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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게 포킹 챔피언.
압도적인 사거리에 반비례한 단점이 존재해야만 한다.
로드 오브 로드가 흔히 밸런스 개판이라 오해받고 실제로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니다.
이래 봬도 어느 정도 일정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사거리가 짧은 챔피언은 공격력이 세든 맷집이 세든 둘 중 하나는 가진다.
반대로 사거리가 긴 챔피언은 생존기가 부족하거나 궁극기의 의존도가 크다.
그런데 저 AP고르키는 지 멋대로 궁극기 펑펑 쏴재끼다 위험하면 도망간다.
잘못 따라가다간 불장판에 제대로 대여 녹아난다.
그러면 라인전이라도 힘들어야 하는데 원딜 챔프라 CS챙기기도 편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CLC 대 팀 투르칸의 첫 세트.
저 미드 고르키라는 챔피언의 진짜 효율이 어쨌든 간에 단 하나는 확실하다.
오늘 경기 끝나고 솔로랭크 돌리면 안된다.
"첫 경기부터 임펙트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무슨 슈팅게임이라도 보는 줄 알았어요."
"설명은 콰른트 답게 단순하지만 옳은 말입니다. 터지고 얼어붙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죠."
고르키가 쏘아대는 미사일과 이즈레알의 얼음장판.
팀 투르칸은 타개할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농락당했다.
라인클리어라도 됐으면 조금은 더 버티며 방법을 모색해봤겠지만 그럴 수도 없다.
빵테온이라는 초강수를 둔 탓에 후반의 성장 기대치를 완전히 빼앗겼다.
쭉쭉 밀고 들어오는 CLC를 막을 방도가 팀 투르칸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원래라면 이조차 의도했던 부분.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이니시를 걸면 라인클리어가 없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럴 각이 나오지를 않았다.
"말화이트가 앞라인에서 조금 더 버텨줬다면 좋았겠지만. 갱킹을 당해서 성장도 저조했던 데다 고르키의 미사일 데미지가 상상을 넘었다는 게 컸습니다."
조금 귀찮은 정도여야 할 고르키의 미사일.
그래야 할 고르키가 AP템트리를 올려버렸다.
한 방, 한 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푹푹 박힌다.
그런 미사일들이 한두 방도 아니고 다발 채로 쏟아져 들어왔다.
"뉴메타의 장인 에러갓이라는 이야기. 설마설마 했는데 LCF에서조차 파란을 몰고 오네요."
"예, 오늘 솔로랭크 주의보가 제대로 떨어졌습니다. 콰른트같은 아이들이 혹해서 고르키의 픽률이 치솟아버릴 전망입니다."
롤챔스에서 특이한 챔프가 나오면 일단 해보고 보는 게 팬심이다.
흥하기까지 했으면 아군에게 할 변명거리가 차고 넘친다.
더군다나 롤챔스도 아니고 LCF.
북미와 유럽의 모든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이 열광하는 국제 대회에서 나온 챔피언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아직 끝난 게 아니죠. 두 번째 세트의 밴픽 슬슬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호, CLC 측에서 선수변경이 있었네요. 뮴뮴 선수가 빠지고 빅풋 선수가 대신해서 들어갔습니다. 이거 CLC에서 제대로 태클을 들어가려나 봅니다?"
한 마디로 자신감이 붙었다 이거다.
미터스는 유럽 쪽에서도 꽤나 이름이 알려진 정글러.
중계진들, 특히 선수 출신인 데카시르는 더욱 자세히 알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정글로 도전하다라.
아무리 CLC의 Error 선수에게 정글로 참전한 이력이 두 번 있다고는 해도 도박이다.
그것도 팀을 파멸로 몰고 갈지도 모를 높은 판돈이 걸려버린 도박.
"선택한 건 CLC입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저희는 부추긴 적이 없다구요?"
"미터스 선수는 물론, Error 선수 또한 최근 북미에서 인기몰이를 제대로 하고 있죠.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는 자존심 매치가 성사됐네요."
심지어 리심까지 밴하지 않는다.
첫 번째 세트에서도 그렇고 CLC는 저격밴따위 하지 않았다.
정정당당, 이라고 보기엔 리심의 챔피언 성능이 엄청나게 위협이 되는 수준이 아닌 것 또한 맞다.
하지만 미터스의 리심은 일품.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밴하지 않는다는 건 정면에서 맞서 부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첫 번째 세트와 달리 두 번째 세트이 밴픽은 무난합니다. 혹시 또 막판에 픽을 바꾼다 하는 일은 없겠죠?"
"정말 밴픽창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드는 CLC네요. 하지만 이변이 연속해서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구도 자체가 정말 흥미진진해요. 두 번째 세트, 들어가 보겠습니다!"
CLC 대 팀 투르칸.
어느 쪽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진다.
심지어 정글의 구도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번에는 또 어떤 기괴망측한 플레이를 보여줄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폭주기관차, Unknown Error는 멈추지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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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팀 투르칸과의 두 번째 세트.
내가 정글로 빠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쉽게 정리하자면 실력의 증명.
북미로 온 이후 올마스터의 이름을 잠깐 버렸다고는 해도 그 특색까지 어디 간 건 아니다.
단언컨데 내 정글 실력은 미드라인에 부족하지 않다.
챔프폭 또한 달리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입증하는 관문으로 이만한 무대가 없다.
'첫 번째 세트를 이겼으니 부담도 적고 말이야.'
여러모로 괜찮은 자리다.
하지만 딱히 유별난 챔피언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팀의 색깔을 맞춰야 하니까.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세트에서 아군의 미드라이너는 빅풋.
안정적인 라인전과 무난한 한타를 추구한다.
물론 예은을 서브미드로 세우면 또다시 한바탕 할 수 있겠지만 상대가 상대다.
'투르칸을 상대로 난전을 해줄 이유가 없지.'
팀 투르칸이 미터스 영입 이후로 안정감을 찾은 건 맞다.
맞지만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
32강에서는 하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탓에 티가 나지 않았던 것뿐.
첫 세트를 통해 알았지만 미터스를 제외하고는 움직임이 꽤나 수동적이다.
미터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다른 팀원들도 움직이지 못한다.
안다고 해도 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챔프에 따라서는 간단하다.
내가 이번 판에서 선택한 유별나지 않은 챔피언으로 유별난 플레이를 하면 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이 아군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현재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아군은 탑라인을 쭉쭉 푸쉬하고 있다.
우리 쪽에서 라인스왑을 걸어버렸기 때문.
딱히 특이한 전략은 아니다.
최근의 라인 스왑이 일어나는 빈도는 제법 높은 편이니까.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라인스왑을 건 적은 별로 없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걸 수도 있는 법이다.
이유는 별 게 있다기 보단 안정적인 성장.
목표하는 성장의 정도는 별로 높지도 않다.
찰칵!
내가 이번 판에서 선택한 챔피언은 이전에도 한 번 했었던 콩머스.
이 콩머스는 플레이 방식에 따라서 챔피언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처럼 바늘 갑옷을 가서 딜탱을 겸하는 플레이 방식도 상당히 괜찮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하지 않는다.
대신에 팀플레이, 그리고 콩머스의 유틸성을 극한까지 살릴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 대략적으로 800골드 가량이 빠르게 필요하다.
탑타워를 철거하고 상점으로 귀환한 내가 첫 번째로 구입한 아이템은 다름아닌 와드돌.
기동력의 신발에 의병대부터 구입한 스크림 때와는 사뭇 다른 선택이 됐다.
'대회 경기에서 콩머스로 와드돌을 가면 아주 볼만해지지.'
요약하자면 콩머스를 활용하는 다른 방법이다.
콩머스의 단단함을 더욱 살리지 않고 고대로 냅둔다.
대신 지나치게 빠르다는 장점을 살려 적 레드 지역을 종횡무진 휘젓는다.
퀴이이잉..!
회전 구르기가 4초를 넘어가면 신발이 없어도 가속도가 끝장난다.
이 상태로 데구르르 굴러가 해버린 짓은 고작 와드박기.
하지만 그 수와 위치가 다다닥인 이상 폄하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리심의 위치가 빤히 잡힌다고.'
적정글의 유령과 쌍둥이 골렘지역에 와드를 박아놨다.
이렇게 적 정글 한 편의 시야를 장악해 놓으면 정글몹을 먹을 때마다 필연적으로 눈에 띈다.
만약 이쪽에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반대편에 있다는 소리.
미터스가 어디로 가든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리심 봇무빙 밟았다. 귀환타고 탑 찔러볼 예정인가 본데?"
"도착 시간 생각하면 한 30초 정도 프리하게 딜교환해도 되겠다."
적 정글의 동선을 완전히 파악하게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다.
특히 피가 튀기는 탑라인에서는 더더욱이다.
바이바이도 어지간히 탑신병자 스타일이지만 투르칸의 탑라이너도 상당하다.
그런 탑신병자들끼리 라인전을 붙을 때 실력, 물론 중요하지만 첫 번째 손꼽히는 건 역시 패기다.
<내 뒤에 정글 오고 있다>사실은 없지만 있는 척 딜교환을 해버린다.
이는 애매한 실력을 가진 구간에는 안 먹히지만 오히려 높은 구간에는 잘 먹히는 페이크다.
갱킹을 당하지 않고 사리려는 심리를 이용해 딜교환에서 이득을 가져간다.
그런데 적 정글의 동선을 대놓고 파악하고 있으니 딜교환에서 손해를 볼 일이 없을 수밖에.
바이바이의 페이크는 잘 먹히고 상대의 페이크는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적 탑라이너는 패기를 부리다가 점멸이 한 번 빠지기까지 했다.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겠지만은.'
시간이 흐르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챈 미터스의 리심.
계속해서 갱킹을 가는데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피해버리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슬슬 어떤 방식으로 동선이 읽혔는지 파악한 듯 페이크 동선을 넣으며 갱킹을 가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연달아 갱킹을 실패한 탓에 레벨링도 나보다 말렸고 콩머스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코어템이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퀴이이잉..!
기동력의 신발에 의병대를 업그레이드.
회전구르기와의 상승효과로 이동속도는 네 자리를 돌파한다.
이렇게 되면 리심이 어디로 가든 수월하게 역갱을 칠 수 있다.
'라인 상황으로 보아하니 이건 역시 탑이겠지.'
적팀의 레드 지역, 그러니까 봇라인에 슬쩍 보였던 리심이 한동안 눈에 띄지 않는다.
이말인 즉, 봇에 갱킹을 대기하고 있거나 귀환을 했다는 의미.
나를 속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속셈이 뻔하다.
물론 속셈을 알게 됐다고 해도 본래라면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다.
봇에 대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탑으로 향한다 한들 좋게 말해서 역갱이지 몇 초만 늦어도 휘둘리는 꼴이니까.
하지만 의병대의 어마어마한 라인 복귀 속도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다.
이~쿠우!
몰려오는 빅 웨이브를 받아먹기 위해 포탑을 끼고 사리고 있던 바이바이의 네네톤.
와드 방로로 벽을 넘어온 리심이 대놓고 궁부터 까재낀 후 음파를 맞힌다.
그러자 적팀의 탑라이너 콜라곰이 네네톤을 뒤집어엎으며 호응한다.
구워어어!
콜라곰이 매평타에 마법 피해를 추가하는 궁극기를 사용하자 번개가 튀겨댄다.
나름 아이템이 잘 나온 네네톤임에도 오래는 버틸 수 없다.
그 위기의 순간에 이곳에 없어야 할 콩머스가 불현듯 들이닥친다.
점멸로 벽을 넘어 난데없이 말이다.
쿠웅! 쿠웅!
열심히 네네톤을 때리던 콜라곰의 공격대상이 바뀐다.
따가운 도발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나를 공격하게 만든 것.
바늘갑옷의 반사 데미지는 물론 포탑의 공격을 필요 이상으로 얻어맞자 제아무리 막대한 탱킹력을 자랑하는 콜라곰이라 한들 밑천이 드러난다.
치지직..!
네네톤이 발화까지 걸자 콜라곰은 그대로 생을 포기한다.
체력을 채워주는 패시브를 가진 콜라곰이라도 치유 반감 효과를 가진 발화엔 얄짤없다.
그렇게 콜라곰의 죽음은 확정된 마당이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도망가고 있는 리심을 향해 데구르르 몸을 굴린다.
퀴이이잉..!
리심은 와드방로를 사용해 거리를 벌리지만 기동력의 차원이 다르다.
안 그래도 빠른 콩머스가 기동력의 신발을 착용하자 보는 입장에서 무서울 정도.
결국 리심은 내가 닿기 직전 점멸을 사용해 몸을 빼야 했다.
'사실 박는다 해도 도발 쿨타임이 약간 남아있었지.'
모든 챔피언들이 가진 스킬 쿨타임을 전부 외워버리는 것.
그리고 룬과 특성, 아이템까지 고려한 수치로 머릿속에서 초단위로 재생시키는 능력.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소소한 곳에서 이득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이득은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전문용어로 스노우볼이라 불리게 된다.
찰칵!
이번 게임에서 내가 지향하는 건 팀플레이.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하긴 하지만 조합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팀파이트 아이템을 선택한다.
바로 3초간 아군의 이동속도를 크게 올려주는 샤랄라의 몽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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