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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코치가 중재점을 마련했음에도 싸늘하기 그지없던 부스 안의 분위기.
막말을 해대는 격한 대화가 끊어졌을 뿐이지, 무엇 하나 해결점은 없다.
서로 간에 끊겨버린 연결 고리는 이어질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에 의해 차가웠던 공기는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정말 의외스럽게도 세인트조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 사과라고는 입에 담아본 적이 없던 그가 마음을 열자 팀원들도 흔쾌히 용서해주었다.
"내 실수도 있었고. 솔직히 상대가 잘해온 것도 있어. 목소리 높여서 미안하다 라우드."
"그럴 수도 있지. 나도 하지 않아도 될 딜교환을 굳이 해버린 감이 있어. 이번에는 실수 줄여볼 테니 마음 가라앉히고 해보자."
"맞아, 그 거지같은 이블퀸만 밴하면 질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지, 없어."
조금은 훈훈해지기까지 한 부스 안의 공기.
네 번째 세트의 전망이 밝아졌다는 청신호다.
팀원들간의 사기도, 호흡도 한층 높아져 평소 이상의 컨디션으로 발돋움했다.
걸릴 수밖에 없었던 밴픽싸움 또한 무난무난한 흐름이 되자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골머리를 썩었던 이블퀸을 밴하자 모든 것이 의도대로 풀렸다.
역시 한 사람의 챔프폭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Unknown Error는 지난 16강에서 선보인 콩머스를 다시 한 번 꺼내왔다.
"콩머스의 대비책은 내가 맡지. 미터스처럼 갈팡질팡 할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흐흐, 이렇게 정상적인 구도가 나오면 우리가 질 수가 없지. 너만 믿는다 세인트조지아."
16강에서 CLC를 상대했던 팀 투르칸.
현 투르칸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미터스는 Unknown Error가 꺼낸 콩머스에게 완전히 농락당했다.
CLC는 빠르게 구입한 와드돌로 시야를 장악해 미터스의 플레이를 사전에 읽어냈다.
미터스가 대응책을 찾는 것은 늦어져 버렸고 결국 이는 게임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러했던 경기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세인트조지아였다.
문제의 콩머스를 카운터칠 전략을 준비해왔음은 물론이었다.
해답에 다다른 전략, 정확히 챔피언은 말카림.
말카림은 성장 위주로만 해도 6레벨 갱킹이 어마어마하다.
서로가 성장 구도가 된다면 말카림이 콩머스보다 낫다고 세인트조지아는 확신했다.
만약 콩머스가 작전을 바꿔 갱킹 위주로 간다고 해도 상관없다.
말카림 또한 콩머스 못지 않게 최속을 다투는 챔피언.
여차할 때 역갱이 가능한 데다 6레벨 이후에는 말카림의 갱킹력이 단연코 낫다.
이렇듯 정글러로서 세인트조지아의 장점은 미터스와 완전히 구별된다.
정글에 한해서라면 Unknown Error에 비견될만한 넓디 넓은 챔프폭.
더불어서 폭넓은 발상까지, 그가 얼마나 로드 오브 로드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지 알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어떤 부분이?"
머릿속에서 곧 시작될 게임의 이미지를 돌리는 것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대체 무엇이 또 걸린다는 말인가.
세인트조지아는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상당히 불쾌했다.
네 번째 세트를 어떻게든 이기고 체면을 회복하겠다는 일념.
싸웠던 당사자 라우드에게 사과까지만 했건만 그 라우드가 갑자기 초를 쳐온다.
같잖은 이야기를 해온다면 이번에야 말로 정당하게 한 마디 해주마.
세운트조지아는 그렇게 다짐하고 라우드의 말에 귀를 기울어줬다.
"쟤네.. 바이바이가 빠졌잖아. 그럼 누가 탑라이너지?"
"하? 뮴뮴인가 뭔가 하는 그 곱상한 가시내겠지. 작전 회의때 말하지 않았나?"
안 그래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라우드가 헛소리를 해대자 세인트조지아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CLC가 식스맨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간간히 상대팀의 뒷통수를 후려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특히 라인 자체를 바꾸는 경우까지 있었다.
Unknown Error말고도 저 뮴뮴이란 여자 선수.
결승전 때 미드로 활약을 한 적이 존재했다.
더욱이 독나타스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탑라이너로서도 제법 기량이 출중하다.
실제로 스크림을 가졌을 때 뮴뮴 선수는 탑 파이어뱃으로 괜찮은 플레이를 해냈다.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상대에 대한 정보는 차곡차곡 쌓여있었고.
오늘 경기를 치르기 전에 이미 이야기가 오갔던 부분 중 하나다.
근데 두 번째 세트부터 자신의 짜증을 돋구는 라우드가 설명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한 번 말하면 알아는 듣는 핫숏이 낫지.'
속으로나마 한 번 라우드를 씹은 세인트조지아는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어떻게든 따내야만 하는 경기에서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쏟을 여력은 없으니까.
그렇게 라우드의 말이 묵과되고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도저히 눈 뜨고 믿을 수가 없는 상황에 세인트조지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미드, 정글, 그리고 원딜까지 하는 놈이 탑까지 해..?"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탑 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라우드의 말마따나 Unknown Error는 정말 탑으로 스왑해버렸다.
소 뒷걸음치다 소 잡은 격으로나마 맞게 됐으니 이제는 뭐라 할 수 없겠지만, 내심 불쾌함을 지울 수 없는 세인트조지아였다.
라우드가 아닌 Unknown Error에게.
분명 정글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 내빼버리다니.
어떤 꿍꿍이인진 몰라도 박살을 내주마.
잠시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 되었던 세인트조지아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단순히 임기응변, 혹은 예능픽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판단이었다.
"어떻게 이쪽 생각을 파악한 것 같은데.. 저렇게 갑자기 스왑을 해봤자 분명히 탑 숙련도는 낮을 거야. 그러니까…."
"탑을 중심적으로 파보겠다 이거지? 알았어, 네 뜻대로 할게."
결정적으로 콩머스는 애초에 탑 챔피언이 아니다.
그러니만큼 실질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때 약점이 분명히 있을 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세인트조지아는 그 빈틈을 꿰뚫어볼 능력이 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세인트조지아의 설명에 팀원들은 납득했다.
성격은 조금 문제가 있을지 언정 그는 게임 실력과 분석력이 독보적인 수준이다.
희대인 신인 프로게이머 Unknown Error같은 괴물 때문에 다소 묻히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인트조지아가 그와 비슷한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정글에 한해서는 안 해본 게 없는 프로게이머.
자신이 가진 해박한 지식을 실전에서 녹여낼 수 있는 기량.
팀원들 간의 마찰 문제가 있음에도 독나타스가 세인트조지아를 영입한 이유기도 하다.
이번 네 번째 세트를 내주게 되면 그대로 탈락을 면치 못하게 되는 독나타스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윽고 시작하는 CLC 대 독나타스의 네 번째 세트.
경기의 양상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를 예상치 못한 것은 결코 세인트조지아만의 잘못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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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글러로 쓰이는 챔피언을 탑으로 쓴다.
혹은 탑으로 쓰이는 챔피언을 정글로 쓴다.
이는 시즌4 이후로는 꽤나 흔하게 보이는 발상의 변환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선입견이 두텁다.
그리고 대체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그만한 응용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러고 보면 한 명 있었던가.'
이 탑콩머스라는 챔피언은 지인 중에서 아주 잘 사용하는 이가 한 명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뉴메타의 선두주자, 그랜드 마스터의 이단아라 불리우는 타임끝.
현재는 파프리카 BJ로 꽤나 잘 나가고 있다는 조금 친한 동생이다.
'후후, 이렇게 말하면 섭하겠지만.'
어쨌든 간에 탑콩머스는 충분히 가능한 픽이 맞다.
스킬 하나하나가 너프 먹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더욱.
필수 아이템인 의병대 하나만 올려도 콩머스는 완전히 다른 챔피언으로 탈바꿈한다.
'남은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는 게 약간 걸리긴 해.'
탑콩머스의 최대 난관이다.
의병대를 올릴 수만 있으면 이보다 더 재밌는.. 아니, 괜찮은 챔피언이 없지만 그 과정이 살짝 힘들다.
CS를 챙길만한 스킬도 없거니와 평타 모션이 상당히 구리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괜찮은 일이지만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럼에도 굳이 탑 콩머스를 선택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탑 콩머스가 그렇게까지 무시 받을 픽이 아니라는 까닭이다.
'그리고 착각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지.'
나에게 정글로 한판 붙자 시비를 걸어왔던 세인트조지아.
그 말을 잊었을리 없건만 나는 정글이 아닌 탑을 서고 있다.
결코 싸움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나는 부단히 손을 움직였다.
구워어!
상대 라이너인 콜라곰이 내 콩머스를 뒤집었다.
콜라곰은 라인전에 한해 강력하기 그지 없는 챔피언.
탱템계의 OP라고 할 수 있는 워울프의 심장과 가지는 시너지 때문에 픽률이 낮지 않은 탑솔러다.
라인전이 세다는 소리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평타로 나를 패재끼며 아그작 물어뜯기까지 한다.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어.'
방금의 딜교환은 제대로 적중하면 대부분의 챔피언들이 반피 가깝게 나간다.
자칫 잘못하면 다음 딜교환에 킬각까지 잡힐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콩머스.
안 그래도 단단한 콩머스지만 적팀의 정글러가 말카림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올 방어룬을 들었다.
게다가 W스킬, 가시껍질을 사용해 한층 더 두터워진 맷집은 콜라곰의 공격을 반 이상 무효로 돌린다.
결정적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따가운 도발은 상당히 크다.
티링! 팅!
적당한 딜교환만 하려고 했던 콜라곰.
콜라곰에게 도발을 걸어 다시금 나를 공격하게 만든다.
의지를 상실한 상태로 나를 때리는 두 대의 평타는 그대로 콜라곰 자신에게 되돌아간다.
비단 반사 데미지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미니언이 깡패.
아군의 미니언들이 콜라곰을 향해 빛구슬 알갱이를 던져서 복수해준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딱 지금의 상황이네.'
라인전 강챔에 분류되는 콜라곰을 카운터치는 게 바로 콩머스다.
다른 챔피언들로는 올 방어룬을 들기 껄끄롭지만 콩머스에 한해서는 방어력이 곧 공격력이기도 하니까.
그냥 AD챔피언도 아니고 이렇게 비비듯이 딜교환을 하는 근접 챔피언으로는 콩머스에게 턱도 없다.
콜라곰은 라인전이 강하다는 이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다.
이대로 무난하게 라인전을 이끌어 갈 수 만있다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사실.
탑 콩머스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한 라인클리어가 발목을 붙잡는다.
'이거 다이브 갱이 올 삘인데.'
라인 주도권은 확실하게 가져왔다.
하지만 초반 라인클리어 스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콩머스는 유리하든 불리하든 포탑을 끼고 CS를 받아먹어야 한다.
그런데 방금의 딜교환으로 큰 손해를 봤던 콜라곰이 스킬 짤짤이로 내 체력을 조금씩 깎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하다.
안정적으로 파밍을 지향하고 있는 듯한 세인트조지아가 과연 탑라인에 모습을 비출지.
확률은 반반 정도지만 온다면 필히 위험해진다.
역갱이 있으면 모르되 아군 정글러 예은의 리심은 미드라인을 찌르고 있다.
킬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점멸을 빼냈다.
충분히 유효타라 볼 수 있는 갱킹인지라 지금 탑을 못 봐주는 것은 예은의 잘못이 아니다.
부디 탑갱을 오지 않기를 바랄 뿐.
'나쁜 예감이란 게 원래 유독 잘 맞는 법이란 말이지.'
내 뒤쪽의 수풀에서 말카림이 들이닥친다.
콜라곰 또한 호응하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달려온다.
먼저 몸을 대는 것은 세인트조지아의 말카림이 되었다.
띠리리리링~!
이동 속도를 한계치까지 올린 말카림이 말발굽으로 들이박음과 동시에 언월도를 휘두른다.
나는 포탑과 함께 매섭게 반격했지만 말카림은 체력을 회복하며 꽤나 오랫동안 버텨냈다.
말카림의 W스킬, 흡수하는 원혼은 주위 적이 받은 피해의 2할만큼 체력을 회복하는 특성을 지녔다.
콜라곰이 발화까지 사용하며 나를 물어뜯자 흡수하는 원혼이 그 진가를 발휘하며 말카림을 회복시킨다.
'제길, 발화만 있었어도.'
한계치까지 맞다 아슬아슬 도망간 말카림과 바톤을 터치하는 콜라곰.
콜라곰 또한 패시브로 자신의 체력을 상당량 회복할 수 있다.
짜증이 날 정도로 다이브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목표하는 아이템이 나왔으니 말린 것은 아니지만.'
말카림과 콜라곰이 모든 스펠을 활용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선취점을 내주어야만 했다.
나도 최대한 각을 보며 어떻게 갱승을 노려봤지만 역시 세인트조지아.
다이브를 한두 번 쳐본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깔끔한 다이브였다.
하지만 나 또한 반격의 시기가 도래했다.
찰칵!
콩머스에게 없어서는 안될 코어템.
기동력의 신발에 의병대가 붙음으로서 탑글러 콩머스가 완성되었다.
나는 미드라인의 포탑을 향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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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몇몇 독자님들이 예상해주셨던 흐름은 다음에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