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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준결승전 A조의 경기는 역시나 상상을 벗어났다.
상상을 벗어났다의 앞미에 역시나가 붙은 이유는 왜일까.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언제나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Unknown Error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보통 비슷한 수에 한두 번 속으면 더 이상 안 속거든요? 그런데 시기가 너무 적절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또 속아버려요."
"변명이긴 하지만 솔직히 타이밍이 너무 좋았어요. 이걸 보통 미드 모르피나라고 생각하지 랄라라고 생각을.. 당연히 못하잖아요. 이건 저희의 잘못이 아닙니다 콰른트."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예상을 벗어난다.
모두가 생각했던 무난한 픽에서 조금을 비틀어버린다.
그 조금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상상 이상.
진행되는 경기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라인 푸쉬만 좋은 모르피나에서, 라인푸쉬와 견제력이 모두 빼어난 미드 랄라로. 랄라가 미드로 쓰이면 어떨지 내심 불안했는데.. 이게 또 상상 이상입니다..!"
선수 출신의 해설자 데카시르는 혀를 내둘렀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진 자들은 게임을 밥줄로 삼는만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꿀챔과 메타를 해석한다.
그리고 실전에서 보여주며 일반유저들의 앞에 선다.
그런데 이 Unknown Error라는 남자.
일반유저의 앞도 아니고 프로게이머들을 가볍게 추월해버린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플레이, 그리고 챔피언을 꺼내 경기를, 예상을 뒤집어버린다.
어째서 북미의 팬들이 이 남자라면 환장을 하게 됐는가.
유럽의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이 알 수밖에 없도록 경기를 통해 증명하는 와중이다.
"물론 단점이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확실히 트페를 상대로 이만한 픽은 보기가 드뭅니다. 트페를 열어준 이유를 게임으로 증명하네요."
데카시르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게임을 보도하고 있다.
랄라는 그 역할군이 서포터 챔피언.
미드로 쓰기에는 장단점이 명확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데카시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Q스킬 보라색 창의 사거리가 짧다.
결정적으로 궁극기에 데미지가 하나도 붙어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미드라이너에게 필요한 누킹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와이스 페이크.
현 로드 오브 로드 최고의 OP챔피언 중 하나를 완벽하게 카운터친다.
이 점만으로도 미드 랄라를 높이 쳐줄 만했다.
맞물리는 스킬 구조에서부터, 세컨드 스펠인 텔레포트의 활용까지.
어느 하나 타박할 여지가 없었다.
"트페가 궁극기로 누군가를 노려도 랄라가 텔포타고 가서 >커져라!>로 살리면 그만이에요. 봇라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여차하면 궁을 이니시 용도로도 쓸 수 있죠. 확실히 서폿 랄라하고는 구분되는 특색이 맞습니다."
서폿 랄라라면 자기 자신을 그렇게 막 굴리기가 힘들다.
몸이 종잇장까지는 아니여도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
안 그래도 서포터는 라이너보다 아이템도, 레벨도 부족하니까.
그런 서포터들 중에서도 맷집이 약한 축에 속하는 랄라에겐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미드라이너로 성장해 충분히 레벨링을 하고 주문력까지 더한다.
그러자 궁극기로 뻥튀기되는 체력량이 어마어마해 상황만 잘 받혀주면 앞라인에서 딜링을 받아낼 정도다.
그 활용을 여실히 보여줬던 때가 바로 첫 번째 트페의 로밍.
트페가 궁극기를 활용해 봇라인을 갔다.
그것을 랄라가 텔포로 카운터쳤다.
이때 모르피나를 살린다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Unknown Error는 그리 하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매섭게 몰아쳤다.
Unknown Error는 세 명의 적 틈바구니로 점멸로 이동해 자신을 성장시켰다.
궁극기인 거대화로 몸집을 키워 세 명의 적을 띄워버리고 공격했다.
만약 서포터였다면 감히 시도하지 못했으리라.
몸이 종잇장같은 서포터는 점사를 맞고 그냥 순식간에 찢어졌을 거다.
한두 명도 아니고 세 명의 적이라니, 설명이 필요없다.
미드라이너이기에, 그리고 언제나 상식을 비트는 Unknown Error이기에 가능했던 플레이 방식이다.
챵! 챵! 타앙!
더군다나 가진 바 약점까지 상쇄해낸다.
아무리 랄라로 라인전 단계에서 재미를 봤다고 한들, 누킹력과 데미지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계속해서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단점을 아군과의 시너지로 채워낸다.
세계 최정상급 원딜러, 트리플리프트의 배인과 랄라의 호흡이 미쳐 날뛴다.
두 개의 실드로 보호받는 배인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트리플리프트 혼자서 1 대 5할 기세입니다. 바론 치는 척 이니시 열어버린 후에 배인이 앞구르기로 싹 다 쓸어 담는 그림이거든요?"
"하하, 겜알못 콰른트 다운 발언이네요. 배인 혼자가 아닙니다. 뒤에서 두 명의 아군이 보조하고 있어요. 그리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계산된 플레이, 결코 솔로랭크의 배인들이 해대는 앞구르기가 아닙니다."
랄라가 보호막을 덧씌우자 거기에 또 모르피나가 블랙 실드를 입힌다.
그러자 몸도 단단한데 CC기까지 먹히지 않는 괴랄한 배인이 완성된다.
더욱이 데미지까지 출중하다.
랄라의 E스킬, 요정이 붙어 보호막이 덧씌워진 아군은 평타를 가격하면 요정이 함께 공격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는 랄라의 요정이 가해주는 추가 피해에 주문력 계수가 없어 아주 강력하진 않다.
하지만 그만큼 깡뎀이 높아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
영락한 기사검과 원혼의 춤꾼이라는 극공속 아이템을 갖춘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미쳐 날뛸 환경을 제공해줬다.
물론 앞구르기를 하다 보면 종종 위험한 상황이 들이닥칠 수 있다.
예를 들어 AOA의 정글러 신짜장과 탑솔러인 말화이트가 동시에 공격해온다던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그 시점에서 죽은 목숨이다.
앞구르기를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겠지만.
<커져라!>
트리플리프트는 적이 달려들 것을 감안하고 일부러 앞구르기를 했다.
랄라가 궁극기를 사용해 두 명의 브루저를 튕겨내주자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전장을 지배한다.
말화이트의 궁극기를 맞자마자 금은 장식 머리띠를 칼같이 사용해 풀어낸 후 은탄을 쏘아댄다.
아무리 말화이트가 단단한 바위 갑옷을 자랑한다고 해도 고정 데미지의 배인 앞에서는 속수무책.
팀 AOA의 두 브루저가 도리어 당해버리자 한타의 흐름은 이제 사이즈도 안 나온다.
배인 혼자서 하는 딜링만 해도 게임이 끝난 상황인데 CLC의 탑과 정글도 무시할 수 없다.
"네네톤이 티아매트에 새까만 양날도끼까지 완성되자 딜링이 어마어마해요. 라인전 단계부터 말화이트를 숨도 쉬지 못하게 압박했는데 한타에서도 그 힘이 죽지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유통기한 챔피언이라고 명명되는 네네톤. 그런데 그 네네톤이 티아매트를 가니까 폭딜이 어마무시해요. Error선수 뿐만 아니라 CLC라는 팀 자체에 일반론을 내세워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Unknown Error를 견제해야 하다 보니 밴카드를 다른 이에게 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Unknown Error.
그가 플레이 하는 자드, 산다라, 그리고 8강에서 보여주었던 이블퀸까지는 죽여야 한다.
저 세 마리의 챔피언을 필밴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어떻게 경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CLC는 절대 어디서 굴러먹던 팀이 아니다.
지난 LCF의 우승자.
1시즌부터 북미에서 활약하던 명문 중의 명문이다.
그저 Unknown Error라는 태양이 너무 강렬해 빛이 보이지 않을 뿐, 한 명 한 명의 팀원들 모두 기라성같은 스타들이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하다 못해 트리플리프트 하나만 제대로 마크해내면 비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라면 안간 힘을 내서 어떻게든, 글자 그대로 어떻게든 해보려 했겠지만 이제는 랄라의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과 부자베인, 그리고 라둔의 죽음투구 3코어가 완성되자 랄라도 여느 미드라이너 못지 않은 딜링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마치 아이템 빨 오지게 받는 트와이스 페이크처럼 강력하다.
"랄라가 요정 붙이고 평타치고 보라색창 두 번 뿜으면 딜러진은 무조건 죽습니다. 아이템이 깡패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부자베인이라는 아이템이 보통 트와이스 페이크나 가는 아이템인데.. 꼴이 조금 웃기게 됐네요."
정작 그 트페는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부자베인의 데미지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평타에 마법 피해를 추가 시켜주는 부자베인은 0.75의 AP계수를 가졌다.
즉, 주문력이 높을수록 세진다는 말.
그런데 트페와 랄라의 주문력 차이가 가감없이 두 배다.
라인전 단계에서 하도 디나이를 당한 데다 라둔의 죽음투구.
안 그래도 높은 주문력을 뻥튀기시킨 랄라와 딜링 능력이 비교가 안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첫 세트에서 트페는 데미지 조금 센 CC기 셔틀에 불과하다.
"첫 세트의 승리를 CLC에서 가져가는 가운데 두 가지가 주목되거든요?"
"저도 콰른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MVP에 선정되는 선수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AOA에서 저 랄라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네요."
Unknown Error의 랄라도 일품이었지만 트리플리프트의 배인도 못지 않다.
그도 그럴 게 게임 내내 단 한 번도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인파이트로 싸워대는 배인의 특성상 아무리 팀원이 보조해줘도 툭 하면 죽기가 일상인데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쉽지 않게 딜링을 우겨 넣으며 전설을 찍어버렸다.
현재 대회측에서는 누구에게 MVP를 줘야 할지.
갑론을박이 오가는 와중이다.
이윽고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진짜 재밌는 건 AOA가 Unknown Error의 랄라에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지.
랄라를 밴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첫 세트에서 자드, 산다라, 마지막으로 이블퀸까지 밴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기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고 랄라가 대체된다면 무너진다.
공든 탑이 와르르르 말이다.
5전 3선승제의 준결승전이 이제 고작 두 번째 세트에 불과한 데도 AOA는 벌써 궁지에 몰렸다.
그런 궁지에 몰린 AOA에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
정말 생각지도, 상상지도 못했던 언제나의 귀인이었다.
.
.
.
* * *
팀 AOA의 경기 부스 안은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첫 세트부터 대패.
어떻게 반항이라도 하다가 졌으면 모르되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농락당했다.
더욱이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신입 주제에 잘난 척 하더니 저 새끼때문에 져버렸잖아?"
"야, 듣겠다. 목소리 좀 줄여서 말해라 키킥."
쑥덕쑥덤 뒷담이 오가고 있다.
AOA의 새로운 주전 미드라이너 ChadoRE는 감독에게 잘 보여 출세한 케이스.
적어도 팀원들 중에서는 그렇게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렇다 할 성적도 없는 데다 AOA에서 지낸 기간도 오래되지 않은 주제에 LCF에서 벌써 주전을 맡게 되었으니까.
8강까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올라온 ChadoRE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Unknown Error를 상대로 완전히 속수무책.
첫 번째 세트의 승패가 미드 차이로 갈렸다는 말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다.
'이건.. 힘들겠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버린 것일까.
AOA의 미드라이너 ChadoRE, 한국에서 도차란 아이디를 쓰던 그는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트와이스 페이크를 꺼내면 질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솔로랭크에서는 언제나 그래왔고 대회에서 또한 패배한 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이나 트페는 OP챔피언이고 상대가 자신을 집중 견제해 온다고 한들 받아낼 재간이 있었다.
하지만 미드 랄라라니, 도저히 생각지도 못한 챔피언이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감독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을 뿐더러 팀원들이 자신들 씹어댄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목표하는 바가 있어 내색하지 않을 뿐 심각히 거슬렸다.
'하다 못해 파사딘이라도 살았다면.'
트와이스 페이크는 OP챔피언이고 잘 다뤄낼 자신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각 선수들에겐 인생 챔피언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것이 도차에게는 파사딘이었고 파사딘만 꺼낼 수 있다면 어지간한 시련은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상대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파사딘을 밴해 자신을 견제해댄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 세트 또한 같은 흐름이 되리라.
받아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는 랄라를 밴하는 것.
과연 자드, 산다라, 이블퀸 중에 무엇을 버려야 할까.
세차게 머리를 굴리던 도차에게 불현듯 벼락이 떨어졌다.
적팀이 또다시 생각지도 못한 수를 던져왔다.
그것도 첫 번째 밴부터.
"쟤네.. 랄라 밴했는데? 랄라 밴 해도 이길 수 있나 보다 하하."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못 이길 수가 없지. 당연히 해낼 수 있겠지, 차도리?"
CLC 측에서 랄라를 자선하듯 밴해줬다.
팀원들까지 비아냥대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그런 빈정거림따위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다.
대체 어떤 꿍꿍이를 가지를 가지고 일을 벌린 건지.
도차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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