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67화 (36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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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중앙의 무대를 반원형으로 가득 둘러싸고 있는 LCF 경기장의 내부.

사실 이곳은 공연등의 용도로 자주 쓰이는 곳이라 E-스포츠 경기장으로서는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수용 인원은 고작해야 6천명 정도가 한계로 로스앤젤레스에서 행해졌던 롤드컵 경기장에 비하면 규모가 다소 작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시설이 굉장히 깔끔하고 좋은 데다 미적 감각 또한 뛰어나 방송으로 송출되기에는 적합하다.

그러한 사정으로 최종 발탁된 이곳 경기장 <제니스-파리>에는 현재 프랑스 사람이 아닌 미국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다름아닌 CLC 대 독나타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저 멀리 바다 건너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그러니만큼 환호성이 영어로 터지는 건 당연한 흐름이겠지만 그래도 조금 이상하다.

수천 관중들이 하나되어 외치는 그 이름.

에러갓이라는 별명은 이를 모르는 팬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세계 각지의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 순위의 첫 번째로 꼽힐 정도로 말이다.

"사실 갱킹형 정글러가 초반에 킬을 쓸어담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Error선수는 상식을 아무렇지 않게 비틀어버립니다."

"콰른트의 말에는 언제나 동의하긴 싫지만 저도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요. 사실 저는 초반에 이득을 내기 위해 보기 드문 카드를 꺼낸 것이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이 미쳤거든요?"

Unknown Error, 이제는 CLC의 Error선수라 불리우는 그가 독나타스와의 두 번째 세트에서 선보인 카드.

얼마 전까지 미드 주류픽이었던 이블퀸을 정글러로 활용한 것은 보는 이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그래도 내심 설마 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문력 템도 아닌 공격력 아이템을 가는 이블퀸이라니.

종종 음식을 지나치게 바싹 익혀 먹으면 맛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이는 몸에 돌아온다.

바싹 익힌 삼겹살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 흔히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이블퀸 또한 시간이 가면 퇴색되어야 했다.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선전 중이다.

"제가 정말 빠듯하게 머리를 굴려 봤습니다만.. 스노우볼이라는 개념에서 저 이블퀸이라는 챔프가 눈에 보이는 이상의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됩니다."

데카시르는 선수 출신의 해설자답게 다각도에서 게임을 분석하며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이블퀸이 가진 수많은 요소들.

하나하나가 적팀의 성장을 억제시킨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블퀸 하나 때문에 값비싼 핑크와드를 어마어마하게 사야 되겠죠..? 안 그러면 도저히 라인전을 진행할 수 없을 테니까요."

깊게 생각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린와드와 핑크와드는 가격대부터가 남다르다.

현재 독나타스는 비싼 핑크와드를 벌써 열다섯 개가 넘게 구입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하면 1천 골드가 넘는다.

"게다가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것도 크죠. 이블퀸이 하도 잘 성장한 탓에 잘못 만나면 그대로 순삭당할 수 있습니다."

난전이 펼쳐지면 1분 1초가 급해진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군에게 합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급습을 맞아버린다.

광란의 춤을 사용해 이동속도를 상승시킨 이블퀸에게 쓱싹.

어떻게 반항할 틈도 없이 픽 죽어버린다.

아슬아슬 살아간다고 해도 발화가 마지막까지 목숨을 쥐어짠다.

"점멸이 아니라 발화를 든 것도 의아했었는데 이제서야 모든 것이 퍼즐처럼 짜맞춰지네요. 현장의 관중들이 에러갓에게 환호하는 이유.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갖가지 챔피언들이 가진 특색.

Unknown Error는 그 특색을 정말 극한까지 활용해 이용할 줄 안다.

이블퀸이 점멸이 아닌 발화를 든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블퀸의 W스킬 광란의 춤은 킬 혹은 어시스턴트를 챙겼을 때 스킬 쿨타임이 리셋된다.

어떻게 한 명 따내기만 한다면 이블퀸은 유령화 이상의 이동속도로 전장을 뛰어다닐 수 있다.

점멸이 아닌 발화가 들은 것은 그 특색을 살리기 위함.

게다가 점멸보다 쿨타임이 짧아서 한 번 흥하기만 하면 라인전을 아주 박살을 내버린다.

그러면 어디 한 곳 단점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저 정글 이블퀸에게 단점이 있다면 대체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의문이 콰른트의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그럼 데카시르는 이블퀸의 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모든 챔피언에겐 당연하게도 단점이 존재한다.

라인전이 강력하지만 성장기대치가 낮은 네네톤.

라인전도 세고 성장기대치도 높지만 생존기가 없는 나이즈.

이블퀸에게도 돌파구가 될만한 단점이 없다면 곤란하다.

"콰른트 어린이가 좋은 질문을 해주었네요. 그건 바로 뚜벅이란 점입니다. 광란의 춤으로 이동속도를 상승시킨다는 점은 분명히 있지만 현재 주류 정글러들처럼 확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이동기가 없어요."

뚜벅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걸어서 가는 갱킹은 당연하게도 한계가 명확하다.

리심이나 탈리반처럼 벽을 넘어서 의외의 갱킹을 시도할 수 없다.

그 단점을 보충해주는 게 바로 패시브인 은신이지만 이 또한 핑크와드에 걸리면 제지당한다.

하지만 CLC를 상대하는 독나타스는 이블퀸을 생전 처음 만난다.

대처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렇기에 초반 스노우볼이 굴러가 게임이 터져버렸다.

라고 정리한 데카시르의 해설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의 흐름은 일방적.

시도 때도 없이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튀어나오는 이블퀸에게 독나타스는 농락당하고 있다.

지금도 미드 2차 포탑 앞의 대치 상황에서 혼자 빙 둘러간 이블퀸에 의해 불리한 이니시가 걸려버렸다.

쿠확!

넓은 범위의 적을 둔화시키는 이블퀸의 궁극기, 어둠의 침식이 네 명을 적을 감싸안았다.

그 효과로 현재 체력에 비례하는 마법 피해와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가하는 고정 피해.

이동속도까지 엄청나게 깎인 탓에 한타가 걸리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점멸도 없는 주제에 자신들 진영까지 쳐들어온 이블퀸을 따내는 것.

그조차도 여의치 않은 듯 이블퀸의 체력바가 도무지 깎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일점사를 해도 여의치가 않죠. 스킬포식자에 힌두인의 철갑옷이 나온 이블퀸인데 궁극기의 효과로 보호막까지 덧씌워졌습니다."

"궁극기를 네 명 맞아준 시점에서 게임 끝났습니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이블퀸의 하드캐리. 지금 경기장 상황을 보면 누가 CLC의 팬이고 누가 독나타스의 팬이 구분이 가지 않아요!"

이곳 <제니스-파리>에는 분명 CLC의 팬도 있고 독나타스의 팬도 있고, 그냥 순수하게 경기를 관람하러 온 이들도 있으리라.

자신이 응원하던 팀이 패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

그럴 텐데도 경기장에는 누구 하나 아쉬워 하는 사람이 없다

그들 하나하나가 한 게임단의 팬이기 전에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들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게임이 나오면 순수하게 환호한다.

이블퀸이라는 낯선 정글러.

더욱이 챔피언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살리는 Unknown Error의 플레이는 경기장의 모든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늘의 자리를 계기로 독나타스의 팬.

집어던지지는 않겠지만 Unknown Error의 새로운 팬을 자처할 이들이 부지기수 솟아날 것이다.

그러한 전망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CLC 대 독나타스의 경기는 무르익었다.

Unknown Error의 하드캐리를 도저히 막을 수 없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흡사 잘 커버린 카지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뛰느냐, 나느냐의 차이.

물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있는 건 맞지만 이블퀸은 결코 카지트에 뒤쳐지지 않는다.

광란의 춤을 사용해 자신에게 걸린 모든 둔화 효과를 해제해버리는 이블퀸의 특성.

그 점까지 완벽히 감안해 챔피언의 특색을 살리고 있는 Unknown Error 종횡무진 전장을 날뛰고 있다.

공격력 아이템을 간 탓에 평타까지 아파 무지막지한 지속딜을 자랑한다.

그 어마어마한 하이브리드 딜링의 권능을 살려, 그리고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광란의 춤을 발동시켜 적을 지옥 끝까지 추살한다.

"이거 또 솔로랭크 주의보가 떨어졌네요. 매경기마다 이런 걸 보여주면 솔로랭크 유저들은 대체 어쩌란 거죠?"

"하면 되죠 하면. 게다가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제 1대1, 진부한 표현이지만 승부는 지금부터가 되겠습니다."

독나타스의 팬으로서 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관중들.

그들이 순수하게 열광할 수 있는 까닭엔 그러한 부분도 존재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어차피 지는 게임이라면, 그리고 재밌다면 즐기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세인트조지아를 새로 영입한 독나타스라면 다음이 있다.

그의 분석력이라면 벌써 이블퀸의 파훼법을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팬들의 기대 박살이라도 내주려는 듯 연이어 진행된 세 번째 세트.

자존심을 지키려는 건지 아니면 오기를 부리는 건지 독나타스는 또다시 이블퀸을 열었지만 결과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

세 번재 세트에서 세인트조지아가 픽한 챔피언은 쇈정글이었다.

아군 또한 수비적인 챔피언을 고르며 이블퀸의 초반 갱킹을 저지하려고 했다.

전형적인 유통기한 정글러, 세코 만큼은 아니겠지만 성장을 못한다면 이블퀸도 별 볼일 없으리란 생각.

독나타스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소비해 구축한 전략은 제법 날카로웠지만 하필이면 첫 단추가 꼬여버렸다.

상대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이블퀸은 초반갱을 가지 않았다.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정글러를 노려버렸다.

물론 카정따위에 휘말릴만큼 세인트조지아는 가진 바 내공이 얕지 않다.

문제가 있었다면 상상을 뛰어넘은 데미지.

첫 아이템으로 사냥꾼의 마테차가 아닌 마력의 영약을 사온 이블퀸이 쇈을 강제로 패죽여버렸다.

세인트조지아의 실수라기 보단 Unknown Error가 또다시 허를 제대로 찔러냈다.

알면 모르되 모르고 있었다면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방식의 카정이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찌됐든 패배한 건 사실이다.

또다시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기 힘들어진 독나타스의 팬들.

한 쪽은 뜨겁고 한 쪽은 싸늘하고, 경기장의 분위기가 대조적으로 변하게 되는 가운데 잠시간의 휴식이 예고되었다.

독나타스에서 대회측에 작전 타임을 요청한 것.

만약 다음 세트를 내주면 이대로 8강 무대가 끝나버리기에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써야 한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꼴이 된 독나타스로선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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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팀 독나타스의 경기 부스 안.

현재 프랑스의 계절이 겨울이고 경기장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는 것을 감안해도 싸늘하다.

공기도 공기지만 내부의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인다는 사실은 간단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격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밴을 하면 됐잖아. 왜 이블퀸을 열어줬던 건데?"

"하, 누구때문에 스노우볼이 굴러가서 그렇지. 충분히 할만했어. 까놓고 라우드, 너 때문에 진 거라고."

해명을 하는 이는 독나타스의 미드라이너 윌리엄 라우드.

따지듯 말하는 이는 다름아닌 세인트조지아였다.

당장 힘을 합쳐 CLC를 대적해도 모자를 마당에 탓하는 형국으로 이르게 된 데는 사정이 있다.

세인트조지아가 두 번째 세트의 패배 요인을 라우드의 탓으로 완전히 몰아붙인 것으로 갈등은 시작됐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라우드는 자신의 탓을 인정하며 사과를 했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세 번째 세트에서 이블퀸을 밴하자는 팀의 요청을 세인트조지아가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세 번째 세트의 결과는 대패.

또다시 이블퀸에게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농락당하고 말았다.

조금 웃기게 된 건 라우드를 탓했던 세인트조지아가 이블퀸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안 그래도 평소 품행이 방자하던 세인트조지아가 실수까지 하자 내심 불만이 있던 다른 팀원들이 한 마디씩 내뱉었고, 이는 팀원들 간의 마찰로 이어졌다.

"세인트조지아, 너도 딱히 잘한 건 없잖아. 아니, 적어도 세 번째 세트에서는 말이야. 일단은 이블퀸을 밴하는 걸로 합의 짓고 네 번째 세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집중해보자고. 평소대로만 하면 첫 세트처럼 충분히 캐리할 기량이 있잖아?"

결국 코치가 나서 중재를 하고 나서야 격해졌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인트조지아가 첫 번째 세트를 캐리한 건 사실이고, 세 번째 세트에서의 카정은 당할 수밖에 없던 것도 맞다.

그런 사실을 팀원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지만 세인트조지아의 평소 언행.

게임이 말리게 되자 더욱 격해지면서 감정 싸움이 오간 결과였다.

이렇게 팀 분위기가 망쳐진 상황에서 서로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진 팀원들 간의 사이는 재화합이 가능할련지 의심되는 수준이다.

불안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작되는 네 번째 세트의 밴픽.

차갑기만 했던 공기를 다시금 뎁힐 계기를 던져온 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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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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