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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Unknown Error.
그 마법 같은 두 단어는 언제나 기적을 만들어낸다.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한다.
어설프게 예상했다간 흑역사가 제대로 씌워질지 모른다.
지난 16강에서 투 원딜 조합을 뜬금없이 포킹 조합으로 탈바꿈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정글러로 나왔을 콩머스를 갑자기 탑으로 돌렸다.
그것도 Unknown Error 자신이 사용해서 말이다.
"데카시르, 역시 제 말이 맞았죠? 제가 분명 탑 갈 것 같다고 했잖아요?"
"살다살다 콰른트한테 지게 될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하지만 그 충격도 콩머스가 탑라인을 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중계진들은 이래 봬도 월급값을 하려고 노력한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혹은 기본 이상의 조사를 한다.
한 팀당 다섯 명 이상씩 이나 있는 선수들을 모두 조사하는 건 무리겠지만 주요 선수들.
특히 8강까지 올라온 팀들이라면 시간을 할애해도 아깝지 않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조사를 마쳤건만 역효과가 일어났다.
CLC의 뮴뮴 선수는 분명 솔로랭크에서 탑 선호도가 높았다.
광전사나 네네톤같은 탑신병자틱한 챔피언들을 선호하며 솔로랭크를 개판 오분전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사실은 익히 유명했다.
데카시르가 탑이라 추측한 것은 엄연한 일반론.
그런데 Unknown Error가 난데없이 분명히 정글 챔피언인 콩머스로 탑을 가버리면서 예측이 빗나가버렸다.
"Error선수도 솔로랭크에서 은근히 탑을 했다 라는 정보. 들은 바가 있습니다."
"저도 알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양학.. 이었는데요?"
과거 Unknown Error가 북미서버 솔로랭크에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
초기에는 이따금 탑을 섰지만 랭크 티어가 올라갈수록 탑을 서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니만큼 어디까지나 기본기로 재미삼아 플레이하는 정도라는 게 당연한 추측이다.
그러나 Unknown Error는 그 추측을 무색하게 만들며 독나타스를 완전히 묵사발로 만들고 있었다.
이전에 16강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팀파이트 아이템을 가는 것이 아닌 딜탱 콩머스.
콩머스라는 챔피언이 탱탱한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딜링 능력이 이렇게나 강했던가.
평범한 챔피언도 Unknown Error의 손에 들리면 달라진다는 소문은 과연 거짓말이 아니었다.
"콩머스 대치 중에 귀환 했거든요..? 이거 텔레포트로 다이브 노리는 각.. 인정하십니까?"
"텔레포트와 콩머스의 시너지가 정말 말도 안됩니다. 소환자의 전장에 뺑소니가 들이닥쳤어요, 뺑소니범이!"
보험처리조차 되지 않는 뺑소니범이 소환자의 전장을 들쑤신다.
눈으로도 쫓기 힘든 속도로 다가가서 콰앙! 부딪혀 버린다.
단단하기만 하면 모르되 딜과 탱이 다 되는 데다 섣불리 치다간 역으로 녹는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 가시껍질에 바늘갑옷과 라알드리의 호통으로 코팅을 하자 도리어 치는 쪽이 더 아프다.
"붙잡힌 챔피언은 물론 타워까지 녹아납니다. 은근히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콩머스의 궁극기, 지각변동은 포탑에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스킬이기도 해요."
네 자리 수를 가뿐히 넘어가는 의병대 콩머스의 말도 안되는 기동력.
그냥 고대로 들이박아 도발을 걸면 일단 한 명이 죽고 시작한다.
가시껍질의 반사 데미지때문에 콩머스 본체를 어떻게 치기도 힘들다.
방금의 깜짝 이니시로 인해 독나타스의 최후 직전의 보루, 억제포탑과 억제탑이 무너졌다.
하지만 텔레포트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반복되던 지옥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미드라인을 물밀듯 치고 들어오는 CLC를 막아낼 기력이 독나타스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3연속으로 한 선수에게 MVP가 올인될 거란 예감.
그 예감은 단언컨대 틀리지 않으리라고 전망할 법 했고 이변없이 들어맞을 전망이다.
퀴이이잉..!
몸을 굴려 자신의 이동속도를 한계치까지 높인 콩머스가 적팀의 넥서스를 지키고 있는 쌍둥이 포탑을 향해 돌진한다.
챔피언들의 데미지는 둘째 치고 저 쌍둥이 포탑에게 얻어맞으면 대체 얼마나 아플지 감도 안 잡힌다.
그럴 텐데도 망설임없이, 아니 점멸까지 사용해 몸을 부딪힌다.
콩머스가 가지는 막대한 방어력을 믿고 자신감있게 이니시를 열었다.
콰앙!
억제 포탑에서의 다이브로 죽었던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명.
그 중 미드라이너와 정글러의 사이에 콩머스가 점멸로 몸을 이동했다.
회전구르기가 풀리며 두 명의 적이 튕겨나간다.
"미드라이너도 얄짤이 없죠. 콩머스 때리면 누구라도 녹습니다."
"라알드리의 호통에 심홍의 완드까지 가자 마법 관통력이 장난 아니네요. 타워를 대놓고 밀어도 독나타스는 이제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콩머스 하나를 어찌하지 못해 게임이 끝나버렸다.
게임만 끝난 게 아니라 CLC 대 독나타스의 8강 경기가 마무리지어졌다.
승부의 결과는 3승 1패.
첫 세트를 가져갔던 독나타스는 연이어 세 번의 고배를 마시며 탈락하고 만다.
쓰디쓴 술잔의 이름이 Unknown Error라는 데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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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북미 최대 규모의 팬사이트 래딧.
동시에 수많은 유럽인들 또한 이용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그러니만큼 서로가 서로를 기본적으로 배려하긴 하지만 종종 문제가 생기곤 한다.
사는 지역과 응원하는 리그가 다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몇 달 전부터 에러갓인지 뭔지 떠드는 거.
나만 마음에 안 드냐?
북미리그에 아주 오랜만에 쓸만한 인재 한 명 생긴 거까지는 인정하는데.
무슨 갓까지 붙이면서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네.
└너만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게 아님. 유럽게시판에 Unknown Error 싫어하는 사람 많다.
└Réel. 북미에서 잘해봤자 얼마나 잘 한다고
└어차피 올라오는 중에 알아서 개박살나서 증명됨.
일부 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럽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타 지역을 대놓고 무시하며 유럽리그가 전 세계 로드 오브 로드의 중심이다.
라고 까지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띌 정도다.
물론 어느 집단이든 이상한 사람들은 존재한다.
이는 당연하게도 유럽게시판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유저들이 내심 유럽리그가 최강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반박하기 힘든 사실이기도 하다.
롤드컵에서 뜬금없이 대만팀인 TWA가 우승했던 경우도 있어, 순수하게 최강팀을 거론한다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수에서 밀린다.
세계에서 내로라할 수 있는 강팀이 가장 많은 지역.
다름아닌 유럽리그라는 사실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
더욱이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유럽지역에서 많이 나온 탓에 아예 타지역 선수들을 무시하는 이들도 간간히 보인다.
─Unknown Error정도야 유럽에는 한 다스씩 있지.
모스코5의 에메랄드 프록스만 해도 기발한 거 많이 하고.
화이트 폭스의 프로즌이 미드 실력 Unknown Error보다 훨씬 나을 걸?
북미에서 간만에 괜찮은 선수 한 명 나왔다고 너무 띄워준다.
└한 다스는 좀; 님 너무 흥분하신 듯.
└워워, 흥분 좀 가라 앉히고.
└덴마크 살고 우리나라 출신 프로 중에 잘하는 사람 많아서 나름 자부심 있는 편인데 Unknown Error 실력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가야지.
└조금 과대평가하는 것까진 맞아 보이니 준결승 보면 대략 정해지겠지. 상대팀도 요즘 잘 나가는 AOA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이었던 유럽 게시판에서조차 Unknown Error의 실력은 차츰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게 결과는 모든 것을 증명하는 법.
북미와 유럽의 수많은 강팀들이 만나는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에서 CLC가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자국리그의 수많은 강팀들이 미끄러진 이번 LCF의 수준은 이전과 비교되지 않는다.
그런 수준 높은 대회에서 Unknown Error가 이끄는 CLC가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어찌 이견을 달겠는가.
심지어 대진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미터스를 필두로 한 팀 투르칸도.
세인트조지아라는 인간이 있는 독나타스도.
북미팀이라곤 하지만 한따까리 한다는 사실은 유럽팬이기 이전에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들은 올라오는 과정에서 유럽의 강팀들을 잡았다.
그들을 비하하는 행위는 그들에게 진 유럽의 팀들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다소나마 남아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32강에서 상대한 빅 게이밍즈를 제외하면 전부 북미팀이다.
비뚤어진 시선을 가진 사람은 어딜가든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 사람들의 입을 싹 다물 수 있게 만들만한 무대가 마련되었다.
실력검증이 덜 끝났다는 등 아우성을 잠재우기 딱 좋은 타이밍.
준결승전이라고 불리우는 토너먼트 리그의 끝자락에서 유럽의 강팀을 만났다.
엄밀히 따지자면 타이밍이 좋았다기 보단 지금까지가 너무 내전 분위기였던 거지만.
─북미팀 좀 잡은 걸로는 솔직히 인정하기 싫고.
AOA까지 잡으면 어느 정도 선입견은 고쳐봄.
근데 최근 AOA 엄청 상승세라 이건 절대 못 이김.
└그러니까 의미가 있는 거지. 북미놈들 Unknown Error 엄청 빨아재끼던데 AOA도 못 잡으면 모스코5에 명함도 못 내밀지.
└AOA도 살짝 하락세 밟던 팀이었는데 미드 바뀌고 나서 미쳐 날뛰더라.
└그 미드가 한국인이라는 게 살짝 그렇긴 하던데.
└님, 그거 차별적인 발언임 주의하셈;
AOA는 초기 시즌부터 이어져 오던 전통적인 유럽의 강호팀 중 하나다.
다만 팀 내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고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바로 팀원들의 탈퇴가 잦다는 것.
그것도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멤버가 툭 하면 이적을 해대는 바람에 이슈가 되곤 했다.
그래도 2시즌까지 어찌저찌 버텨왔지만 슬슬 한계.
에이스들이 나간 빈 구멍을 남은 선수들끼리 메우는 것은 역시 한계가 명확했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서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한국인으로 알려지며 잠깐 소동이 있었던 ChadoRE 선수.
사실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팀들이 다국적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고 순혈팀은 찾아보기 힘들다.
동양 출신의 선수 섞여 있다고 화제될 요소는 하나 없다.
단순히 한국인 출신이 흔하지 않다 보니 조금 말이 있었던 것 뿐이지 유별난 취급을 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하락세를 걷던 AOA가 상승 가도를 밟고 있다는 사실.
본디 강팀으로 분류됐던 AOA가 다시금 폼을 찾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유럽팬들은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내심 CLC를 상대로 선전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 그런데 내일 화이트 폭스 경기지?
맞붙는 팀이 어디더라 TSL?
나 다른 데는 몰라도 북미 팀중에 TSL은 조금 관심있었는데 꼭 봐야겠다.
거기도 새로운 미드라이너 꽤나 잘 나가는 것 같더라.
└미역슨? 맥도날드 대신해서 들어온 선수인가. 난 맥도날드가 더 좋았는데 왠지 이름이 친근감 있어.
└그건 친근감이 아니라 너네 동네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에 대한 원근감이겠지.
└미역슨 걔 잘하긴 함. 유럽 솔로랭크에서도 양학하면서 올라가던데 폼 제대로임.
└원래 덴마크 살았는데 TSL이 스카웃해갔다고 하더라. 크 덴마크 출신으로서 뽕 좀 빱니다.
서양팀들 자체가 대부분 다국적, 다인종이라 자국의 팀이라고 부심을 가지는 경우는 없다.
대신 자국 출신의 선수가 잘 나가면 은근히 자랑해버린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치사치가 아닌 수준의 적당한 국뽕은 가지고 있었다.
팔이 괜히 안으로 굽는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유럽출신이란 연유 덕에 미역슨의 평가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이다.
하지만 이를 상대하는 화이트 폭스는 미역슨 이상이라 부를 수 있는 미드라이너를 자랑하는 팀이다.
─TSL 대 화이트폭스 진짜 기대된다.
근데 미역슨이 아직 신인이라 프로즌에게는 못 비비겠지?
한 반년 후쯤이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텐데.
└그러게 시기가 조금 아쉽네.
└네 말대로 반년쯤 지나면 폼이 무르익을 듯.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 기대되긴 함. 미드 솔킬 누가 따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TSL도 화이트 폭스도 실력으로 따지면 부족하긴 커녕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승부는 미드라인의 차이로 결정될 거라는 게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이미 현역에서 유럽 최고의 미드라이너 중 하나라 솝꼽히는 프로즌.
그리고 아직 성장 중이라 할 수 있는 미역슨의 대결은 솔직하게 전자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원래라면 없어야 할, 마치 오류와도 같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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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내일은 예약 연재로 올릴 예정이라 0시 7분에 올라갑니다.(마찬가지로 세 개분 올라갑니다.)
8강 후일담도 내일 분에 있을 거에요.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