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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나무카이의 W스킬, 일그러진 전진은 로드 오브 로드에서 판정 좋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스킬이다.
어느 정도냐면 귀환 중인 적 챔피언을 우물까지 따라가버릴 정도!
판정이 너무 좋은 탓에 생겨버린 이 우스꽝스러운 버그는 당연 픽스됐지만 사례가 남아 반증한다.
일그러진 전진은 어지간해서야 떨쳐낼 수 없다고 말이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끠즈가 한 수 위네요."
"하하, 콰른트 말은 바로 해야죠. 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답니다. 이 정도로 엄청난 챔피언일지는 몰랐지만 말이죠.."
여기에 당연한듯 이견을 던져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열파참..! 이 아니라 끠즈다.
판정이란 부분에 있어서 끠즈의 재롱잔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일그러진 전진으로 돌진하는 도중에 재롱잔치를 사용하면 나무카이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흔히 무적 판정이라 불리우는 타겟팅 지정 불가 스킬은 의외로 있는 편이다.
마스터 오브 이의 알파 슬래쉬, 세코의 궁, 거미여왕의 줄타기.
그러나 실전에서 녹여내기엔 너무나도 불편하고 쓰임새가 한정적이다.
지속시간이 극단적으로 짧거나 스킬 쿨타임이 엄청나게 길거나.
그나마 나은 케이스가 거미여왕의 줄타기지만 거미상태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정작 긴급을 요할 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끠즈의 재롱잔치는 정말 다재다능.
어떠한 조건 없이 즉시 발동이 가능하며 쿨타임까지 짧다.
방금도 Error선수의 끠즈가 봇라인 스플릿 도중 제임스를 끔살시켰는데 나무카이가 적절히 백업해 점멸 일그러진 전진으로 끠즈를 물었다.
그런데 그걸 끠즈가 또 재롱잔치를 사용해 씹어버렸다.
분명 제임스를 암살할 때 스킬쿨을 돌린 걸 봤는데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코 베인 격이다.
"끠즈가 그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한 챔프거든요? 근데 그걸 장인 저리 가라 하게 다루어내는 걸 보면 Error선수의 챔프폭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도 이번엔 콰른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에러갓이라는 이명, 결코 놀림거리도, 과장도 아닙니다. 순수하게 선수의 실력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이번 LCF에서 전설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고, 이 자리에서 해설자 데카시르가 주제 넘은 한 마디 내뱉어 보겠습니다."
재롱잔치에 달린 부가적인 효과들.
무적 판정, 광역 피해, 재빠른 이동기 등은 어찌 보면 사기적이지만 반면에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공격기를 겸하는 생존기들이 으레 그렇듯 빗맞히거나 도망용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딜로스가 생긴다.
그런 재롱잔치를 못 맞히면 실질적인 딜링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마는 끠즈.
적재적소에 때 맞춰 사용해야 하는 재롱잔치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Error선수의 기량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끠즈 하나만 수준급으로 연습하는데에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데 Unknown Error는 아무렇지도 않고 문어발같은 챔프폭을 자랑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챔피언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북미 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Unknown Error의 플레이를 본 사람이라면 매료될 수밖에 없다고.
그것이 거짓말, 혹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회 무대를 통해 입증해내는 와중이다.
유럽의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조차 삽시간에 사로잡는 바이러스가 <제니스-파리>에서 치러지는 국제 대회, LCF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현재 이 자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이 실화라는 사실에 그 누구도 이견을 붙이지 못하리라.
"바론 먹히면 AOA 진짜 답 없거든요? 일말의 희망이라는 가능성조차 말씀드릴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중립적인 입장에서 희망적인 관측을 해야 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거는.. 내주는 수밖에 없어요. 안 내주면 떼몰살입니다. 한 명 끊기는 선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바론의 대치 상황조차 아니다.
승기를 휘어 잡은 CLC가 바론쪽 시야를 싹 다 장악했다.
옵저버가 AOA의 시야로 게임을 보여주며 바론 지역이 어두컴컴할 정도.
그렇게 되자 불안해진 AOA는 어쩔 수 없이 슬금슬금 진영을 유지한 채 천천히 부쉬 체크를 하며 나아갔다.
그 순간.
<악어다~!>
대체 얼마나 먼 거리에서 튀어 나왔는지 짐작도 안되는 끠즈의 궁극기.
악어밥 던지기가 AOA의 정글러 나무카이에게 달라붙는다.
아무래도 탱커인 나무카이가 앞장서서 시야를 확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점사가 무섭지도 않은 건지 끠즈가 죽창 찌르기로 나무카이를 찔러버린다.
AOA는 당연 반격했지만 재롱잔치를 사용해 가뿐하게 피해내 안착.
안착한 장소가 무려 원딜러와 미드라이너, 그리고 서폿까지 모인 자리다.
재롱잔치로 자신을 타겟팅 지정 불가의 무적 상태로 만들어 놓고 내려오는 타이밍에 점멸을 사용하는 센스를 보였다.
끈덕진 둔화와 높은 데미지가 광역으로 흩뿌려지며 제대로 이니시를 걸어버린다.
성난 AOA는 어떻게 끠즈라도 데려가려 했지만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띠이이잉..!
끠즈가 조냐의 물시계를 사용해 또다시 2.5초간 지정 불가의 무적 상태로 화한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CLC가 물밀듯 쳐들어 왔다는 건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콰앙! 파아앙!
트리플리프트의 크레이브즈가 쏘아낸 폭약탄이 적들을 뒤덮어버린다.
연이어 궁극기로 몸집을 키운 네네톤과 게임내내 무서울 정도로 호전적이던 노텀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이미 열어져 버린 한타엔 회피라는 선택지가 주어져 있지 않았다.
─더블 킬!
트리플 킬!
CLC Error님은 전설적입니다..!
분명 이니시를 맡았을 Unknown Error의 끠즈가 미쳐 날뛰며 하나하나 킬을 쓸어담는다.
악독한 전장의 사신이 AOA의 선수들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저 끠즈 하나를 다섯 명의 AOA가 어찌 하지 못해서 농락당해버린다.
"이렇게까지 캐리력 좋은 챔피언이 지금껏 대회에 모습을 비추지 않은 게 궁금할 지경이네요. 명쾌한 해설 들을 수 있을까요, 데카시르?"
"콰른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쳐보자면.. 끠즈는 라인전 단계에서 성장이 정말 힘듭니다. 견제기도 없는 근접 챔피언이라는 단점은 고수들간의 라인전에서는 크게 작용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게 커버리면 이론상 정말 괜찮은 챔피언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Error선수가 경기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잘 큰 끠즈의 사기성이 적나라하게 입증됐다.
재롱잔치의 사기적인 생존력부터 탱커조차 골로 보내버리는 한 방 데미지까지.
부자베인의 특성을 살려 어마어마한 지속 딜링, 아니 이 정도면 지속 암살이라 불릴 수준의 괴랄한 플레이로 적 진영에서 깽판을 쳐댔다.
AOA의 입장에선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의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밸런스팀 멱살을 끌고 나오고 싶을 수준이다.
하다 못해 암살만 어떻게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면 말이라도 안 한다.
바론에서 이니시가 걸려버린 궁극기부터가 골때리기 그지없다.
대체 근거리 챔피언 주제에 뭐 저리 궁극기 사거리를 길게 설정해 놓았는지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가 없다.
사거리는 둘째 치고 맞으면 끝난다는 게 중요하다.
악어밥이 달아붙은 챔피언의 목숨줄도 끝나고 바론도 끝나고 게임조차 끝나버린다.
<헤엄칠 시간이네!>
이전에 바론 앞 교전으로 인해 억제탑이 밀리고, 바론까지 먹혔다.
글로벌 골드의 격차만 2만 골드.
쌍둥이 포탑을 끼고 수성하고 있음에도 어떻게 항거할 수단이 없어 보인다.
궁극기를 대놓고 뿌리고 돌진하는 저 끠즈를 막을 방도가 AOA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드득!
아무나 맞아라, 던져버린 끠즈의 눈 먼 궁극기에 하필이면 AOA의 원딜러 이즈레알이 걸렸다.
이즈레알은 부랴부랴 비전 점프를 사용해 도망가지만 운나쁘게도 그 자리에 있던 트페.
큼지막한 악어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트페와 이즈레알을 삼켜버린다.
둘 모두 마법 저항력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건만 반피가 가깝게 까인다.
1.0AP 계수를 자랑하는 악어밥 던지기는 주문력이 높아지면 그 자체만으로 누킹이 된다.
이윽고 진짜가 들이닥친다.
촤아앗!
재롱잔치를 돌진기로 활용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끠즈.
이어서 찔러진 죽창에 트페가 끔살 당하고 끠즈는 찌르던 자세 그대로 황금상이 되어 굳는다.
2.5초간 아군이 호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데다 적팀에서 가장 골치 아픈 상대를 암살했다.
그나마 멀리서 카드를 던져 라인을 클리어 해주던 트페가 죽어버렸다.
CLC 대 AOA의 준결승전 두 번째 세트의 끝을 고한다.
"어떻게 Error선수의 끠즈를 잡긴 했습니다만. 이미 게임은 끝났죠. 넥서스까지 그대로 밀리는 걸 눈 뜨고 구경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아직, 준결승전 안 끝났습니다. 다만 세 번째 세트에서 과연 AOA에서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또다시 랄라를 밴해준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이번엔 끠즈도 있거든요? AOA는 정말 비장의 카드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꺼내야 할 적기 같습니다."
트페라는 현 메타의 최고 OP챔피언을 잡았음에도 연달아 패배했다.
굴욕도 정말 이런 굴욕이 없다.
그런데 아직 준결승전은 끝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5전 3선승제.
두 판을 내줬음에도 숨통을 끊어주지 않은 CLC가 원망스럽게도 느껴지리라.
하지만 어쩌면 이 마지막 세트가 AOA가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동시에 희망고문일 가능성도 부정해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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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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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달아 두 세트를 졌다.
팀 AOA의 미드라이너 ChadoRE 선수, 한국에서 도차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던 그는 머리가 아주 복잡해 터질 지경이었다.
도차가 자신 있어 하는 플레이는 현 메타의 OP챔피언을 잡아 그에 걸맞는 플레이로 캐리하는 것.
분명히 OP챔피언도 잡았고, 플레이도 모나지 않았음에도 져버렸다.
심지어 어떻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미드 차이로 패배했다.
"하, 고생해서 준결승전까지 왔는데 누구 때문에 져버리게 생겼구만."
"어쩔 수 없지. 저런 주제에 신인인데 이해를 해주자고."
팀원들이 밉살스럽게 비아냥댐에도 도차는 무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다분 악의가 담겨 있는 빈정거림에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미드 차이로 게임을 진 게 맞았다.
여기서 그런 말을 꺼낼 만큼 도차는 낯짝이 두꺼운 것도 아니었다.
아니, 낯짝이 두껍기 전에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파사딘만 꺼낼 수 있었다면.'
CLC의 미드라이너 Unknown Error가 챔프폭이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더불어 가지각색으로 응용해 각 챔프별 장점을 최대치로 살릴 줄 안다.
딱 여기까지는 도차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무대 자체가 적에게 너무 유리하다.
밴카드 때문에 자신의 본래 실력을 백분 발휘할 수 없었다.
내심 억울함 감정을 지우지 못했다.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었다면 캐리를 해낼 수 있었을 텐데.
가장 자신있고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파사딘을 노출해왔던 게 패배 요인이다.
도차는 스스로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팀원들이 만약 자신의 실력을 조금만 더 인정해줬다면 파사딘을 노출시킬 이유가 없었을 터다.
비장의 카드로 꼭꼭 숨겨 놓고 위기의 상황에서 꺼내 게임의 흐름을 반전시킨다.
그만큼이나 도차는 파사딘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연놈들이 치사하게 파사딘을 밴하겠지.'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세트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세 번째 세트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위해 파사딘을 밴하리라.
현재 솔로랭크에서 파사딘은 그다지 입지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력 챔피언을 알고 밴한다는 것이 어지간히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뭐..? 파사딘이, 살았어..?!'
실수로 까먹었는지, 아니면 아까 랄라를 자체적으로 밴했던 것처럼 도발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자신있는 파사딘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 사실만이 도차의 머릿속을 한없이 맴돌았다.
혹시라도 뺏기는 건 아닐까.
도차는 픽차례가 오자마자 파사딘을 칼픽박았다.
설사 상대로 누가 오더라도 반드시 이긴다.
인생 챔피언이라 생각하는 파사딘이기에 가질 수 자신감이었다.
'내가 파사딘으로 게임을 지면 성을 간다.'
그리고 실제로 솔로랭크에서 도차는 파사딘만 잡으면 상대로 누가 온다 해도 자신이 있었다.
정말로 어지간한, 이상한 챔프들이 와도 설사 운이 안 좋아도 퍼블을 내줘도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이긴다.
세 번째 세트만 절대로 내주지 않으리라.
도차는 그동안 눌러왔던 울분을 속시원히 터트리려 했지만.
'저건.. 뭐야?'
설마 파사딘조차도 고려의 대상이었다는 것일까.
대회 무대에서는 결코 나와서야 안되는 챔피언.
탑신병자의 상징과도 같은 챔피언이 도차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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