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86화 (38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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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TSL의 탑라이너 다리우스->대이리스.

이름 변경합니다.

사유는 헷갈림 방지입니다.

내용상의 변경점은 없습니다.

유럽의 팬들로서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자신들이 응원하던 팀들이 떨어지고 오직 북미의 팀들만이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꽁해 있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CLC.

CLC는 유럽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북미에서 손에 꼽는 명문이다.

아무리 유럽이 일반적으로 북미보다 강하다는 평이 있어도 최상위권의 두 팀은 다르다.

고지식한 유럽의 팬들도 인정을 하는 그 두 팀중 하나가 바로 CLC다.

더욱이 최근 Unknown Error라는 보기 드문 인재가 영입됐다.

매 경기를 이토록 재미질 수 없게 만든다는 희대의 스타성을 보유한 선수가.

이러한 CLC를 상대하게 될 팀은 어디일까.

북미에서 손에 꼽는 또다른 명문.

고지식한 유럽 팬들이 인정하는 북미의 두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이 TSL의 에이스, 미역슨 또한 Unknown Error에 꿇리지 않는 스타성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Unknown Error가 최근 미드가 아닌 다른 라인을 종종 가는 바람에 둘이 과연 맞라인을 설 수 있을지.

그것은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LCF를 통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는 사실.

<오래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양 팀 선수들이 세팅 작업을 마쳐가고 있어요. 그런데 데카시르는 이번 결승전의 승자, 어느 쪽이 될 거라 예측하고 있나요?>

<하하, 저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다면 오산입니다. 제가 나서서 독박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미 시청자 분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예상 우승팀을 선정하였습니다.>

5할 5푼 대 4할 5푼.

승자 예측에서는 CLC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게 되었다.

허나 이것이 모든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평균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각 지역 별로 또 세분화되어있는데요. 북미 팬들은 거진 7할이 Error선수가 있는 CLC를 응원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 그리고 반대로 유럽 지역에서는 6할이 넘어가는 팬분들이 TSL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거 구도가 예상되지 않나요?>

Unknown Error는 단기간에 인기를 끌어 몰아 일약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북미의 강호.

기존 팬들의 굳은 심지를 꺾어내기엔 조금 부족하다.

정말로 LCF에서 하드캐리 우승이라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바로 그 소문의 Unknown Error! 이제는 뭐 대놓고 말하겠습니다만 Error선수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죠?>

<글쎄요, 콰른트가 CLC를 지지한다면 저는 TSL을 대변하겠습니다. TSL의 스타는 미역슨 선수 한 명 만이 아니거든요?>

미역슨은 Unknown Error와 함께 새로운 시즌을 선도하는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지만 이전 세대의 스타들을 무시해서는 아니된다.

그들의 관록은 아직 녹이 슬었다고 보기엔 이르다.

데카시르는 TSL과 CLC의 팀 내적인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안정적이라는 점. 상위권의 팀일수록 중요도가 더해지는 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TSL이 CLC보다 나은 점이 분명 있습니다.>

먼저 CLC의 선수들을 보자.

탑라이너인 바이바이.

그리고 CLC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트리플리프트.

여기에 새로 합류한 정글러, MyumMyum선수까지.

세 선수 모두 지극히 공격적이다.

그렇게 선수들의 개성이 톡톡 튀는 CLC에 반해 TSL.

TSL은 지극히 안정적이고 정석적이다.

하지만 이를 몰개성하고 캐리력이 없다, 그런 식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원딜계에 트리플리프트가 있다면 탑에는 대이리스가 있다.

그런 말까지 나올 정도인 TSL의 탑라이너 대이리스 선수는 출중한 기량을 자랑한다.

그 뿐일까.

정글러인 오드아이 또한 독특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개인으로서의 평가는 세인트조지아, 혹은 미터스에 비하면 조금 아래다.

그러나 팀단위로 봤을 때 그보다 믿음직한 정글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꼼꼼한 시야장악과 팀의 오더를 맡는 두뇌 플레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글러인 클끼리가 그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했다고 한다.

<원딜러인 카오스 선수도 빼놓으면 섭하죠. 트리플리프트 선수에 준하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듯 TSL은 전체적으로 변수가 없다. 구멍이 없다. 보통 이 정도 빼어난 선수들이 모이면 불협화음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확실히 TSL은 선수들의 호흡이 상당히 안정돼 있다.

그렇기에 역으로 미역슨 선수로 처음 교체되었을 당시 휘청거렸다.

지금껏 발을 맞춰왔던 황금같은 호흡에 다소 균열이 생기자 그 여파는 쩍쩍 금이 벌어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LCF에서는 극복하기 힘들었을 시련.

그럴 텐데도 미역슨 선수는 멋지게 TSL에 자신을 녹아들였다.

마치 원래 있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것 마냥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던가.

TSL은 이전보다도 더욱 더 강성해졌다.

비교적 챔프폭이 적었던 맥도날드 선수.

그 대신에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젊은 피, 미역슨 선수가 들어오자 팀의 색채가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16강보단 8강에선 8강보다는 준결승전에서.

그리고 이번 결승전에서는 그 이상의 이상을 보여주리라.

바야흐로 CLC 대 TSL의 결승전은 그 승패를 감히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CLC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락밴드라면 TSL은 완성도 있는 하나의 오케스트라 악단. 그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락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 이곳 예술의 도시 파리에 또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는 비유입니다. 정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매치업. 그러니만큼 더 뜸을 들이면 관중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파리는 예술의 도시이기에 먼저 혁명의 도시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데카시르의 적절한 설명에 콰른트가 말을 덧붙이며 경기를 진행시킨다.

연이어 들고 일어나는 약 1만명의 관중들.

입석까지 가득 찬 이곳 <제니스-파리>에서 이루어지는 TSL 대 CLC의 결승전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하지만 천천히.

식전 음료를 들이키고 오르되브르로 식욕을 돋구고.

식사의 과정을, 경기의 흐름은 처음부터 너무 달아올라서는 안된다.

이곳 프랑스는 예술, 혁명, 하지만 세계 3대 진미의 나라로 가장 유명한 나라.

코스 요리의 첫 번째가 경기장을 담백하게 수놓는다.

.

.

.

* * *

예은이 내 손을 꼬옥 쥐어준 덕분일까.

뜨거웠던 머리가 한 차례 식기는 했지만 심장의 고동은 아직 평소보다 빠르다.

채 긴장이 식지 않았서,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첫 번째 세트에서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평소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은 단순한 맵리딩 미스.

그것을 한 번도 아니고 연달아 해버리며 속된 말로 게임을 말아먹었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내가 실수해서 져버리다니.

지금껏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던 나이기에 더더욱 마음이 초조하고 착잡하다.

그것이 내 외면으로도 드러났는지 결국 나는 강제적으로 예은의 손에 붙잡혀 벤치에 앉게 됐다.

앉은 자리가 이토록 가시방석일 수 없었지만 예은의 판단은 옳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은 확실히 실례.

한 차례 쉬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관조하자.

나 자신에 대한 변명도 잊지 않으며 벤치에 앉아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7전 4선승제. 아주 길게, 또 길게 보는 편이 맞겠지.'

결승전은 8강과 준결승전의 5전 3선승제 이상으로 기나길다.

이러한 장기전에서 나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을 모를 정도로 내가 지금까지 LCL, 또 윈터시즌을 헛 치르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기는 커녕, 정말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순순하게 말을 들은 이유가 한 가지가 더.

예은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것이 훨씬 크다.

'알고 싶다.'

머리가 식게 된 이후에도 정말 많은 생각을 가졌다.

이레귤러로서 주인공의 자리를 밀어낸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어쩌면 그러한 부류의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경기를 나서기 망설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저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없는 상태에서 CLC와 TSL이 맞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역슨은 정말로 주인공인 것일까.

그를 이 자리에 오게끔 주인공으로 만든 사람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사람이야 말로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심증이 있는데다 사실 모르지 않다.

확증과 함께 나 자신의 마음의 결단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두 번째 세트를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더블 킬!>

어쩌면 내 표리부동한 태도, 복잡하게 엉겨버린 속내가 알게 모르게 팀원들을 향해 영향을 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세트의 인베 단계에서 손실이 있었다.

적에게 선취점과 함께 하나 더 킬을 내줬다.

아군 또한 하나의 킬을 가져가긴 했지만 명백한 손해.

마음같아서는 벤치를 박차고 나 자신이 저 자리에 있고 싶다.

하지만 그래서야 안된다.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관조한다.

설사 CLC가 지게 되더라도 나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지켜보기로 굳게 마음을 내렸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군이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격렬했던 인베 싸움 이후에는 라인스왑이 이루어졌다.

라인스왑을 걸은 쪽은 우리 CLC.

아군이 다소 늦은 템포로 1차 포탑을 부수긴 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러한 라인스왑의 구도는 아군에게 웃어준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초반에 킬을 따이고 말았으니까.'

초반에 내줬던 더블 킬의 스노우볼.

만약 전상적인 라인전 구도가 이루어졌다면 휘둘렸을 것이다.

아이템이 하나 더 갖춰진 적은 정글 싸움을 유도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라인스왑을 한다면 다소 불안할 수 있었던 초반 라인전 단계를 넘기는 게 가능하다.

'그래도 바이바이의 고생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말이야.'

더블 킬을 먹은 게 하필이면 상대 TSL의 탑라이너 대이리스 선수였다.

심지어 잡은 챔피언도 라인전 견제 까칠하기로 소문난 파이어뱃.

라인스왑 이후에 모인 골드까지 합치자 마법 관통력의 신발이 나온 파이어뱃이 아찔한 불찜질을 선사한다.

수비적으로 사리는 법따위 모르는 바이바이.

솔킬까지 내주진 않았지만 이를 커버해야 했던 아군 정글러 예은의 동선이 크게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대회 무대에서 상당히 치명적인 손실이다.

필연적으로 봇라인이 갱킹의 위협에 노출된다.

'운이.. 조금 안 좋았나.'

인베 단계에서의 손실을 어떻게 메꿔보려고 했지만 상대 TSL은 역시 만만치 않다.

안정적이지만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을 확실하게 쌓아나가며 차이를 벌려간다.

결국 게임의 흐름은 TLS쪽으로 점점 더 기울어지게 되었지만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미역슨.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어.'

앞서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한 가지 사실.

나는 미역슨에 대해 궁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어쩌다가 유럽에서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거치지 않고 북미로 건너오게 되었을까.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빠르게 성장이 가능했을까.

'그는 과연 주인공이 맞을까.'

만약 한 편의 소설이 있다고 치자.

소설 내 주인공으로 인해 변해가는 세상.

이것을 조금 꼬아 생각해본다면 변했기에 주인공이 아니라, 변화시키기에 주인공이라는 의미다.

이말인 즉, 주인공은 주위의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존재.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누구일까.

누가 과연 미역슨에게 변화의 계기를 던져줬을까.

이미 심증을 가졌던 나는 첫 번째 세트의 경기를 통해 들여다봤고 두 번째 세트를 통해 해답을 찾아냈다.

'내가, 그를.. 변화시켰다..?'

미역슨의 플레이를 관찰하고, 또 관찰할수록 나 자신이 보인다.

자드의 운용법,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군데군데 섞여있다는 사실은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만약 처음 만났다면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나는 구면이다.

이미 한 번 윈터시즌때 손속을 나눈 이력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는 확신한다.

그의 안에 내가 있다.

내가 있었기에 그가 있었다.

그를 변화시킨 사람은 바로 나였다.

'하…. 조금 웃기게 됐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해당 소설의 주인공은 다름이 아니다.

정말로 의도한 적 따위 없고 미역슨과는 실제로 말을 섞어본 적도 없지만 상황을 놓고 보니 그러하다.

뒤죽박죽 엉기고 엉긴 머릿속과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이러면 주인공은 내가 돼버리는 셈인가.'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어쩌면 그 이전부터 이어져왔을 모든 것.

지금껏 해왔던 고민에 결론 지어지며 몸에는 따가운 전율이 일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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