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64화 (3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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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CLC 대 독나타스의 8강 경기가 반나절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그보다 먼저 이루어진 건 두 악연의 상봉이 되었다.

선수촌의 모든 선수들이 필히 이용하게 되는 식당 안에서 두 남자가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

넓디 넓어 한적하기 그지 없는 선수촌의 식당의 내부.

어느 자리나 골라서 앉아도 될 텐데 굳이 두 남자가 동석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쪽에서 먼저 접점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했다.

"..밥맛 떨어지는 전 주장 나으리를 여기서 또 보게 되다니."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당에서 대강 퍼온 음식을 으적 씹은 세인트조지아가 다 들으라고 중얼거린다.

태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마찰을 만들어온 건 맞은편의 남자다.

CLC의 전 주장, 이제는 구단주가 된 핫숏디디가 능글맞게 이죽댔다.

"크크, 난 프로를 관둔지 꽤 됐다고? CLC의 젊은 구단주라고 못 들어보셨나?"

"제길, 참 출세도 하셨네. 정말 넌 언제나 재수가 없어."

주고 받는 말의 어투엔 짜증이 배어있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흉흉하지 않았다.

래딧같은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바람이 불어닥치게 될 거다.

그렇게까지 예고하는 CLC 대 독나타스의 자존심 매치지만 정작 장본인들에게 있어선 다 끝난 이야기라는 사실.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그래서 용건은?"

"섭섭하게 짧은 말로 끊어치긴. 이래 봬도 1년 전까진 베스트 파트너 였잖아 마르코."

딱딱하기 그지없는 반응에도  핫숏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대꾸한다.

본명인 마르코로 불린 세인트조지아가 들고 있던 포크를 까닥까닥 흔들며 말을 이었다.

"구단주 나으리씩이나 되시는 분이 이런 누추한 선수 식당엔 무슨 일인지 그 용건을 듣고 싶은데. 이러면 만족하시나?"

"예전처럼 편하게 불러주면 더 좋겠지만.. 당장은 무리려나..?"

과거 CLC의 정글러로서 팀을 정상의 자리에 올렸던 세인트조지아.

둘 사이에 쌓였던 감정은 확실히 색이 바랬다.

그리고 가끔은 연락도 주고 받게 되긴 했지만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이유가 어쨌든 간에 방출이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팀에서 방출이란 형태로 잘라진 세인트조지아는 현재 심기가 편치 못하다.

메일이나 톡정도야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니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 약간은 끓어오르기 마련이었다.

"나를 빡치게 하려고 했던 거라면 성공이야 핫숏. 그것도 아주 대성공이지."

"설마, 너도 알겠지만 내가 그렇게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자화자찬이 아닌 자기비하.

대략 반년하고도 조금 전에는 익숙했던 핫숏의 헛소리에 세인트조지아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악연이 되었다고는 해도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다.

근본적으로 핫숏을 미워할 만큼 세인트조지아도 치졸하진 않았다.

"뭐, 내 잘못도 없지는 않았지."

"무슨 소리야? 완전 네 잘못 맞지. 그러니까 작작 싸우라고 했잖아 좀 작작."

방출의 이유를 근본적으로 따진다면 사실 세인트조지아의 탓이 크다.

부분적으로나마 본인도 인정할만큼 말썽이 꽤나 많았다.

따지고 보면 팀원들이 오래 참아준 편에 속할 정도.

언젠가 한 번 터질 사건이 다소 이르게 터졌을 뿐이었다.

그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준으로 세인트조지아의 평소 언행은 거칠었다.

"듣기로는 거기서도 딱히 좋은 징조는 안 본인다던데.. 해명할 시간을 1분 주지."

저지른 잘못을 들킨 사춘기 청소년의 표정.

침이라도 내뱉을 기세가 된 세인트조지아가 핫숏을 향해 역으로 따진다.

들고 있던 포크는 이미 한 번 놓쳐버려 식사도 중단한지 오래였다.

"역시 높으신 분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래서 뭐? 나를 다시 CLC로 스카웃이라도 하시게?"

"흐흐, 절반은 정답이라고 해둘까."

빈정거리듯 내뱉는 세인트조지아의 말에 핫숏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그 순간 둘 사이를 둘러싸고 있던 공기가 조금은 변한다.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심으로? Unknown 뭐시기 때문에 CLC 아주 잘 나가고 있지 않았나?"

"거기에도 약간.. 사정이 있달까. 그래서 절반이라 말한 거야."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새지 않을까.

세인트조지아의 실력에 눈독을 들인 팀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찰만한 팀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후보로 좁혀진 게 독나타스.

상대 쪽에서 제법 적극적으로 나왔기에 받아주었지만 영 신통치 않다.

"그냥 사소한 말썽이 있는 정도야. 해군을 제대한 내가 집단 생황에 적응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내가 알기로 마르코 네가 해군에서 배워온 거라곤 그 탈모 뿐인데.. 농담이니까 진심으로 화내진 말라고."

누구에게나 역린은 있는 법.

나이대치고 머리숱이 유난히 적은 세인트조지아에게 금지되는 단어를 내뱉다가 살 수 있는 건 핫숏 뿐이었다.

그만큼이나 둘은 과거 절친한 사이였다.

재결합, 한 번쯤은 고심해줄 여지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생각은 해두지. 어디까지나 생각만."

"그래, 나도 일단은 이야기만 꺼내두는 거니까. 너도 나도. 알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어찌 흘러갈지 정말 아무도 모르거든."

CLC를 떠나 새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했던 세인트조지아였지만 사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었다.

방출의 원인이 된 사건 자체가 게임 내적으로 하도 격한 말싸움이 많았기 때문이었으니까.

즉, 실력에 의한 부분이기에 다른 팀이라고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거기다가 CLC만한 실력을 가진 팀이 흔하겠는가.

독나타스에서도 은근히 불만이 쌓여가던 와중에 CLC 복귀를 생각해 보라는 핫숏의 제의는 재고할 여지가 있었다.

캥기는 부분이 없진 않아도 일단 이야기를 못 들어볼 건 아니었다.

구단주와 선수의 입장이기 전에 친구로서.

옛 정을 봐서라면 더더욱이었다.

하지만 복잡한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자.

그렇게 말이 떨어지자 두 남자는 묵묵히 식사를 이어갔다.

일이야 조금 있었다지만 같이 밥을 먹을 때 가장 편한 상대.

바닥에 떨어뜨렸던 포크를 새로 가져와야 했기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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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LCF의 8강 첫 번째 날이다.

16강 때와 달리 5전 3선승제, 그리고 경기를 치르는 팀도 하루에 한 팀뿐이다.

그러니만큼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이 구별되기 시작한다.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노리는 팀을 확실하게 응원하러 경기장에 찾아온다.

하지만 생각해야 하는 게 이곳은 프랑스 파리.

오늘 치러지는 CLC 대 독나타스의 경기는 안타깝게도 양쪽 다 북미 팀이다.

평소보다 관중이 적어야만 정상.

실제로 32강과 16강에서 북미의 팀들이 많았던 날은 만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오늘만은 예외가 되었다.

"CLC, 그리고 독나타스. 어느 쪽도 명문이라는 이름이 따라오는 북미의 강호들이네요. 알고는 있나요, 콰른트?"

"당연히 알다마다죠. 북미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강팀들 아닙니까?"

북미의 프로게임판 형국은 대략 이러했다.

엎치락뒤치락 1,2위를 다투는 TSL과 CLC.

그 바로 밑에 존재하는 독나타스.

이렇게 3강 체제를 이룬다.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시즌2까지는 그러한 양상을 띄었다.

그러나 1,2위를 다투는 CLC라고 무조건 독나타스를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변수는 언제나 있는 법이고 독나타스도 롤챔스 우승경력이 없는 팀이 아니니만큼 저력이 있다.

더군다나 최근 북미 정상급 정글러 중 하나인 세인트조지아를 영입하면서 그 기세를 더욱 키워버렸다.

"조금 웃기게 된 것도 사실이죠. 세인트조지아, CLC의 전 정글러 아니겠습니까? 분명 개인적으로 꺼내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요."

"저도 선수의 입장에 있어봐서 알지만.. 이전에 몸을 담았던 팀을 상대로 만나면 마음이 굉장히 싱숭생숭하죠."

팀내의 마찰로 방출을 당해버린 세인트조지아의 입장에선 더욱 더 신경쓰이리라.

어디까지나 팬들의 예상이고 오피셜은 모를 일이지만 일단은 그러하다.

그렇기에 오늘의 경기는 더욱 재미지다.

CLC 대 독나타스, 두 강팀의 대결인 것만으로도 볼 거리가 차고 넘치는데 그윽한 소스까지 뿌려졌다.

결국 참지 못한 북미의 팬들이.

그리고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던 잠자고 있는 팬층이 들고 일어나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오늘 CLC 대 독나타스의 8강 대전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북미의 내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사방을 가득 메워냈다.

과아아아아아-!

팬들의 부르짖는 환호를 받으며 CLC의 선수들이 입장한다.

연이어 독나타스의 선수들 또한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어느 쪽 팬들의 기합이 더 클까.

경쟁이라 하듯 목청 터져라 경기장을 울려댔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양 팀 또한 서로를 노려보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불꽃 튀기는 신경전이 흥을 돋우고 있다.

프랑스의 코스요리로 따진다면 오르되브르(전채 요리)와 같은 적당한 자극이다.

"눈으로 하는 인사가 각별하네요. 먼저 감게 되는 쪽이 지게 되는 걸까요?"

"하하, 그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게임은 애인 간에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콰른트에게는 생기지 않겠지만요."

하지만 경기를 치르는 이들은 북미에서 온 선수들이다.

정크 푸드에 익숙해진 그들에게 비싸디 비싼 코스 요리따위 입맛에 맞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 또한 입맛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기대에 호응이라도 하듯 먼저 움직인 건 팀 독나타스의 정글러인 세인트조지아.

갑자기 자리를 떠나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이거 설마 폭력사태로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 섞인다.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 수천만 관중들이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조마조마 지켜본다.

데카시르와 콰른트, 중계진들의 심정은 더욱 간 떨리기까지 하다.

하지만 생각외로 싱거웠다.

그러나 기대된다.

세인트조지아는 Unknown Error를 향해 대체 어떤 말을 건넨 것일까?

"방금 속삭인 것 같죠? CLC 선수들이 아니라 Error 선수 단 한 명에게 말이에요."

"호오.. 승리를 예고하는 선세레모니라도 하려는가 싶었더니 이건 또 이거대로 사람 궁금해서 팔짝 뛰게 만들어버리네요. 어느 팀의 어느 선수가 MVP로 올라오든 제가 책임지고 취재를 유도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데카시르가 큰 소리 친다.

뭐, 선수가 거부하면 그만인 일이지만 모두가 원하는 한 마디를 대신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경기를 관람하는 이들은 이제 곧 시작 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불꽃 튀는 신경전, 그조차도 선수들이 경기에서 키워나갈 불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죠. 첫 번째 세트의 밴픽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조금은 길어져버린 무대 위에서의 신경전.

중계진은 짧막하게 입을 놀리며 곧바로 밴픽싸움으로 흐름을 이었다.

첫 번째 세트의 구도는 과연 어떻게 될까.

굳이 예상해서 재미를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CLC 대 독나타스의 8강 경기는 파란과 재미를 동시에 몰고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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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CLC 대 독나타스의 첫 세트가 시작되기 직전.

경기 부스 안에서 대화를 주고 받은 끝에 의견은 빠르게 정돈됐다.

이러저러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결과 첫 번째 세트에선 빅풋과 예은이 나가기로 결론지어졌다.

"그럼 우리끼리 박살을 낼 테니까 벤치에서 편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내 어깨에 잠깐 손을 올린 빅풋이 웃으며 이야기를 건네온다.

본디 첫 번째 세트에선 나와 예은이 나갈 예정이었지만 조정이 됐다.

다름아닌 세인트조지아가 나에게 속삭인 몇 마디 말 때문이다.

'격장지계로 나를 휘두르려 했다면 크나큰 오산이지만.'

어지간한 정도로 동요를 할 내가 아니다.

하지만 약간이나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경기를 나가는 순서가 조금 바뀌기까지 했다.

과연 입으로 떠벌린만큼 실력이 있을지.

미터스에 비견되는 세인트조지아라고는 하지만 나라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를 하는 건 오히려 내쪽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긴 했지만 자존심 싸움을 해버리니 기분이 썩 찜찜하다.

'이렇게 보면 나도 예은과 은근히 비슷한 면이 있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습하디 습한 파리의 오후.

그때와 날씨가 비슷해서 그런지 얼마 전 예은을 타박했던 일이 생각난다.

청개구리처럼 남말 드럽게 안 들으려는 행동거지는 어떻게 보면 나나 예은이나 매한가지로 비뚤어 먹었을지 모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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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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