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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41화 (34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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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2차까지 이어진 어제의 회식자리는 여과없이 재밌었다.

그리고 유익했다.

앞으로 보낼 1군에서의 생활에 탄탄대로, 까지는 아니여도 고되지는 않을 거란 전망.

걱정되었던 트리플리프트와의 관계 또한 진척이 있었고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확실히 찝찝할 만도 해.'

나는 원딜러가 아니다.

그런 나에게 트리플리프트가 라인전을 패배했다.

심지어 저격을 한 사실을 핫숏에게 들키기까지 했으니 입장이 굉장히 난처했을 터다.

연습 때 과묵하게 있었던 이유가 이해된다.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차피 매일매일 나누게 될 게임 이야기를 제외하고 시시콜콜한 잡담들.

하고 많은 술집들 중에서 굳이 단골 술집에 갔던 이유 또한 들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돌아갈 곳은 소중한 법이니까. 함께 가고 싶은 이 또한….'

약간은 착잡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러니저러니 일은 있었어도 세인트조지아와 핫숏, 그리고 트리플리프트는 사이가 꽤나 돈독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저찌 일이 꼬여 방출로 까지 이어졌다.

당시 팀의 주장으로서 판단을 내린 핫숏도 고심을 많이 했지만 결국 방향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야 했을 정도로 세인트조지아와 팀내의 마찰은 심각했다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술집에 올 때면 항상 후회가 이곤 해. 마르코가 나간 이후로 이곳을 찾는 주기가 꽤나 길어졌지.>

마르코는 세인트조지아의 본명.

하지만 후회가 일 뿐,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단다.

그때로 돌아간다 필히 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핫숏 답지 않은 무거운 이야기는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 뒷이야기가 골때리긴 했지만.

<그 자식 독나타스한테 거하게 땡겨 받았나 본데? 밀당하다가 한몫 단단히 챙긴 모양이야. 하, 나중에 여기 오는 일이 있으면 그 자식이 다 사라고 해야겠어.>

이러저러 사정은 있었다지만 결국은 옛날 일.

지금은 종종 연락까지 사이로 회복됐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독나타스에 거액을 받고 스카웃되었다.

옛날 일이야 어찌 됐든 지금은 잘 나가나 보다.

실력이 있으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단 내 감동은 돌려줬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앞으로가 문제인데.'

어제는 거의 친목으로 보냈다 시피해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물론 의미가 없는 하루도 아니고 오히려 깊은 편에 속하지만 술만 마시다 보니 해둔 것이 없다.

방향성이라도 잡아놔야 할 텐데 말이다.

'일단은 하나 정해둔 게 있지만.'

미드라인의 만성적인 고질병.

특히 미드 지박령의 부분은 어떻게 손보기가 힘들다.

빅풋은 3년째 그러한 방식으로 플레이해왔다.

이제 와서 어떻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야 한다.

똑.

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

오늘은 팀원들 모두가 쉬는 주말이지만 하나 약속을 잡아둔 게 있다.

약속시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상대가 도착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설렁설렁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딱 맞춰 왔네? 기대도 안 했는데."

"..내가 너냐? 비키기나 하셔."

문을 열자 아주 뾰로통한 얼굴의 예은이 서있었다.

엊그제 내가 심한 장난을 친 이후로 굉장히 토라져 있던 녀석.

연습실에서야 어느 정도 받아주었지만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땐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러한 예은의 태도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내가 너무 어린애 같은 장난을 쳐버렸다.

술김에 했다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용서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뭐..개인지도 해준다메? 일이니까 온 거야 일이니까."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말끝이 날카롭다.

그래도 다행히 대화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당연히 사과를 했지만 완전히 씹고 있었다.

까톡 또한 엄청나게 읽씹 당했다.

그랬던 예은이 내 방으로 와달라는 톡만은 받아주었다.

모든 까톡을 씹었던 예은이 내 방으로 와준 이유는 일때문.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정말로 앞으로의 CLC에게 있어 필요한 부분이다.

"간단해. 이번에는 정글말고 미드를 연습해보자."

"미드? 하긴 내가 보기에도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하더라고."

틱틱대는 어조가 곱지는 않아도 이야기가 이어지니 기쁘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탓에 일이 되어버린 로드 오브 로드.

게임 이야기 덕분에 대화의 기준점을 잡을 수 있었다.

화해로도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따로 할 말 없지? 그럼 바로 시작해."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

잡담 불허령이 떨어졌다.

부디 그 화가 조금씩이라도 떨어지기 바라며.

나는 공손한 마음으로 예은 마님을 방 안으로 모셨다.

.

.

.

* * *

예은을 서브 미드로 연습시키는 까닭은 프릭 때와 비슷하다.

수비적인 성향의 정글러였던 프릭.

그리고 공격적인 정글러인 예은이 교대로 들어가며 활약을 했다.

이를 CLC 1군에서도 비슷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빅풋은 극수비적인 성향의 미드라이너.

프릭보다도 심각하다 생각될 정도로 많이 치우쳐져 있다.

미드라인이 지나치게 꼿꼿하면 팀이 꾸릴 수 있는 전략 또한 한정되기 마련.

서브 미드라이너로서 예은을 넣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역시 재능이 뛰어나시옵니다 마님."

"..마님 소리 한 번만 더 나오면 죽는 수가 있다?"

예은이 마우스를 잡고 있던 주먹을 꽈악 꼬나쥔다.

말끝에는 한기가 서려 있지만 어제에 비하면 많이 누그러졌다.

어느 정도는 풀린 듯 보여 다행이다.

'재능이 있다는 말도 빈말이 아니고 말이야.'

아예 미드를 안 했다면 모를까 미드 카지트를 플레이할 줄 아는 예은이다.

장난 투로 얘긴하긴 했어도 재능 또한 상당히 받혀준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예은은 빠듯하기 그지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도 그랜드 마스터를 유지했다.

어느 하나 이루어내기 힘든 업적임에도 두 가지를 동시에 해냈다는 사실은 재능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했던 녀석이 오로지 게임에만 올인하고 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성장 중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가르치는 족족 흡수해낸다.

"저어기, 정글러의 갱킹 유의하셔야 할 듯합니다. 적 정글러가 안 보인지 꽤 됐는데 이 쪽에서 점멸 써서 오면 갱킹을 피할 수 없사옵니다."

"그래? 그런 거 까지 생각해야 돼?"

현재 예은이 연습하고 있는 트와이스 페이크.

OP라 평받는 챔피언 중 하나지만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트페는 결코 갱킹을 당하면 안되니까.

그러면서도 라인을 쭉쭉 밀어야 하니까.

이 말도 안되는 모순이 성립되어야만 트페의 장인이라 명함을 꺼낼 만하다.

"카드 막 뽑으면 정작 갱킹이 왔을 때 곤란할 수 있으니 항상 감안하고 적 정글 위치 예상해서 무빙 계속 틀어요."

"흐응.. 너 미드할 때 어떻게 갱킹 잘 피하나 했더니 은근히 신경 많이 쓰는구나?"

파밍형 미드라이너인 카지트를 할 때야 별 소리를 안 했지만 트와이스 페이크는 다르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글로벌 궁극기를 가진 트페가 적팀의 미드라이너면 나 같아도 갱킹을 간다.

점멸을 써서라도 따내려는 욕심이 한가득이다.

뚜렷한 생존기가 없는 트페는 갱킹을 당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렇게 한 번 말리기 시작하면 라인에서 솔킬이 주구장창 나와도 이상하지가 않다.

아군이 역갱을 못 쳐줘서, 라는 변명은 솔랭에서나 먹히지 대회에서는 변명조차 되지 못한다.

그냥 라인을 당겨서 6레벨을 노리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트페의 다른 단점이 부각되고 만다.

라인전이 지극히 약한 편에 속하는 트와이스 페이크.

게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상대는 약점을 파고든다.

트페가 무난히 궁극기를 배우도록 가만 놔둘 턱이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트페는 반드시 라인을 밀어야만 한다.

라인전이 약한 트페가 우위에 설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가 바로 라인 푸쉬.

라인을 계속 밀어서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기 보단 파밍에 힘쓰도록 만든다.

갱킹에 대해 대비를 하면서도 라인을 쭉쭉 푸쉬한다.

이러한 라인전 방식을 궁극기를 배우는 6레벨까지 이어나갈 줄 알아야 비로소 프로급 미드라이너라 말할 수 있다.

"이거.. 꼭 해야 해? 갱킹 안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연습의 목적은 게임을 이기는 게 아니니 소인 말대로 따라 주시지요."

솔랭에서야 대충 사리기만 해도 적 정글러가 갱킹각을 잡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약점이 있으면 반드시 파고든다.

방심은 죽음으로 되돌아온다.

내가 지도를 맡은 이상 결코 대강은 넘어가지 않는다.

내 잔소리 덕분인지 몰라도 예은의 트페는 갱킹 한 번 당하지 않고 무난히 6레벨을 달성.

그리고 내 추측에 의하면 계속해서 미드를 노렸던 듯한 적팀의 정글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말려버리기까지 했다.

레벨링도 레벨링이거니와 예은팀의 정글러가 봇라인에서 성과까지 내버렸다.

예은이 궁극기를 사용해 봇라인에 한 번 더 로밍을 성공시키자 게임은 무난하게 터졌다.

"야, 하인. 어깨 주물러봐라."

"알아 뫼시겠습니다. 마님!"

지금껏 얼어붙어 있던 방안의 공기.

게임을 이겨서인지 조금은 훈훈함이 감돈다.

슬슬 화도 풀린 것 같아 보이는 예은이 피식 웃으며 마님답게 명령을 내려왔다.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이 녀석도 상황극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어깨 아파? 혹시 손목은 안 아프고?"

"손목은 괜찮은데 어깨가 결리더라고. 그리고 하인 주제에 마님한테 반말하지 마라?"

아주 놔주실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게이머의 생명인 손목은 괜찮으시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예은 마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손힘을 꾸욱 주어 마사지하듯 어깨를 주물렀다.

확실히 알이 제법 배겼다는 사실이 손끝의 감각을 통해 느껴진다.

'크흠, 알이 배긴 건 딱히 연습때문이 아니여 보이지만.'

내가 예은의 의자 뒤에 서있는 모양새인지라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살짝 고개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탐스러운 굴곡이 눈에 잡힌다.

스웨터를 입고 있음에도 강조되는 저 가슴이 아마 어깨가 결리는 원인일 터.

외관으로도 변화가 보일만큼 요 몇 달 사이에 부쩍 부피가 늘어났다.

"하인."

"네, 네?"

도둑이 제 발 저렸다.

여자들은 시선에 민감하다는 말.

응큼한 시선을 던지고 있던 건 솔직히 사실이다.

현장 검거인만큼 변명도 통하지 않겠지.

한 소리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그렇게 마음을 놓았지만 예은이 해온 말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볼.. 많이 아프냐?"

"어제는 많이 부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날카로웠던 예은의 말끝이 많이 꺾였다.

엊그제 예은에게 장난을 치고 한 대 맞은 나는 왼쪽 볼이 아직까지 탱탱 부어올라 있다.

솔직히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걱정해주니 묘하게 기쁘다는 감정이 싹튼다.

"정말로 안 아파?"

"뭐, 버틸 만은 합니다요."

사실 속마음을 말하자면 지금도 아프다.

그럭저럭 참을만 해졌다는 것일 뿐.

어제는 정말 팅팅 부은데다 열까지 뻗쳐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연습실에 가기 전에 몇 시간동안 얼음찜질을 해서 그나마 가라앉힌 거다.

"하인, 얼굴 내밀어봐."

약이라도 발라줄 생각인 걸까.

그렇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이런 타박상에 듣는 특효약은 딱히 없다.

그래도 그 편이 예은의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라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내려 얼굴을 갖다댔다.

그러자 예은이 손 끝으로 내 왼볼을 쓰다듬는다.

살며시 어루만지는 감촉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낫는 게 아니다.

잘못하면 손독 오르는 수가 있다.

"..잠깐만 눈 감아봐."

"눈은 왜?"

그 의도가 미심쩍어 되묻자 예은이 눈을 부릅떠온다.

이견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어쩔 수 없이 잠자코 눈을 감은지 10초.

이제 슬슬 떠도 될까 하던 참에 다시금 왼볼에 감촉이 느껴진다.

하지만 감촉도 그렇고 온도도 그렇고 손끝이 아닌 무언가다.

예은의 손도 상당히 부드럽다고 말할 수 있지만 비교를 불허한다.

감촉이 느껴졌던 시간은 아주 잠깐.

눈을 뜨자 예은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얼굴 표정도 그렇고 낌새가 조금 이상하다.

혹시나 해서 볼을 만져보니 습기가 어려있다.

아무리 내가 눈을 감고 있었다 해도 눈치를 채지 못하면 바보다.

얼굴이, 특히나 귀가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는 예은이 앞뒤 상황을 증명해준다.

평소처럼 무표정하게 있으려고 하는 듯 보이지만 명백히 동요한 상태다.

"그냥.. 불쌍해서 호 해주려다가.."

어떻게든 사정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표정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한데 그건 또 그거대로 귀여운 행동이다.

뒷말이 생각나지 않아 말을 끊어버린 예은의 변명을 나는 친절하게 이어주었다.

"실수로 닿아버렸다?"

"윽..! 뭐, 그런 거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그냥.. 알지? 니가 그런 얼굴로 돌아다니면 내 체면이 상한단 말이야."

짜내고 짜낸 변명이 만족스러웠는지 예은은 표정을 가다듬으며 아무 일 없던 척 우쭐댄다.

하지만 열심히 만든 변명에 하나 허점이 있다는 사실은 알랑가 모르겠다.

정말로 호 해줄 생각이었다면 입술이 아니라 입김부터 닿았을 테지.

그래도 일단은 모른 척 해주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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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키스는 아니고 뽀뽀네요 오홍홍.

아무래도 입에 맞추기에는 살짝 이른 사이 아니겠습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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