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유럽에도 에러갓이!
트와이스 페이크가 끠즈의 궁극기를 맞고 살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점멸로 쿨하게 피해버린다.
뜬금없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그도 그럴 게 궁극기가 없으면 끠즈는 킬각을 잡을 수 없으니까.
끠즈의 궁극기가 쿨타임인 사이에 트페는 안정적인 파밍을 지향하며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다가 상대가 빈틈을 내주면 궁극기로 활용해 킬을 먹고 라인에 되돌아올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풀피를 유지한 채 포탑을 끼고 사리는 것.
진부한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하다.
아무리 끠즈가 기대 데미지가 높게 책정된 암살자라 할 지라도 서로가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낼 수 있는 딜링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퍼블도 먹었고 레벨도 앞서 있지.'
게다가 궁극기는 이미 정확하게 맞혀 놓은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변수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촤아앗!
포탑을 끼고 있는 트페를 향해 미끄러지듯 돌진해 죽창을 꽂아넣는다.
트페는 최대한 몸을 비틀며 덜 맞으려고 해보지만 얄짤없다.
끠즈의 궁극기, 악어밥 던지기는 적중한 대상의 이동속도를 1.5초간 크게 감소시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적중한 대상을 악어가 잡아먹으며 살짝 에어본 시키고 또다시 1.5초 둔화시킨다.
즉, 발버둥 쳐봤자 도망갈 구석은 전혀 없다는 소리다.
콰악!
콰악!
죽창으로 푹푹 찌르면서도 트페가 카드를 던지는 순간만을 주목한다.
솔직히 황금카드를 맞아도 잡을 수 있겠지만 기왕지사 깔끔한 편이 좋지 않겠는가.
체력은 가능한 보존을 시키는 편이 언제나 옳다.
재롱잔치를 사용해 황금카드를 피하고 내려앉아 광역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트페는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발화가 없다고는 하지만 끠즈의 풀콤보를 맞은 이상, 그리고 레벨 차이가 나는 이상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설사 포탑을 끼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재롱잔치는 적의 스킬과 포탑 공격을 동시에 피할 수 있으니까.
궁극기와 연계되는 풀콤보와 재롱잔치의 사기스런 판정은 상대하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슈루룩-!
하지만 내가 포탑 다이브를 시도했다는 말은 적 진영 깊숙이 들어왔다는 의미.
적 유령 지역의 벽에서 나무카이가 점멸이라도 사용한 듯 느닷없이 솟아났다.
대기를 하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우연찮게 들린 건지는 몰라도 중요한 건 결과다.
나무카이가 일그러진 전진을 사용해 나를 속박시켰다.
포탑의 사거리 벗어나 있는 상태긴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나무카이가 Q스킬, 불가사의한 파동을 울리며 맹공을 퍼부어왔다.
푸룽!
그러면서 레드가 묻은 평타로 나를 천천히 두들긴다.
아무리 체력을 보존해뒀다고 해도 이런 둔화지옥에 걸려버리면 다음 불가사의한 파동에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전에 쿨타임이 돌아온 죽창 찌르기.
나는 재치를 발휘해 나무카이를 찔러 위쪽 부쉬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촤아앗!
죽창 찌르기는 일단 발동만 하면 최대 사거리까지 무조건 이동한다.
이러한 판정은 종종 의도치 않은 실수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적절하다.
나무카이와 제법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앞으로 2초.'
이 2초에는 나도, 나무카이도 각자 노리는 바가 있다.
2초가 지나자 나무카이가 점멸과 함께 불가사의한 파동을 울려 내 목숨줄을 끊으려 한다.
주력 스킬인 불가사의한 파동을 맞으면 체력이 꽤나 깎여 있는 나는 무조건 죽은 목숨이겠지만.
<우앗-!>
죽을 둥 살 둥 벌어낸 시간이 완전 헛수고는 아니었다.
생명 연장의 꿈이 진짜 생존으로 격상되었다.
아슬아슬하게 쿨타임이 돌아온 재롱잔치.
어지간한 상황에선 미쳐 돌아가는 판정을 보여주는 재롱잔치가 불가사의한 파동을 가볍게 피해낸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동해 거리까지 벌려준다.
"나무카이 점멸 빠졌어."
"호오, 그렇단 말이지?"
예은이 무서운 얼굴로 이죽거린다.
방금의 교전으로 인해 미드가 흥하고, 적 정글이 말려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글러가 해야 하는 플레이.
가르쳐준 사람이 나이니만큼 모를 수가 없다.
찰칵!
행동을 하기 전에 준비부터 철저히, 아이템을 맞추는 게 급선무다.
나는 상점에 귀환해 부자베인의 하위템 광채의 칼을 구입했다.
어쩌다 보니 두 판 연속 부자베인이 코어 아이템인 챔피언을 플레이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사실 우연이 아니다.
'그러는 편이 서로 간에 아이템 격차가 더욱 뚜렷이 보이니까.'
관전하는 입장에서 미드라인이 어느 정도의 격차가 나는지 가시적으로 보인다.
한 쪽은 부자베인이 나왔는데 다른 쪽은 잡템들만이 아이템창을 차지한다.
이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굳이 대회가 아니더라도 솔로랭크를 하다 보면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솔킬 한 세 번쯤 따인 아군한테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아군이 적팀의 블루 지역에 지원 신호를 보냄.
끠즈로 솔킬을 두 번이나 딴 이상 스노우볼을 아주 격하게 굴릴 수 있다.
다른 챔피언도 아닌 트페를 상대로라면 더더욱이다.
글로벌 궁극기를 가진 챔피언이 적 라이너라면 해당 라인에만 갱킹을 가라.
쇈한테는 꽤나 잘 먹히는 전략이지만 라인클리어가 괜찮은 트페에겐 안 좋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이렇게 미드가 아닌 정글.
특히 적이 블루를 챙기는 타이밍을 노릴 때엔 효과가 지대하다.
말려버린지라 블루가 한없이 귀중한 트페에게 결정타를 선사한다.
<혼자, 남았구나!>
예은의 노텀이 인정사정없이 닥돌해버린다.
화끈한 누님의 이니시에 열려버린 난전.
최대한 빠르게 블루를 리시하려 하던 적팀에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단타로 블루를 뺏으며 트페를 물어버린 노텀이 E스킬,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사용해 옭아매었다.
<헤엄칠 시간이네!>
그렇게 아비규환이 돼버린 적들을 향해 악어밥을 일직선으로 흩뿌린다.
맞히지 못했을 때 리스크가 제법 큰 편인 끠즈의 궁극기지만 이런 상황에선 어지간하면 맞는다.
아쉽게도 트페는 점멸을 사용해 내빼버렸지만 마오카이에게 제대로 적중했다.
아까 미드에서 나를 노리다가 점멸이 빠진 나무카이.
그 스노우볼이 큼지막하게 굴러가는 셈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끠즈라는 챔피언은 라인전을 푸는 게 꽤나 어렵다.
근접 챔피언이라는 점 때문에 라인전에서 견제를 받다가 게임 끝나는 순간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 쓰이는 챔피언이 괜히 안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한 번 킬을 먹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성장한다.
시즌3 초기의 로드 오브 로드.
활용 방법에 따라, 템트리에 따라, 그리고 여타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꿀챔프가 될 수 있는 챔피언들이 무궁무진 널려있다.
끠즈는 그 수많은 꿀챔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제임스 귀환 끊었어. 이거 완전 가두리 양식인데?"
여기서 멈춰서야 섭한 노릇.
트페는 내뺐지만 적팀의 탑라인은 어떻게 도망도 가지 못하고 사면초가 갇혀버렸다.
위에는 바이바이의 네네톤이, 아래에는 나와 노텀이.
적팀의 탑라이너 제임스가 빠져나갈 길을 내주지 않는다.
촤아앗!
먼저 들어가는 건 내가 되었다.
죽창 찌르기로 제임스를 푸욱 관통한다.
그러자 제임스가 어떻게 나라도 데려갈 생각인지 발화를 걸고 반격해온다.
파아앙!
물풍선이라도 터지는 듯한 경쾌한 파음이 터져나간다.
관문을 타고 가속된 번개구슬이 적중하며 내 체력을 한 움큼 깎아낸다.
연이어 R스킬을 사용해 붉은 망치로 무기를 교체한 제임스가 나를 내려찍지만.
<우앗-!>
우월한 판정을 자랑하는 재롱잔치가 가뿐하게 피해낸다.
이렇게 되면 제임스의 망치질을 무효타로 돌릴 뿐더러 포탑의 공격 대상 또한 바뀐다.
아군의 탑라이너 네네톤이 들이닥쳐 제임스의 멱살을 움켜쥔다.
꾸드득!
쿠러렁!
참혹한 난도질로 스턴을 걸고 천참만륙으로 크게 베어낸다.
여기에 재롱잔치로 뛰어올랐던 내가 다시금 내려앉아 데미지를 가하자 제임스의 목숨은 끝.
탑, 미드, 정글 세 명이 모여 있는 탓에 탑라인의 1차 포탑 또한 빠르게 철거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눈덩이가 무지막한 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간다.
한 번 굴려져버린 스노우볼은 가속도가 더해져 상대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캐리력이 좋으니까 차후에 솔로랭크에서 각광받게 되는 거겠지.'
끠즈는 분명 라인전도 약하고.
근접 챔피언의 특성상 한 번 잘못 접근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죽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운용법만 제대로 안다면 이렇듯 상상조차 되지 않는 속도로 게임을 빠르게 굳힐 수 있다.
리스크가 큰만큼 리턴 또한 섭섭지 않게 짭짤하다.
찰칵!
끠즈의 코어아이템인 부자베인이 10분 대에 완성됐다.
대부분의 챔프가 코어 아이템 전후로 파괴력이 상이해지지만 그 중에서도 끠즈는 유독 더하다.
상대가 가진 잃은 체력을 퍼센트로 깎아내는 끠즈의 W스킬은 앞서 가한 피해량이 많을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더욱이 궁극기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점도 메리트다.
여건만 받혀주면 평타에 추가 마법 피해를 가하는 부자베인을 두 번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궁극기 데미지를 공짜로 뽑아내는 격.
Q스킬, 죽창찌르기에 묻어나기도 하니 이만한 코어템이 또 없다.
'그리고 스노우볼을 굴리기에도 말이야.'
궁극기가 없어도 1킬 정도는 뚝딱 완성시킨다.
특히 봇라인 로밍을 갔을 때 효과가 괴랄하다.
솔로 라이너에 비해 레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원딜과 서폿.
잘 큰 미드가 툭 치면 억 하고 죽는다.
어디선가 봇라이너들의 한탄스런 외침이 들려오지만 무시하고 진행한다.
촤앙!
아이템이 잘 나온 덕에 미드라인의 미니언 웨이브가 한 방에 정리된다.
그리고 노텀과 함께 적 정글을 빙돌아 봇으로 향한다.
이렇게 대놓고 가도 항거할 수단이 없는 적팀.
유일한 방도는 도망 뿐이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
스르릉!
기동력의 신발을 신은 탓에 나보다 먼저 봇라인에 당도한 노텀이 Q스킬 그림자 갈퀴길을 흩뿌린다.
그림자 갈퀴길은 적팀의 서포터 한나에게 적중했고 그 탓에 봇타워 주변은 어둠 투성이다.
그 어둠을 딛고 가속된 노텀이 달려나간다.
치이이..!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한나를 옭아맨다.
한나는 당연히 회오리를 사용해 노텀을 띄워내려 했지만 노텀이다.
스킬 실드로 여유롭게 받아낸 다음 공포를 걸어버린다.
그렇게 서포터인 한나가 점사받는 사이.
혼자라도 살아볼 생각인 적팀의 원딜러 이즈레알이 비전 점프로 노텀을 넘어 도주를 모색한다.
<악어다~!>
하지만 비전 점프를 사용한 자리에 한 마리의 악어가 맴돌고 있다.
그 악어는 1.5초 후에 이즈레알을 잡아먹을 예정이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나는 느려진 이즈레알에게 죽창을 찔렀다.
촤아앗!
이즈레알은 나를 보자마자 식겁해서 점멸을 사용해 도망갔지만 그 자리에서 삭제되었다.
풀체력이었던 이즈레알이 0.1초 컷 돼버리는 무자비한 광경.
현 시점에서 끠즈의 죽창 찌르기는 점멸로 피해도 무조건 박힌다.
죽창이라는 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진 무기인지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즈레알이 체력 바가 절반이나 깎였고.
연이어 바닥에서 튀어나온 악어가 이즈레알을 삼켜버리자 그대로 골로 가버렸다.
'부자베인이 묻은 찌르기에 궁극기가 한순간에 적중했으니 그런 폭딜이 나올 만도 하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현재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관중들과 시청자의 입장에선 순삭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딜이나 서폿을 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절망이다.
안 그래도 원딜보다 레벨이 높은 미드가 잘 커서, 심지어 아이템까지 잘 나와 자신을 문다.
마치 파리라도 찰싹 때려 죽이는 것처럼 가뿐하게 처리되면 내가 지금 이 게임을 왜 하고 있나 의문이 든다.
게다가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 주력 스킬인 재롱잔치를 사용하지도 않았으니까.
─더블 킬!
CLC Error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 내 끠즈는 이제 막을 수가 없다.
잘 커버리면 끠즈는 하드 캐리가 아니라 강제 캐리가 가능하다.
팀원이 못한다 해도 멱살 잡아서 강제로 승리를 떠먹여 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속한 팀이 어떤 팀인가.
'탑도, 봇도 ,정글도 완전히 터졌고 상대 미드라이너 멘탈 또한 완전히 아작이 났겠지.'
본래부터 최정상급의 기량을 자랑하던 CLC다.
그런 CLC가 내가 합류한 이후로는 더욱 더 강성해졌다.
한 번의 순회공연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지자 게임의 흐름은 겉잡을 수 없이 흘러나간다.
첫 번째 세트도 두 번째 세트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미드 차이에 의해 끝을 맺는다.
============================ 작품 후기 ============================
추천 버튼이 바꼈음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