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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본디 도차가 이르렀던 결론은 차라리 산다라를 살리자 였다.
자드, 산다라, 이블퀸에 그나마 빼도 괜찮을 만한 게 산다라라 판단했다.
고정 마법 저항력 룬을 끼고 포션을 빨면서 초반에 킬만 주지 않는 선에서 버텨보자.
전형적인 유통기한 챔피언 중 하나인 산다라인만큼 시간이 흐를 수록 유리해진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지.'
분한 마음과 함께 도차는 중얼거렸다.
상대 쪽에서 자선한다는 듯 랄라를 밴해줬다.
이것이 딱히 전략적인 의미를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었다.
치욕스러운 상황임에도 도차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지간히 자신만만한가 본데.. 그대로 되돌려주마.'
잠시간만 치욕을 견디면 그만이다.
두 번째 세트에서 이겨 설욕을 한다면 창피함을 되돌려주는 게 가능하다.
자신의 방심에 발목이 붙잡히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려주면 된다.
'트와이스 페이크.. 이것까지 살려준 것 보면 다시 꺼내보란 의미인가.'
CLC가 랄라를 밴해준 덕분에 자드, 산다라, 이블퀸까지 전부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 팀에서는 파사딘만 죽일 뿐, 트와이스 페이크는 그대로 살려줬다.
랄라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트페 정도는 상대할 여력이 있다는 말.
잠깐 생각을 곱씹은 도차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도발을 하면 내가 받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본데..'
어떻게 생각하면 다시금 트페를 잡는 게 악수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얕은 생각이다.
트페를 카운터 칠 수 있는 챔피언이 많다면 괜히 OP라 불리겠는가.
라인전에서 견제를 심하게 받아도 궁극기만 배우면 풀리는 게 트페다.
첫 세트처럼 상대가 텔포를 드는 경우도 간혹 존재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도차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미드라이너가 세컨드 스펠로 텔포를 들면 딜링이 부족해진다.
아까야 자신이 착각해서 클린즈를 든 탓에 서로 간에 세컨드 스펠이 없는 셈이었다.
같은 실수를 또다시 해줄 거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자, 오만이다.
그 오만은 필히 화를 불러 일으키리라.
최후에 웃게 되는 사람은 자신이다.
도차는 이를 악 다물고 트와이스 페이크를 픽박았다.
"선픽박다가 또 카운터 당하는 거 아니야?"
"키키, 어차피 우리가 블루팀이라서 쟤네 미드 선픽이니까. 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팀원들의 비아냥은 여느 때보다 심했지만 도차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번째 세트를 이겨서 그 길쭉한 코를 눌러주면 된다.
더욱이 CLC의 미드라이너 Error선수가 해올 픽은 다분 예상이 갔다.
발렐리아, 혹은 미드 노텀. 그 정도는 상정했던 내야.'
Error선수, Unknown Error라고도 불린다는 그의 챔프폭은 대강 파악을 마친 상태다.
차마 랄라까진 생각지 못했지만 나머지 카드들.
자신이 트페를 꺼냈을 때 카운터칠 챔피언은 분명 발렐리아와 노텀이 될 것이다.
확실히 그 둘은 트페로 상대하기 제법 버겁다.
가진 바 스킬들이 트페의 스킬들을 카운터친다.
발렐리아의 패시브는 받은 CC기의 지속시간을 줄이는 강인함.
노텀은 아예 스킬 실드로 막아버릴 수 있다.
'하지만 6레벨 이전까지는 상대가 나에게 킬각을 잡기 힘들지.'
도차는 부단한 라인전 연습을 병행한 끝에 발렐리아와 노텀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AD챔피언인 그 둘은 라인전이 제법 매섭지만 상대해낼 방법이 존재했다.
CS를 먹을 때마다 접근해서 평타를 쳐야 하는 근접 챔피언.
적당량의 거리를 유지한 채 지속적인 견제를 가한다.
크리스탈 유리병이 부족할 지경까지 계속해서 때리면 초반 라인전의 승기를 굳힐 수 있다.
단순한 탁상공론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수준급의 선수들과 라인전 연습을 가졌다.
도차가 상대한 선수들의 기량이 Unknown Error보다 다소 부족하다곤 해도 오십보백보.
거리만 유지할 수 있다면 트페가 6레벨 전까지는 발렐리아와 노텀을 상대로 압박이 가능하다.
그리고 6레벨 이후에는 로밍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면 된다.
"쟤네 역시 노텀 골랐어. 내가 나무카이하면 6레벨 이후로도 할만 하겠는데?"
"연습도 했었으니 어련히 잘 하겠지. 뭐, 믿어보자고."
상대가 미드 노텀, 혹은 발렐리아를 꺼내올지도 모른다.
도차가 그 말을 팀원들에게 꺼냈을 때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밀고 나갔던 연습은 이제 그 수확을 거둬낼 순간 만을 남기고 있다.
결코 내줘서야 안되는 두 번째 세트의 시작.
상정했던 대로 흘러가는 경기의 내용에 도차는 자신감이 풍부하다 못해 가득 차있었다.
두 번째 세트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흐름은 다시 이쪽으로 꺾여온다.
랄라를 밴했던 그 광오함이 역전의 계기를 가져다 주는 꼴이었다.
'잠깐.. 이게 뭐야?'
미드 노텀을 제외하면 CLC의 나머지 픽들은 뻔한 조합이었다.
그런데 그 미드 노텀을 예상해버렸으니 경기는 질 수가 없다고 도차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놈의 Unknown Error가 또다시 거지같은 챔피언을 꺼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 * *
이러니저러니 해도 트와이스 페이크는 확실히 OP가 맞다.
솔로랭크에서 밴실수로 트페가 살기라도 하면, 그리고 그걸 적팀이 칼같이 가져가기라도 한다면.
나머지 네 명의 팀원들이 아군 1픽의 부모님 안부를 궁금해 할 정도로 사기적인 OP챔피언이다.
미드만 힘든 거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다른 라인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맵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글로벌 궁극기는 언제 어느 때 덮쳐 올지 모른다.
트와이스 페이크 하나 때문에 모든 팀원들이 마음 놓고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그런 OP챔피언이니까 아주 자신있게 가져갈 수밖에 없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솔로랭크였다면 분명 실수가 아니다.
설사 라인전 조금 진다고 해도 트페에겐 패시브가 있으니까.
자신은 포함한 모두 아군이 적을 처치할 때마다 +2 추가 골드를 주는 패시브가 있는 트페가 얼마나 고맙겠는가.
하지만 여기는 대회무대다.
대회라고 상대가 실수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항상 의심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실수인지, 혹여 의도가 아닐지 두 번 세 번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탑클래스 수준의 팀들끼리 겨루게 될 때는 더더욱이다.
굳이 내가 몸을 담은 CLC가 아니더라도 모스코5, 혹은 TSL, 아니면 화이트 폭스.
AOA가 대진운이 조금 좋아서 그렇지, 정상급의 팀을 만났더라면 진즉 한계가 드러났을 것이다.
타악! 타악!
맞라인을 서게 된 트페가 1레벨부터 평타를 던지며 나를 견제한다.
현재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근접 챔피언.
그러니만큼 트페의 판단은 아주 틀리지 않았다.
'뭐, 상대하는 법을 알았을 때의 기준으로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지만.'
근접 챔피언도 근접 챔피언 나름.
끠즈에게 평타 견제를 잘못 하다간 역으로 당한다.
나는 트페가 블루카드를 던져오는 순간을 정확히 노려 튀어 올랐다.
촤앙!
끠즈의 E스킬 재롱잔치는 최대 2초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는, 사실상의 무적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 재롱잔치를 활용해 블루카드를 피해낸 나는 앞으로 도약해 트페에게 당도했다.
죽창을 땅에 꽂고 튀어 오르는 액션으로 적의 스킬을 피해낼 뿐만 아니라 다시금 땅을 딛일 때 주위의 적에게 광역 피해를 선사한다.
광역 피해와 더불어 평타 한 방.
딜교환이 성립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현시점에서 트페로 끠즈를 상대하는 법은 연구되지 않았던가.'
트페로도 나름 끠즈를 상대하는 법이 존재한다.
다만, 그 테크닉이 너무나도 정밀도를 요구해 난이도가 지극히 높다.
더불어 알았다고 해도 만능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끠즈는 너프를 상당히 많이 받은 축에 속한다.
특히 기본 스킬의 피해량과 계수가 깎이고 궁극기를 적중시켜야만 암살이 가능하게 만드 패치.
리워크에 가까웠던 패치는 AD끠즈를 가능하게 만들긴 했지만 끠즈 본연의 라인전 능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시점의 끠즈는 너프를 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
파앙-!
또다시 나를 평타로 툭툭 두들기던 트페가 빨간카드를 던져온다.
견제와 라인푸쉬를 동시에 해내기 위함.
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재롱잔치를 사용해 빨간 카드를 무효화하며 다가가 평타를 한 대 툭 쳤다.
'저 치유감소 표시가 굉장히 골 때려.'
현재 끠즈의 W스킬, 파워죽창을 사용했을 때 생기는 부가적인 효과는 상대로 하여금 딜교환 이후의 대처를 거슬리게 만든다.
그 부가적인 효과라 함은 마치 발화와 비슷한 치유 감소.
바로 포션을 빨자니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된다.
그렇다고 포션을 빨지 않자니 체력이 더 깎인다.
끠즈가 W스킬을 배운 후 평타를 때리면 3초간 출혈 데미지를 선사한다.
상대의 체력이 낮을 수록 더욱 아프게 들어가는 적의 잃은 체력에 비례한 도트 피해.
포션을 빨아 그 양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겠지만 치유 감소가 거슬리게 만든다.
'그렇게 포션을 늦게 빨아버리면 킬각을 내주는 셈이라고.'
게다가 적은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실수를 범했다.
트페는 일반적으로 라인을 미는 편이 옳다.
이는 트페가 미드에서 상대하는 거의 모든 챔피언들을 상대로 맞는 파밍방식이다.
미니언이 많다면 딜교환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예외는 다름아닌 지금.
바로 트페와 끠즈의 라인전에 해당된다.
촤아앗!
나는 주위에 미니언이 많건 적건 아랑곳하지 않고 죽창을 찔렀다.
끠즈의 Q스킬, 죽창 찌르기의 효과로 상대를 향해 미끄러지듯 돌격했다.
물론 미니언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불리한 딜교환이다.
도차는 미니언과 함께 공격하면서 침착하게 시간 차로 스킬을 날렸다.
처음으로 날리는 건 세 갈래 카드.
다른 챔피언들을 상대하듯이 동시에 날렸다간 내가 재롱잔치로 피해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염두해둔 판단일 거다.
그 판단은 제법 날카롭지만 애초에 첫 단추가 잘못 꿰어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었다는 말의 의미는 두말해서야 입아프다.
<우앗-!>
트페가 나를 향해 황금카드를 날리려는 순간에 나는 재롱잔치를 사용해 피해냈다.
이는 단순히 황금카드 하나 피한 걸로 끝이 아니다.
나를 향해 빛 구슬 알갱이를 던져오던 미니언들.
미니언들의 공격 또한 대상을 잃고 헤매게 된다.
촤앙!
최대 2초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의미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방금처럼 상대의 스킬이나 미니언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물론.
언제 어느 때 내려올지 상대가 예측하는 것이 힘들다.
사실상 운에 의존해야 하기에 조급해진다.
그리고 조급함은 일을 그르치게 만든다.
콰악!
치지직..!
내려찍히면 위험하다는 걸 직감한 트페가 조금 일찍 점멸을 사용했다.
나는 트페가 점멸을 사용한 자리에 맞점멸을 써서 내려앉았다.
재롱잔치에 맞아 2초간 이동속도가 저하된 트페는 내 평타를 당분간 맞아야 한다.
서로 간에 똑같이 평타를 주고받아도 파워죽창에 강화된 끠즈의 평타는 격이 다르다.
게다가 끠즈의 패시브는 상대의 평타 데미지를 줄여준다.
여기에는 미니언 데미지까지 포함되어 있고, 그렇기에 나는 미니언이 깡패든 뭐든 자신있게 돌격해 트페를 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이렇듯 선취점으로 연결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발화와 파워죽창의 출혈 데미지와 트페의 체력을 줄줄이 새게 만들어버린다.
굳이 딜계산을 세밀하게 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목숨을 빼앗는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든다.
찰칵!
한 번 라인을 푸쉬하고 집으로 귀환한다.
나오는 아이템은 두란링과 증폭의 책자.
별다른 코어템을 맞추지 못했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웃어준다.
'내가 6레벨을 무조건 먼저 찍게 되니 말이야.'
제아무리 열심히 사린다 한들 엎질러진 물이다.
엎질러진 물을 이제 와서 주워 담으려 한다고 한들 그게 마음처럼 될까.
첫 단추가 잘못 꿰어도 어지간히 잘못 꿰었다는 사실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티링!
끠즈와 트페의 구도에서 점멸 유무는 정말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근접 챔피언인 끠즈지만 궁극기만은 정말 유별나게 사거리가 길다.
게다가 한 번 붙어버리면 도망도 못 친다.
<악어다~!>
나름대로 거리를 벌리고 있던 트페였지만 피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포탑을 끼고 있다 해도 결과는 매한가지다.
6레벨을 찍자마자 일직선으로 던지는 악어밥.
한 마리의 악어가 트페를 아그작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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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슬슬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해서 3연참은 이쯤에서 마치려고 합니다..
진행되고 있는 LCF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아싸리 비축분을 쌓아놨다가 3부 시작할 때 확 푸는 식으로 방향을 잡아볼게요.
하루 세 편쓰는 거 무지 힘들었어요 ㅠ.ㅠ
계속 쪽잠 자면서 쓴 여파인지 탈나가지고 감기도 걸리고 속도 메스껍고 상태가 영 말이 아니네요.
비축분은 꽤 있어서 연재에는 당연 지장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