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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너무나도 일방적이다.
로드 오브 로드를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흔들만한 경기의 흐름.
연이어 두 세트를 내준 AOA는 세 번째 세트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했다.
CLC 대 AOA의 준결승전은 3 대 0으로 싱겁게 막을 내리고 있다.
"현장에서 함께 해주시는 관객분들께서는 정말 아쉬우실 겁니다. 이렇게까지 경기가 기울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CLC는 이번 준결승전을 통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세트 끝나고 오늘 칼퇴근각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던 콰른트가 이야기를 꺼내니 기분이 챰 묘하네요.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후회되시는 분을 없으실 거라 감히 넘겨짚어 보겠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라.
그토록 기대를 불러왔던 CLC 대 AOA의 경기.
LCF 준결승전의 A조는 곧 있으면 종지부가 찍힌다.
하지만 이것이 경기가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한 마디로 짧고 굵었다.
매 경기에서 CLC가 빠르게 주도권을 잡긴 했지만 그 과정과 이후의 여정이 맛깔났다.
원래 고급진 레스토랑일수록 반찬 수도 적고, 양도 속터지게 조금 주는 법.
대신에 음식의 질은 대체적으로 가격에 비례하는 법이다.
어디까지나 농담이긴 하지만 이번 게임에 한해서는 적절한 비유다.
임팩트있게 휘몰아치며 한 판, 한 판에 의미를 부여했다.
"준결승전은 이걸로 끝이지만 LCF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이번 LCF의 최다 MVP, 그리고 시청자들이 선정할 에이스. Error선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보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MVP는 확실해요. 간만에 콰른트가 산수를 제대로 해냈어요.무려 6연속 MVP입니다. 지난 8강까지 따진다면 여섯 번 출전에 여섯 번 MVP. 이건 말이 안돼요 말이."
조금은 논란이 있었다.
첫 번째 세트에서 랄라에게 MVP를 줘야 할 것인가, 아니면 트리플리프트가 받아야 할 것인가.
의견은 분분했지만 근소한 차로 결정됐다.
실질적인 딜링 능력보다는 슈퍼세이브, 그리고 서포팅적인 능력을 크게 평가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게 트리플리프트가 선전할 수 있었던 근원은 랄라의 서포팅이 맞다.
그러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트리플리프트라 한들 적팀의 집중 견제에 녹아났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만약 첫 세트가 아니라 두 번째 세트에서 그러한 양상이 나왔다면 MVP는 트리플리프트가 됐을 것이다.
대회측에서는 항상 MVP를 가능한 겹쳐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Unknown Error처럼 대놓고 캐리를 해버리면 묵살할 수 없다.
그 누가 어떻게 봐도 두 번째 세트, 그리고 세 번째 세트 또한 Unknown Error의 하드캐리다.
그것도 흔하디 흔한 챔피언이 아닌, 대회 무대에서는 돈주고도 보기 힘들 비주류 챔피언들로 캐리를 해냈다.
"캐리력도 캐리력이지만 챔프폭이..!! 아니, 그의 스타성을 빼놓고 이야기한다면 섭한 노릇이겠죠."
"정말 마술사같은 선수입니다. 어떤 챔피언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그렇게나 OP일 수가 없어요. 그만큼이나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랄라도, 끠즈도, 피로라도.
그 하나하나는 결코 OP라고 하기 힘들다.
OP는 커녕 평균 이하의 스펙을 가진 챔피언도 있다.
그럴 텐데도 Unknown Error의 손에 들어가자 마술처럼 변화한다.
이 챔프가 이렇게나 좋은 챔프였나?
보는 이로 하여금 의심하게 만든다.
Unknown Error의 경기가 있는 다음 날은 솔로랭크가 미쳐 날뛴다는 소문.
북미에서나 이루어졌던 현상은 LCF를 통해 유럽까지 전파될 예정이다.
오늘, 솔로랭크 돌리면 큰일 난다.
"더욱이 놀라운 건 상대가 예측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그저 특이한 챔프로 카운터를 친다. 이 뿐이라면 후픽을 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죠."
"콰른트가 최근에 옳은 소리를 하는 비율이 늘었어요.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는 건 바로 Error선수가 가진 무궁무진한 변화, 도저히 어디로 튈지 예상이 불가능합니다."
상대가 꺼낸 챔피언을 후픽으로 카운터친다.
이는 대회 뿐만 아니라 솔로랭크에서도 흔하디 흔하다.
만약 그 정도로 그치는 선수였다면 필히 집중견제에 무너졌으리라.
하지만 Unknown Error는 다르다.
첫 세트에서 보여줬던 미드 랄라.
단순하게 자신이 랄라를 할 거라고 광고하듯 뽑지 않았다.
미드 랄라와 모르피나를 동시에 꺼내 연막작전을 펼쳤다.
상대팀으로 하여금 어느 쪽이 서폿이고, 어느 쪽이 미드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모르피나 쪽이 진짜, 미드로 가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만약 상대가 랄라를 카운터치는 카드를 꺼내왔다면 모르피나를 했을 터.
심지어 이 한 번만이 아니다.
"두 번째에서도 헷갈릴 수밖에 없었어요, Error선수에 대해 분석을 할수록 도리어 당해버리게 되는 함정입니다. 이토록 치밀할 수가 없어요."
"파도 파도 괴담만, 아니 고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Error선수입니다. 저희가 정말로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선수. 적어도 저는 들어본 적 없다고 이 자리에서 단언하겠습니다."
두 번째 세트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먼저 노텀을 꺼내 간을 봤다.
노텀은 일반적으로 정글로 사용되는 챔피언이지만 Unknown Error에 한해서는 그렇지가 않으니까.
NA롤챔스 윈터시즌에서 Unknown Error가 발렐리아, 그리고 노텀등을 뽑아 AD메타를 선도했다.
이는 굳이 프로게임단 레벨에서 조사하지 않아도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AOA는 트와이스 페이크를 픽해놓고 안심할 수 있었다.
트페에게 있어 노텀 또한 꽤나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Unknown Error가 새로이 꺼내 들은 챔피언만큼은 아니다.
스킬 실드가 도리어 양심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끠즈의 재롱잔치 앞에 AOA는 또다시 농락당했다.
"정말 믿기지가 않지만 첫 번째 세트부터 세 번째 세트까지 모두 밴픽단계에서 장난질을 제대로 쳐놨어요."
"예, 까타레나 또한 미드로 가도 이상하지 않은 챔피언이죠. 지금껏 선보인 적은 없다지만 Error선수가 새로운 챔피언을 선보이는 게 어디 하루이틀 일이겠습니까? 문제는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는 일입니다."
AOA의 미드라이너 ChadoRE선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세트에서 연이어 솔킬을 따였다.
이는 ChadoRE선수와 Error선수의 기량 차이.
분명 있겠지만 상대로 하여금 대비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면도 충분 크게 작용했다.
까타레나는 일반적으로 미드로 쓰인다.
하지만 CLC의 경우 탑라이너인 바이바이가 탑 딜탱으로 꺼내기도 한다.
최근에 들어 네네톤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지만 얼마 전만해도 탱까타레나를 첫 손으로 꼽았다.
그러니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했겠지만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공격적이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로운 바이바이라면 피로라라는 저돌적인 챔피언을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AOA는 시작 전까지 어느 쪽이 탑이고, 어느 쪽이 미드인지 확단을 내릴 수 없었고, 그렇게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해야 만했다.
뭐, 다는 아니겠지만 솔킬을 따여버린 데는 멘탈이 흔들려버린 사정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준결승전 A조의 승자, 그리고 유일한 MVP라 할 수 있는 Error선수의 인터뷰 자리. 지금 바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설진들의 오늘 경기에서 있었던 흥분을 말로써 가라앉히는 사이.
오늘 준결승전의 MVP이자 유일한 주인공.
Error선수가 경기 부스에서 나와 얼굴을 비친다.
오늘을 기점으로 Unknown Error, 그에 대한 실력 논쟁은 막을 내리리라.
그러한 예상은 필요가 없다.
경기장의 뜨거움, 환호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
경기장을 음과 양처럼 나누고 있는 관중 무리.
팀AOA를 응원하러 왔을 유럽의 팬들조차 그에게 매료되었다.
짧고 굴게 가해진 임팩트는 전율이 되어 팬들의 가슴, 그리고 경기장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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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Unknown Error, 그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 인가.
그리고 상대팀은 대체 어디까지 대비를 해야 하는 걸까.
그 끝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으리만큼 깊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더더욱 모르는 부분이 많아질 지경이었다.
─에러갓이 미드 랄라, 모르피나 이런 훼이크 치면서.
라인스왑까지 고려해서 바꿔버리면.. 예측이 불가능하네?
팀원들 중에 라인 두 개 하는 사람 있으면 더더욱 골때리겠다.
없어서 다행이야 진짜.
└있었으면 밴픽싸움때 물뜨러도 못 가 LOOOOOL
└와,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CLC가 북미 탑클래스 팀인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그 CLC조차 에러갓을 제대로 못 받혀주는 꼴이구나.
└진짜 혼자 다 해먹는 클라스야, 정말 해설자의 말마따나 파도 파도 고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Unknown Error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래딧의 유럽팬들.
언제 그랬냐는 듯 우두루급 태세전환을 이뤘다.
지난 준결승전 A조의 경기 이후로는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고도 딴 소리가 나온다면 타 프로게임단의 알바일지 모른다.
그런 우스갯소리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흥해버렸다.
현장에 왔던 AOA의 팬들마저 반수 이상이 Unknown Error의 팬을 자처하게 되었다.
팀단위로 응원을 하자면 입장을 변한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개인이라면.
Unknown Error라는 선수 한 명이 얼마나 특별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밖에 없는 준결승전이었다.
이래서 북미의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이 Unknown Error를 물고 빨고 아주 난리가 났었구나.
조금 고지식하다고 할 수 있던 유럽 팬들로서도 두 눈으로 확인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Unknown Error는 준결승전에서 무지막지한 활약을 펼쳤음은 물론이다.
─에러갓이 진짜 재밌는 부분이.
각 챔피언별 장인들이 막 슈퍼플레이라고 영상 올리는 거 있잖아.
그거 이상으로 대회 무대에서 빠릿하게 보여주니까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확실히 잘하기도 하는데 경기가 너무 재밌어.
└이제야 유럽애들도 말이 좀 통하네. NA롤챔스도 복습하고 와라.
글쓴이-롤챔스때도 LCF때처럼 미쳐 날뛰었어?
└CARROT이지. 보면 알 거다. 특별히 스포는 안 함.
매드무비, 북미 혹은 유럽에서는 몽타쥬(Montage)라 불리우는 영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슈퍼플레이를 한 부분을 개인적으로든, 아니면 팬심이든 간에 편집해서 올리는 행위다.
잘 만들어진 몽타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감탄사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이 가는 게 장인들의 영상들.
잘하는 사람들의 플레이도 무척 흥미롭지만 비주류 챔피언들로 상상을 뛰어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장인들의 몽타쥬는 각광을 받는다.
한 번 제대로 뜨기만 하면 그 챔피언 하면 그 사람, 그런 이미지가 박혀버릴 정도다.
그러한 장인들의 몽타쥬에서 나올 법한 비주류 챔피언들의 슈퍼플레이가 Unknown Error의 손에서 재현된다.
심지어 솔로랭크도 아닌 대회 무대, 그것도 LCF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있는 와중이다.
영상으로 봐도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플레이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니 이토록 재밌을 수 있을까.
어째서 북미 사람들이 Unknown Error하면 껌뻑 죽는가.
알게 됨과 동시에 그의 새로운 팬을 자처하게 만들었다.
─내일은 TSL 대 모스코5네.
근데 모스코5 올라가도.. 아, 모르겠다 진짜.
내가 진짜 어제까지만 해도 모스코5 빠돌이었는데 어느새 에러갓에 대한 충성도가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됐다.
내 잘못이 아니야 에러갓이 게임을 너무 재밌게 하는 게 문제지.
NA롤챔스 에러갓 경기 전부 돌려보느냐 밤을 새가지고 제정신이 아니네 흘려 넘겨라.
└NONO. 너만 그런 거 아님. 에러갓 매력 쩔어 진짜.
└그래도 대회무대라는 게 팀단위 게임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기량도 우수하고 구멍도 없는 모스코5가 조금은 웃어주지 않을까? 뭐, 에러갓이 또 슈퍼플레이로 게임을 비벼버리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LUUUUL 왜 B조 승자가 정해진 것처럼 말하냐. TSL도 올라갈 수 있다니까?
준결승전 A조의 경기가 끝나고 이제는 B조의 차례다.
TSL 대 모스코5의 경기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게 모스코5는 EU롤챔스 윈터시즌의 우승팀이기도 하거니와 그 전부터 괴랄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
그런 모스코5를 상대로 TSL이 또다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A조의 경기가 그러했듯 결과는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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