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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쿠우!
도발로 도망가는 쇈을 리심이 고대로 차서 토스한다.
이를 받아먹는 건 바이바이의 네네톤.
참혹한 난도질부터 시작하는 네네톤의 풀콤보가 쇈의 멱살을 잡아뜯자 별 수 없다.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쇈이라 해도 오래는 버티지 못한다.
꾸뤄러러럭!
쇈을 포탑을 끼고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두 대 포탑의 공격을 받아낸다고 한들 단단하다.
궁극기를 발동해 체력을 뻥튀기 시킨 네네톤은 딜템을 올렸음에도 쉽게 죽지 않는다.
이윽고 리심이 가세하자 쇈은 그대로 킬을 내주고 만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전 CLC 2군에서 수비적인 성향인 헤일커드와 예은은 잘 맞지 않는 편이었다.
적이 무리를 해주지 않고서야 탑라인은 갱각을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바이바이처럼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면 갱각을 잡기 용이해진다.
그만큼 갱킹을 당할 위험부담도 있겠지만 기회비용이라 생각하면 할만한 장사다.
'그러고 보면 씨지맥과 예은도 잘 맞는 편이었지.'
LCL에서 씨지맥과 예은의 콤비도 킬을 상당히 많이 만들었다.
씨지맥 또한 공격적이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탑라이너.
이미 한 번의 전례가 있어서인지 바이바이와도 꽤나 호흡이 좋다.
쿠! 챠앙!
물론 탑갱을 가버리면 그만큼 봇라인이 갱킹의 위험에 노출된다.
적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가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을 노린다.
탈리반의 깃창이 배인을 향해 정확하게 돌진한다.
투웅!
너무나도 자연스런 반응이다.
돌진해오는 탈리반을 배인이 판결을 사용해 밀어냈다.
그 효과로 탈리반의 돌진은 취소됐지만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라인을 밀고 있던 봇라인은 포탑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꽤나 먼 거리를 도망쳐야만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적 서포터 풀리츠크랭커가 부스터를 키고 달려온다.
그리고 점멸을 사용해 탈력을 걸었다.
구르기는 이미 빠져버린 상황.
아군 서포터인 카우스터의 쏘냐는 CC기가 없다.
풀리츠크랭커의 전진을 막을 방도는 단 하나.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침착하게 빌지워터 해군칼의 액티브를 사용해 상대의 발을 늦춘다.
부스터를 킨 풀리츠크랭커와 배인은 이동속도 차이가 꽤나 난다.
그 탓에 아슬아슬했지만 핵펀치가 닿지 않는 사정거리를 유지한 채 도망갈 수 있었다.
풀리츠크랭커는 어쩔 수 없이 그랩을 던졌지만 배인은 이를 뻔하다는 듯 피해낸다.
이대로 포탑까지 가기만 하면 탑라인의 이득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을 터.
하지만 트리플리프트가 택한 건 과감한 역공이었다.
챵! 챵! 타앙!
부스터가 빠져 느려진 풀리츠크랭커에게 배인의 은탄이 터진다.
배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은탄은 세 번째 공격에 적 최대 체력을 %로 깎는 고정 피해를 선사한다.
더욱이 배인의 패시브는 적을 쫓을 때 이동속도를 증가시켜 준다.
가히 추격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
배인을 플레이하는 트리플리프트는 수적인 열세임에도 쫄지 않고 침착하게 딜을 우겨 넣는다.
상황이 우습게 되자 어차피 실패한 갱킹이라 생각해 호응을 안 하고 있던 적팀의 원딜러 크레이브즈가 합세한다.
어차피 예은의 리심은 탑라인에 보이고 있는 마당.
미드 또한 라인전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인데 변수가 존재하기나 할까.
적팀의 입장에선 싸움을 받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콰아앙!
앞대쉬를 한 크레이브즈가 산탄 세례를 흩뿌린다.
원딜의 평타보다 사거리가 길다고 할 수 있는 세 갈래의 탄환.
그런데 여기서 트리플리프트의 장기가 터져 나온다.
데구르..!
크레이브즈는 고르키와 함께 배인의 전통적인 카운터다.
아예 딜교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평받을 정도.
라인 푸쉬력의 차이도 차이겠지만 배인이 평타 한 대 칠 때 그브는 평Q하고 폭딜을 넣고 빠진다.
어떻게 생각해도 배인은 크레이브즈를 이기기 힘들다.
대부분의 유저가 그렇게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오직 트리플리프트만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크레이브즈의 Q스킬, 산탄 세례를 구르기로 피하면 딜교환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즉발에 가까운 탄속을 자랑하는 산탄 세례를 대체 어떻게 피하라고?
그딴 입롤을 내뱉은 트리플리프트는 대회에서 실제로 해냈다.
그렇기에 트리플리프트는 세계 최정상급 원딜러라 칭송받을 수 있었다.
챵! 챵! 타앙!
산탄 세례를 간발의 차이로 피해낸 배인이 포커싱을 바꾼다.
방금의 그 슈퍼플레이 단 하나로 크레이브즈와 배인의 입장이 바뀌었다.
주력스킬이 빠진 크레이브즈는 배인과 맞딜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버거킹!>
판결에 의해 튕겨 나갔던 탈리반 3세가 점멸로 거리를 좁히고 궁극기를 때려 박는다.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트리플리프트는 점멸을 사용해 곧바로 피해낸다.
심지어 뒷점멸이 아니다.
풀리츠크랭커와는 거리를 벌리며 크레이브즈한테는 딜을 때려 넣을 수 있는 위치.
한 번 더 배인의 3타가 터지자 크레이브즈는 버티지 못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루어지고 있는 교전의 주인공은 당연 트리플리프트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신이 주인공이란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하지만 서포터인 카우스터가 묻힌 건 아니다.
그 플레이하는 쏘냐는 화려하지 않을 뿐 실속있다.
트리플리프트의 의도에 발맞춰 정확하게 행동해주고 있다.
대회게임도 그렇고 랭크게임도 그렇고 유난히 약해 보였던 쏘냐.
쏘냐가 약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탱킹적인 측면이다.
공격력만 따지면 라인전 단계에서 원딜 이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쏘냐라는 챔피언.
크레이브즈를 따낼 수 있었던 것도 쏘냐가 평타를 강화시켜주는 자신의 패시브를 활용해 점사를 했기 때문이다.
티링!
끝나지 않는다.
크레이브즈를 따냄으로서 배인은 6레벨을 달성했다.
곧바로 자신의 궁극기인 심판의 시간을 발동하고 굴러버린다.
그 효과는 배인의 공격력을 증가시켜 줄 뿐 아니라 구르기에 1초간 은신상태를 추가시킨다.
챵! 챵! 타앙!
그 뿐일까.
배인의 궁극기는 적 추적시 이동속도를 증가시켜주는 패시브의 양을 세 배로 올려준다.
마치 유령화라도 킨 것처럼 분노의 추격을 감행하는 배인을 막을 자, 아무도 없다.
쿠! 챠앙!
쿨타임이 돌아온 깃창을 도주의 용도로밖에 쓸 수 없는 탈리반 3세.
하지만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저승사자처럼 쫓아간다.
점멸이 빠져버린 탈리반 3세는 끝끝내 뒤를 잡히고 말았다.
─더블 킬!
CLC TRIPLELIFT 님이 학살 중입니다..!
놓아주는 일따위 없다.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알지만 굳이 말로 전하지도 않았다.
이심전심(以心傳心).
풀리츠크랭커가 포탑까지 도망가자 카우스터의 쏘냐가 몸을 댄다.
그리고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킬을 쓸어담는다.
─트리플 킬!
CLC TRIPLELIFT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군이 처형 당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킨다.
트리플리프트, 그의 피지컬이 받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기적이다.
상대팀 또한 프로팀.
그 수준이 결코 달리지 않는 명실상부 북미 롤챔스의 1군팀이다.
그럼에도 트리플리프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상대가 실수를 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실수를 이용하는 것 또한 실력.
트리플리프트가 상대의 논타겟 스킬들을 전부 피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내가 상대방의 스킬을 예측해서 피하는 편이라면 트리플리프트는 눈으로 보고 피한다.
가히 천재적인 재능, 신이 내린 피지컬이라는 해설진들의 평은 과장이 아니다.
이 팀, 알고는 있었지만 멤버가 미쳐 돌아간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그렇게 트리플리프트가 봇라인에서 한 건 거하게 해낸 사이.
리심과 네네톤이 탑라인의 포탑을 파괴했다.
그 의미는 적지가 않다.
적팀의 탑라이너 쇈이 가진 장점인 글로벌 궁극기가 무색해진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게임의 흐름은 압도적이다.
스노우볼은 한 순간에 적팀이 막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네네톤이 탑라인에서 내려오자 적팀은 손가락을 빨며 용을 내준다.
한타를 하기엔 양 팀의 격차가 너무도 벌어져 있다.
솔로랭크였다면 서렌이 고달픈 순간, 그리고 대회 무대였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이어나가는 게임이다.
그렇지만 현재 진행하는 게임은 스크림 경기.
양 팀의 동의 하에 곧바로 게임을 끝내는 게 가능하다.
더 이상의 게임 진행이 어렵다고 생각한 상대팀에서 항복의 의사를 밝혀왔다.
[전체]-GG. 역시 CLC입니다. 더 잇기에는 아무래도 힘든 것 같습니다.
[전체]-크레이브즈 자신있게 뽑았는데 어떻게 힘을 못 쓰네요. 정말 좋은 게임 했어요.
굳이 서렌을 칠 수 있는 20분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커스텀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가 접속을 종료하는 것으로 방이 사라진다.
대전기록도 남지 않아 누군가 까발리지 않는 한 타 프로팀에 분석같은 것도 당하지도 않는다.
많은 프로팀들이 팀랭크보다는 스크림을 애용하는 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아직 역전의 가능성이 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냐.
팀 쿼스트가 너무 끈기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프로레벨에서 이 정도 차이가 벌어지면 다시금 좁히기가 힘들다.
승패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는 연습 게임.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효율적으로 살리는 편이 옳다.
'성장형 챔피언인 배인이 3킬을 먹었으니까. 만약 크레이브즈가 3킬을 먹은 거라면 게임을 이었겠지.'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내리는 판단이다.
중간에 게임을 포기하는 것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동의를 구한다.
그리고 상대가 이를 수락해야 게임이 끝난다.
대부분의 경우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는다.
"으아! 0킬 0데스 0어시로 끝나다니 이건 너무하잖아!"
"적 챔피언에게 가한 딜량 꼴찌는 예약했네 빅풋."
빅풋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울 따름일 테다.
정말로 무언가 보여주기 전에 게임이 끝나버렸다.
탑에서 파밍만 하다 게임 끝나는 경우야 솔랭에서도 왕왕 있지만 미드가 그러니 색다르게 와 닿는다.
"킥, 그러게 로밍 좀 다니라니까. 넌 너무 미드에서 파밍만 한다고?"
"하? 나는 한타캐리를 추구한다고! 너같은 탑신병자가 뭘 알아?"
빅풋과 바이바이가 장난스럽게 서로의 성향을 타박한다.
바이바이의 말마따나 빅풋이 미드 지박령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정작 그 바이바이도 어지간한 탑신병자니 뭐라 할 입장은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보기엔 둘 다 각자가 가진 성향이고 어떻게 활용하냐에 달렸다고 보지만 말이다.
'미드에서의 파밍을 안정적으로 잘해낸 것도 충분히 선전을 한 셈이라고 생각해.'
물론 파밍만 한 것이라면 잘했다고 쳐주기 힘들다.
그렇기에 나는 빅풋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파밍을 하되 적 미드라이너를 묶어 줄 수 있겠는가.
당연한 소리겠지만 솔랭처럼 하나하나 미아핑을 찍어 달라는 뜻이 아니다.
어차피 그 부분은 미드 뿐만 아니라 서폿과 정글이 겸해서 하고 있다.
보이스 채팅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니만큼 솔랭처럼 채팅을 못 봐서 같은 불상사가 생길 염려도 없다.
즉, 플레이로 나타내 달라는 의미다.
다른 라인에서 교전이 일어날 때 미드를 강하게 압박해 적이 딴 생각을 품지 못하게 한다던지.
미드 라인 중간에 와드를 계속해서 박아 적 미드라이너의 동선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던지.
원래부터 가능한 하고 있었겠지만 반드시가 될 정도로 신경을 써줘야만 한다.
그것을 해주지 못한다면 미드 라인의 문제점은 계속해서 두드러지게 된다.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하니 구색을 갖추자마자 바로 선전을 하는구만.'
빅풋은 내가 요구한 바를 훌륭하게 해냈다.
아직 게임은 한 차례밖에 진행하지 않았고 다음 게임에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첫 판은 흠잡을 데 없었다.
더욱이 빅풋 뿐만 아니라 팀원들 각자가 가진 바 장점을 백분 과시했다.
이대로 조금씩 완성도를 높혀간다면 예전 CLC의 기상을 되찾는 일은 정말로 머지 않았다.
길게 잡아도 3주일.
가능하다면 다다음 주 내로 완료시킨다.
'그리고 나도 말이야.'
첫 번째 게임에서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슬슬 나도 몸을 풀어야 한다.
머리만 굴리다간 정작 몸이 굳어버린다.
나는 프로게이머지 코치가 아니니까.
게임을 분석하는 것은 상당히 특기지만 나 자신이 녹이 슬어버린다면 본말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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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