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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라인스왑때문에 나보다 CS도, 경험치도 미달인 파이어뱃.
그런 상황에서 이번 빅 미니언 웨이브까지 놓쳐버리면 향후의 라인전은 사이즈도 안 나온다.
골드도 골드지만 레벨링 차이가 쩌억 벌어진다.
여기서 빠진다면 손해를 입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손해이기 이전에 입장이라는 게 있다.
오래도록 탑솔러로서 명성을 떨쳤던 TSL의 대이리스 선수.
그로서는 용납하기가 힘든 상황일 터다.
내가 아무리 독나타스전에서 탑라이너로 활약을 했다고 해도.
라인폭이 넓다, 챔프폭이 넓다 이야기가 있다고는 해도.
대이리스 선수에게 탑은 자신의 영역이다.
그런 탑에서 내가 깽판을 치고 있으니 어지간히 탐탁찮을 것이다.
'역시 대비를 하고 있었나.'
아군 정글러를 불러서 다이브를 친다.
이말인 즉, 상대 정글 또한 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소리.
솔로랭크, 혹은 격이 떨어지는 팀이라면 몰라도 상대는 긍지 높은 북미의 명문이다.
역시나 역갱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이어뱃의 무빙을 통해 느껴진다.
그렇다고 멈춰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슈루룩-!
내가 파이어뱃을 회전참으로 그어버린 후 대검을 들어 내리찍은 순간.
불현듯 튀어나온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일그러진 전진으로 나를 속박시킨다.
연달아 불가사의한 파동을 울리며 나를 넉백시키기까지 한다.
제아무리 트린다조아가 불사의 챔피언으로 이름이 높다지만 한계선은 명확하다.
밸런스가 유지되어야 하는 AOS게임이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대표적으로 CC기에 약하다고 소문나 있다.
나무카이에 연이어 파이어뱃까지 쇠꼬챙이를 던져대자 내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진다.
<하아!>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다.
내가 집중 공격을 받으며 버티고 있는 사이 까칠한 성격의 리심이 들이닥친다.
점멸을 사용해 파이어뱃의 지척까지 접근해서 땅을 내려친다.
이미 꼬꼬댁의 효과로 느려졌던 파이어뱃이 더더욱 땅을 기게 되었다.
퍼억!
퍼억!
서로가 이동속도가 느려지면 웃어주는 건 내 쪽이다.
나에게는 10초간 이동속도를 큰 폭으로 상승시켜 주는 유령화가 있으니까.
포탑 뒤에 숨으려고 하는 파이어뱃을 넓다란 대검으로 사정없이 내려친다.
파이어뱃은 점멸을 사용해 시간을 조금 벌려고 하지만.
쿠화아아아!
트린다조아는 다이브에 완전히 특화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포탑의 공격조차 불사의 격노를 꺼트리지 못한다.
그렇게 두 번 더 파이어뱃을 내리치자 다시금 회전참의 쿨타임이 돌아왔다.
화라락!
적을 치명타로 가격하면 회전참의 쿨타임이 2초씩 줄어든다.
파이어뱃을 가격하는 동안 치명타가 두 번 터졌고, 그 덕에 회전참을 또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나는 회전참으로 파이어뱃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포탑의 사거리에서 벗어난다.
깔끔하기 그지없는 다이브.
하지만 상대는 여간 끈질긴 게 아니었다.
치지직..!
죽지 않는 궁극기, 불사의 격노를 활용한 다이브는 자칫 사기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지만 엄연한 파훼법이 존재한다.
시즌1에 이미 OP라는 역사를 써내렸던 트린다조아이기에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그 방법이라 함은 바로 불사의 격노가 끝나가는 순간에 발화를 거는 센스.
화랑-!
피의 환희로 체력을 조금 회복하긴 했지만 결코 해결했다고는 할 수 없다.
주문력도 아직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발화의 치유감소.
아직 유지되고 있는 유령화덕에 도망갈 수는 있었지만 발화의 데미지는 착실하게 내 목을 조여오고 있다.
급한 김에 포션까지 빨아봤지만 한 컵의 물로 사그라질 화력이 아니다.
그렇게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 예은의 리심이 나와 몸을 겹친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던 촛불처럼 타들어가던 체력바가 멈췄다.
당연하게도 고작 포션의 효과로는 끌 수 없는 화력이다.
리심이 방로를 사용해 실드를 덧씌워준 결과.
남은 체력은 한 자리 수에 불과하지만 확실하게 목숨줄이 붙어 있다.
"조금 감동인데?"
"하, 그냥 해야 할 거 한 거니까.. 멍청한 소리말고 귀환이나 해."
언제나의 틱틱대는 어조로 아무것도 아닌 듯 말해오는 예은이지만 방금 전 플레이는 굉장한 슈퍼 세이브다.
만약 진입기로 방로를 사용했다면 쿨타임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예은은 나와의 호흡을 고려해 스킬 배분을 적절하게 해냈고 그 약간의 실드 덕분에 구사일생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설령 센스가 있었다고 해도 쉬이 하지 않을 플레이.
점멸이 아까워서라도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예은은 망설임없이 점멸을 사용했다.
솔직히 코 끝이 조금 찡하다.
마음같아서는 확 끌어 안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그러다간 현실에서 막타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쿨하다 못해 차가움이 느껴질 지경인 성격.
없는 오해도 만들어버리는 녀석이지만 그런 부분도 포함해 좋아한다.
어느새 예은없는 내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반쪽같은 인연이 되었다.
─CLC Error님이 용을 지목.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굴릴 수 있는 스노우볼은 최대한으로 굴려야 한다.
챔피언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더더욱이다
예은의 말마따나 일반적인 챔피언이었다면 필히 집에 가야 했을 낮은 체력.
하지만 AP트린다조아가 괜히 상식을 벗어난 챔피언이 아니다.
하다 못해 애꾸사자는 스킬쿨을 돌릴 미니언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AP트린다조아는 그냥 기다리면 된다.
스킬쿨만 기다리면 피의 환희로 꾸준하게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때마침 도망 온 위치도 용 앞이고 자연스럽게 용을 지목해 트라이했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상대팀으로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으리라.
다이브를 할 때 체력이 한계치까지 까였다.
설사 어찌저찌 살았다고 해도 당연히 귀환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식을 아무렇지 않게 비틀어버리는 챔피언이 바로 AP트린다조아.
찰칵!
그 중요도를 이루 말할 수 없는 결승전에서 내놓음직한 비장의 카드에 걸맞다.
그렇게 비틀어버린 상식은 스노우볼로 연결된다.
아직은 자그마한 눈덩이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방금의 다이브킬과 더불어 용이 주는 글로벌골드까지.
이만한 밑천이 있다면 한몫 크게 잡는 게 가능하다.
'첫 번째 코어템은 역시 바론의 송곳니겠지.'
AP트린다조아를 굴리는 핵심과도 같은 아이템이다.
주된 능력치는 쿨타임 감소 20%와 낮지 않은 주문력, 그리고 공격속도.
현재 시점에서는 매 평타에 추가 데미지를 주는 효과까진 없다.
그 대신에 가격이 엄청 싸다.
네크로노미콘에 준할 정도로 저렴하다.
화라락!
시간대가 시간대라 아직 완성은 시킬 수는 없었지만 하위템은 전부 갖춰졌다.
주문력과 공격속도는 다소 부족해도 쿨타임 감소가 20%.
그에 따라 회전참의 쿨타임이 빠르게 돌아간다.
회전참을 이동기로 사용하며 라인에 복귀한 덕에 미니언을 거의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퍼억!
퍼억!
다시금 나와 맞라인전을 서게 된 파이어뱃에겐 지옥이 예약돼 있다.
한 번 아이템이 나오기 시작하면 말릴 수 없는 트린다조아.
틈만 나면 회전베기로 접근해 대검을 내려찍는다.
무작정 달려든 탓에 딜교환은 손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엄청난 회복력.
화랑-!
포션을 빠는 것이 고작인 파이어뱃과 달리 나는 피의 환희로 계속해서 체력을 회복한다.
쿨타임 감소 아이템이 갖춰지자 포션따위와는 비교도 안된다.
그렇게 몇 번 더 딜교환을 하자 어느 순간 파이어뱃의 체력은 반피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러면 또 다이브각이 나오는데.'
아까와 달리 정글러를 콜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AP템을 가는 트린다조아라고는 해도 라인전 단계에선 평타딜링이 그다지 뒤쳐지지 않는다.
Q스킬, 피의 환희는 스킬을 찍는 것만으로도 공격력을 상당히 올려준다.
더욱이 체력이 낮아질수록 공격력이 추가로 상승한다.
화라락!
유령화를 키고 달려가서 회전참으로 그어버린다.
나와 달리 파이어뱃은 점멸의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최대한 사리려고 하기는 했지만 스펠에 의한 기동력 차이는 명명백백.
불바다 미사일을 깔고 쇠꼬챙이를 던져댄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꼬꼬댁-!
이동속도를 둔화시키고 따라가서 대검으로 퍽퍽!
때마침 터진 치명타는 회전참의 쿨타임을 감소시킨다.
다시 한 번 회전참으로 그어버리자 파이어뱃은 마무리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스펠 차이에 의한 스노우볼.
점멸보다 다소 응용력이 떨어지는 유령화의 얼마 안되는 이점 중 하나다.
덕분에 다이브 킬을 따낼 수 있었지만 다소 무리한 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백업을 왔다.
슈루룩-!
일그러진 전진으로 나를 속박하고 대자연의 포옹을 터트려 폭딜을 우겨 넣는다.
그로 인해 다이브를 하느냐 깎이고 깎였던 내 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불사의 격노를 사용하지 않았다.
퍼억!
퍼억!
5초간 그 어떤 공격을 맞아도 죽지 않는 상태에서 나무카이를 역으로 팬다.
체력이 온존한 상태인 나무카이는 맞으면서 내 궁극기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내 회전참의 쿨타임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화라락!
치명타가 터질 때마다 쿨타임이 2초씩 줄어드는 회전참.
다소 운빨을 타는 건 사실이지만 5초정도 상대를 패다 보면 최소한 한 번은 치명타가 터진다.
나는 회전참을 사용해 도망가며 피의 환희를 사용해 체력을 회복했다.
당황한 나무카이는 일단 나를 따라온다.
앞으로 5초 후에 쿨타임이 돌아올 일그러진 전진을 기다리는 모양.
한 번 놓친 먹잇감을 되쫓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듯하다.
슈루룩-!
나무카이가 다시금 나를 속박하며 불가사의한 파동을 울려 딜링을 넣는다.
하지만 초식정글러인 탓에 다소 떨어지는 나무카이의 데미지.
피의 환희와 포션으로 체력을 회복한 나를 마무리하기엔 부족하다.
더욱이 쿨타임이 돌아오는 건 나무카이 뿐만이 아니다.
화랑-!
AP트린다조아의 끈질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쿨타임이 재차 돌아온 피의 환희로 체력을 회복하며 평타를 때려박는다.
체력이 낮아질수록 추가적으로 공격력이 상승하는 트린다조아.
그렇게 적당히 패다가 다시 도망간다.
화라락!
그대로 치고 박았다면 결국 이기는 건 나무카이다.
그러나 길게 본다면 최후의 승자는 나다.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천천히 스킬 쿨타임을 기다린다.
나무카이는 도망가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다.
꼬꼬댁-!
도망갈 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꼬꼬댁이지만 추격전에서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나에게 등을 돌린 순간 목숨은 정해졌다.
또다시 쿨타임이 돌아온 회전참으로 다가가 대검으로 머리를 내려찍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CLC Error님이 제압당했습니다.
제법 시간이 끌린 탓에 미드 백업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미역슨의 산다라가 나에게 점멸 스턴, 연이어 궁극기까지 때려박았다.
어쩔 수 없이 킬을 교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손해는 아니다.
뒤이어 찾아온 아군 정글러 리심이 칼같이 산다라를 차버렸으니까.
이~쿠우!
와드 방로로 접근해 음파를 맞히고 날아가 점멸 범의 일격.
물흐르듯 움직이는 예은의 리심은 정말로 몰라 보게 늘었다.
누가 보면 미터스의 리심이라 착각해버렸을 정도다.
어쨌든 간에 배달된 산다라는 빅풋의 코리아나에 의해 마무리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봇라인에서 시작된 솔킬이 정글에 이어 미드까지 여파를 미쳤다.
상대의 입장에서 토악질이 나오는 생존력이야 말로 AP트린다조아의 존재의의.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건 예삿일에 불과하다.
진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찰칵!
바론의 송곳니를 완성시킨 데다 아이우에오의 신발까지.
특성까지 감안하면 쿨타임이 거진 40%에 육박한다.
7초마다 대량의 체력을 회복하며, 5초마다 1.0AP 계수의 광역 피해를 가하는 돌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뭐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네.'
AP트린다조아가 이 정도 큰 순간 게임은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막을 수 없는 스플릿 푸쉬라는 게 존재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서 침이 질질 흘러나오게 만든다.
상대가 아무리 철벽같이 대비해도 소용이 없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까지 앞으로 조금.
진정한 불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괴물은 이미 알을 깨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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