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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롤드컵, LCF.
그야말로 신이 들린 플레이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이 단순한 속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현재 진행형으로 나가고 있는 CLC 대 빅 게이밍즈의 첫 세트.
CLC의 Error 선수가 우콩으로 보여주는 플레이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으리라.
"정말 보고도 못 믿겠어요. 이게 말이나 되는 플레인가요, 데카시르?"
LCF의 공식 캐스터, 콰른트의 눈이 빛난다.
어느 정도 공부는 했다지만 로드 오브 로드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콰른트다.
그런 그가 보기에도 지금 Error 선수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말이 안된다.
이론상 가능하다고 해도 저건 AOS게임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부류다.
"굳이 따지자면 1:1 대전 격투 게임같은데서나 나올 법한 미세한 응용법이죠. 어지간하면 콰른트의 말을 긍정해주기 싫지만 정말 놀라운 컨트롤입니다."
농담따먹기 따위 할 상황이 아니다.
Error 선수가 플레이하는 우콩이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이며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우콩은 로드 오브 로드의 꽤나 초창기에 나온 챔피언이지만 이렇듯 잘 활용하는 선수는 존재했던 적이 없다.
더더욱이 라인까지 정글.
당연하게도 탑 챔피언이라 분류되던 우콩에게 색다른 길을 제시했다는 점 또한 포인트다.
"콰른트나 할 법한 소리긴 하지만 솔직히 우콩의 분신에 이렇게 다채로운 활용법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한 적이 없습니다. Error선수의 플레이에 정말 넋이 나갈 지경이네요."
은신을 활용해 적의 공격을 교란시킨다.
이러한 시도는 당연 지금껏 있어왔지만 CLC의 Error 선수가 보여준만큼 정밀하지는 못했다.
경기시간 약 5분 타이밍에 탑에서 있었던 2:2 교전도 Error 선수가 분신으로 슈퍼플레이를 해내지 못했다면 역으로 관광이 났으리라.
상대의 심중을 정확히 읽어내 이를 실전에서 황용해냈다.
결정적으로 말화이트를 따냈던 첫 번째 탑라인 갱킹에서 은신으로 수풀 사이를 건너가서 습격하는 플레이.
상상키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참신하고 기발했다.
"하하, 데카시르도 가끔은 실수를 하는군요. 저는 북미의 신인스타 Error 선수에 대해 엄청난 조사를 해왔단 말이죠. 듣고 싶지 않나요?"
"콰른트가 잘난 척을 하다니, 상당히 비위에 거슬리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듣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한 번 말씀해 보시죠."
Unknown Error.
북미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윈터시즌이 낳은 슈퍼스타.
현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라고 하기엔 경력이 부족하지만 가장 기대받는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엔 적절하다.
현 시즌3의 메타를 이끌고 있는 장본인같은 선수다.
수많은 챔피언들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그의 손에서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가 펼쳐졌다.
이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회 무대에서 여지없이 증명해버렸다.
더욱이 단순히 보여만 준 게 아니라 결과까지 만들었다.
NA롤챔스 윈터시즌의 우승자가 바로 CLC, 그가 속한 팀이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에 스테이크를 얻어먹을 때 후식으로 민트껌 대신에 와플 정도는 사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세상에 와플이라니! 데카시르가 정말 기분이 좋은가 보네요.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CLC 대 빅 게이밍즈의 첫 세트는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다.
하지만 어떻게 왈가왈부할 거리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
그도 그럴 게 Error 선수가 특히 눈에 띌 뿐이지 다른 선수들도 못지않게 활약하고 있다.
"트리플리프트 선수도 CS차이를 벌리며 원딜 간의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CS 열 다섯 개면 1킬에 준한다고요. 메모하세요 콰른트."
"녹방으로도 볼 수 있으니 메모는 사양하겠습니다. 슬슬 한타각이 나올 만도 한데 경기의 결과는 뻔하겠죠?"
승패 자체가 정해져버린 경기.
중계진으로서 함부로 경기의 결과를 예측해서야 안되지만 경우가 경우다.
안 그래도 Error 선수의 우콩이 전라인에 깽판을 쳐놨다.
그런데 라이너의 기량 차이도 CLC가 찍어누른다.
첫 번째 한타가 마지막 한타가 돼버릴 공산.
대회무대이니만큼 한 타이밍 더 버티기는 하겠지만 말 그대로 시간끌기다.
현실적인 판단으로는 빅 게이밍즈는 두 번째 세트를 어떻게 진행할지 구상을 해놓는 게 알맞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프로는 결코 경기에 대충 임해서야 안된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해 보답해야 한다.
꺾일지 언정 휘어져서야 아니되는 직업이 프로게이머.
"말화이트 궁극기 들어가면서 미스터 포텐이 화끈하게 총알 세례 쏟아붓고 카서트의 종말곡까지 전부 터지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콰른트나 상상할 법한 꿈만 같은 입롤 한타네요. 하지만 정말로 그 행운에 기대는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현재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참담합니다."
게임 시간 25분에 킬 스코어가 20 대 6.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5만 대 3만 5천이다.
억제탑이 나가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다.
그나마 챙긴 6킬도 CLC에서 하도 공격적으로 몰아붙인 탓에 나오게 된 것.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갔다면 현재 게임은 더욱 더 암담하기 그지 없었으리라.
해설자들이 승패를 단정짓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꾸뤄러러럭!
라인전 단계에서 완전히 압도적인 차이를 벌린 채 시작하는 첫 번째 한타.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굴러 떨어지는 법이라고 지금껏 잘 나가던 CLC에서 작은 실수가 나왔다.
실수라기 보단 필연이었다.
지나친 성장도를 앞세운 네네톤이 궁극기로 몸집을 키운 채 전진했다.
이미 깨져버린 미드라인의 2차 포탑을 뒤로하고 억제 포탑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지극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CLC의 탑라이너 바이바이가 독단적인 판단을 내린 것.
물론 잘 성장한 네네톤은 어지간히 오래 적팀의 포화에서 견딜 수 있지만 문제는 뒷라인이다.
제발 CLC가 실수하기 만을 바라고 있던 빅 게이밍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찬스가 주어졌다.
쿠와아아앙!
다소 무리를 해버린 네네톤에게 호응하기 위해서 빠르게 걸어오던 CLC의 팀원들.
그 찰나의 틈을 체크해낸 말화이트가 궁극기를 들이박았다.
CLC의 유일한 탱커 네네톤과 나머지 팀원들 간의 거리가 벌어진 순간에 제대로 일을 내버렸다.
더군다나 먼저 진입했던 네네톤은 탈력에 걸려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말화이트의 화끈한 4인궁! 아니, 3인궁입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인가요. 제가 말했던 입롤 한타가 그대로 열렸어요!"
"미스터 포텐의 킬링 타임! 쏟아지고 여기에 종! 말! 곡! 이 떨어지는데....!!"
지정한 지역에 돌격해 부딪힌 적들을 띄우는 말화이트의 궁극기.
그 효과로 CLC의 팀원들이 1.5초간 에어본 상태에 빠졌다.
옴짝달싹 못하는 CLC의 팀원들 위로 막대한 광역피해가 떨어진다.
3초간 부채꼴의 지역에 수백 발의 총알을 흩뿌리는 미스터 포텐의 채널링 궁극기.
그리고 3초간 정신 집중을 하여 모든 적에게 막대한 마법 피해를 가하는 카서트의 궁극기.
그야말로 입롤과도 같은 한타지만 안타깝게도 두 궁극기에 의해 불리했던 게임이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
궁극기 연계에 모든 힘을 쏟아낸 빅 게이밍즈는 이어지는 CLC의 반격을 맞고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파라라라랑-!
각기 다른 두 궁극기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CC기에 맞는 순간 끊긴다는 점이다.
Error선수가 플레이하는 우콩의 궁극기, 회전분쇄격이 억제 포탑을 끼고 시위하던 빅 게이밍즈의 진영을 갈아 놓는다.
회전분쇄격에 스친 적들은 모조리 1초간 공중에 띄워졌다.
"카서트 종말곡이 취소됐네요! 이거 야단 났습니다 빅 게이밍즈! CLC 선수들이 화가 난 채 달려오고 있거든요!"
"말화이트의 포지션이 탱커라곤 하지만 조금 두꺼운 종잇장에 불과하죠. 빅 게이밍즈에서 가장 단단한 말화이트가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라인전 단계부터 한타까지 Error선수의 완벽한 캐리. MVP는 확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대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온 걸까?
콰른트가 언급했던 대로 말화이트의 궁극기에 띄워진 건 네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다.
하지만 화면에 보였던 것은 확실하게 네 명.
이번만큼은 콰른트의 말이 옳았다.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보이지만 빅 게이밍즈는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이다.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틀어박히는 그 찰나의 순간.
Error 선수가 플레이 하는 우콩은 구름 분신과 점멸을 사용했다.
그로 인해 억제 포탑까지의 거리를 빠르게 좁힐 수 있었고 그 후에 뭉개구름 습격으로 돌진했다.
이후의 과정은 화면에 보이는 대로.
길다란 여의봉을 돌려 마치 믹서기처럼 마주치는 모든 적들을 갈아버리는 회전분쇄격이 적진을 휘젓는다.
단순히 데미지만 막대할 뿐만 아니라 1초간의 에어본 효과까지 있는 회전분쇄격은 딜과 이니시가 전부 되는 만능계 스킬이다.
"네네톤과 우콩 둘이서 억제 포탑을 낀 빅 게이밍즈를 농락해버리는데요?"
"적어도 한 타이밍 더 버틸 줄 알았는데.. 이거 양념만 쳤지. 누구 하나 마무리된 팀원이 없어서 타워 미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 보이네요. 이대로 넥서스까지 쭈욱 개통됐습니다."
마지막 한타는 빅 게이밍즈도 제법 분전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서트가 종말곡이 아닌 앞점멸로 들어가서 비볐다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으리라.
그렇다고 카서트의 판단 미스라 할만한 건 아니다.
포탑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우콩이 나타날 거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CLC 대 빅 게이밍즈의 첫 번째 세트는 데카시르의 말마따나 라인전 단계부터 한타까지 Error선수가 지배했다.
그리고 데카시르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추측된다.
이번 첫 세트의 MVP는 Error 선수가 받으리라는데 이견을 붙일 겜알못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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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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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번째 세트를 승리로 장식했으니 두 번째 세트까지 내가 나가서야 섭한 노릇.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빅 게이밍즈와의 두 번째 경기는 나를 대신해 예은이 들어갔다.
언제나 몸이 근질근질한 예은 누님이 정글을 맡아 화끈한 승리로 게임을 이끌고 계신다.
"두 다이브! 가서 물어!"
"YES, Ma'am! 몸 댈 테니 느긋이 잡으시죠."
바이바이와 예은 콤비는 상당히 잘 맞는 편이다.
공격적으로 밀어 붙여 라인전에서 이득을 보는 바이바이.
그리고 바이바이가 굴린 약간의 눈덩이를 결정타인 킬로 연결시키는 예은.
호전적인 탑과 정글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내가 첫 번째 세트에서 보여준 이상으로 탑을 터트리고 게임의 승기를 굳힌다.
포커싱이 조금 탑에 치중돼 있다는 게 아쉬운 노릇이지만 그만큼 가시적이다.
완전히 터져버린 탑은 복구가 불가능.
아군의 미드는 안정적이고 봇은 트리플리프트와 카우스터의 콤비다.
이전 판과 마찬가지로 한타에 간다면 상대팀은 승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기겁을 할 거다.
저 뿔난 망아지같은 예은의 리심을 상대해야 한니 말이다.
솔직히 나야 신사적인 편이었다.
고통없이 확실하게 목숨줄을 끊어주지 않았는가.
그에 비해 예은은 불쌍하기 그지 없는 상대팀을 끝까지 괴롭힌다.
상당히 악취미적인 성격과 약간 부족한 운영 능력이 만들어내는 안타까움이 빅 게이밍즈를 고달프게 만든다.
'조금 불안했는데 시원스레 풀려서 다행이야.'
결과야 매한가지로 흘러가지만 시작은 조금 달랐다.
빅 게이밍즈에서 라인스왑을 걸어왔다.
지난 롤드컵 이후로 흔해진 라인스왑 메타는 꽤나 높은 비중으로 걸린다.
아무래도 우리 CLC의 원딜러 트리플리프트를 상대로 조금 쫄아버린 모양이다.
서로 간에 하나씩 포탑을 가져가고 시작한다면 게임에 조금은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첫 번째 세트처럼 탑라인이 터지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
두 번째 세트를 꽤나 열심히 준비해온 빅게이밍즈였지만 희망은 자근자근 짓밟히는 와중이다.
라인스왑이 끝난 후 다시금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라인전.
빅 게이밍즈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 CLC의 탑솔러는 패기넘친다.
탑라인에 1차 포탑이 없음에도 바이바이의 네네톤 개의치 않고 라인을 쭉쭉 밀어댔다.
공격적인 라인전을 진행하며 딜교환에서의 이득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적 정글러 신 짜장이 갱킹을 와버렸지만 이는 오히려 노림수.
예은의 리심이 역갱을 치면서부터 게임은 터져 나갔다.
여기서 더블 킬은 먹은 리심이 날아다니며 적팀의 탑과 정글을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었다.
게임의 승기는 이대로 굳혀질 거란 전망.
두 번째 세트에서 라인전에 힘을 준 적팀은 조합 또한 애매해서 한타의 변수도 없어보인다.
단 하나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우리 무서운 누님이 과연 목표한 대로 MVP를 탈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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