준비된 상태에서는 되레 할 수가 없다.

2군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벽한 호흡.

물론 호흡 이전에 센스껏 흘려 받아넘긴 카우스타의 기량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는 트리플리프트가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껏 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과연 서포터의 귀감이라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리고 탑은.. 꽤나 과격한 괴짜구만.'

봇라인에서 눈을 돌려 이번에는 탑.

2군의 탑라이너였던 헤일커드와는 바이바이는 플레이스타일이 180° 상이하다.

아주 저돌적인 성격을 가졌다.

속된 말로는 탑신병자 스타일.

이 팀, 봇 말고는 쪼까 위태위태 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바이바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을 생각한다면 더욱 불안해진다.

'나쁜 건.. 아니지만은.'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쓸만하다.

탱템을 가는 까타레나.

특히 현재 시점의 까타레나는 기본 스킬이 상당히 좋으니까.

'한 마디로 궁극기 의존도가 낮지.'

깡뎀도 깡뎀이거니와 그 외의 효과들.

Q스킬 단도 던지기의 깡뎀이 높다.

W스킬에 붙은 이속 증가량이 괴랄하다.

E스킬에 붙은 피해감소의 지속시간이 무려 3초다.

일반스킬이 상대적으로 좋은 탓에 탱템을 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어차피 주문력 아이템을 올려도 데미지가 가시적으로 변하는 건 궁극기 뿐.

까타레나는 일반스킬의 계수가 낮은 편에 속한다.

탱템을 가서 더 버티고, 더 때리는 편이 효율만 따진다면 괜찮다.

'문제는 아군이 맞춰주기 힘들다는 부분.'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솔랭이면 몰라도 대회에서 쓰기엔 말이다.

이니시에이터의 역할을 다른 선수가 도맡아줘야 한다.

그 다른 선수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팀원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린 아니다.

어디까지나 플레이 스타일이 독특할 뿐.

솔직히 말해 감탄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따로 노는 팀이 북미에서 원탑을 달렸다니.

아직 첫 게임이니만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서로가 가진 장단점이 맞물려져 상승 효과를 낳은 결과일 터다.

'차차 맞춰 나가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하루이틀 내로 될 일은 아니구만.'

바이바이 하나면 몰라도 팀원들 각자가 자기 주장이 강한 팀이다.

이러한 CLC의 플레이 방식에 나를 어떻게 녹여내야 할까.

이것만 생각해도 골이 썩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

미완성의 팀이라면 어떻게 조정을 하겠지만 CLC는 이미 완성돼 있다.

이 부분이 가장 까다롭게 다가온다.

'계속해서 보다 보면 분명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어쨌든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다.

한 번 훑어본 정도로 바닥을 두드릴 수 있을만큼 CLC는 그 근간이 얕지가 않다.

팀원들 하나하나가 가진 플레이 스타일.

가능한 자세하게 분석해서 팀색깔을 확고히 굳혀나가야 한다.

내가 있을 자리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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