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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롤드컵, LCF.
북미와 유럽의 모든 프로게임단들이 참가하는 국제 규모의 대회.
LCF가 개막된지도 벌써 사흘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우리 CLC도 드디어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롤챔스 때와는 달리 오늘 우리가 경기를 치를 상대는 단 한 팀만 잡혀있다.
'조별 리그가 없다는 건 어떤 면에선 상당히 편해.'
총 서른 하고도 두 개의 팀이 참가하는 LCF.
조금 특이하게도 채택한 제도가 풀 토너먼트 방식이다.
조별 리그 방식을 채택하는 대부분의 대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철저한 약육강식.
단 한 번이라도 패배한다면 재기할 기회도 없이 그 길로 탈락이다.
만약 내가 이러한 방식이 처음이었다면 긴장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나는 겪어본 적이 있다.
대강 반년이 조금 안된 시기의 이야기다.
'LCL이 대강 이런 느낌이었어.'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한국의 아마추어 대회다.
본선 리그만 따지자면 정확히 32강.
예선리그까지 감안하면 숫자가 지독하다.
그럼에도 나는 일직선으로 결승전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사정이 겹쳐 결국 패배하고 말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오히려 패배했기에 전화위복.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 리그에 잔류하지 않고 바로 여기에 말이야.'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프랑스의 파리.
북미 프로게임단 CLC의 일원으로서 이곳에 와있다.
노리는 것은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LCF의 우승.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다섯 번의 경기를 치러야만 한다.
처음으로 넘어야 할 산, 32강의 상대는 빅 게이밍즈가 되었다.
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기껏해야 언덕.
유럽의 프로게임단 중 하나인 빅 게이밍즈의 수준은 방심을 하지 말자 정도다.
솔직히 어지간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CLC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광오한 평가는 아니야.'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지도 벌써 2주가 넘었다.
그 사이에 CLC는 이전의 컨디션을 회복했음은 물론이고 두 가지 더.
예은 또한 미드라인을 부분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고 나도 여러 카드를 준비해 놓았다.
LCF의 우승을 농담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 정말로 고된 준비를 마쳤다.
'대진운이 조금만 좋았어도 훨씬 쉬웠겠지만.. 아쉽네.'
빅 게이밍즈가 고만고만한 팀인 건 맞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의 팀도 많다.
LCF에 어지간한 팀들은 전부 참가했기 때문.
더욱이 32강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이후로 대진표도 생각해야 한다.
어느 팀이 어떻게 올라오냐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만.
진지하게 보건데 우리 팀의 대진운은 그렇게까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역으로 말하자면 아주 나쁜 편도 아니니 괜찮아.'
운이 좋아서 8강까지 프리패스로 통과하는 팀도 여럿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CLC는 그렇게 웃어주진 않았다.
아니, 최악을 면한 것을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팀은 32강부터 강호들만 골라서 만나는 지옥의 대진표를 이룩해냈다.
한 번 쭉 훑어 보니 불쌍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을 정도.
그 연민의 상대는 다름아닌 지난 롤챔스에서 자웅을 겨뤘던 TSL이 됐다.
높은 확률로 떨어질 만한 팀들 중에서도 대진운이 안 좋은 곳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TSL은 높은 곳까지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강팀.
만약 악운이 겹쳐 우리와 재회하기 전에 떨어진다면 아쉽기 그지없을 일이다.
'어쩌면 극복하고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은.'
새벽 서리를 맞고 자란 과일은 더욱 당도가 높아진다고 하던가.
그런 속담도 있겠지만 그 전에 나무에서 떨어져 새모이가 돼버리는 과일들도 존재한다.
미역슨이 새로이 주전을 맡았다는 TSL은 과연 어느 쪽이 될련지는 오직 시간만이 증명할 수 있다.
'대진운은 우리도 만만치 않으니.. 32강을 빠르게 따내고 그 다음 대진에 시간을 투자해야겠어.'
오늘 32강에서 LCF의 데뷔전을 마친 후로는 TSL 못지 않다.
16강부터 만나게 될 상대들은 무시 못할 강팀들이다.
토너먼트제의 특성상 올라갈수록 더더욱이다.
동정따위 해줄 여력이 없다.
지금 선수 대기실에서 얄밉게 이죽대는 핫숏의 말 또한 마찬가지다.
"다들 긴장 좀 하고 있으라고? 난 편하게 VIP실에서 쉬고 있을 테니 말이지. 하하하!"
이제는 선수직에서 은퇴하여 여유가 생겨버린 우리 구단주 나으리.
핫숏의 농담을 받아줄 정도로 우리는, CLC는 한가하지 않다.
현재 선수 대기실 바깥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계진들의 진행이 끝나면 바로 우리 CLC가 경기를 펼칠 차례다.
그 사이에 아주 잠깐 남은 꿀맛 같은 휴식.
나는 선수 대기실의 의자에 기대 눈을 붙이며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다.
32강, 빅 게이밍즈와의 경기가 어렵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얕보일 수야 없다.
지나치게 자신만만, 여유있는 태도만을 유지하다간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다윗이 던진 돌팔매에 맞은 골리앗처럼 허무하게 쓰러져버릴 지도 모르니까.
우리 CLC가 이 정도 팀이다.
선보임과 동시에 힘을 숨기고 있다느 사실 또한 과시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야, 그만 자고 일어나. 학교 가야지."
"..너가 내 엄마냐, 뭐냐."
옆에서 보기엔 쥐 죽은 듯이 의자에 찰싹 들러 붙어있던 나.
예은이 장난스런 농담을 던지며 나를 흔들어 깨운다.
요 2주 사이에 예은도 제법 농담을 할 줄 알게 되었다.
이러저러 많은 일이 있었던 프랑스에서의 나날.
그 수확을 걷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다.
.
.
.
* * *
CLC 대 빅 게이밍즈의 경기.
몇몇 골수 유럽팬들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CLC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그러니만큼 아주 일방적인 경기가 나오리란 예상.
팬심을 가지지 않고서야 솔직히 챙겨볼 만한 경기는 아니다.
그럴 텐데도 CLC 대 빅 게이밍즈의 경기는 이상하리만큼 시청률이 높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NA롤챔스 윈터시즌이 낳은 최고의 스타, Unknown Error를 기대하는 팬들이다.
이번 LCF에서는 과연 어떤 특이한 챔피언들을 보여줄까.
Unknown Error의 팬이 아니더라도 로드 오브 로드 유저라면 기대가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도 한몫한다.
오히려 이 쪽이 더욱 메인이라 할 수 있다.
다름아닌 CLC의 전 에이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로 손꼽혔던 핫숏디디의 충격적인 은퇴소식 때문이다.
─핫숏디디가 은퇴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네.
난 처음에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핫숏이 래딧에 와서 헛소리 늘여 놓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당연히 장난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오늘 대회에 CLC 명단에 핫숏이 없어.
어쩌면 정말로 은퇴해버린 걸지도..
└그걸 이제야 알았냐? CLC에서 공식적으로 입장 밝혔잖아.
글쓴이-핫숏이 공식적으로 장난쳤을 수도 있지. 그럴만한 인간이잖아.
└REAL. 나도 안 믿고 있었는데 오늘 안 나온 것 보면 진짜일수도 있겠다.
└이 사람들 속고만 살았나 LOLOLOL.
로드 오브 로드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
CLC의 에이스 핫숏디디의 은퇴 소식은 충격을 몰고 왔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헛소리에 팬들은 고개를 흔들었지만 사실이었다.
그는 더 이상 프로게이머가 아닌 CLC의 감독, 겸해서 구단주로서 LCF에 와있다.
당연하게도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CLC의 경기를 챙겨보려는 팬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고작 32강에 지나지 않은 그것도 LCF 개막식이 포함된 첫째 날도 아니고 3일 차에 내정된 경기의 시청률이 치솟았다.
그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히 벼락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CLC의 1군은 지난 윈터시즌 롤챔스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CLC의 2군이 맹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핫숏디디의 팬들로서는 이번 LCF에서의 복귀 무대가 기다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대회가 열리기 열흘 전에 래딧을 통해 핫숏이 글을 올렸고, CLC에서도 SNS등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무리 전후사정을 설명한다고 한들 로드 오브 로드 팬사이트, 래딧이 터져버릴 지경으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핫숏이 뭐 폼이 죽었다던지 이유가 있었으면 그러려니 했을 터.
하지만 핫숏은 현 로드 오브 로드 게임판에서 명실상부 가장 잘 나가는 선수 중 하나다.
그렇게 1주일 넘게 래딧이 들끓었고 CLC에 항의 서명을 보내자며 난리가 났다.
과격한 팬들이 소동을 일으켰을 정도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조금씩 잠잠해졌다.
이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는 긍정적인 여론도 하나둘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와우~ 핫사장이네, 핫사장!
핫숏디디 프로게이머 은퇴하고 이제 꿀빨라고 하네.
선수들 부려먹으면서 뒤에서 희희낙락 코코넛 주스나 빨고 있겠지.
하지만 핫숏이라면 팀 매니지먼트도 기대해볼 만해.
└그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괜찮은데?
└핫숏이 CLC 운영하면.. 진짜 잘할 것 같기는 하네.
└그래도 에이스인 핫숏이 나가면 불안하지 않나.. 트리플리프트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
글쓴이-CLC에는 에러갓도 있잖아. 쉽게는 안 무너져.
좋아했던 프로게이머가 게임판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그런 거라면 팬들로서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날 수밖에 없지만 경우가 다르다.
실질적인 무대에 나오지 않을 뿐 카메라에도 제법 잡힐 뿐더러 구단주 겸 감독이다.
핫숏의 영향을 받은 선수들이 CLC에서 쏟아져 나올 터다.
핫숏이란 선수의 팬이기 이전에 로드 오브 로드라는 E-스포츠의 팬으로서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더욱이 핫숏 본인의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마냥 따질만한 일도 아니다.
고용된 입장에서 고용하는 입장으로 처지가 변해버렸다.
명실상부 한 게임단의 사장이 됐으니만큼 축하할만한 일이었다.
물론 핫숏이 나감으로 인해 CLC가 본말전도로 무너져 내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속단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에이스이자 시즌3을 이끄는 선두 주자 Unknown Error.
CLC에는 새로운 물결이 흐르고 있다.
─뮴뮴 누님도 빼먹으면 안되지!
정글 클라스가 핫숏 못지 않을 걸?
공격적인 시야 장악은 오히려 핫숏보다도 나아.
나도 뮴뮴 누님에게 공격적으로 농락당하고 싶다..
└이러다 고소 당하면 보험처리됨?
└근데 플레이 방식이 조금 치우쳐져 있어서 한 번 말리면 끝도 없이 말리긴 하더라.
글쓴이-아직 성장 중인 걸 감안해야지. 바스트도 아마 성장 중….
└캡쳐했습니다. CLC에 보낼 거에요.
짓궂은 팬들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 롤챔스 결승전에서의 대활약.
더군다나 솔로랭크에서 Unknown Error와 함께 1,2위를 장식하게 된 이후부터는 이견을 다는 바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의심받고 있던 캐리력.
완벽히 증명했으니 말이다.
─뮴뮴 누님 미드 하는 거 또 보고 싶다.
지난 결승전에서 깜짝 라인스왑했던 거 죽여줬는데 또 비슷한 카드 하나 준비해 왔으려나?
카지트로 킬 쓸어담는 캐리력 정말 쩔었지.
롤하는 여자들 서폿가서 버스만 타던데 우리 뮴뮴 누님은 정말 포스부터가 남달라.
└카지트로 한타 캐리 쩔게 했지. 에러갓이랑 호흡도 장난 아니었고.
└뮴뮴 누님도 기대되지만 그래도 에러갓이 역시..
└LCF에서는 어떤 거 꺼낼지 감도 안 잡힌다. 트린다조아나 마스터 오브 이로 주문력템 올리고 그러면 꿀잼일 텐데!
└위에 브론즈님 발언 자제요; 마이는 몰라도 트린은 좀 아니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CLC의 첫 경기.
핫숏은 빠졌다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다섯 선수들이 바톤을 이어받는다.
결정적으로 Unknown Error가 있는 한 CLC는 굳건하다.
그리고 이번 CLC의 첫 번째 경기는 보는 맛이 찰질 수밖에 없다.
볼거리는 경기만이 아니다.
경기의 승리 후 진행될 인터뷰 또한 기대해봄직 하다.
래딧에서 일어난 사태를 알고 있다면 핫숏이 고개를 들이밀지 않을 리가 없다는 이유.
팬들은 이번 CLC의 32강 경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따가울 정도의 관심을 받으며 시작하는 첫 번째 세트.
CLC 대 빅 게이밍즈의 경기만 봤을 때 팬들이 원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CLC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경기력.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Unknown Error, 그다운 그리고 그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희한하기까지 한 픽들.
팬들의 입맛을 전부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제대로 핫숏의 은퇴를 항의해주마.
직접 현지에 가서 응원은 해주지 못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 북미의 팬들이 하나로 뭉쳐 자국의 자랑 CLC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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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어떤 독자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최근에 조금 슬럼프인 게 맞습니다.
글은 꾸역꾸역 나오는데 예전만큼 쓰는 재미가 붙지 않는다의 상태에요.
솔직한 마음으론 빠르게 3부를 가고 싶은데 그 과정까지가 남다 보니 이상과 현실이 따로 논달까..
최대한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