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63화 (3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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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었던 CLC 대 팀 투르칸의 16강 경기.

그 결과는 2대 0으로 CLC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조금은 싱겁기 짝이 없는 결말인 것도 사실이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경기의 내용이 일방적이었다.

팀 투르칸도 준비에 제법 공을 들였지만 CLC는 이를 가볍게 뛰어 넘었다.

CLC는 NA롤챔스 윈터시즌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투 원딜 조합을 다시금 꺼내는 척하다 꼬아버렸다.

고작 미드와 원딜의 챔피언이 바뀌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조합이 됐다.

Error 선수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을 법한 마법같은 전략이다.

─에러갓은 정말 여러 분야로 다재다능하네.

캐리력도 엄청나지만 팀버프가 어마어마해.

파랑이즈도 에러갓이 트리플리프트한테 전수해줬을 거 아니야.

첫 세트 밴픽 시작하기 전부터 고르키, 이즈레알 스왑 상정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소름돋는다.

└투 원딜 조합이 포킹조합으로 변하는 MAGIC..!

└고르키로 미사일 쏟아붓는 거 나도 상상은 해봤는데 대회에서 나오니 지린다 진짜.

└은근슬쩍 숟가락 올리지 마라. LOLOLOL

본래라면 말화이트와 빵테온을 내세운 팀 투르칸에게 CLC는 휘둘려야 했다.

그런데 고르키가 마법관통력 아이템을 올려 미사일을 펑펑 쏴재끼니 구도가 역전됐다.

원거리에서 수도 없이 포킹을 쏘아대는 CLC에게 팀 투르칸은 달려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그래도 어떻게 큰 마음 먹고 이니시를 시도해봤지만 이게 웬걸.

생존기가 하도 좋은 탓에 닿지도 않는다.

게다가 CLC의 앞라인도 잘 커버린 상태라 역이니시 당해 그대로 게임이 끝났다.

이마저도 두 번째 세트에 비하면 화젯거리도 될 수 없었다.

─에러갓이 정글도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Unknown Error 골수 빠돌이라 아는데 에러갓이 솔로랭크에서도 정글 꽤 했거든?

그런데 이렇게 대회에서 미터스 상대로 선전할 거란 상상도 못했네.

└믿음이 부족하네요. 에러갓이라면 뭘 해도 이상하지가 않습니다.

└에러갓 빠돌이라면서 결승전 때 끠들스톡 한 건 왜 빼먹냐?

└REAL. 에러갓 정글도 미드 못지 않게 하는 듯..

두 번째 세트는 더욱 더 가관이었다.

북미 최정상급 정글러로 이름 높은 미터스에게 Unknown Error가 정면으로 맞서왔다.

다름아닌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환해서 말이다.

이는 Unknown Error가 미터스에게 대놓고 던진 도전장이다.

북미 최고의 정글러 자리를 가져가겠다.

바로 나 Unknown Error가 접수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경기의 결과가 증명하듯 Unknown Error의 콩머스가 미터스의 리심을 몰아붙였다.

완전히 정글 클라스 차이로 게임이 판가름났다, 라고 보기엔 무리수가 있지만 미터스의 리심을 봉쇄한 것은 확실하다.

초반 갱킹 강렬하기로 이름높은 미터스가 속수무책 농락당했다.

─두 번째 세트 정말 깔끔했지.

압도적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무난무난 했어.

콩머스가 시야장악 계속하니까 미터스 아무것도 못하고 LOLOL

미터스가 들어가도 투르칸은 역시 투르칸이라 라인전  말리니까 그 이후로 쪽을 못쓰더라.

└게임은 잘했는데 에러갓답지 않게 재미는 조금 떨어졌음.

└ㄴ꼭 킬따야만 재미있나. 미터스 묶어두고 스노우볼 굴리는 것도 볼만했잖아. 내가 콩머스 1천판 장인인데 배워갔을 정도야.

└에러갓이 판 짜고 트리플리프트가 쓸어 담는 그림도 멋있었지.

└내 말은 에러갓이 버스챔하니까 재미가 별로였다는 뜻인데….

안정적인 조합을 바탕으로 큰 무리수없이 승리를 쟁취한다.

선수, 혹은 게임단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치고 박는 격전은 보는 입장에서 살 떨리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팬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바라는 바가 다르기 마련이다.

이기면서, 동시에 재밌기를 솔직하게 원한다.

말도 안되게 어려운 억지라는 사실을 팬들도 모를 리 없지만 그럼에도 Unknown Error라면.

그 마법 같은 두 단어는 언제나 기적을 일으킨다.

가지각색의 챔프폭을 선보이며 강팀들을 상대로 하드캐리를 해낸다.

결국 CLC의 2군을 롤챔스의 우승팀으로 올려놓았을 정도다.

지금에 와서야 그가 없는 로드 오브 로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Unknown Error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프로 리그를 감상할까.

그처럼 언제나 기대에 보답해오는 선수는 지금껏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만한 선수는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한 가지를 잊어서야 곤란하다.

Unknown Error가 써내려가는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북미와 유럽의 모든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이 주목하는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성황리에 진행되고 LCF에서 그의 행보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설마 말도 안되는 죽창을 맞고 탈락하진 않을지.

기대와 불안을 반반씩 품었기에 마음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오른다.

─CLC랑 8강에서 맞붙는 팀 어디 될 거 같냐?

TK게이밍? 독나타스?

클라스로만 따지면 비슷해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진 않은데.

개인적으로 독나타스가 올라가는 게 더 재밌어 보인다.

└왜? 북미팀끼리만 붙으면 뭔가 아쉽지 않나.

글쓴이-독나타스가 세인트조지아 영입했잖아. 그래서 그렇지!

└헐, 그러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딱 그 꼴이다 LOLOLOL

과거 CLC의 정글러였던 세인트조지아.

이제는 적의 앞잡이, 아니 독나타스의 정글러로서 CLC를 마주한다.

실력 대 실력의 대결은 순수하게 기대되는 정도지만 이런 자존심 매치는 색다른 자극이 더해진다.

세인트조지아는 그냥 팀에서 나간 게 아니다.

팀원과의 마찰 문제인지 뭔지로 CLC에서 방출 당해버렸다.

당시 래딧에서 뜨거운 감자로 달아 올랐던 화젯거리기에 몰라서야 간첩이다.

그런 세인트조지아가 LCF, 그것도 준준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8강에서 CLC를 만났으니 심정이 과연 어떠할까.

CLC의 기존 멤버들에게도 단순히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다.

방출했던 선수에게 패배해버린다면 이만한 웃음거리가 또 없다.

물론 지금에와서야 오래된 이야기고 서로 간에 앙금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들의 견해가 어떠하든 중요한 건 재미요소.

이러한 리벤지 매치가 성사되면 보는 입장에서는 완전 팝콘각이다.

패배한 쪽은 필히 야유를 동반하리라.

드립 또한 야무지게 터지며 맛깔나게 놀려댈 것이다.

심하면 MVP로 선정된 상대팀 에이스가 인터뷰 자리에서 폭탄 발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러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야 한다.

설사 힘이 다해 준결승전을 패배하더라도 이겨야만 하는 상대.

세인트조지아가 새로이 몸을 담게 된 독나타스 대 CLC의 구도는 조금 웃기게 되었다.

물론 16강 경기의 결과가 확정나기 전까지는 설레발에 불과하다지만 간절한 기도에 신이 응답이라도 한 것일까.

독나타스가 TK게이밍을 2 대 0 으로 꺾으며 8강 진출을 확정 짓고 말았다.

이로써 팬들이 기대하던 리벤지 매치가 성사됐다.

리벤지의 의미가 CLC의 구단주를 향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선수들 또한 예외는 될 수 없다.

CLC 대 독나타스의 8강 무대는 더없이 격해지리란 소문은 기하급수적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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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팀 투르칸과의 16강 경기를 치른 지도 오늘로 나흘.

16강의 모든 경기가 치러진 것도 이틀 전이다.

하지만 8강이 시작되기 까지 며칠 공백이 존재한다.

'8강부터는 5전 3승제라고 했었나.'

준비해온 전략이 연이어 빛을 발하며 팀 투르칸을 무사히 꺾어냈다.

하지만 풀 토너먼트제로 이루어지는 LCF의 진짜배기는 8강부터.

다소 아쉽게 탈락한 팀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참가팀들 중 내로라 하는 실력자들은 대부분 그 여덟 팀 안에 들었다.

팬들의 입장에서 더없이 기대되는 일이겠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선 과연 어떠할까.

안 그래도 살 떨리기 그지없는 경기의 판 수가 올라갔다.

게다가 8강을 이겨야만 준결승.

어디 가서 성과 좀 냈다고 으스댈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뭐, 내 목표는 준결승도, 결승도 아니지만.'

나는 창밖으로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한 프랑스의 겨울 날씨를 감상하며 중얼거렸다.

8강까지의 날짜가 며칠 남은 터라 팀원들 간의 합의 하에 지정된 모처럼의 휴일.

그런데 너무나도 잦게 비가 내리는 현지의 날씨 탓에 쉬는 날임에도 갇혀서 전략만을 구상하는 중이다.

물론 이렇게 미리미리 전략을 짜놓는 것은 의미가 없진 않다.

팀 투르칸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듯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오긴 하지만 지금 당장의 내가 심심하다는 게 문제.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낯선 외지다.

파전은 커녕 막걸리도 찾아볼 수 없다.

'꼭 그런 것 만도 아닌가.'

눈이 아니라 비라는 것이 조금 장애요소긴 해도 나가려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

파리 시내를 샅샅이 뒤져 보면 한식집 한두 곳 없을 리가 있나.

같이 먹을 사람이 없으면 모르되 예은도 자기 숙소 내에서 부침개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다.

토독.

토독.

스마트폰을 두들겨 구원 신호를 보낸다.

모르긴 몰라도 나와 비슷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예은.

예은이라면 벌써 맛집을 찾아놨어도 이상하지 않다.

<바보야, 내가 하루종일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있는지 아냐?>

첫 문장은 그렇게 시작하지만 역시나 짚이는 곳이 있는 모양.

그렇게 몇 마디 더 주고 받으며 간을 떠보자 아니나다를까 넘어오기 시작한다.

튕기기는 해도 역시나 파전에 막걸리가 땡기기는 한가 보다.

약속을 잡고 서로가 만나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뭐야, 그 우산 같이 쓰기엔 너무 작잖아."

"각자 쓰고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

CLC 전용의 숙소 밖으로 나가 여성 스태프들이 거주하는 건물 앞까지 마중을 나와줬더니 반응이 이 꼬라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들고 온 우산은 1인용으로 그다지 크지가 않다.

"어쩔 수 없네. 내 거 빌려줄 테니 바꿔 들어."

어떻게든 어거지로 내가 우산을 들게 할 생각인 듯하다.

자기는 고상하셔서 우산 들기 싫으시다 그런 거겠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나는 예은 마마를 모시고 천천히 선수촌 부지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야, 어깨 닿잖아."

"내 옷 젖으면 세탁비 내줄 거야? 나도 언짢으니 닥치고 있어."

시큰둥하게 쏘아붙인 예은이 더욱 더 찰싹 달라붙어 온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청개구리가 극성맞다.

마치 애인과 쏘다니는 듯한 행태가 되자 주의의 시선이 조금 신경쓰인다.

32강에서 8강까지 많은 팀들이 탈락한 탓에 이곳 선수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적어지긴 했다.

그래도 직원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데다 부지 밖으로 나가면 민간인들도 제법 보인다.

어디 이상한 소문이라 퍼지는 거 아닌가 몰라.

'뭐랄까.. 기분이 썩 나쁘지 만은 않네.'

남들이 보기엔 미녀와의 데이트로 보일 지도 모른다.

성격은 이렇듯 드세기 짝이 없는 예은이지만 외모만은 반반해서 같이 다니면 가끔 우쭐한 기분이 든다.

솔직히 같이 다니는 여자사람이 예쁘면 내심 자랑하고 싶은 게 남자 마음 아니겠는가.

최근 파리에서 쇼핑을 제법 하신 모양인지 처음 보는 하늘하늘한 느낌의 검은 원피스를 입고 와 여성적인 매력도 물씬 풍긴다.

캐쥬얼한 옷차림에 과잠바 비스무리한 것을 걸친 평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오해를 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래딧에 글이라도 하나 올라오면 재미난 일이 벌어지겠구만.'

어쩌면 물의를 빚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대회기간에 여자랑 노닥거리는 게 들킨다면 선수의 행동거지에 태클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은은 같은 CLC에 소속돼 있는 엄연한 프로 선수.

같이 돌아다녀도 문제가 될 요소가 하나 없다.

물의를 빚어서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상당히 재미있어지리라.

"너 바보같은 생각 하고 있지?"

"아니, 전혀."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

언제나처럼 틱틱 대오긴 하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아보이는 예은을 달고 나는 부지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오기 전에 잡았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함.

한인이 운영한다는 식당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톡, 토옥.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파리의 이른 저녁.

예은과 함께 파전에 막걸리를 땡기니 간만에 입맛이 돈다.

선수촌에서 내주는 음식들 수준이 높기는 해도 한국 사람 입맛엔 역시 한식이니까.

막걸리로 취하기엔 나도 예은도 주량이 한참은 남았지만 알딸딸한 수준까지 마시는 술은 그럭저럭 기분전환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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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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