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53화 (35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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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롤드컵, LCF.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빅 게이밍즈와의 첫 번째 승부.

솔직히 말해 까다로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게임을 이기기 어렵다가 아닌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말이다.

'특히나 외모에 엄청난 신경을 쏟았지.'

뜬금없는 소리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 외모는 상당히 중요하다.

롤챔스에서야 몬테소리의 유머도 마스크를 쓰고 비밀 컨셉이라 웃어 넘겼다.

하지만 이곳은 프랑스의 파리에서 열리는 LCF.

유럽의 팬들에게 있어 나는 아직 익숙한 존재가 아니다.

여기서까지 마스크를 쓸 정도로 나는 신경이 굵지 못하다.

그렇기에 더욱 세심하게 관리했다.

얼핏 보기엔 다른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나는 달라졌다.

근육 운동 위주로 해왔던 단련은 체형을 몰라 보게 변화시켰다.

얼굴까지 완전히 달라질 수는 없었지만 화장.

더불어 스타일까지 관리하자 어지간히 자세히 본다고 해도 올마스터와 내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나 혼자서는 턱도 없었지만 예은 덕이야.'

나 혼자서 거울 보면서 달라졌다고 자뻑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예은 누님이 손을 빌려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코디를 한답시고 내 얼굴을 만지작만지작 해버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넋 놓고 시간을 보내니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거울을 보자 '오….' 감탄사가 저로 흘러나왔을 정도로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스타일리쉬한 잠재력이 빛을 발했다.

솔직히 말해서 원판 보존의 법칙이라고 내가 원래 좀 생겼으니까 만지작한 정도로 달라진 게 아닐까.

한 마디 했다가 예은이 나를 엄청나게 째려봤다.

드럽게 고생했다면서 툭 쏘아붙였다.

이름이야 NA롤챔스 위터시즌부터 미국식으로 쓰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번 LCF에서는 꽤나 다채롭게 챔피언을 활용할 예정이니 알려져서 좋은 게 없다.

올마스터 시절에 꺼냈던 몇몇 챔피언들이 미리 읽혀버리면 상대가 대비책을 마련해 올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다 우승하고 국뽕 좀 자극해주면 한국팬들이 빵 터지겠지.'

대비책을 마련해 온다고 해도 나를 막을 수 있을 자는 많지 않으리라.

그래도 유비무환이란 말이 있다.

더욱이 신경써야 할 요소는 이 뿐이 아니다.

'스타가 된 자로서 기다리는 팬을 실망시켜서야 쓸까! 사명감이 막중하구만.'

롤챔스 우승 한 번 했다고 자기 자신을 스타라 칭하다니.

조금은 자뻑같긴 해도 기다리는 팬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래딧을 대충 둘러보기만 해도 아우성이란 사실을 모를 수 없다.

그러한 시선.

무시하고 가짜에어마냥 질질 끄는 이기기만 하는 게임을 할 정도로 나는 낯짝이 두껍지 않다.

하지만 말마따나 쉬운 길이 아니다.

팬들의 입맛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앞으로의 대회 진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챔피언.

나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화면을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파항!

콰악!

하얀 구름을 타고 질주해 여의봉을 내려찍는다.

그 효과로 크고 작은 세 마리의 늑대가 깔끔하게 골드로 화한다.

빅 게이밍즈와의 첫 번째 세트에서 내가 선택한 챔피언은 우콩.

나는 이 우콩을 탑도 아닌 정글로 꺼내 들었다.

'이 정도가 적당한 픽이야.'

우콩은 일반적으로 탑으로 쓰이는 챔피언이다.

정글로 활용하다니 전대미문.

그 효율성이 엄청나게 뛰어나다고도 보기 힘들다.

솔직히 말해서 비장의 카드라 부르기엔 손색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우콩 정글을 선택한 까닭은 다름아닌 팬서비스.

더해서 이 우콩 정글이 활용하기에 따라 상당히 괜찮기 때문이다.

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잡아내기 위해 우콩을 꺼냈다.

'이게 또 보는 맛이 상당한 챔피언이란 말이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비장의 카드를 섣불리 선보여서야 아니된다.

아직 32강은 전초전에 불과하고 우리 CLC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벌써부터 중요 픽들을 노출한다면 차후 게임에 지장이 간다.

그 사실을 모를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이 우콩이란 챔피언.

자신있기도 하거니와 상대가 대처법을 찾기 까다롭다는 점이 크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우콩의 스킬 구조.

분신 활용에 해박한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이는 탑이 아닌 정글로서 더더욱이다.

파항!

우콩의 E스킬, 뭉개구름 습격.

그 효과는 세 명의 적에게 물리 피해를 입히며 우콩의 공격속도를 상승시킨다.

정글링에 있어 상당히 효율적인 스킬이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다른 정글러들처럼 우콩은 탱킹관련 스킬이 없어 체력이 많이 깎인다.

고작 정글링에 체력이 빠져서야 갱킹다운 갱킹을 갈 수 없다.

이를 보충해내기 위해서 나는 부단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까라라락-!

우콩과 똑같이 생긴 분신이 나를 대신해 정글몹에게 맞아주다 사라진다.

최대 1.5초간 유지되는 W스킬, 구름 분신을 활용한다면 우콩은 정글몹에게 최대한 덜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스킬을 완벽하게 응용하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다.

'정글몹의 공격속도를 숙지해야 하니까.'

분신이 최대한 많이 맞아줘야만 우콩은 안정적인 정글링이 가능하다.

이전에 결승전에서 한 번 활용했던 베루가하고도 비슷한 경우.

유저들의 피지컬 상승에 따라 포지션이 변경됐다.

물론 베루가의 불허의 장벽만큼 엄청난 숙련도를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세심한 컨트롤을 요한다.

'이걸 할 줄 아느냐, 모르냐가 우콩의 체력관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니 반드시 신경써야 해.'

유지력이 빼어난 다른 정글들처럼 대충 돌다간 갱킹 갈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다.

정글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음에도 내가 우콩을  선택한 이유.

그 단점을 만회하고도 남을 장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러렁!

바이바이가 플레이하는 네네톤이 Q스킬 천참만륙을 크게 긁는다.

거대한 칼이 미니언과 적팀의 탑라이너 말화이트를 찢어버린다.

야성이 쌓여 강화된 천참만륙은 초반 파괴력이 막대하지만 의외로 큰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아직 3레벨이 채 찍히지 않았음에도 말화이트의 방어력이 80을 넘어가기 때문.

룬을 엄청나게 단단하게 들고 왔음은 물론, 첫 아이템으로 천옷을 사왔다.

제 아무리 네네톤이라 한들 이렇게 되면 라인전에서 큰 이득을 가져오기 힘들다.

바이바이의 공격적인 성향을 제대로 파악한 빅 게이밍즈가 선택한 카드다.

제법 날카롭다고 할 수 있는 대처는 실제 게임에서도 먹히는 와중이다.

게다가 정글러 또한 우콩.

AD챔피언이라 말화이트가 커버리면 잡을 방도가 없다, 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챠라라락-!

우콩이 생성한 분신이 1.5초가 넘어 사라진다.

하지만 W스킬, 구름 분신에는 비단 분신 생성의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진정한 효과는 1.5초간의 은신.

탑라인의 땅굴을 팠던 나는 그 은신을 활용해 다음 수풀로 넘어갔다.

'수풀이 두 곳밖에 되지 않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어.'

로드 오브 로드 소환자의 전장 탑과 봇에 있는 수풀.

현재는 두 곳으로 나뉘어 있지만 차후 패치를 통해 세 곳으로 바뀐다.

이 차이는 땅굴을 파기 용이하냐, 용이하지 않냐.

물론 적 말화이트도 내가 땅굴을 팠을 거란 전제 하에 무빙을 바깥쪽으로 틀고 있지만 어림없다.

이렇게 은신을 활용해 부쉬 하나를 건너 뛰어 버리면 꿈에도 눈치채지 못하리라.

우콩 정글의 활용법을 모르는 현시점에서는 가히 귀신과도 같다.

쿠러렁!

네네톤이 다시 한 번 접근해 거대한 칼을 크게 휘두르자 말화이트가 반격을 한다.

룬과 시작템에 신경을 쓴 탓에 방어력이 엄청나게 높은데다 E스킬.

거기에 지면 분쇄까지 내리치면 네네톤은 공격속도가 둔화되어  말화이트가 딜교환을 이겨버린다.

게다가 패시브 자체가 보호막이기도 한 말화이트로서는 아주 여유가 넘칠 것이다.

하지만 정글러가 출동하면 어떨까?

콰악!

말화이트의 입장에서 안전하리라 생각했던 아군 방향의 수풀.

그곳에서 난데없이 내가 튀어나온다.

제 팀이라도 되는 것 마냥자연스럽게 다가가 여의봉을 내려찍는다.

'내가 괜히 우콩을 꺼낸 게 아니란 말이지.'

방어력에 한해 철벽을 자랑하는 말화이트가 성장하면 AD챔피언인 나와 네네톤으로선 손쓸 방도가 없다.

그러한 사실을 모를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우콩의 Q스킬, 여의봉 일격은 상대의 방어력을 3할 깎아버린다.

사실상 최후의 숨결에 준하는  효과.

네네톤의 스턴기 참혹한 난도질과 연계되자 말화이트의 두터웠던 바위갑옷이 거짓말처럼 녹아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점멸로 도망가봤자 헛수고다.

땅굴로 들어가는 불의의 갱킹을 미쳐 예상하지 못한 말화이트.

나의 접근을 허락한 이상 굳이 돌진기를 쓸 필요가 없다.

말화이트가 점멸을 사용해 내빼자마자 나는 뭉개구름 습격을 사용해 추살했다.

'우콩 정글은 한 마디로 퍼블 제조기야.'

저래 봬도 말화이트는 정말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라인도 서서히 당겨지고 있었고 네네톤과의 딜교환도 성공적이었다.

서로 간에 무난히 성장하면 한타력이 좋은 건 당연 말화이트.

그런데 내가 귀신처럼 수풀에서 솟아났으니 심히 당황스러웠으리라.

평소라면 빼지 않았을 점멸마저 낭비하고 말았을 정도로 말이다.

정글링에 다소 힘이 들어가는 우콩이지만 이렇듯 갱킹 능력만큼은 탑클래스다.

특히나 상대가 우콩 정글에 대해서 모른다면 더더욱.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들이닥쳐 목숨을 가져간다.

'게다가 스노우볼을 굴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참 마음에 들어.'

지난 1,2시즌에는 탑솔러로 꽤나 많이 사용되던 우콩.

하지만 신규 챔피언이 늘어나고 2렙에 강하다는 우콩의 장점이 무색해진다.

그냥 딜교환을 해주지 않고 2레벨 구간을 넘기면 그만인 일.

지인인 씨지맥 또한 우콩의 장인으로 유명했지만 최근 들어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정글로 쓴다면 오히려 3렙부터가 더욱 좋지만.'

방금처럼 은신을 활용해 부쉬 사이를 들키지 않고 건너 뛸 수 있다.

더욱이 이뿐만이 아니다.

우콩의 W스킬, 구름 분신은 그 활용도가 가지각색.

종종 다른 은신 스킬들의 하위호환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건 모르니까 할 수 있는 헛소리다.

장인의 손에 들린 우콩은 그 파괴력이 글자 그대로 상상초월이다.

찰칵!

첫 번째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당연 도마뱀 장군의 혼령.

그 하위템들을 구입한 나는 다시금 탑을 노린다.

말화이트의 점멸이 빠져버렸으니 당연한 흐름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킬각이 한 번은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번엔 역갱을 대기하고 있으려나.'

그럼에도 지체없이 판단을 내린다.

나는 일직선으로 탑라인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바보같은 연기를 하고 있는 말화이트를 향해 돌진한다.

파항!

콰학!

뭉개구름 습격으로 거리를 좁히고 여의봉을 내려찍는다.

말화이트가 지면 분쇄를 울려 내 공격속도를 늦추려 하지만 영향이 미미하다.

느려진 공격속도 만큼이나 뭉개구름 습격의 효과로 올라갔기 때문.

네네톤 또한 점멸을 달려오자 완벽한 킬각이다.

하지만 말화이트도 바보라서 같은 걸 당해준 게 아니었다.

아오!!

뒤편의 수풀에서 깜짝 튀어 나와버린 적팀의 정글러.

역갱을 대기하고 있던 신 짜장이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직 아슬아슬 레드 버프를 두르고 있는 신 짜장의 공격은 무시할 수 없다.

탁! 탁! 타악!

신 짜장의 Q스킬, 삼연창은 세 번째 공격으로 적을 공중에 띄워 올린다.

게다가 전세가 역전되어 말화이트까지 나를 점사하는 상황.

이대로 신 짜장의 에어본에 당한다면 그대로 끔살이다.

역갱이란 것은 단순한 2:2가 아니다.

상대를 한 타이밍 늦게 공격하기에 점사의 대상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먼저 한 놈을 녹여버리냐, 녹여버리지 못하냐의 차이는 명명백백.

내가 허무하게 죽어버린다면 네네톤은 포탑으로 도망치는 게 고작이다.

치지직..!

세 번째 공격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에어본 상태가 된 나에게 말화이트가 발화까지 틀어박힌다.

아까 점멸이 빠져버린 말화이트지만 발화라는 스펠이 남아있다.

공중에 띄어져버린 우콩의 체력바가 한순간에 삭제돼버린다.

챠라라락-!

하지만 저런 뻔한 역갱을 내가 대비하지 못했을 리가 있나.

적팀에게는 안타깝게도 삭제돼버린 것은 내가 아니라 분신.

삼연창으로 띄워지기 직전에 나는 구름 분신을 사용해 은신했다.

발화에 걸린 것 또한 당연히 분신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못할 상황, 어떻게 보면 입롤과도 같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란 바로 그 입롤을 실현하는 존재다.

이번 LCF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플레이.

더불어서 나라는 게이머가 과연 누구인지 유럽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두 눈에 각인시킨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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