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39화 (339/803)

339====================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탑의 목숨과 용의 글로벌 골드를 교환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당연 이득이지만 이를 해내는 과정까지 간단하다는 소린 아니다.

막말로 탑 죽을 때마다 용챙기면 얼마나 좋겠는가.

적 정글이 탑에 갈 것이란 예상하고 있어야만 시도가 가능하다.

정확히는 적 정글이 탑에 보일 때 내가 봇라인 근처에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칼같이 용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개서스의 공훈을 잊어서야 곤란하다.

'개서스 정글이 가지는 이점이기도 하지.'

봇라인을 콜해서 용을 잡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더욱이 아군 봇라인이 적보다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솔용을 해낼 수 있다면 전제조건따위 필요하지 않다.

궁극기에 초당 %뎀이 달린 개서스는 용을 엄청나게 빨리 잡는다.

그런데 패시브 자체가 체력 흡수라 체력관리도 준수하다.

서포터가 한 명 정도가 방해하러 온다고 해도 용을 챙기는데 지장이 없다.

게다가 우리 봇라인은 밀리고 있지도 않으니까.

'눈치 보지 않고 성장을 해도 되게 해주는 버팀목같은 라인이야.'

적당히만 봐주면 제 값을 해준다.

반쯤 터져버린 탑라인엔 애도를 표하지만 그만큼 내가 무난하게 성장 중이다.

2킬을 내주긴 했지만 글로벌 골드로 따진다면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다.

찰칵!

내가 지금까지 구입했던 아이템은 아이우에오의 신발과 욕망의 칼이다.

아이우에오의 신발은 쿨타임 감소를 큰 폭으로 올려줘 스택을 빠르게 쌓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욕망의 칼은 흔히 말하는 돈템.

왕귀 타이밍을 이르게 해주는 데다 차후 하트마의 칼을 올릴 때 필요하다.

'이렇게 올리면 중반 탱로스가 심각해지니.. 첫 번째 아이템으로는 탱템을 두르는 편이 나으려나.'

이전에 솔로랭크에서 개서스를 했었을 때 템트리를 정립시켜 놓았다.

첫 번째로 가는 아이템은 워울프의 심장.

탱템계의 OP인만큼 이 하나만 둘러도 제법 단단해진다.

그렇게 워트마 세트가 완성되면 딜과 탱이 전부 충족된다.

아무래도 그 전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라인전이 끝날 거라 예상되지만 말이다.

"탑타워 부숴지려 한다.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는데 나이즈가 여눈 시작을 해버려서 어쩔 수가 없어."

"그 정도면 잘 버텼지. 이제 곧 이 몸의 캐리력이 빛날 시기가 올 테니 얌전히 캐리나 받아라."

"퍼블 준 자식이 말이 많네. 너만 아니었어도 내가 나이즈 관광시켰다."

주고 받는 말은 장난스러워도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프리했지만 상대가 프로팀이라는 걸 안 이상, 그리고 인베로 퍼블까지 내준 이상 대충 임하진 않는다.

아무리 연습이 목적이라고는 해도 자존심이 걸려 있다.

프로게이머치고 자존심 안 센 사람은 드물 정도.

멘탈이 나갈만한 바이바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내며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흘러 한타 페이스에 돌입한다.

탑타워가 깨지는 시간은 용이 젠되는 타이밍과 맞물렸다.

만족할만큼 성장을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늦춘 모양.

속칭 대장군이라 불리는 나이즈의 왕귀는 어쩔 수 없이 허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상황이 암울하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에 왕귀 챔피언은 나이즈말고도 제법 존재한다.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개서스 또한 대표적인 왕귀 챔피언이다.

상대가 라인전을 늦게 끝내준 덕분에 나 또한 목표하던 아이템을 맞힐 수 있었다.

'이렇게 라인전을 늦게 끝내고 한타를 지향하는 정석적인 게임 양상은 또 오랜만이네.'

서로가 큰 일없이 라인전을 끝내고 용한타를 목표로 한다.

시즌2에만 해도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러한 양상을 띄었다.

그리고 시즌 3의 첫 번째 대회, 윈터시즌부터는 제법 달라졌다.

내가 솔킬 위주의 라인전과 스플릿 운영을 한 탓에 한 판, 한 판이 제법 바빴다.

그에 비해 CLC의 1군은 물론 저 로얄 CN도 게임의 진행이 느린 편에 속한다.

두 팀 다 아직 시즌2의 묵은 때를 전부 벗지 못했다는 느낌을 솔직히 지울 수 없다.

'사실 내가 빠른 편이지 저들이 느린 게 아니긴 해.'

윈터시즌의 우승이란 과업.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했다는 것이 한몫했다.

우리 CLC를 상대하는 팀들은 스플릿 운영에 엄청나게 휘둘렸다.

정석적인 운영을 하던 팀들은 인원 배분에서 실수를 보였다.

한 타임 휴식기를 가진 CLC 또한 일단 그 부분부터 고쳐 나가야 할 듯하다.

타락!

소환자의 전장에 존재하는 열 명의 챔피언들이 전부 용 앞으로 모인다.

벼르고 별렀던 한타의 순간이 도래했다.

퍼블을 준 것도 그렇고 기세가 하향세라는 빅풋이지만 한타 실력은 센스가 있다.

그런 빅풋이 플레이 하는 코리아나라는 챔피언.

무난하게 파밍만 해도 파괴력이 돋보인다.

궁극기의 활용 여부에 따라 한타를 지배할 수도 있으니 주목해볼 만하다.

"저 워울프의 심장있으니까 우리가 먼저 쳐서 유도하죠. 코리아나 궁 잘 부탁해요."

"맡겨만 두라고. 난 원래 한타 전문이니까."

빅풋이 자신만만하다는 듯 소리친다.

이러한 대치상황에서 용을 먼저 치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 수 있지만 우리팀의 조합을 보자면 가능하다.

개서스가 가지는 피흡 능력에 더해 워울프의 심장의 막대한 회복력, 빅풋의 코리아나가 실드까지 쳐준다면 용을 잡는데 체력 손실이 없다.

이렇듯 우리가 용을 치게 되면 적팀은 선택을 해야 한다.

용을 내줄 것인가,맞서 싸울 것인가,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적팀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다.

대치 상황에서 대놓고 용을 친다는 행위.

상대를 꽤나 만만히 본다는 뜻과도 일맥상통 하다.

상대팀인 로얄 CN도 일단은 프로게이머 나부랭이.

적팀의 정글러인 또도 박사가 화가 단단히 난 듯 궁극기를 발동하고 돌격해온다.

쿠호오오오..!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 확 깎여버리는 또도 박사의 체력바.

또도 박사는 궁극기를 발동하면 자신의 체력을 깎는 대신 막대한 회복력을 얻는다.

그리고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그렇게 또도 박사를 필두로 적팀이 물밀듯 아군의 진영을 향해 들이닥친다.

찰싹!

또도 박사의 Q스킬, 더러운 식칼이 바이바이의 까타레나를 찰지게 때린다.

그러고선 내가 치고 있는 용을 스틸하기 위해 다가오지만, 당연히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강타와 함께 딱밤을 내려쳐 확실하게 막타를 챙긴다.

용이 챙긴 이상 나도 탱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쿠워어어어!

상대팀의 메인탱커인 또도 박사가 막대한 회복력을 자랑한다면 개서스는 체력 뻥튀기까지 가진다.

개서스의 궁극기, 불타는 격분은 순간 체력을 상승시켜 탱킹에 도움을 준다.

물론 회복력은 스택에 비례하기에 잘 성장하지 못한다면 계륵에 불과하지만 올해 농사는 풍년이다.

20분이 조금 넘은 타이밍에 400스택을 돌파한 개서스의 회복력은 또도 박사에 뒤지지 않는다.

쿠룽!

불타는 장판을 깔고 적 진영 한복판에 뛰어든다.

선두에 선 나에게 적팀의 두 딜러, 나이즈와 고르키의 딜링이 날아온다.

정말 더럽게 아프지만 충분 버틸만 하다.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추가된 나는 체력만 많은 물렁살이 아니다.

아군에게 실드를 덧씌워주는 코리아나의 E스킬, 보호구슬에 달린 부가적인 효과가 내 개서스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더욱이 이 보호구슬은 코리아나의 궁극기, 쇼크웨이브를 사용할 때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아군이 대쉬기를 사용할 때 궁극기를 연계해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난이도를 요하는 플레이로 아군과의 호흡이 연계되지 않는다면 무위공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호롱! 콰드득!

그러니까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말했는데.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내 머리 위에서 터져버렸다.

그 여파는 주위의 적 챔피언들은 한데 모아 가운데로 끌어당긴다.

"오, 잘하는데? 역시 에러갓이라면 호응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어!"

이렇게 사전에 말도 없이 궁극기를 써버리면 호응하는 쪽에서 참으로 곤란해진다.

나라면 반응할 줄 알았다는 듯 너스레를 떠는 빅풋이지만 정말로 아슬아슬 했다.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사용되는 이펙트를 본 나는 가까스로 점멸 반응을 해낼 수 있었다.

따악!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적팀의 주요 딜러 나를 따갑게 때리던 나이즈와 고르키에게 틀어박혔다.

이는 한타의 승패와도 직결적으로 연결된다.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400이 넘는 스택.

가차없는 딱밤이 고르키의 후두부를 향해 떨어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굳이 치명타가 터지지 않더라도 내 공격력은 어마어마하다.

400을 훌쩍 넘긴 스택과 워트마에 의한 추가 공격력.

더불어서 궁극기의 효과로도 내 공격력은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앞서 코리아나의 궁극기로 체력이 반토막난 고르키가 버텨낼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난장판은 바이바이의 탱까타레나가 활약하기 좋은 무대기도 하다.

챠랑! 챠라락!

나보다 조금 뒤에서 함께 앞라인을 도맡던 까타레나가 점멸까지 사용해 뛰어들어 온다.

아무리 탱템을 둘렀다고는 해도 까타레나는 까타레나.

킬을 먹고 스킬쿨을 초기화하기 시작하면 미쳐 날뛰는 챔피언이다.

콰아앙!

하지만 적팀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서포터인 풀리츠크랭커가 점멸 핵펀치로 까타레나를 띄우고 궁극기를 사용해 침묵을 건다.

연이어 탈력을 걸며 그랩으로 당기자 나이즈가 이어서 딜을 넣는다.

원딜러를 잃었다고는 해도 나이즈가 잘 커버린 상대팀.

방심을 하기엔 한참은 이르다.

상대팀의 미드라이너 럭키가 실드를 사용해 나이즈를 보호하자 다시금 대장군의 포스를 찾아낸다.

까타레나의 체력을 크게 깎아냄을 신호로 적팀은 반격의 봉화를 울린다.

연계 또한 괜찮았고 이대로 흘러가면 나와 까타레나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러나 적팀은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나를 단순한 탱커라고 생각한 것.

불의의 일격이 나이즈의 후두부를 향해 떨어진다.

빠직!

꽤나 야단법석을 떨어줬지만 여기까지다.

사실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무심코 찍어버린 나이즈에게 치명타가 터질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이즈의 입장에선 자신이 왜 죽었나 어리둥절할 터다.

불과 15%밖에 안되는 치명타 확률이 시기적절하게 터지며 전세를 확고히 굳혀냈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로써 적 딜러 두 명이 내 딱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상대팀의 앞라인인 또도 박사는 배인에 의해 걸레짝이 됐다.

궁극기를 쓰고 진격해오는 트리플리프트의 배인.

집중공격을 받아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나는 꾸준하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까타레나와 씨름하고 있던 풀리츠크랭커를 톡톡 두들겨 포션으로 활용한 덕이다.

잘 큰 개서스의 피흡량은 또도 박사의 뺨을 친다.

챠랑! 챠라락!

나이즈가 죽자 까타레나의 스킬쿨이 초기화되며 풀리츠크랭커를 갈아버린다.

아군의 조합이 추적에 적합하지 않아 마무리는 불가능하지만 이 정도면 이견의 여지가 없는 대승.

럭키를 제외한 모든 적을 정리했다.

게다가 추적이 불가능한 대신에 이 조합이라면 바론 트라이가 가능하다.

"가자, 바론으로!"

"배인과 개서스면 충분히 먹겠다."

내가 앞에서 몸을 대면 배인이 딜을 한다.

배인의 은탄은 탱커뿐만 아니라 오브젝트를 잡을 때도 참으로 유용하다.

적팀이 부활을 하기 전에 바론 백작을 챙길 수 있었다.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한타에서 네 명을 죽이고 용과 바론을 챙겼다.

아무리 재정비 도중이라곤 하나 CLC.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팀에게 도전한 대가를 저 기고만장한 중국팀에게 뼛속 깊이 새겨줬다.

찰칵!

워트마 세트 다음으로 가는 아이템은 조금 비싸다.

치명타 템트리의 최종병기라고 할 수 있는 무극의 대검.

그 하위템인 VF소드와 치명타의 망토를 구입한다.

완성만 된다면 딜탱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운 치명타 개서스의 위엄을 선보일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끝나버렸다.

─적팀이 찬성 4표 반대 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이제 슬슬 왕귀 개서스의 위력을 보여주려던 찰나에 적팀의 넥서스가 터졌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적팀이 서렌을 쳐버린 결과.

무슨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한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쟤네.. 왜 저래? 프로팀 아니야?"

"아무리 허접한 팀이라고는 해도 싹수가 노랗네."

게임이 끝나고 대전창에 들어가자마자 상대는 1초 만에 우루루루 나가 버렸다.

인사는 커녕 흔하디 흔한 GG조차 치지 않는다.

백보 양보해서 인베를 왔던 거야 우리 쪽이 대비를 하지 못한 실수도 있으니만큼 넘어가 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 하는 짓 하나하나가 밉상이면 좋게 봐주기는 힘들다.

'중국팀은 정말 예나 지금이나 정말 비슷하단 말이야.'

이미지 관리에 힘쓰는 몇몇 상위팀들을 제외하면 참 막장이 아닐 수 없다.

저런 팀을 상대로 지기라도 했다면 오늘 내내 찝찝했겠지.

아주 초전박살을 내버려서 다행이다.

'쟤네들 다음 롤드컵 때 출전을 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이래 봬도 조금 소심한 면이 있다.

로얄 CN, 아주 안 좋은 쪽으로 기억해두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추천 버튼이 바꼈음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