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66화 (36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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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독나타스와의 두 번째 세트.

그 밴픽싸움은 이미 끝났고 소환자의 전장에 들어선 상태다.

5전 3선승제의 8강은 이제 시작이다.

첫 세트를 패배에 의미가 없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가 증명해낸다.

─Welcome to Summoner's field.

어떤 사정이 얽혀있든 간에 해야 할 일은 매한가지다.

독나타스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다.

그리고 준결승조차 격파하고 결승, 그리고 우승.

고작 여기서 꺾여 넘어질 내가 아니다.

'미터스따위라…. 내가 보기엔 그저 동족혐오라 보이는데.'

이전 16강에서 우리 CLC와 마주했던 팀 투르칸.

그곳의 에이스였던 미터스는 명실상부 북미 최정상급 정글러다.

오늘 8강에서 맞붙게 된 이러저러 사정이 있는 세인트조지아 또한 동급이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조금 의아하게도 둘의 플레이 스타일은 완전히 상이하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방향성이 극과 극을 달린다.

미터스는 개인기가 상당히 뛰어난 편.

적이 도저히 예상하지 못하는 곡선으로 튀어버려 자연스럽게 배달을 성공시키는 그의 리심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일품이다.

그가 플레이하는 한 리심은 결코 유통기한 챔피언이 될 수 없다.

마치 프로 축구 선수가 축구공을 자유자재로 다뤄내는 느낌이랄까.

사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철두철미한 계산이 아닌 감에 의지하는 스타일이기에 기복도 있는 편이고, 변칙적인 수에 대한 대응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최절정을 달리고 있는 미터스의 괴랄한 피지컬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기에 웬만한 수로는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뭐, 내가 했던 것처럼 콩머스를 플레이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조금 전 내 생각에 반박이 가능한 래딧 유저들이 있었다.

미터스와 대조된다는 세인트조지아.

그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박학다식이다.

정글에 한해서 그가 가진 지식은 독보적이라고 평받는다.

어쩌면 16강에서 보여준 내 선와드돌 시야장악 플레이.

임기응변이 능한 세인트조지아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거라는 일부 팬들의 주장은 한사코 부정할 것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이상을 보여주면 그만인 일이지.'

서로의 성향이 다르다 해도 미터스나 세인트조지아나 훌륭한 정글러다.

그저 그 성향을 카운터치는데에 적합한 플레이가 따로 있을 뿐이다.

선와드돌이 미터스를 상대로 좋은 전략이었다면.

세인트조지아를 상대할 땐 또 그에 걸맞는 전략이 또 따로 존재한다.

츄륵!

내 발치 밑에서 쏘아진 검붉은 가시가 유령을 훑고 지나간다.

이번 판에서 플레이 하기로 마음 먹은 챔피언.

이블퀸의 패시브같은 스킬이다.

'동작도 없이 그냥 쭉쭉 뻗어 나가니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패시브인 것도 맞아.'

중요한 건 이 이블퀸이 어떤 스킬을 가졌느냐가 아니다.

플레이하고 있는 내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중계진들은 심히 당황스러워 하고 있으리라.

CC기라곤 궁극기에 꼴랑 달려 있는 둔화가 전부인 이블퀸으로 대체 왜 정글을?

상식적인 선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현재 시점에서 정글러들은 CC기가 필수였으니 말이야.'

물론 6레벨 이전까지 CC기가 없는 정글러도 여럿 있다.

스캐너라던지, 위웍이라던지.

하지만 그런 부류의 정글러들은 6레벨 이후에 강력한 궁극기를 갖게 된다.

투자를 하는 셈이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 이블퀸은 다르다.

이블퀸이 가진 CC기라고는 딸랑 둔화가 끝이다.

게다가 이블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드 주류 챔피언 중 하나였다.

미드챔피언을 정글로 쓰는 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

심지어 필밴이라 여겨지기까지 하며 사기급의 기량을 자랑했던 이블퀸은 이제 쓰이지 않는다.

OP챔피언으로서 톡톡 튀다 보니 당연하게도 너프를 당했고 이후로 종적을 감췄다.

그도 그럴 게 이블퀸은 전성기에도 라인전은 약하다고 평받았다.

그런데 너프까지 당했으니 라인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다.

나는 그 이블퀸을 미드가 아닌 정글로 꺼내들었다.

'세인트조지아, 너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을까?'

미터스따위라며 큰 소리 칠 정도라며 고작 이 정도에 놀라서야 곤란하다.

정글러로서 이블퀸이 가진 특색.

과연 감안해서 플레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알 일이다.

챠라락!

순간적으로 이동속도를 늘려주는 W스킬.

나는 광란의 춤을 사용해 미드라인으로 향했다.

잠깐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적의 판단보다 빠르게 도착하기 위함.

모르긴 몰라도 세인트조지아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터다.

'내가 어디에 나타날지, 아마 탑을 생각하고 있으려나.'

3레벨 이후의 갱킹은 라인스왑이 아닌 이상 탑 혹은 미드일 수밖에 없다.

봇라인에 간다면 필연 1분 가량의 로스가 생긴다.

그런데 아군의 탑라이너는 네네톤.

라인을 쭉쭉 푸쉬하고 있기까지 하니 세인트조지아 입장에선 그리 생각하는 게 타당한 결론이다.

설사 갱킹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이브 킬로 연결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탑을 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 사이에 나는 미드 갱킹을 성공시킨다.

챠랑!

3레벨을 찍은 독나타스의 미드라이너 까타레나가 칼날을 던진다.

까타레나는 지금껏 아군 미드라이너 빅풋의 코리아나에게 일방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근접 챔피언에 속하는 까타레나이기에 초반 견제를 당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카라랑!

수비적인 성향인 빅풋은 과도하게 때려대진 않았지만 약이 오르는 것도 사실.

타이밍을 엿보던 까타레나가 코리아나의 공을 뛰어넘어 딜교환을 하고 쿨하게 빠져나온다.

내 갱킹을 생각하지 않고 딜교환을 한 데에는 믿는 바가 존재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CLC의 경기를 봤을 때 미드는 거의 파밍 위주로만 갔으니까.

안이하게 딜교환을 행한 까타레나에게 불의의 습격이 떨어진다.

챠라락!

광란의 춤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대쉬한다.

딜교환에 이동기가 빠진 까타레나에게 가시세례.

검붉은 가시를 긁으며 두 손으로 안아쥔다.

이블퀸의 E스킬, 쌍발톱이 까타레나의 체력을 크게 뜯어버린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드가 묻어 힘이 빠져버린 까타레나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코리아나 또한 점멸과 발화가 빠지긴 했지만 충분히 이득 보는 장사.

내가 미드 갱킹을 가지 않으리라 방심하고 있던 까타레나를 혼찌검내줬다.

'이렇게 되면 아주 여유롭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겠는데.'

결코 과대평가가 아니다.

어차피 빅풋은 수비적인 성향의 미드라이너.

서로 간에 점멸이 빠져도 충분 안정적인 파밍을 지향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초반 딜링이 약한 까타레나가 말리기까지 했다.

예스틸러스가 점멸갱을 온다고 해도 마법 저항력 아이템인 조화의 술잔을 올린 코리아나는 나름 단단하다.

게다가 세인트조지아로서도 쉬이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대체 어느 타이밍에 불현듯 나타날지 짐작하기 힘들 테니까.

'그게 바로 정글 이블퀸이 가지는 강제력이란 사실을 슬슬 깨달았을려나.'

정글 이블퀸은 분명 CC기가 부족하다.

흔하디 흔한 속박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정글 이블퀸이 1티어는 커녕 0티어 정글러로 군림할 수 있는 까닭.

언제 나타날지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적 갱킹 루트가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방금 전 까타레나가 당했듯 딜교환을 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게 된다.

탑신병자들에게는 굉장히 흔한 패기 싸움.

이블퀸이 있는 쪽의 탑라이너는 기만스런 라인전을 진행할 수 있다.

'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직은 몸으로 배울 때지.'

은신 갱킹의 이점을 살려 혼구멍을 내줄 시간.

와드를 깔아둬도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몸에 새겨버린다.

아무리 꼼꼼히 와드를 배치한다 한들 이블퀸의 갱킹은 사전에 파악할 수 없다.

아예 지척까지 접근해야만 두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뭐, 핑크와드를 깔면 그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핑크와드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무한정 깔 수가 없다는 사실.'

일반와드처럼 맵에 무한정 배치할 수 있을리가.

더욱이 가격 또한 비싸 라이너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여기에 갱킹 루트까지 꼬아버린다면 안심하고 있는 적의 뒷통수를 거하게 후려칠 수 있다.

그 전에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서 나는 상점으로 귀환했다.

찰칵!

AP챔프니까 당연히 주문력 아이템.

망자의 혼령을 올릴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공격력 아이템인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선택했다.

아이템 자체가 썩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얼마 전 있었던 이블퀸의 밸런스 패치가 결정적이다.

이블퀸의 스킬 데미지가 너프되고 대신 추가 공격력 계수가 올라갔다.

주문력 아이템을 올리는 이블퀸에겐 어지간히 약이 오르는 패치방식.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 사장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정도다.

하지만 미드에서 정글로, 주문력 아이템에서 공격력 아이템으로 바꾼다면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패치다.

챠라락!

아이템을 구입한 나는 봇라인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보이스 채팅을 통해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상대는 핑크와드를 사왔다.

정확히는 아니여도 대강 어느 지점에 깔았는지는 유추할 수 있다.

'삼거리 쪽에 핑크와드를 깔아뒀나.'

그 부근에 가지 않는다면 은신 상태인 내가 보일 일이 없다.

우물에서 라인으로, 기교없이 일직선으로 달려간 나는 수풀에 숨어들었다.

흔히 말하는 땅굴을 판 상황.

그러나 이블퀸의 땅굴은 더욱 더 교묘하다.

상대로 하여금 알고도 코 베이게 만들어버린다.

'자기 편 수풀에는 와드를 박아 놓지 않은 모양이지.'

이블퀸을 플레이하면 상대와 어느 정도 가까워져야 내가 보이는지 원이 그려져 있다.

나는 그 원에 상대가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앞쪽의 수풀로 건너갔다.

그리고 잠시 딜교환을 하길 기다린다.

데구르-!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한 번 굴러 크레이브즈를 가격하고 뒤로 빠진다.

그러자 크레이브즈는 앞대쉬를 해서 세 갈래의 산탄을 날린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아버린 배인은 딜교환에서 손해를 봤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적절한 판단이다.

구르시에이팅, 까지는 아니여도 구르시 갱호응이라 불릴 만하다.

챠라락!

수풀에 숨어있던 나는 광란의 춤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다.

적팀의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

분명히 핑크와드를 깔아놨는데 대체 어떻게 뒤로 돌아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물러주는 일은 없다.

동네 기원에서 두는 바둑이 아니니 말이다.

촬! 콱!

쌍발톱을 틀어박고 가시세례로 훑는다.

아군 서포터 카우스터의 쏘냐가 탈력을 걸자 크레이브즈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부랴부랴 점멸로 도망치며 화약구름을 뿌려오는 크레이브즈지만 이미 죽음이 결정됐다.

치지직..!

내가 걸어 놓은 발화가 크레이브즈의 마지막을 빼앗는다.

더욱이 나는 크레이브즈의 목숨 하나로는 끝내줄 생각이 없다.

킬이나 어시스턴트를 먹었을 때 쿨타임이 리셋되는 W스킬.

다시 한 번 광란의 춤을 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챠라랑!

적팀의 서포터 랄라가 보라색 창을 흩뿌리며 내 전진을 늦추려 하지만 당해줄 내가 아니다.

광란의 춤은 이동속도를 상승시켜줄 뿐만 아니라 이블퀸에게 걸린 둔화 효과를 해제해준다.

당연하게도 랄라의 스킬을 계산하고 있던 나는 보라색 창을 맞자마자 광란의 춤을 사용해 떨쳐냈다.

츄륵!

검붉은 가시와 레드가 묻은 평타.

상대를 스킬로 칠수록 이동속도가 올라가는 현시점의 이블퀸은 추격전이 매섭다.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점멸을 사용해 거리를 좁히고 다시 한 번 굴러 판결을 내리 꽂자 랄라는 타워에 쳐박힌다.

─더블 킬!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킬리셋의 효과로 쿨타임이 돌아온 광란의 춤을 재사용해 포탑의 사거리에서 벗어난다.

체력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결국 살은 데다 더블 킬.

간만에 하고 있는 듯한 학살이 내 몸을 뜨겁게 달궈온다.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건 네 쪽이라고 세인트조지아.'

미터스따위라는 말이 세인트조지아따위로 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머리를 빠듯이 굴려야 할 테다.

하지만 이블퀸을 꺼내 들은 나에게 어지간한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다.

역으로 시험을 해주겠다는 내 입장은 처음부터 변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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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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