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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도 에러갓이!
#TSL의 탑라이너 다리우스->대이리스.
이름 변경합니다.
사유는 헷갈림 방지입니다.
내용상의 변경점은 없습니다.
준결승전 다섯 번째 세트의 당사자, 현 TSL의 미드라이너를 맡고 있는 미역슨은 뜻밖의 횡재를 하였다.
유령을 먹고 있던 적팀의 정글러 이블퀸을 따내버렸다.
어떻게 보면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지만 결과가 중요하다.
더욱이 이는 단순한 우연만이 아니다.
'설마, 벌써부터 도움이 될 줄이야..!'
미역슨은 평소 Unknown Error에 대해 엄청나게 관심을 쏟았다.
그가 새로운 챔피언을 누구보다 먼저 해본다.
설사 미드가 아닌 다른 라인이라도 최소한 한 번은 랭크에서 돌려보고 장단점을 파악한다.
이러한 연습은 미역슨에게 있어 하나의 일과가 되었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웠던 챔피언을 꼽자면 이블퀸.
아무리 미드가 아니더라도 정글이다.
미드라이너로서 정글러가 저런 은신챔피언을 한다면 굉장히 성가시다.
그렇기에 미역슨은 고심 끝에 해법을 찾아냈다.
'와드를 골목길이 아닌 적 정글에.'
스스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이블퀸은 Unknown Error가 창시한 정글.
지금까지의 정글러들과는 플레이 방식이 완전히 상이하다.
하다 못해 다른 은신 챔피언들은 와드를 조금 멀리 박으면 해결된다.
예를 들어 세코라던지 토이치 정글이라던지.
멀리 박아 놓으면 오는 중에 반드시 들키게 된다.
은신의 지속 시간 또한 한계가 명확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제한적이다.
결정적으로 유통기한 챔피언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미역슨이 봤을 때 이블퀸은 성장기대치가 낮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항시 은신 챔피언이다.
패시브 자체가 은신인 이블퀸은 아무리 멀리 와드를 박아놔도 소용이 없다.
얼핏 핑크와드를 깔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파훼법이 될 수 없었다.
핑크와드의 가격도 가격일 뿐더러 여러 곳을 방위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블퀸이 조금만 빙 돌거나 아싸리 직선갱을 와버리면 의미가 무색해진다.
이는 이미 8강 경기에서 독나타스가 두 번의 패배로 입증해냈다.
미역슨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지만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포기하려던 찰나 사고방식을 바꿔보았다.
Unknown Error라면 과연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을까.
자신이 아닌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답안지는 이미 제시되어 있었지.'
16강 무대에서 Unknown Error가 플레이했던 콩머스.
콩머스는 상대 정글러 리심의 갱킹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택했다.
바로 적 정글을 와드로 도배를 해놓은 것.
그 탓에 리심은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읽혔고 가는 족족 갱킹을 실패했다.
물론 미드라이너인 자신이 똑같이 와드돌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와드 하나 사서 적 유령지역에 깔아놓은 것은 손쉬운 일이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미역슨은 상대 이블퀸에게서 Unknown Error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보았다.
'발화를 들면 안됐어.'
공교롭게도 상대팀인 모스코5가 카지트와 이블퀸을 한 바람에 오히려 게임은 쉬워졌다.
챔피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플레이만을 흉내낸 모방따위.
누구보다 Unknown Error의 플레이를 잘 아는 미역슨으로서는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상대는 자드를 살려버렸다.
미역슨은 내심 자드에 한해서는 이제 Unknown Error를 뛰어넘었다고 자부했다.
그런 자신에게 자드를 들려주고 Unknown Error의 흉내를 내고 있다.
게임이 시작하기 전부터 평소 이상 기세가 등등했던 미역슨은 이블퀸을 따내 킬을 먹은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질래야 질 수가 없다.
화락!
챠라락!
라인에 도착하자 다시금 이루어지는 파밍구도.
미역슨은 과감하게 그림자 분신을 깔아 견제를 우겨 넣었다.
이전부터 견제는 꾸준하게 넣었지만 킬로 연결할 수는 없었다.
언제 어느 때 이블퀸이 덮쳐올지 모르는 데다 상대 미드라이너 카지트는 까다롭다.
W스킬 침뱉기로 피흡을 해서 체력을 자꾸자꾸 채운다.
포션까지 빨아대니 조금만 놨둬버리면 금새 체력이 원상복구된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미역슨은 궁극기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칼같이 행동을 개시했다.
지난 윈터시즌 이후로 확 달라져버린 자신의 자드.
숙련도도 몰라보게 올랐지만 아이템트리부터가 상이하다.
Unknown Error를 따라 선템으로 빌지워터의 해군칼을 올렸다.
구오오..!
카지트가 다시금 미니언에 달라붙어 체력을 회복하기 직전.
미역슨의 자드가 카지트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치지직..!
미처 체력을 회복하기 전에 발화를 걸어 카지트의 치유력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핑크와드를 칼같이 박아 은신을 방지하고 회전 베기를 먹인다.
카지트를 솔킬 따내는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가 미역슨의 손에서 펼쳐졌다.
써컹!
써컹!
카지트는 날개 뛰기로 도망가며 은신을 사용했지만 핑크와드가 깔려있다.
그림자 분신으로 따라가자 날개 뛰기로 벌린 거리는 순식간에 따라잡힌다.
더욱이 카지트는 빌지워터의 해군칼과 회전베기가 중첩되어 한없이 느려진 상태.
심지어 이블퀸에게 뺏은 레드까지 있는 미역슨으로선 충분히 평타를 박아 썰어낼 수 있었다.
아까 이블퀸을 백업가느냐 서로 간에 점멸도 없다.
포탑까지 도망간 카지트는 갈고리를 찍으며 반항했지만 오히려 악수로 작용했다.
아니, 어쩌면 그다지 상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빠릿하게 감이 올라온 미역슨의 표창은 상대를 놓치지 않았다.
챠라락!
콰직!
지난 NA롤챔스 윈터시즌 이후로 칼을 갈고 갈았던 미역슨의 자드.
자드가 가진 본연의 데미지를 최대치로 살림과 동시에 플레이 또한 더욱 깔끔해졌다.
카지트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궁극기 그림자로 빠져나와 자연스럽게 미니언을 먹는다.
잠시 기다리자 한 줄기 메세지가 소환자의 전장에 울려퍼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벌써 2킬을 먹게 된 자드.
이블퀸이 줘버린 킬 하나가 스노우볼을 만들어냈다.
그 눈덩이가 과연 어디까지 굴러갈지.
진행되는 준결승전 마지막 경기의 향방은 한 명의 손에 달리게 되었다.
.
.
.
* * *
모스코5가 선세레모니같은 밴픽을 보여주며 시작해버린 다섯 번째 세트.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그들이 원하는 바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사신을 막지 못해 속수무책 휘둘리고 있었다.
<미드 차이가 너무 벌어졌어요. 카지트가 자드의 로밍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콰른트의 설명을 보충하자면 카지트라는 챔프의 특성 때문이죠. 아직 날개 진화를 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렇게 스노우볼이 굴러가면 카지트로서는 따라가기도 애매하거든요?>
경기장 중앙의 대형 모니터에서 송출되고 있는 TSL 대 모스코5의 경기는 한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중이다.
그것도 초강수를 둔 모스코5가 아닌 TSL이 승기를 휘어잡았다.
다름아닌 미역슨의 자드가 미드 차이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 상대팀을 공포의 피바다로 몰아넣었다.
지나가다 자드를 만나기라도 하면 쓱싹!
특히 점멸이 없는 이블퀸의 입장에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살얼음판이다.
처음 자드에게 킬을 내줬을 때처럼 점멸을 사용해 강제로 붙어버리면 어떻게 도망갈 수단이 없었다.
<모스코5에서도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한타 구도를 이루어내면서 미드와 원딜이 금은 장식 머리띠가 나오면 또 몰라요.>
<예, 자드가 솔로랭크에서 괜히 주춤해진 게 아니니까요. 그를 막기 위해서 최대한 스노우볼을 굴리려 하는 TSL입니다만 모스코5가 절대 쉽게 무너져줄 팀은 아니죠.>
내줄 거 다 내주더라도 천천히 후반 한타를 지향하겠다는 전략.
이전에 우리 CLC가 AOA를 상대할 때 말려버린 상대가 그토록 바랬던 구도다.
당시 AOA는 이루지 못하고 처절하게 농락당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그렇게까지 킬을 내주지도 않았고 모스코5는 AOA에 비교도 되지 않는 강팀이니까.'
기본기가 탄탄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껏 얼마나 고된 산전수전을 넘어왔겠는가.
노렸던 전략이 다소 안 좋은 흐름을 탔다고 해도 원상복귀시킬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TSL도 당연 만만치 않다.
오히려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TSL이 압도적일 정도.
게임의 흐름은 정말로 시간이 흘러 끝을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중계진이 언급했던 대로 금은 장식 머리띠가 나온다면 뒤집혀질 여지가 있으니까.
'확실히 반쯤은 맞는 소리지.'
금은 장식 머리띠를 사용하면 자드의 궁극기, 죽음의 선고를 무효화하는 게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자드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는 격.
더욱이 모스코5가 가져간 카지트라는 한타캐리형 챔피언으로서 변수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뭐, 아이템 사는 비용을 감안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자드의 궁극기 하나를 보고 금은 장식 머리띠를 구입한다.
그것도 탱커가 아닌 딜러가.
안 그래도 성장을 못한 모스코5로서는 상당히 부담을 되는 일이다.
결정적으로 자드가 고작 그 정도의 챔피언이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모스코5도 언제까지 사려주지 만은 않을 거란 말이죠? 시야를 장악하는 것 보면 이번 용한타에서 분기점이 나뉠 수도 있겠습니다.>
<카지트도, 미스터 포텐도 2코어 이후에 바로 금은 장식 머리띠를 뽑아서 자드가 아까만치 활약하기는 힘들 거에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한타 구도가 성립되었습니다.>
해설자의 말을 끝으로 관중석이 파도처럼 일어난다.
지금껏 밀리고 있던 모스코5가 결단을 내리자 힘을 보태기 위해 성원을 아끼지 않는 것.
기립해버린 팬들조차 수없을 정도로 관중석의 분위기는 편파적이기까지 하다.
암만 TSL팬들이 바다 건너 미국과 캐나다에서 건너왔다고해도 이곳은 유럽의 본진이기 때문이다.
모스코5는 그런 유럽에서도 뿌리 깊이 내린 명가.
아니, 명가라는 표현보다 왕가(王家)라는 표현이 걸맞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모스코5는 유럽에서 입지가 굳건하다.
지난 2시즌의 LCF에서는 변변찮은 팀에게 말려서 떨어진 모스코5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창에 찔렸을 뿐.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예상할 수 없었던 전략에 거하게 말려버렸을 뿐이다.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명문이라 할 수 있는 TSL, 귀족이 왕가를 무너뜨리려면 반역뿐이다.
즉, 실력으로 모스코5를 넘어서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쿠데타의 시도는 수도 없이 있었다.
특히 이곳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카지트! 금은 장식 머리띠로 자드 궁극기를 풀은 것은 좋았는데..! 착지한 위치가 하필 불바다입니다 불바다!>
<이건 카지트가 실수를 했다기 보단 자드가 너무 어그로를 잘 끌고 빠져 나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 거기에 대이리스 선수가 호응을 기가 막히게 해냈습니다.>
미역슨의 자드에 휘둘린 시점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TSL은 미역슨 선수 하나만을 바라보는 원맨팀이 아니다.
라인전 단계에서 미역슨 선수가 지대한 공헌을 한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 팀원들.
특히 탑라이너인 대이리스 선수가 플레이하는 파이어뱃의 불바다 미사일의 적중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모스코5는 자드의 진입을 너무 뚫어지게 관찰했고 그 행위가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자드의 첫 진입을 무위로 돌렸다.
하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자드를 따라다니다 뭉치게 되었고 이어지는 불바다 미사일에 초토화가 돼버렸다.
지글지글 익어버린 살점은 맛있는 살코기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수순은 하나하나 집어먹는 일 뿐.
<카오스 선수의 스나이핑! 이 선수가 괜히 스나이퍼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게 아니죠. 크레이브즈의 궁극기가 카지트를 마무리해냅니다.>
<이번 한타로 인해 승기가 완전히 기울어져 버렸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금은 장식 머리띠를 구입하기 위해 코어템을 당겨 쓴 감이 있는 모스코5였거든요. 이렇게 되면 정말 극후반을 바라보는 방법밖에….>
중계진이라고 모를 수가 없다.
이번 용한타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모스코5다
이미 기울어졌던 게임에서 한타를 완벽하게 패배했으니 뒤가 있을까.
그럼에도 관중들의 반응을 고려해 아직은 가능성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는 있지만 게임의 향방은 명명백백하다.
'TSL을.. 다시 만나게 되는 건가.'
방금의 용한타는 바론으로까지 연결되며 모스코5를 응원하던 관중들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모스코5의 팬들로서는 아쉽겠지만 승패가 결정된 게임.
우리 CLC와 결승전에서 맞붙게 될 팀은 TSL이 돼버렸다.
그것도 미역슨이 1년 이르게 합류한 TSL이.
'미역슨.. 미역슨이라….'
윈터시즌부터 이어진 끈질기게 이어온 인연.
이것이 과연 우연일지 내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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