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57화 (35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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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롤드컵, LCF.

토너먼트 리그제의 특성상 LCF는 한 판, 한 판이 살얼음판이 아닐 수 없다.

이기면 다음을 향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지기라도 한다면 끝장.

지더라도 다음이 있는 조별 리그와는 사뭇 다른 부분이지만 그만큼이나 장점도 존재한다.

상대로 올라오는 팀이 만만할 때는 여유가 생긴다.

32강의 마지막 날에 치러진 팀 쿼스트 대 투르칸의 경기에서 누가 상대로 올라오든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팀 투르칸에 미터스가 영입이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 현재 CLC의 팀원들이 모두 모인 연습실의 분위기는 숙연하다.

32강 당시 빅 게이밍즈를 상대했을 당시의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바가 하나 씩은 있었다.

"팀 투르칸이라.. 그 팀 원래 라인전만 무지하게 센 팀에 불과했는데.."

바이바이의 솔직한 투덜거림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내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리빌딩을 마친 팀은 우리 CLC뿐만이 아니다.

팀 투르칸 또한 팀의 발목을 잡던 운영 문제를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

바로 CLOCK9의 정글러인 미터스를 팀으로 들여온 것.

당연하게도 여러모로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운영이 되지 않는 투르칸과 북미 정상급 정글러 미터스의 조합.

어떠한 상승 효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이고 직접 두 눈을 통해 확인하는 게 빠르다.

그리고 32강에서 팀 쿼스트와의 경기를 보니 상상 이상이 맞았다.

"예상은 그렇다치고.. 미터스를 대체 어떻게 영입을 한 걸까? 그 친구 완전히 고집불통이라 움직이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C9에서도 그를 놓아주지 않기 위해 어지간히 공을 들였던걸로 아는데 말이야."

토의의 시작은 일단 의문과 불평이었다.

미터스가 팀을 옮겼다는 소식은 이미 한달도 더 전에 알려졌지만 어찌 됐건 남일.

당시 우리 CLC 또한 연습으로 바쁘디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불만이 새어 나왔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아주 매혹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자세한 건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고 어쨌든 간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코치인 라이로가 정론을 던져온다.

일이 어찌 진행되든 우리가 할 일은 매한가지다.

팀 투르칸을 꺾고 8강 무대로 올라가는 것.

이를 달성하는 것이 힘드리만큼 CLC가 부족한 팀도 아니거니와 연습 또한 뼈빠졌다.

장애물이 조금 두터워졌다고 기세가 꺾일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연습실의 공기가 다소 무거워지는 피할 길이 없었다.

딱히 무거운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마음가짐의 부재다.

16강의 경기를 내심 쉽게 보고 있던 팀원들.

가벼운 마음으로 몇 판 돌리다가 한 잔 하려고 했던 몇몇 주정뱅이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꼴이 됐으니 말이다.

'뒷통수를 거세게 맞은 기분이지만.. 가끔은 예상을 벗어나는 따끔한 자극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토의가 끝나고 연습을 잇기 전에 가지는 잠깐의 휴식시간.

나는 커피를 마시며 짧막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CLOCK9은 솔직히 미터스 하나 때문에 글러가고 있던 팀이나 다름없다.

미터스가 초반에 라인전을 터트려 주냐, 주지 않냐.

그 하나의 차이로 게임의 승패가 정해질 정도의 원맨팀이었다.

그런 원맨팀이라는 가혹한 굴레를 벗어던진 미터스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보일지.

살짝 놓고 있던 긴장의 끈을 잡아채야 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 일이다.

'윈터시즌 때는 제임스가 상당히 바보짓을 해준 덕에 쉽게 이겼지만 이번에는 기대해선 안돼.'

조별 리그에서 CLOCK9을 상대로 했을 때.

라이너가 받혀주지 못하자 미터스는 할 수 있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러한 단점은 TSL과 CLOCK9 맞붙었던 준결승전 때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팀 투르칸의 선수들은 라인전 하나만 따졌을 때 둘째 가라면 서럽다.

만약 미터스가 팀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는 32강에서 보여준 정도로 끝나지 않을 터.

팀 투르칸과의 16강은 어쩌면 세간에서 평되는 이상으로 고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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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CF의 32강은 하루 네 팀씩 총 8일에 걸쳐 진행됐다.

그리고 빡빡한 스케줄은 16강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똑같은 3판 2선승제로 하루 네 팀씩 나흘에 걸쳐 치러진다.

특별성을 부여받는 것은 준준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8강부터.

그 이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선별작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8강 이전까지의 경기가 비단 밋밋하기만 할까.

토너먼트 제의 특성상 벌써부터 만나면 안되는 이들이 만나버리는 경우가 존재한다.

바로 TSL 대 포나틱의 경기를 일컫는 말이다.

"북미의 명가, 그리고 유럽의 명가네요. 정말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펼쳐질 거라 예상하지 않습니까, 데카시르?"

"하하, 그렇게 물에 물을 탄듯한 해설만하다간 다음 시즌부턴 콰른트를 그만 보게 될 것 같네요."

북미에서 가장 위엄있는 게임단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TSL.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모스코5에 꿇리지 않는 성세를 자랑하는 포나틱.

두 팀 모두 준결승전, 어쩌면 결승전까지 가도 이상하지 않은 팀이다.

그런데 16강에서 만나버렸다.

"TSL은 정말 32강부터 고생길이 훤하네요. TSL의 팬분들이 LCF 주최진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저희 중계진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언제나 헛소리만 내뱉는 콰른트네요. 그 헛소리는 잠시 접어두도록 하고 TSL 대 포나틱의 첫 세트 밴픽 들어가겠습니다."

TSL도 포나틱도 전통이 있는 명문팀이다.

그러니만큼 다른 몇몇 팀들처럼 갈아엎듯 리빌딩을 해오진 않았다.

단 한 명 미드라이너를 교체한 정도, TSL은 새로운 미드라이너로 미역슨 선수를 내세웠다.

정보에 따르면 2군인 TSK를 지난 NA롤챔스 윈터시즌에서 준결승까지 끌어 올렸다고.

충분 기대해봄직 선수인 건 사실이지만 포나틱을 상대로 비교하기엔 아직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새내기다.

지지난 첫 번째 LCF와 롤드컵의 우승팀인 포나틱은 1시즌을 상짐하는 팀이다.

현 로드 오브 로드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는 EU메타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포나틱이 없는 로드 오브 로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

더욱이 멤버 하나하나가 강렬하기 짝이 없다.

챔피언의 기동성을 극한까지 활용할 줄 아는 미드라이너, 익스퍼트.

유럽 최정상급의 정글러라 거론되며 인지도면에선 미터스 이상인 싸이나드.

최근에 폼이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명실상부 정상급 원딜러인 블루스타.

어느 하나 구멍이라 부를만한 부분이 없는 굳건한 태세를 자랑한다.

포나틱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그림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TSL도 그에 못지 않는 북미의 강팀이죠. 하지만 리빌딩을 조금 무리하게 진행한 감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미역슨 선수는 아직 성장 도중인데 맥도날드 선수가 뒷선으로 물러날 이유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거든요."

첫 번째 세트는 이미 시작한지 오래.

라인스왑 후에 서로의 탑과 봇, 1차 타워를 정리한 후 다시금 정상적인 라인전 구도를 가지게 됐다.

양팀의 선수들은 조금 더 나은 성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 탓에 심심해진 게임은 해설자들로 하여금 수다를 요구한다.

데카시르는 조금 전 현 TSL에서 문제로 지목받는 부분을 이야기해왔다.

"32강에선 의문에 아직 반론을 던지지 못했던 TSL입니다. 과연 익스퍼트 선수를 상대로 미역슨 선수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서로가 곧 6레벨을 찍게 되거든요?"

선수 출신의 해설자 데카시르가 유창하게 말을 잇는다.

익스퍼트나 미역슨 선수나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회자되는 선수.

그런 두 선수가 맞라인전을 서게 됐으니 격렬한 싸움이 되리라 하는 예상은 뻔하디 뻔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교전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익스퍼트 선수가 잡은 아링, 그리고 미역슨 선수가 잡은 자드.

6레벨 이전까지는 서로에게 킬각을 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6레벨이 돼버리면 아주 찰나의 실수를 킬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자.

중계진의 이목이 미드라인으로 옮겨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렇듯 중계진이 예상하는 걸 실제로 게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알아채지 못할까.

양 팀의 정글러들은 시종일관 미드라인만을 주시하고 있다.

어쩌다가 확! 도화선에 불이 붙었을 때 한 발이라도 빠르게 지원을 가기 위해.

혹은 적이 욕심을 부렸을 때 킬로 연결하기 위해서.

먼저 움직이게 된 건 포나틱의 싸이나드 선수였다.

쿠! 챠앙!

싸이나드 선수가 플레이하는 탈리반 3세가 미드라인을 향해 깃창을 찔러온다.

당연하게도 다분 의도가 있는 갱킹이다.

자드의 그림자가 빠졌다는 사실을 캐치하고 쿨타임인 상황을 정확히 노려 돌격했다.

연이어 궁극기까지 때려박는다.

<버거킹!>

킬로 연결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하다는 생각.

최소한 점멸은 뺄 수 있다고 싸이나드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면 체력까지 깎아낼 수 있다.

싸이나드의 갱킹은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졌다.

역갱각까지 연결되지 않도록 적당한 수준.

익스퍼트의 아링이 라인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투자를 한다는 느낌이다.

포나틱의 노림수는 군더더기 없게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를 받아치는 미역슨 선수의 자드.

지난 NA롤챔스 윈터시즌의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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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침대에 누워 안락한 자세로 시청하는 LCF의 경기.

편안한 몸상태와 달리 내 마음은 싱숭생숭 하기만 하다.

TV화면 너머로 송출되고 있는 TSL 대 포나틱의 데스매치 때문.

섣불리 승자를 예상할 수 없는 강팀들간의 첫 번째 세트에서 선취점을 따낸 건 포나틱이 되었다.

관중석의 팬들이 들고 일어나 자신이 응원하는 게임단의 팀명을 외쳤다.

아무래도 유럽의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도 되는 듯 붉은 좌석들이 인상적인 경기장 내부엔 포나틱의 팬들이 가득 차있다.

북미와 프랑스를 오가는 데엔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유럽 안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EU(European Union), 유럽 연합이라는 시스템 상 입국 절차가 간략화된 상태다.

덕분에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한 기차 등으로 손쉽게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한국인으로서는 감이 잘 안 잡히는 부분이지만 유럽팬들 입장에서 프랑스에 오는 것이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TSL팬들도 적지 않게 관람을 왔겠지만 수적 열세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럴 텐데도 경기장은 조용하지.'

포나틱에서 선취점을 따냈을 때 잠깐 요동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가라앉아 고요한 상태다.

포나틱이 선취점을 따낸 건 맞지만 TSL에서 더블 킬로 복수해냈기 때문이다.

'탈리반의 스킬이 모두 빠져 있었던 데다.. 자드가 시간을 상당히 끌어버린 게 결정적이었어.'

탈리반 3세의 주력 스킬이라 할 수 있는 깃창이 이동기로 사용되고 궁극기까지 무효화됐다.

정확히 따지자면 사용은 됐지만 데미지가 자드의 궁극기에 씹혀버렸다.

어느 정도 성과만 거두고 빠지려 했던 탈리반에게 자드가 역으로 싸움을 걸어버린 것.

TSL의 정글러 오드아이가 생각보다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탈리반이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게 한 셈이야.'

익스퍼트의 아링이 황천질주를 사용해 자드를 노렸지만 미역슨은 침착했다.

탈리반을 한계까지 때리며 아링의 유혹을 유도해 점멸로 피해냈다.

그렇게 자드가 시간을 버는 사이 들이닥친 오드아이의 나무카이.

나무카이가 일그러진 전진으로 아링을 속박시키자 자드가 딜링을 우겨 넣었다.

발화가 걸린 자드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지만 아링을 길동무로 데려갔다.

자드의 궁극기에 의해 체력이 크게 손실되었던 탈리반까지 나무카이에 의해 정리가 됐다.

'이제는 개인기 뿐만이 아니라 이건가.'

윈터시즌의 미역슨은 잘했지만 그 뿐이었다.

팀단위의 조율을 많이 어색했고 이러한 단점은 32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 치러지는 경기는 어떠한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32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북미의 테이커라 불렸던 미역슨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TSL 대 포나틱의 첫 세트는 미역슨의 활약에 의해 서서히 기울어져 갔다.

나는 들고 있던 리모콘으로 TV의 전을 끈 후 컴퓨터의 전원을 눌렀다.

여느 때처럼 엄지 발가락이 아닌 검지 손가락으로 진지하게 시동을 걸었다.

쉬고 있던 휴식시간이 아까운 기분이 되었다.

'조금 더 연습을 해둬야겠어.'

어쩌면 유럽의 명문 포나틱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대적자.

미터스를 새로이 영입한 팀 투르칸을 상대하기에 어지간한 카드로는 불안하다.

꺼내든 카드의 숙련도 또한 더없이 중요하다.

또다시 커스텀 게임방을 파 일련의 스킬난사를 반복한다.

몸에 배겨버리는 수준까지 익히기 위해 쏘아버린 미사일의 수가 일천 번에 달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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