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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모르피나의 라인푸쉬력은 과연 빼어나지만 견제력은 영 아니올시다다.
라인을 쭉쭉 밀어 압박한다 해도 속박을 맞히지 못하면 결정타로 연결할 수 없다.
어쩌다 맞혀도 트페가 클린즈로 풀어버리면 절대 킬각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궁극기를 배우는 6레벨까지 트페를 놔둔 순간 게임은 언제 어느 때 산으로 갈지 모른다.
그렇다고 견제력이 뛰어난 챔피언을 하기도 뭣하다.
피지컬이 빼어난 트페 유저들은 이를 기교로 극복해낼 수 있다.
스킬들을 무빙으로 피하며 라인을 푸쉬해 6레벨까지 버텨낸다.
라인푸쉬와 견제력,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챔피언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밴이 됐다.
내 주력 챔피언 자드와 산다라를 밴픽단계에서 봉쇄당했다.
상대가 자신만만하게 트페를 선픽박은 데에는 그러한 밑바탕이 깔려있겠지만 그 정도로 나를 어찌할 생각이었다면 물러도 너무 물렀다.
티잉-!
내가 딜교환을 하기 위해 접근하자 트페가 블루카드를 던지며 뒷무빙을 밟는다.
이는 전형적인 트페의 1레벨 딜교환 방식으로 오히려 트페 쪽에서 선호하는 바이다.
그도 그럴 게 똑같이 스킬을 주고 받는데 트페는 마나가 닳지 않는다.
체력이 비슷하게 깎인다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이득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세상에는 예외라는 게 존재하고 내가 플레이하는 랄라는 바로 그 예외에 해당한다.
나는 트페에게 요정을 붙이며 한 대 툭 평타를 갈겼다.
챠락!
랄라가 평타를 때리면 요정이 힘을 보태 마법 피해를 추가시킨다.
생각 이상으로 깎여버인 체력에 트페는 화들짝 놀랐겠지만 이는 당연한 결과다.
타겟팅으로 박히는 랄라의 E스킬, 요정 붙이기에 강화된 평타까지 날렸으니까.
어지간한 스킬들을 무빙으로 피해내는 트페라 할 지라도 타겟팅 공격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놀라기는 아직 이른데,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한 라인 견제력을 자랑하는 랄라는 여건만 받혀주면 상대를 아예 숨도 쉬지 못하게 압박할 수 있다.
아직 그 여건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랄라는 강력하다.
트페와 같은 평타 기반형 챔피언을 상대로는 그 위력이 배가 된다.
평타로 CS를 먹으러 올 때마다 혼찌검을 내줘 체력을 깎아낸다.
챠락!
요정을 붙이고 평타 한 방.
트페는 부랴부랴 황금카드를 뽑아 던지지만 그 사이에 한 번 더 평타가 나간다.
랄라와 트페는 사거리 차이가 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그래도 트페가 세 갈래 카드를 흩뿌리자 깎인 체력의 양은 비슷하다.
나는 아직 한 방 남았지만 말이다.
챠라랑!
보라색 창이 트페를 훑고 지나가며 둔화시킨다.
나는 느려진 트페를 따라가 또다시 평타를 갈겼다.
요정이 가해주는 추가 피해는 트페의 체력을 너덜너덜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린다.
'뭐, 이 정도는 상정 내의 견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이렇게 트페를 하드하게 견제할 수 있는 챔피언은 의외로 제법 있다.
그럼에도 트페가 꿋꿋하게 높은 밴픽률을 자랑하는 이유는 어떻게 한 번 귀환 타이밍만 잡으면 게임을 풀 수 있기 때문.
가진 마나를 몽땅 소비해 세 갈래 카드를 두어 번 던지고 우물로 귀환하면 속편하다.
견제력이 세면서 라인 푸쉬까지 좋은 챔프는 드물기에 어지간하면 가능한 선택이 맞지만.
'그런 생각이 안이하다는 거야.'
나는 직선으로 몰려오는 미니언 웨이브에 요정을 달은 후 보라색 창을 흩뿌렸다.
하나는 랄라의 손에서, 다른 하나는 요정의 손에서 뿌려진 창이 여섯 마리의 미니언을 모두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수 초 기다렸다가 한 번 더 보라색 창을 뿌리면 미니언 웨이브가 깔끔하게 정리된다.
생각 이상으로 빠른 라인푸쉬 때문에 트페는 여섯 마리의 미니언을 고스란히 흘리게 되었다.
찰칵!
트페가 집으로 도망간 사이에 나도 상점으로 귀환한다.
구입하는 아이템은 조화의 술잔과 와드.
평범한 선택이지만 이만한 선택이 없기도 하다.
미드라인에서 지속적으로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최선책이다.
챠라랑!
조화의 술잔이 있으면 마나를 쏟아도 빠르게 수급된다.
나는 스킬쿨을 돌려 트페를 견제함과 동시에 미니언을 사정없이 푸쉬했다.
이렇게 여유를 앗아가면 트페는 체력관리도 마나관리도 되지 않는다.
6레벨을 찍는다고 해도 궁극기를 탈 생각따위 하지 못하리라.
"신짜장 유령 쪽에 계속 기웃거린다. 역갱쳐 줄 거지?"
"어련히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셔."
예은이 툭 쏘아붙이듯 대답해오지만 저래 봬도 계속 미드 백업을 봐주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하게 갱킹각도 노리지만 상대 트페도 그걸 감안하고 있는 듯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발화가 아닌 클리즈를 든 탓에 갱호응이 약한 트페는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하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건 내 쪽이 되니 천천히, 안전하게만 가면 된다.
챠라랑-!
계속해서 휘몰아치는 견제.
트페는 포션을 세 개나 사왔지만 금새 밑천이 드러난다.
체력도 마나도 거덜나 귀환 타이밍을 잡는 수밖에 없다.
아까와 마찬가지의 불상사로 트페는 또다시 미니언 웨이브를 통째로 놓치게 됐다.
'이제 슬슬 움직일 타이밍이려나.'
대포 미니언까지 합하면 총 열세 마리의 미니언들.
그만한 골드와 경험치를 놓친 트페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다시 라인에 복귀했을 땐 솔킬을 따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 시점에서 한 번 기회가 널려 있지 않을까, 미니맵을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리고 마침 아군의 봇라인이 라인을 쭉쭉 푸쉬하며 딜교환을 하는 중이다.
부족한 라인 푸쉬력을 카우스터의 모르피나가 보충해주자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미쳐 날뛴다.
그만큼 딜교환을 빠듯이 해놓았지만 갱킹이나 로밍이 온다면 당연 위험하다.
두-둥!
아군 챔피언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노란색 눈동자.
트페는 궁극기를 사용하면 상대 챔피언들의 위치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
연이어 클릭하면 맵 어디든 자신의 몸을 옮기는 사기적인 로밍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음이 꽤나 조급할 텐데도 트페는 한 템포 쉬어 아군의 역갱을 확인하고 나서야 행동을 개시했다.
촤라락-!!
지금껏 아무 행동이 없었던 트페가 불현듯 봇라인에 모습을 드러낸다.
노리는 대상은 모르피나.
블랙 실드가 배인에게 덧씌워진 걸 빠르게 반응해낸 트페가 공격의 대상을 바꿨다.
모르피나의 점멸 반응에 맞점멸로 대응하며 황금카드를 뽑아 던졌다.
띠잉-!
트페 또한 모르피나의 속박 구슬을 허용해야 했지만 지금껏 애물단지였던 세컨드 스펠, 클린즈를 사용해 풀어냈다.
얼핏 봤을 땐 성공적으로 흘러가는 로밍이다.
만약 솔로랭크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찬사를 받았을 플레이다.
슈우웅..!
맞라이너로 트페를 상대할 때 선택하는 세컨드 스펠.
발화를 들어서 솔킬을 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지만 텔포로 따라가는 방법도 존재한다.
랄라처럼 6레벨 이전에 킬 결정력이 없는 챔피언은 당연히 후자다.
<커져라!>
봇라인에 도착하자마자 사용하는 것은 궁극기.
랄라의 궁극기, 거대화는 아군의 몸집을 키워 주위의 적을 튕기고 체력 또한 뻥튀기 시킨다.
이 경우 모르피나를 살리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지만 나는 서포터가 아니다.
서폿 랄라가 아닌, 미드 랄라로서 궁극기를 공격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과감히 점멸을 사용해 세 명의 적 사이로 파고들었다.
<유쾌하게!>
나 자신에게 거대화를 사용한 효과로 세 명의 적은 튕겨져 나갔다.
갱호응을 하느냐 앞비전을 해버린 이즈레알에게 W스킬 심술쟁이까지 걸어버린다.
그 효과로 이즈레알은 1.5초 동안 작은 동물로 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글자 그대로 점멸조차 사용하지 못한다.
챵! 투웅! 터엉!
모르피나는 결국 트페에게 마무리 당했지만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건재하다.
배인은 점멸-판결로 이즈레알을 벽꿍 시켰고 연이어 3타를 터트려 목숨줄을 끊어냈다.
앞서 라인전의 견제로 체력을 제법 깎아냈기에 빠르게 한 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배인이 이즈레알을 상대하는 동안 나도 부단히 움직였다.
나는 몸집을 거대화한 채로 트페에게 비비며 이동속도를 저하시켰다.
달라붙은 적들을 지속적으로 둔화시키는 랄라의 궁극기를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어차피 서로 간에 점멸도 없는 마당.
평타를 툭툭 두들기며 따라가자 트페가 황금카드를 던져 도망을 꾀한다.
챠라랑!
이럴 걸 알았기에 일부러 보라색 창을 늦게 사용했다.
진작에 붙여 놓은 요정이 보라색 창을 내뿜어 트페의 발목을 늦춘다.
느려진 트페와 다시 거리를 좁혀 또다시 평타를 두들긴다.
누킹력은 조금 떨어져도 평타에 추가 피해가 묻어나는 랄라는 지속딜이 상당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봇라인에서 제법 짭짤한 소득을 거뒀다.
어찌 보면 트페가 너무 안이했고 생각이 없었다고도 보일 수 있다.
반쯤은 사실이지만 적이라고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게임을 시작할 땐 내 스펠을 당연히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사람은 시야가 좁아진다.
솔로랭크에서야 기회비용이 적어 크게 체감이 안되지만 판돈이 커질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심화된다.
'한마디로 움직임이 뻔할 뻔자였단 거지.'
솔로랭크에선 아무리 높은 구간이라 해도 실수가 잇달아 터진다.
서로 간에 마이크를 하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니만큼 정보전달이 늦는 경우가 존재한다.
즉, 실수라는 건 높은 구간일수록 비율이 적어지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적의 실수를 노려 받아먹는 플레이는 솔로랭크 점수를 올리기 꽤 편한 방식이다.
그러나 대회에서는 일부러 실수를, 틈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도 대놓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주 치밀하게.
트페가 궁극기를 사용하기 전, 아군 봇라인이 라인을 쭉쭉 푸쉬하며 딜교환을 하고 있었던 것 자체가 하나의 미끼였다.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흔들어 트페의 궁극기를 유도했다.
조급했던 트페의 마음은 그것이 미끼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고 결국 덥석 물어버렸다.
그 결과는 서포터 한 명 잡고 미드와 원딜의 죽음.
게다가 살아버린 게 하필 나와 배인이라서 용까지 나간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현재 아군 정글과 적 정글은 탑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배인과 랄라였기에 빠르게 적팀이 부활하기 전에 빠르게 용을 챙길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골드가 1천 골드 이상 벌어졌다.
더군다나 트페는 이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졌다.
챠라랑!
첫 번째 코어아이템,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이 빠르게 나온 이상 트페는 CS조차 먹기 버겁다.
타워를 끼고 세 갈래 카드를 던지는 것이 고작.
어쩌다가 내 평타 사거리 근처에라도 들어오면 요정이 달리고 보라색 창이 두 번이나 뿜어진다.
LCL에서 한 번 선보였던 EQQ콤보가 트페의 숨통을 죄어간다.
그것에 한 번 당하자 트페는 원거리 미니언을 평타로 건들지도 못하게 됐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별다른 반항없이 미드라인의 1차 포탑을 밀어낼 수 있었다.
신짜장의 갱킹을 어느 정도 염두하면서 견제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다지 위험하진 않다.
역갱도 역갱이지만 호응을 하는 트페의 딜이 하나도 없는 수준이니까.
트페라는 챔피언은 성장을 못하면 딜이 서포터급이다..
내가 궁극기를 사용하며 조금만 버텨도 아군 정글러가 백업을 올 테고 이는 그대로 더블 킬로 이어진다.
미드 갱킹을 올래야 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찰칵!
그러고 보면 나와 트페는 서로 코어아이템이 조금 겹친다.
포탑을 철거한 나는 상점을 귀환해 부자배인의 하위템, 광채의 칼을 구입했다.
부자배인은 트페의 코어템으로 유명하지만 랄라에게도 필수적이다.
아무래도 궁극기가 생존기다 보니 누킹이 안되는 랄라는 부족한 딜링 능력을 아이템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평타에 마법 피해를 추가시켜 주는 부자배인.
안 그래도 패시브때문에 반드시 평타를 쳐야 하는 랄라에게 안성맞춤인 아이템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트페는 1코어고, 랄라는 2코어로 간다는 것 정도.
'그 부자배인조차 내가 먼저 나오게 생겼지만 말이야.'
미드 CS차이가 두 배나 벌어졌을 정도로 말려버린 트페는 아이템창은 불쌍한 지경이다.
고육지책으로 구입한 마법 저항의 망토부터 아이우에오의 신발까지.
그나마 봇라인에서 1킬을 챙긴 트페지만 그 정도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모름지기 미드라이너가 가지는 힘의 원천은 파밍에서 나오는 법.
그 파밍이 제대로 되지 못한 트페는 서포터랑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제 와서 활로를 찾아보려고 해도 한참은 늦었어.'
잘라먹기에 능한 트페의 특성상 희망이 남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은 이미 끝났다.
내 랄라와 트리플리프트의 배인.
여기에 굳이 부연 설명을 덧붙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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