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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말 바보같이도 느껴지는 말이지만 의외로 사람이 뻔한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는 상당히 잦다.
특히 마음이 조급할수록, 위기스런 상황에 쳐했을 때는 더더욱이다.
'그럴 만도 하지.'
현 메타 최고의 OP챔피언 트페를 들고 두 번 연속 패배했다.
그 뿐일까.
밴카드에 고민하지 말라고 랄라를 밴해주기까지 했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상대는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일단은 어떻게든 한 게임이라고 이겨서 발돋움판을 마련하고 싶을 터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파사딘이 살았다.
자신의 또 다른 주력 챔피언인 파사딘이 말이다.
트페로는 두 번이나 패배해 슬슬 정나미가 떨어졌을 상황이니 이 달콤한 콘페이토를 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두웅-!
미니언 웨이브가 도착하고 서로를 마주하자 불꽃튀는 신경전이 시작된다.
AOA의 미드라이너, ChadoRE가 플레이하는 파사딘이 허무의 마격을 던져왔다.
타겟팅으로 날아가는 보라색 구체는 상대를 잠시간 침묵시키며 마법 피해를 가한다.
그런데 이 침묵이라는 효과.
마법사 챔피언들에겐 확실히 치명적인 게 맞지만.
'AD챔피언들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크진 않아.'
물론 AD챔피언도 AD챔피언 나름이겠지만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피로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견제다.
침묵 맞는다고 칼질하는데엔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으니 당연한 노릇.
더욱이 근거리 미니언을 먹으려는 파사딘을 한 콤보 썰어주면 배 이상으로 돌려주는 게 가능하다.
촤앗!
써컹!
촤앗!
Q평Q의 콤보로 짤막하게 치고 빠진다.
리메이크 이전의 피로라는 순간적인 폭딜과 끈질긴 추노로 악명이 높다.
피로라의 Q스킬, 이연격은 그 이름따나 한 차례 더 돌진할 수 있기 때문.
아직은 자잘한 딜교환에 지나지 않지만 미니언을 디나이시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두웅-!
근처에 왔다간 어떤 꼴을 당하는지 입감한 파사딘이 멀리서 견제만을 추구한다.
파사딘이 던진 구체, 허무의 마격이 박히며 내 체력을 조금 깎아낸다.
만약 AP챔피언이었다면 이런 견제가 꽤나 골치 아팠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써컹!
써컹!
평타로 미니언을 때려대자 견제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체력흡수 룬과 두란검을 들고 있는 나는 맞은만큼 체력이 수급된다.
이렇게 내가 편하게 CS를 먹고 있는 사이에 파사딘은 이 근처에 얼씬도 할 수 없다.
'게임을 천천히 볼 요량이 있으시겠지만.'
파사딘은 초반에 성장을 못해도 6레벨만 풀리면 어찌저찌 풀리는 하드캐리형 챔피언이다.
이전에 나도 플레이한 적이 있지만 성장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피로라를 상대로는 그래서야 안된다.
평타로 라인을 쭉쭉 밀어 포탑에 꼴아박게 하자 지금껏 미니언에 손도 못 대던 파사딘이 걸신들린 듯 먹어치운다.
그것이 파사딘이 먹을 수 있는 마지막 CS라는 사실에 애도를 표한다.
나는 다시금 몰려오는 미니언들을 천천히 프리징하며 3레벨을 달성했다.
이제는 내 앞에서 알짱대다간 한두 대 찜질당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앞서 1레벨에 당한 딜교환의 딜링을 알고 있는 만큼 조심은 하겠지만 아무래도 모를 수밖에.
대체 어느 정도 위험한 건지는 데여보지 않으면 모르는 파사딘 대 피로라의 라인전 구도다.
'킬각이 나올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겠지.'
이미 체력을 거의 풀피까지 회복한 파사딘이다.
당연하게도 파사딘도 3레벨을 달성했다.
그런 파사딘이 자신만만 나에게 허무의 마격을 던져온다.
두웅-!
스킬레벨을 두 개 찍은 허무의 마격은 제법 둔중하다.
그러나 나에게 허무의 마격을 날리려 했다는 사실은 지척까지 접근했다는 의미.
나는 이연격을 사용해서 파사딘을 향해 쏘아졌다.
촤앗!
허무의 마격과 내 찌르기가 교차한다.
하지만 파사딘 앞에 이동한 후로는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약 2초가 안되게 지속되는 침묵의 효과 때문.
확실히 침묵은 마법사 챔피언에겐 치명적이지만 피로라에겐 괜찮다.
나와 파사딘이 가하는 평타의 데미지 데미지 차이는 현저하니까.
일단 룬특성에 의한 공격력 차이는 그렇다 치고 피로라의 W스킬 반사.
반사는 스킬 레벨을 하나 찍는 것만으로 공격력을 15씩이나 치솟게 만든다.
덕분에 고작 3레벨 달하지 않은 피로라의 공격력이 100을 넘었다.
쓱삭!
쓱삭!
맞딜에는 자신이 있다는듯 파사딘이 평타를 강화시켜 주는 황혼의 칼날을 발동한다.
AP챔피언치고 평타가 강력한 축에 속하는 파사딘의 반격은 제법 매섭다.
빛 구슬 알갱이를 던져대는 미니언의 공격까지 감안하면 평타 딜링이 나에게 밀리지 않는다.
미니언이 깡패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히려 내 체력이 깎이는 속도가 빠르다.
되레 위기상황을 자처한 꼴로 보이기도 하지만 반사를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발 더 나와!>
나는 침묵이 풀리자마자 반사를 사용해 파사딘의 평타를 흘려넘겼다.
공격력을 상승시키는 패시브와 더불어 액티브 사용시 상대의 평타를 받아치는 반사.
받아친 평타는 파사딘에게 마법 피해로 되돌아간다.
연이어 속검술을 사용해 몰아친다.
써컹!
써컹!
피로라의 E스킬, 속검술은 평타로 적을 가격하면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올라간다.
더욱이 평캔의 효과까지 있어 순식간에 파사딘을 두 번 썰어버린다.
체력이 1/3 이하로 낮아진 파사딘.
점멸을 사용해 뒤로 빼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촤앗!
이연격을 재사용해 점멸로 도망간 파사딘을 추격한다.
속검술에 의해 빨라진 이동속도는 이를 가능케 만든다.
파사딘은 꾸역꾸역 포탑 안까지 도망가는데 성공하지만 나 또한 점멸이 있다.
치지직..!
점멸로 따라가 평타 한 방, 그리고 발화.
정확한 딜계산엔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고작 3레벨의 미드라인에서 선취점의 신호가 울렸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내가 괜히 피로라를 선택한 게 아니다.
파사딘과 피로라의 완벽하게 맞물리는 상성은 초반 라인전에서 아예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든다.
기고만장하게 선픽을 박은 시점에서 대비할 수단은 게임의 승패는 정해졌다.
'쿨하게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솔로랭크가 아니니까.'
솔로랭크였다면 뭐 밟았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상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를 준비해오는 경우가 어디 흔하겠는가.
어차피 피로라는 솔로랭크에서 거의 픽이 안되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가도 된다 솔로랭크는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안이한 사고방식은 대회무대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여실히 깨달을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세트부터 세 번째 세트까지.
이번 세 번째 세트는 그 종지부이기도 하다.
찰칵!
안 그래도 CS격차가 현저한 상태에서 퍼블까지 내줬다.
진행될 게임의 흐름이 어떻게 될지 굳이 예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적팀이 설사 미드라인을 봐준다고 한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시 라인에 도착한 나는 프리징을 시작했다.
써컹!
아무것도 하지 않고 6레벨을 기다린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오직 죽기 직전의 미니언을 막타치는 것.
그리고 파사딘이 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시위하는 일이다.
파사딘은 저 멀리서 어떻게 경험치라도 먹어보기 위해서 알짱대고 있다.
그러다가 간단히 허무의 마격을 던져 한 입을 시도한다.
정말 안타까운 수준으로 말린 파사딘이다.
'솔로랭크였다면 이거 아직 모른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파사딘을 제법 해서 알지만 라인전이 망해도 어쩌다 킬 한 번 잘 주워 먹으면 풀리기 시작한다.
막대한 기동력을 앞세워 소규모 난전에서 이득을 취하고, 한타에서 실수하는 적의 숨통을 끊는다.
그러다가 평균 정도의 성장만치만 따라갈 수 있어도 게임이 제법 할만해진다.
'뭐, 그건 당연히 솔로랭크일 때의 이야기고.'
대회 무대에서는 그 뻔한 실수해주는 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리한 상황에선, 도박수를 둘 필요가 없을 때는 더더욱이다.
게다가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맞라인전을 서고 있는데 어딜 감히 움직이겠단 말인가.
나는 6레벨을 찍자마자 미니언 웨이브를 몰아 5레벨의 파사딘에게 강제 다이브를 가했다.
촤앗!
이연격을 사용해 찔러버린다.
마치 두 번째 세트에서 내가 끠즈로 다이브를 했었을 때의 상황이 피로라로 똑같이 연출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적 정글러가 미리미리 백업을 왔다는 사실.
하지만 결과까지 변하게 할 순 없다.
솔로랭크가 아닌 대회무대.
요행으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아군 정글러 탈리반 3세 또한 내 뒤에 서있다.
두웅-!
하아!
대놓고 다이브를 시도한 나를 응징하겠다는 듯 두 명의 적이 덮쳐온다.
파사딘은 허무의 마격을, 신짜장은 돌격해서 삼연창을 때려박는다.
포탑의 공격까지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삼연창을 허용하는 건 위험하다.
이를 탈리반 3세가 정확하게 끊어쳐준다.
쿠! 챠앙!
깃창이 지나가며 신짜장을 1초 에어본 시킨다.
그 사이에 침묵이 풀린 나는 궁극기를 사용할 시간을 벌었다.
다시 한 번 이연격으로 파사딘의 뺨따귀를 때려주는 것을 잊지 않으며 사용한다.
피로라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궁극기, 검의 댄스를.
촹! 촹! 촹!
적을 다섯 번 가격하는 검의 댄스가 파사딘과 신짜장을 사정없이 찔러버린다.
상당한 공격을 받았던 내 체력은 위험한 상태까지 내려갔지만 검의 댄스가 가진 효과.
마치 끠즈의 재롱잔치처럼 일순간 맵에서 사라진다.
타겟 지정 불가의 무적 상태가 된 나에게 파사딘과 신짜장이 철저하게 농락당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5레벨에 지나지 않은 파사딘은 일말의 반항도 없이 죽음을 받아들인다.
여기에 더해 쿨타임이 돌아온 발화를 신짜장에게 걸어버리니 더블 킬이 완성된다.
포탑의 공격을 탈리반 3세가 받아주는 사이 나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나이스 다이브! 잘했어 라이코스."
"하, 언제 적 개그야 그거."
예은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어오지만 그만큼이나 여유가 있다.
솔로랭크에서는 혹시 몰라 시도하지 않았을 위험천만한 행위.
얼핏 아슬아슬해 보이던 다이브는 전부 계산 하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호흡을 맞추는 팀플레이야 말로 대회 무대와의 차이점이다.
차후 시간이 흘러 솔로랭크의 실력대가 오를 수록 대회 못지 않게 다이브가 정교해지지만 그뿐이다.
완전히 칼같은 각도기로 잰 듯한 다이브는 서로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에게서나 볼 수 있는 시도다.
정교하기에 종종 실수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과가 좋다.
현재 진행되는 게임의 상황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찰칵!
누가 뭐래도 피로라의 코어템일 수밖에 없는 티아매트.
이 아이템이 완성된 이상 스노우볼은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단순히 라인전에 목을 멜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터엉!
평타에 광역 피해의 효과가 추가되는 티아매트의 장점을 살려 빠르게 미드를 민다.
지금껏 CS에 목말라 있던 파사딘이 허겁지겁 미니언을 받아먹는다.
그 사이에 나는 탈리반과 함께 용을 잡는다.
<자세 참 나쁘네!>
피로라의 W스킬, 반사는 평타에 한해서만 튕기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 평타에 용의 공격 또한 포함돼 있다는 사실.
덕분에 거의 체력 손실없이 빠르게 용을 챙길 수 있었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한다.
파사딘과 신짜장도 우리를 역갱치려는 움직임이 미니맵을 통해 관찰됐지만 상관이 없다.
오히려 적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이 피로라라는 챔피언은 다수의 상대를 오히려 환영한다.
봇라인에 도착하니 두 명의 적이 포탑을 끼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적, 신짜장과 파사딘이 조심스레 합류한다.
아무리 우리가 조금 우세라고는 해도 동수라고 할 수 있는 4:4.
게다가 용으로 먹은 글로벌 골드를 아이템으로 치환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선 적당히 만족하고 빼는 게 일반적인 선택.
아마 솔로랭크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촤앗!
그냥 대놓고 돌진해 궁극기를 사용한다.
피로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는 한 명의 적이 있을 땐 한 명만, 두 명의 적이 있을 땐 두 명을.
이렇게 네 명의 적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네 명 모두에게 가해진다.
적의 수가 늘어날수록 한 명에게 가하는 피해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티아매트가 완성된 이상 이야기가 다르다.
퍼엉! 퍼엉! 퍼엉!
첫 번째로 맞춘 코어아이템, 티아매트의 광역피해가 검의 댄스를 맞은 모든 적들에게 울린다.
총 다섯 번 적을 가격하는 검의 댄스는 그 한 방, 한 방에 온-힛의 효과가 적용된다.
포탑을 낀 탓에 네 명이 뭉쳐 있을 수밖에 없는 적팀.
평타에 광역 피해를 추가시켜 주는 티아매트의 효과가 이토록 요긴할 수가 없다.
촤앗!
터엉!
검의 댄스가 끝나자마자 두 번째 이연격을 사용해 중앙의 적에게 돌진한다.
마무리로 들어가는 티아매트의 액티브까지.
그렇게 맛깔난 요리를 완성된다.
어느 것을 집어 먹어도 소화에 무리가 없도록 네 명의 적이 새빨갛게 양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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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리픈이 아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